바람이 떠난 안흥 내항의 앞바다는 장판의 표현보다 더 잔잔한 마치 내가
거울앞에 서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맑고 영롱하다.
쏟아지는 반청의 별빛과 더불어 촛불켜고 밤을 지키는 등대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항구 모습은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와 한참동안 감탄으로 넋을 잃었다.
딱 1년만에 찾은 안흥항은 4시가 가까워지면서 그 정적을 깨기 시작한다.
춘삼삭의 마지막달이라 그런지 모두들 춘사발정(春思發情)에 정점인 듯
사막에 한모금 물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처럼 이 밤중에 메고 들고 뒤뚱이며,
처절스럽게 위험한 사다리를 붙들고 배에 오르고 있다.
사막의 갈급한 한모금 물처럼, 삶의 한모금 쉼표를 찾아 떠나는 애절스런
이들로 인해 안흥항과 선착장 모두 인산인해이다.
경쟁사회의 가장으로서 책임감.. 얼마나 힘들고 무거운 어깨눌림의 고통을
그나마 벗어나고픈 절규에 가까운 남정네들의 몸부림이다.
* * *
최고의 청물 보장으로 어느 포인트나 접근이 용이한 최적물때 두뭇날,
수온이 살아나고 산란이 끝나는 즈음, 활성도 넘칠것으로 기대되는..
아카시아 필 무렵 아닌가?
바람 한점 없는 유리창 같은 옥빛바다 ...
격렬비열도에서 실려온 유채꽃 향기가 에머랄드빛 수면에 피어오르면
상춘객 잠린우럭들의 떼지은 나들이가 시작될 것이고...
그 유원지를 잘만 포착하면 채비넣기가 무섭게 마치 과부가 단거리서방
만나 정신잃고 신음하며, 요분질하는 그 초죽음(?)의 가슴뛰는 진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
매년 오월이면 년례행사인 ' 바다를 그리워하는 몽(夢)돌이들의 외출' 이라는
타이틀로 사실상 회장격인 여러분도 잘 아시는 순실한 친구 '둘리'님이 주선
하여 봉사하고 있다.
정회원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정모도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전에 안흥의 P호를 타면서 만나 친분을 지금까지 나누고 있는 몇사람을
주축으로 대부분 호탕 주호(酒豪)들로 구성되어 있다. ..^^*
* * *
5월9일 (일) 어버이날이다.
전날 사촌누이의 조카되는 아이 혼례로 대절버스를 타고 천안을 다녀왔다.
저녁엔 또 꼭 정리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 우리 동호회 정출에 참여치 못해
마음이 무척 무겁다. 일을 끝내고 집에오니 밤9시가 다 되어간다.
그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던 아들과 며느리의 어버이날 작은 축연(?)을
서둘러 끝내고 저희들 집으로 재촉하며 보냈다.
바로 출정채비를 끝내고 여의도 한사랑님을 태운 후 석수역쪽으로 향한다.
주차한 후 커피 한잔하고 있는 사이에 '울프클럽'의 캄성킬러님, 타조님,
헐크님 내외, 평촌님, 우럭왕초님.등등 유명한 분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이 어부지리의 지면을 넘나드는 논객들의 집합처 울프클럽의 정출날이다.
우리도 버스로 출발이다.
원조 이어도님, 인갈로 유명한 선낚의 터줏대감 도다리님, 주막집 색시같은
다소곳한 둘리님을 포함한 4인방 프롤로그님, 마이콜님, 등대님, 슈닥님, 입담
좋은 한사랑님, 한때는 안흥을 호령하던 이빨 빠진 포세이돈, 포돈이 장인되
시는 포장님, 등 여러분이 야릇한 조명아래 펼치는 뒷자석 룸싸롱에는 예쁜
아가씨 한명도 없이 작약의 희희낙낙...
난, 재미가 없어(ㅎㅎㅎㅎ) 피곤으로 인해 몸도 무겁고해서 앞쪽에서 눈을
좀 붙였다.
