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갈*치*낚*시*이*야*기*
삶의 샘물같은 친구 광어잡이님(김선배)과 함께 오붓하게 두사람이 여수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새벽길 택시를 타고선 평촌에서 합류하여 떠나는 여수행 출조버스길이 좋은 사람과 함께해서 그런지
무척 편안하고 여유롭습니다.
황금물결 이루어 아름답던 들판은 이미 추수가 끝나 황량한 논으로 변해 을씨년스럽습니다.
전주를 지나 남원으로 접어들면서 가을은 본격적으로 무르익어가고 구례를 도달할 무렵,
지리산 자락의 온 산야는 마치 불이난 산처럼 붉게 물들어가 가을의 남심을 흔들어 놓습니다.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같은,
흘러간 올드팝송처럼,
나즈막한 음률의 첼로음으로 여수로 달리는 우리를 환송하고 있습니다.
선율에 실린 고혹적인 산명수자 만추의 향에 취해 눈을 감습니다.
이 꿈결같은 환상의 가을풍경에 몸과 마음을 맡기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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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항을 들러 손님을 내려드린 후 버스는 지금 막 돌산대교를 지나고 있습니다.
굽이 굽이마다 해안에 떨구어 놓은 작은 마을을 지나 드디어 11시30분경에 돌산항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제법 불고 있습니다
뒷산에서 날려온 낙엽들이 바람에 눈꽃처럼 흩날리어 가을햇살에 빛나는 물결위에 파르르 떨며
내려앉아 작은 돗단배가 되어 어디론가 떠내려 갑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선사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내에 차려진 조촐한 뷔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이른 아침에 떠난 우리들이기에 무척 출출하니 맛깔스럽기한 남도의 찬향(饌香)에 취합니다.
정성껏 만든 반찬들이 색깔과 함께 기하학적인 균형에 맞춰 배치돼 맛과 함께 감탄을 자아냅니다.
윤기 자르르한 햅쌀밥, 아삭아삭 고소한 콩나물무침,
칼슘과 칼륨이 풍부한 신선한 바다향 멸치볶음,
땅과 공기, 물이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나는 싱그러운 무침나물,
달콤 짭조롬한 맛좋고 빗깔좋은 젓갈,
가장 좋은 맛을 내는 계절의 갈치육즙이 입안을 금세 정복하는 매콤한 맛의 갈치조림.
부드럽고 연한 미역국 또는 멸치향이 그대로 담긴 씨래기국까지
소박한 밥상으로 한폭의 작은 풍경화입니다.
3시가 다 될 무렵,
배는 힘찬 엔진음과 함께 항구를 박차고 다도해 섬을 돌아 망무애반(茫無涯畔)으로 달려갑니다.
출렁이는 파도며 저만치 달아나는 섬들, 바람을 타고 날으는 갈매기까지 움직이는 모든것이 감동인 바다입니다.
무구한 사랑의 표상처럼 수없이 반짝이는 금빛 바다의 물비늘들, 저쪽 제법 큰 상선 하나가 긴꼬리를 남기며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배는 멈추면서 풍을 놓습니다.
예보대로 바다는 많이 출렁 거리며 바람도 제법 드셉니다.
첫입수가 시작됨과 동시에 옆에서 괜찮은 씨알이 올라옵니다.
예감이 좋습니다.
채비는 번거롭지 않고 한발 두발의 속전속결이 편한 50호 나이론줄에 단차는 2m로 8단을 사용합니다.
바늘은 갈치바늘보다 견고하고 약간 비틀어져 후킹력이 좋아 보이는 24호 우럭바늘을 사용해 보고 싶어
직접 만들었고 꽁치미끼는 길지않게 소위계급장 같은 마름모꼴로 썰어 바늘에 뀄습니다.
모양새가 아주 좋습니다.
지난번 갈치 손질할 때 뱃속에서 나온 꽁치대가리며 포를 뜨고 버린 몸뼈가 통채로 나오길래
활성도가 좋은 요즈음이기에 바늘도 미늘도 큰 24호 바늘을 사용하고 미끼도 두툼하게 짧게 썰어 꿰면
부분만 따먹는 괴팍스럽고 얄미운 놈들이 이번엔
입을 크게 벌려 한입에 넣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찬 생각에 가슴이 콩딱거립니다.
탁탁!~~ 예신이 옵니다.
손에 눈에 힘이 들어 갑니다.
투둑!~ 쑤~~욱!~~ 초릿대가 빨려 들어갑니다.
첫 마수걸이는 4지 가까운 한마리와 풀치 한마리 입니다.
24호 우럭용 스틸바늘의 합격점입니다.
단차도 2m간격(목줄은 1.5m)이라 채비회수가 아주 편리합니다.
