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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갈치 낚시를 다녀왔다.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라 보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들었지만, 작년 처음 접했던 갈치낚시가 참 희한하게 느껴졌던 점이 있어 바다를 향했다고나 할까?
낚시를 할 때는 그 과정이 너무 빡세게 느껴져서 ‘아~ 비싼 비용 지불하고 이게 웬 사서 하는 고생이람?’, ‘1년에 한두 번만 가야지.’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묘하게 그 힘든 과정이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건 뭐람?
너무 맛있게 먹는 식구들의 모습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무릇 모든 장르의 낚시가 그러하듯 ‘수렵’이 주는 독특한 쾌감… 갈치낚시 역시 쿨러에 차곡차곡 쌓이는 갈치를 보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던 이유이리라.
손맛으로 치자면 갈치는 참 보잘 것 없다.
우럭처럼 미끼를 물고 흔드는 앙탈도 덜하고, 더군다나 거치대에 로드를 올려놓고 초저속 릴링으로 유영층을 탐색하면서 하는 낚시라 ‘체감쇼크’ 운운하기도 민망할 뿐이다.
다만 ‘잡아서 먹기 위한’ 낚시라는 게 내 개인의 느낌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오히려 낚시의 원래 모습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자연과의 동화 운운하는 낯간지러움도 없고, 그저 먹기 위해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조업에 가까운 장르.
그래서 이런 표현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참 ‘솔직한’ 낚시 같다.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는 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서둘러 2010년 갈치 낚시를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의 과정이나 여수에서 만났던 눈부신 풍광, 함께 했던 좋은 분들과의 만남은 아마도 다른 분께서 올려주시리라고 생각한다.
작년 말 새로 구입했던 국산 전동릴의 갈치낚시 대응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시즌 초반의 갈치가 어떤 형태로 입질을 보이는지, 그 씨알과 개체도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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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추첨 결과 좌현 4번이 내 자리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자리이다. 선상낚시를 시작하고 조타실 옆자리에 앉게 되면 왠지 복권이라도 맞은 듯한 기분이 된다.
낚시를 하면서 어탐기를 직접 볼 수도 있고, 선장님과 언제라도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어서일까?
음력 7월 12일. 보름을 3일 앞두고 있어서 달의 크기도, 그 밝기도 만만치 않다.
3물에서 4물로 접어드는 물때이지만 출조점에서 들리는 얘기는 겉물의 속도는 무지하게 빠르고 속물은 잘 가지 않는 상황이라 채비의 단수를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눈부신 백도의 풍광을 뒤로 하고 드디어 풍이 내려간다.
아직 늦여름 해의 끝자락이 많이 남아 있기에 서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조점에서 대여한 3.1m 가이드 대에 카이젠 7000 SV를 장착했다.
작년 갈치낚시에서는 700 L.B를 썼었는데, 결과는 완전 삐침…
수동으로 핸들을 돌려야 했던 암울한 기억이 말을 갈아타게 했다.
경제적인 이유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지만, 또다시 국산 전동릴을 사게 된 건 ‘정속모드’라는 선전 문구 때문이었다. (지금은 ‘갈치낚시 대응’ 이라는 문구가 추가 되었다.)
갈치낚시에서 초저속 릴링모드가 왜 중요한지는 새삼스럽게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전동릴을 논하자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돌다 서다를 반복한다던가, 아예 추부하도 이겨내지 못하고 빌빌거려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물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속도로 레벨을 맞춰 놓고 엄지손가락으로 스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방법도 있고, 전동릴이 멈출 때 마다 수동으로 핸들을 돌려줘도 된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는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하고 몹시도 불편하다는 것!!!!
이런 불편함은 체력 소모가 심한 밤샘 갈치 낚시에서는 곧바로 피로와 짜증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티코’로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절대 특정 차량을 비하할 뜻은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를…)
엔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쉬엄쉬엄, 다소 무리가 올 때는 휴게소에 들려 가끔 엔진을 식혀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어쨌든 부산까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걸까?
추 부하를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천천히 갈치의 유영층을 탐색하려면 초저속 릴링은 반드시 구현해야 하는 핵심 사항이다.
이것을 결정하는 건 권상력 - 즉 모터의 힘이다.
모터의 힘은 그대로 놓아두고 메모리 프로그램만 바꾸어 놓고서 ‘갈치낚시 대응’ 운운한다는 건, 너무 안이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니언 기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현지 출조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초저속 릴링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지금 현재의 권상력으로도 피니언 기어의 마모가 심하다는 건 결국 부품의 소재가 갈치낚시의 부하를 견디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이걸 흔히 ‘설계 미스’, 또는 ‘개발 미스’ 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전동릴의 권상력이 20Kg이면 다른 모든 부품 역시 이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의 재질을 가져야 하는데, 특정 부품의 마모가 빠르다면 그 부품을 계속 써서는 안 되는 일 아닌가?
장비대여로 생기는 수익을 전부 A/S 비용으로 지출된다고 하니… 쩝쩝 :^^:
결국 갈치낚시까지 염두에 두고 국산 전동릴을 구입한다는 건 ‘불편함’과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인데, 소비자의 선택을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기술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판단이 드는 대목이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의 빠른 A/S 대응이 다소나마 위안거리가 될 뿐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