* * *
옹골찬 이 배는 바다의 적토마처럼 해각을 돌면서 박차고 굉음 질주한다.
3시간을 넘게 달렸다. 두시간의 헛잠이지만 몸은 그런대로 개운하다.
아침해의 위치를 보아 배는 예상치 않은 곳으로 달리고 있다.
이선장님도 꼭 가고싶은 곳으로 가고 있으니 그리 알라고만 이른다.
프로근성이라며 좀 거만(?)했던 이 배의 선장님은 온라인상의 따끔한
조사님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드리면서 마인드의 변화로 깍듯한 예의와
함께 더 열정으로 노력하며 충실한 선장으로 변화되었다.
사람이 가진 성격은 반드시 장단점이 있다.
어찌보면 단점보다 프로근성이 유별한 장점이 훨씬 많은 선장으로 직업에
만족하는 타고난 선장이 아닌가 보여진다.
첫번 포인트가 수심 50m권 여밭으로 범상치 않은 곳이다.
동호회 회원들이 늘 자랑하며 얘기하던 소청도의 그 여밭과 흡사하다.
8시반 현재 이곳의 수온은 어탐기에 보니 9'c정도이다.
"이 여밭 포인트는 워밍업 수준이니 담궈만 보세요~ " 선장님의 멘트이다.
말 그대로 2~3마리 정도로 별 큰 반응이 없다
"잠간 1m권 똥침선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똥침선 분포가 좀 큽니다.
준비 잘 하세요~ "
잠시 이동이지만 짧은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완쪽 선두쪽에서 4번째 한사랑님, 이어 중간쯤 못 미쳐인 위치에 내 자리이다.
추첨으로 뽑은 위치는 작은 포인트일수록 유리한 그런대로의 자리이다.
바늘은 윗단은 24호, 아래는 22호 바늘을 사용했다.
수온이 아직차서 흡입력이 약할것이라는 판단이고, 바늘이 주는 이물감을
덜 느끼게 하여 속깊이 삼킴으로 인하여 바늘털이에 대응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래야 기다리며 이런 걸림이 덜한 곳에서 차분히 3걸이가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다.
물론 바늘빼기가 힘든건 사실이다.
허나 물었을때 바늘이 바늘털이나 살짝 입언저리에 훅킹되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깊이 입안에 박히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 자~ 준비하세요~ 1.5m작은 똥침선인데 넓이가 좀 큽니다."
총알처럼 빠른 입수의 봉돌이 오늘따라 왜 이리 늦게 내려가는 걸까?..ㅎㅎ
긴장의 모드로 바닥찍고 50cm를 띄우고 기다렸다.
선두부터 입질이 오더니 내앞의 한사랑님까지만 편지를 주고 가 버린다.
이런 썩을... 넘들... 자존심 팍! 구겨진다..
해해!~~ 한사랑님의 입이 귀에 걸린다.
채비에 문제가 있나? 미끼에 문제가 있나??
아무 이상 없는디??
다시 배를 선회시키며 재치 입수... 그러면 그렇지...
중간의 내 초릿대가 바닥에 걸린듯 갑자기 쳐박힌다.
이어 물고 흔드는 격렬한 요분질에 내 심장이 멈출것만 같다.
갈등이 시작된다. 올릴까 말까?
아녀!~ 좀 기다리자... 아!~ 바늘털이가 심해지는 느낌이다.
이러다 이것 놓치면 안되는데..$%&*. 올려야지..
릴이 갑자기 멈추면서 끙끙댄다..
만세일창을 한번하며 텐션유지 서서히 온 몸으로 올리니 그때서야
물밑으로 쿡쿡!~ 큰북 치는듯이 전해져 오는 쳐박는 저항의 손맛...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짜릿한 쾌감,
만약 쌍걸이라고 한다면 손맛으로 보아 이 녀석들은 분명 4~5짜임엔 틀림
없을듯하다.