좀 소강상태인지라 저녁을 먹고 시작하자고 하는데 속이 좀 메스꺼워 저녁먹기를 포기했습니다.
바다노을이 시작됩니다.
늘 봐오는 풍경이지만 유난히 푸른 가을하늘의 만경은 더욱 붉음이 더해져 수평선과의 진한 입맞춤이
한마디로 황홀경입니다.
바다는 어머니의 밥상포처럼 어둠으로 덮여갑니다.
집어등이 켜지기 시작합니다.
바다 멀리의 도어선들 불빛도 휘황하게 빛이나기 시작합니다.
동쪽바다에서 원반같이 둥근 아주 붉은것이 뜹니다.
달입니다.
달과 별을 무척 사랑하는 나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월명(月明)이라고 생각하니 미워집니다...ㅎㅎㅎ
차라리 구름으로 뒤덮여 버렸으면 하는데 달은 더욱 밝게 그 옆의 큰별(아마도 십자성 같은)을 친구삼아
함께 바다를 은빛으로 수놓고 있습니다.
광어잡이님과 캔맥주 한잔씩 나누면서 달을 보며 "대박을 위해!~~" 건배를 합니다.
짜릿한 목넘김에 좋은 사람과 함께 이 행복한 바다위에서 한잔은 기분이 묘하면서도 참 좋습니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자유로워지는 여유로 덤으로 치유라고 하는 선물까지 받고 있는 것이지요.
채선장님은 계속해서 바지런히 선내를 돌며 초보를 위한 열강과 함께 실습을 보입니다.
방송으로 전체의 집어층을 유도하기 위한 m권을 쉴새없이 알려줍니다.
초보를 일행으로 모시고 온 경력손님도 이러한 채선장님의 친절강습에 안심하며
나름 열심히 채비손질에 전념합니다.
11시가 넘으면서 입질이 전체적으로 끊기는 모양입니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마칼바람의 추위는 뜸한 입질로 움직임이 별로없는 이 때 더욱 성가시게합니다.
따끈한 물을 부어 마시는 컵라면 맛은 몸의 체온상승 효과도 있지만 출출함을
달래기엔 이 만큼 좋은 음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2시가 넘으면서 입질이 다시 살아납니다.
배가 서서히 불러오는 쿨러를 보니 힘이 솟고 손길이 빨라집니다.
이리하여 먼동이 약간 틀 무렵까지 낚시를 했습니다.
전체 조황은 날씨로 인해 원바다로 가지 않아 대박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의 조황을
가져 저는 100여수 했습니다.
돌아오는 선실에서의 달콤한 잠, 내릴 때 가쁜합니다.
갑자기 광어잡이님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빈쿨러를 끌고 옵니다.
" 아니? 잡은 갈치 위판장에 다 판겨? "
광어잡이님도 거의 80수 했다고 했는데 빈쿨러를 끌고 오길래 제가 물었었죠.
" 단체로 오신 서산의 고향팀들이 왔는디~ 못잡아서 다 줬다니께~!"
이런 이런!~~ 참 어이가 없습니다. 그 많은 갈치를 그냥 다 줘버리다니...
마음밭이 고운 사람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그래도 그 많은 갈치를..ㅎㅎㅎㅎ
어제 출항전에 선상에서 먼곳에서 온 고향사람이라며 인사를 하고 아주 살갑게 지내더만..
아침을 먹으면서 광어잡이님 고향(충남 스~~산) 사람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선장님두 사모님도 조흔디~~ 더 좋은 사람들 만나 오늘 기분이 겁나게 좋아유~~"
그 자리에서 14일 예약을 합니다.
아침을 먹고 광어잡이 친구랑 숙소에 갔지만 쉽게 잠이 올리 만무하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니 깜빡 2시간 정도 꿈나라로 여행한 것 같습니다.
새벽에 잡은 것 일단 장모님께 택배로 부쳤습니다.
모처럼 사위노릇 하는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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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행복식단에 이슬이 한잔씩 권주하며 오늘의 날씨 이야기를 화제로 올립니다.
바람이 더욱 거셉니다.
주의보가 내려져 출항이 불투명합니다.
울산에서 버스를 타고 단체로 오신 분들이 난감해 하십니다.
오후들어 바람이 좀 자는 것 같습니다.
먼바다로 가지않고 가까운 근해에서 하는 조건으로 출항이 떨어집니다.
아~~ 근데 오히려 어제보다 바람이 파고가 덜합니다.
초저녁부터 입질이 활발합니다.
교습을 받은 초보님들이 오히려 더 잘 잡습니다.
일투 5피까지 잡아내면서 신이 났습니다.
