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이 아니라 십사한일온인것 같습니다.
정말 모처럼의 번출날자를 잡고서는 이렇게 애타본 일이 별로 없는듯 한데
눈이 의심스러워졌습니다.
13일 날씨 예보를 보니 서해 겨울바다에 누군가 까맣게 칠을 해 놓았고
파고도 1.5m이기 때문입니다.
3일전인데 긴장됩니다.
파도여!~ 파도여~ 울지 말어라!~ 제발!~
간절히 두 손을 모으고 내 어머니의 비손처럼 이변이 없기를 말입니다.
아!~ 드디어 오늘밤에 갑니다.
하늘엔 아직도 얼음으로 채워져 있긴하나 여우별이 구름사이로
잠깐씩 웃어주니 신이나서 가슴박수를 칩니다.
동행님과 함께하는 태안의 희망팀, 이제님의 드림팀, 우리의 春夢팀,
총 13명이 바다로 겨울소풍을 떠나고 있는 중입니다.
날씨가 매섭습니다.
연일 영하 10,c를 넘나드는 날씨 때문에 옷을 우주인처럼 복장했는데도
칼바람이 목덜미를 타고 들어오는데 자동으로 자라목이 됩니다.
신진도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길목이 예전 그대로지만 무척 낮설은 길인듯 느껴집니다.
한달에 두세번 달렸던 길이 한 3개월만에 오니 그런듯 합니다.
저만치 선사의 사무실 불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불빛들이 너무 정겹고 들어서니 가**호 선주님 그리고 선장님,
사무장님이 반겨줍니다.
바람은 예보대로 잔잔하여 우리 모두 파이팅을 외쳐 봅니다.
배는 정말 스키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 듯 먼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2시간반 정도쯤... 배는 숨을 토합니다.
아!~
꿈속에 무릉도원입니다.
그리움 품은 동심의 소년들에게 서천 지새는달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망망바다는 온통 4분의3박지의 우아한 왈츠로 우리를 반깁니다.
얼마나 그립던 바다의 품입니까.
우린 모두 하늘 향한 두손으로 신께 우리는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입수가 시작됩니다.
날씨의 매서움은 모두들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않고 그져 먹을 만큼만 잡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뒷편에서 함성이 들려옵니다.
갑자기 가슴이 쿵!쿵!~ 거립니다.
나의 초릿대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래!~ 많이 굶었지.. 실컷 먹어라!~ 앙탈이 심합니다.
아!~ 손을타고 가슴까지 전해지는 이 전율!
어느 하늘아래 이보다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우린 모두 수채화같은 로맨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경염(競艶)의 우럭과 노래미들이 서로 예쁨내기를 합니다.
우럭의 어신은 그냥 털털!~ 쿡!~쿡!~ 이지만
노래미의 손맛이 가히 일품입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나 두마리가 물은듯 느껴지는 툴툴툴!!~
쿡쿡거림의 손맛은 정말 물오른 40대 초반 여인의 요분질 같습니다..^(^
어젯밤 마누라가 저보고 하는 말,
" 미쳤어!!!~~ 정말!~~ 이 추운데 무슨 바다예욧!~~ #%&*@#$%
~~ 마음대로 하세요!~~ "
문을 꽝!~ 닫고서는 안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 썩을... 30년을 같이 살면서 한결같이 바다를 사랑하는 이 마음을
그토록 모른단 말이여~~ ? ........
그래!~ 난 미쳤어!~
가만히 거실 쇼파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해 보니 피시시~ 웃음이 나옵니다.
맞어!~ 이 추운날에... 웬!~ 하하하하하~~
사람이 살면서 어느 한 일에 미친다는 것 좋은 일 아닌가요?
심하지 않고 살짝 미친다는 것은 그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되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일 수 있지요.
전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구요..^*^
* * *
우럭과 노래미의 육질은 자동 자연냉동고 영향인지 모르나 씹히는 질감이
쫄깃쫄깃하다 못해 언어의 표현이 없을 정도로 환상입니다.
오랜 숙련된 회솜씨의 이제님의 정갈한 솜씨도 한몫했죠.
함께 하면 할수록 정이 더 품어나오는 영원한 인생여로 동행자 - 순실한
'동행'님이 이슬이를 건네줍니다.
서로 권주하며 회 한점에 한잔 쭈~욱 빱니다...
아!~~ 어지럽혀진 마음을 진정하며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매료속으로 침잠하는 이 시간을 위해 미명을 열고 쾌속으로 바다를
향해 질주해 오지 않았습니까?
먹구름이 달려오더니 때마침 하얀 눈송이를 뿌려줍니다.
입을 열고 받아 먹었습니다.
나는, 지금 상추잎같은 행복자유를 만끽하며 도취경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낚시를 접어야 할 시간입니다.
겨울 조황치고는 이 정도면 대박수준입니다.
우리 선장님 그리고 사무장님, 무척 애쓰시는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순정파 김선장님... 제가 선장님을 좋아하는 이유 아시죠?..^*^
저녁, 태안 모 식당에서 이제님의 생일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해피버스데이~~♪~♬ 노래에 케익을 자르고..
주위 모든 분들이 축하해 주시고...
우린 이렇게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즐거워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잡은 우럭과 노래미는 애지중지 키워 보낸
고운 우리 며느리 부모님을
어젯밤 초대하여
회뜨고 매운탕 끓여 감사의 예를 베풀었습니다.
늘 내안에 소중한 사람들...
함께한 시간들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흐흐흐~~~나 빼놓고 출조 하셨으니 그만큼이라도 잡으신 것 입니다.
즐낚 축하드리고 30일날 뵈요...꽝만 면하기를 기원하면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