드디어 옥체를 가까이 드러내는 순간.. 3걸이이다.
이어 배 전체가 2~3걸이로 난리가 났다.
사무장님, 선장님, 함게 동행한 뽀수기님도 사진에 담느라 혼비백산이다.
아 ~ 몽환적 무릉도원이다.
다시 선회하며 또 입수.. 긴장이 되다 못해 손에 땀이 난다..
걸림이 거의 없다시피한 작은 침선에 웬 개체수가 이렇게 많담?
둔탁한 입질.. 물고 돌아서는 느낌.. 에라!~ 더 먹어라.. 다시 3걸이이다.
갑자기 욕심이 발동한다.
채비 전환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3단채비로 4마리 기록에 도전해 봐야겠다.
맨밑 바늘의 목줄을 좀 잘라내고 봉돌까지 바늘이 내려오지 않게 묶은 다음,
봉돌에 바늘22호 달린 짧은 목줄40cm를 하나 더 묶어봤다.
생각대로인듯 하다.
입질을 받으면서 아주 서서히 수동으로 조금씩 감아 올리면서 50cm정도의
높이에서 세웠더니 툭!~쿠~욱 쿡~ 툭툭!~쿡~쿡!~~ 허리가 휘고 팔과
다리와 함께 끌려 다닌다. 초릿대는 혼빠진 지휘자의 지휘봉처럼 심하게
요동치고 꺽일때는 거의 90도 각도이다.
아!~ 가벼운 공포감 마져 든다..
4마리이다.. 배에는 가벼운 소동이 일고 사진을 찍으로 기자들이 몰려왔다.
" 자~자!~~ 찍어요~~ 두 손을 높이 들어요!"
모두가 "축하합니다." 멘트.. 금메달을 딴 김연아 수준이다.. ㅎㅎ
몇십분 동안 3번에 걸쳐 10마리를 안고보니 쿨러가 무척 작아보인다. ㅎㅎ
바닥에 얼음이 깔린 40리터 쿨러가 훌쩍 반이 넘었다.
지금 9시반.. 쿨러 상태를 보아 11시쯤이면 철수해도 될 것 같다...^^*
몸이 대체로 홀쪽해진 이넘들의 식탐은 마름쇠도 삼켜도 될 듯 필사적이다.
어떤 미끼의 종류와는 구별짓지 않으니 한마디로 게걸스러운 폭발적인 입질
이라고 표현하면 맞을성 싶다.
금방 올린 우럭이 토한 내용물을 보면 살아있는 10cm급 배도라치 2마리와
싱싱한 꼴뚜기도 들어있다.
지금 막 먹이 활동을 시작하는 느낌이고 이 부근에 어런 하층부 먹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특히 올라오면서 토해내는 소화중인 작은 새우들의
양은 생각외로 많음은 변화무쌍한 입질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증명한다.
옆의 일행도 연초록 형광빛 웸에 3마리가 동시에 물어 올라왔다.
웸 미끼가 좀 크니까 입질은 잦지않지만 대부분 3짜후반 4짜정도 전후로
순식간 재미를 보고 있다.
* * *
산란이 끝난 듯 싶다.
집에와서 손질을 해 봐도 알이 거의 없으니 몸을 불려야 하는 본능적 식탐
으로 인하여 산모나 아비들 모두 경계심을 버리고 보허탕(補虛湯)을 즐기는
모양이다.
배를 이동한다.
다른 여밭, 작은 침선을 돌지만 아까처럼 환장수준의 입질은 없다.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기로 하고 다들 맘을 비웠나 보다.
모두 여유가 있다.
일꾼, 둘리님은 회를 썰어 뽀수기님이 특별 준비한 야채에 회무침을 한다.
아!~ 환상의 맛일것 같다. 역시 예쁜(?) 사람이 해야 '플러스 알파' 다.
* * *
앗!~....... 쿡~~쿠~욱!~~
쳐박는 느낌이 심장까지 전달된다.
어탐에 나타난 표층수온이 13도까지 올라갔다.
35m권인 작은 침선인데 물고 늘어지는 손맛은 5짜 정도의 힘이다.
4짜가 넘는 싸이즈이다.
고생한 둘리님에게... 받지 않으려는걸 강제로 선사했다.
정말 존경하며 사랑하는 아우이다.
낚시는 거의 하지않고 일행의 수발을 위해 바삐 움직인다.
대충 정리가 끝나고 나니 낚싯대 잡는다.
웬걸!~~ 끙끙대더니 마지막 대물 한수를 건진다........역쉬..^^*
4짜 후반.. 1등이다..
아직 수온이 많이 올라가지 않은 싯점인데, 어찌 이렇게 흔드는 힘이 장사요
탐식성이 강할 수 있을까??
아 ~ 그렇구나..
남도의 수온대에 사는 우럭들과 달리 여긴 수온이 평균적으로 낮고 또 늦게
상승하니까 이런 개체들도 여기 상황에 맞게 적응해 사는가 보다...
물론 전체 해수온도 1도 이상의 상승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낮은 수온대에서도 우리의 보편적 상식과 달리 활성도를 보이는 것은
변화의 여건에 적응하며 사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에 반하여 그에 알맞은 채비며, 호이, 입질행태까지
또 탐사정신으로 노력하며 꾸준한 조황을 내는 선장의 선사까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서해 바다밑을 기존의 관점을 벗어아 다시 주의깊게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가 있어야겠다.
우럭의 개체수가 지금도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받지만 앞으로 급감할 것이다.
중국의 산업화 물결과 거대한 댐 신설로 황해에서 유입되는 강물이 줄고 그에
비례해서 염분농도가 현저히 올라가며, 질소나 인같은 화학물질의 오염원들이
강을타고 쏟아져 내려오면 부영양화 현상으로 수중산소의 고갈이 되어 오래가지
못할 우리들의 황폐 어장이 될 것이다.
* * *
큰 댓병의 이슬이가 씨름판 패자처럼 쓰러져 나간다.
자빠뜨리는 장본인은 천하장사 도다리님이시다..^^*
어제의 여훈으로 속이 좀 안정되지 못하지만, 경염한 옥협여인이 초록색
속옷에 빨간 바람치마를 입고 하얀 접시침대에 누워있으니...
어찌 못 본척 하리요.
* * *
존시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처럼 정이 그리워 나누는 우리들의 情...
바다에 뜬 달, 수평선에 걸친 달, 호수에 잠긴달까지 그 달들을 우리들의
술잔에 빠뜨려 또 돌아오는 휘영청 밝은 가을달밤, 밤새 축배를 나누어 보자...
우리들의 유토피아 .... 바다..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곳"이라는 의미의 '노 훼어'(no where)
다. 그러나 w자 한 글자만 앞쪽으로 갖다 붙이면 '나우 히어'(now here)로
변한다.
유토피아는 노 훼어가 아니고 나우 히어, 바로 여기에 존재 한다는 얘기다.
마음 한조각만 살짝 바꿔도 세상을 행복하게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오래전에 모 신문사 지인의 감동 이야기가 새삼 생각난다.
바다는 나의 아뜨리에이다.
사람냄새, 바다내음과 더불어 나는 마음새 향기..
온갖 시름을 잊게하고 세상의 것들.. 오해와 미움이 스러진다.
함께한 조우님들, 선장님, 사무장님, 뽀수기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졸문 보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야조사(晝夜釣思)
항상 건강하시고 젊은 저희보다 낚시에대한 주야조사님의 그뜨거운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갑작스런 만남이 너무 반가워구여..호호할아버지 되실때도 선상에서
이슬이한잔 올릴수있도록 강건한 옥체 보존해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