저도 어제의 24호 바늘로 배의 우축 중간에서 계속 재미를 보고있습니다.
꼴랑대는 배지만 선실에 누워있는 분은 한본 정도로 열심히 격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바늘이 커서 걸려든 갈치 빼기가 아주 쉽습니다.
12시에 소강상태라서 선실에 잠시 누웠는데 깜빡했던 모양입니다.
입질이 되살아났다며 광어잡이님이 깨워 일어났더니 개운합니다.
체력은 나보다 역시 광어잡이님이 훨씬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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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야!~ 자리가 있는데 안 바쁘면 우리 하루 더 하고 갈까?
내일 날씨도 아주 좋게 나오는데..."
유혹이 아니라 듣던 중 반가운 뉴스입니다.
나도 오히려 광어잡이 친구에게 되물었습니다.
"괜찮겠어? 하루 더 하면 좋지!"
이렇게하여 조황은 175수로 형제와 또 다른 2군데 택배로 부쳤습니다.
2~3시간 정도 잠자러 숙소에 갔는데 웬걸? 잠이 와야지요...
도란도란 둘이 인생이야기 하다보니 12시가 넘어버려 사무실로 왔습니다.
바람이 확줄어 돌산항 앞바다가 완전 장판스타일입니다.
"와!~ 날씨 쥑인다!~ 야호!~~ 오늘 우리 대박내자!~ "
먼저 온 손님들이 1,2,3번 자리와 10,11번 자리를 선점했는데
남은 자리 19번 20번으로 일찍 잡아 두었기에
우린 하이피이브로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은 관계로 멀리 나간다고 합니다.
선실에 누워 잠을 청하며 컨디션 조절에 들어갑니다.
설레이는 가슴을 달래며 스스로 자장가를 불러 잡을 청합니다.
친구는 깊은잠에 들어갔는지 요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습니다.
저도 좀 잤습니다.
오늘은 일을 내야히기에 선장이 주는 멀미약을 먹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 저녁을 먹고 또 소주도 한잔씩 앞쪽 손님끼리 나눴습니다.
채비를 내림과 동시에 씨알이 좀 잘아서 그렇지 꾸준한 입질이 밥11시까지 연결됩니다.
"모두 좀 잡았으니 배를 이동해서 큰놈들을 잡는데로 가야겠습니다."
1시간 이동하여 채비를 넣었는데, 2시까지 입질이 별로 없습니다.
" 지금 물이 정지된 상태라서 그러는데 조금만 기다리시면서 계속 새미끼를 갈아주고
바늘도 끝이 예리한지를 점검하면서 갈아 주십시오.
2시가 넘으면 큰 갈치들의 입질이 올겁니다. "
모두 조용합니다.
설마 그렇게 될까? 하는 눈치입니다.
손님들 중에는 "아까 그 장소에서 계속했으면 좋았을텐데..."
"두고 보십시다. 채선장님의 경험에서 오는 예리한 목측법과 판단력을 믿어 보십시다.
가끔 저도 이 배를 타는데 판단력이 탁월한 갈치 전문 선사로 소문이 나 있어요.
자!~~ 이 참에 소주나 한잔씩 하십시다."
둘러앉아 한잔씩하며 간간히 초릿대를 응시하고 있는사이 친구의 초릿대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달려가서 챔질을 하는데 계속 덜퍽스럽고 육즁한 입질이 쿡쿡!~~ 계속 이어집니다.
1번~2번 자리까지 입질이 오니 마시다 말고 다들 자리로 돌아가 돌격 사격태세를 유지합니다.
계속이어지는 주종 3~5지의 왕갈치밭에서 나도 덩달아 개구멍서방질 노릇 열심히 합니다.
친구와 다른 사람들 한결같이 4~7걸이까지인데
근데 나는 기껏해야 2~3마리 정도입니다.
솔직히 애가 탑니다.
미끼도 친구의 미끼로 흉내내 썰어 보고 살짝 훔쳐 꿰어 보기도 하지만, 미끼만 따먹고 빈 바늘 회수가
예사입니다.
채선장님이 오셔서 내 바늘을 보시더니 "주야조사님, 바늘이 좀 큰것 같은데 작은 이 바늘로 사용해 보세요."
선실에 가서 바늘을 갖다 주십니다.
"어제 어제도 이 바늘 계속 사용해서 많이 잡았는데....참 이상하네...."
같이 바늘을 바꾸어 미끼도 친구의 미끼정도로 썰어 비다에 밀어 넣었습니다.
왓!~~ 기가막히게 들어 맞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용어인데 물오른 과부 요분질 마냥 물고 흔들고 쳐박고 난리부르스입니다.
선장님의 견해가 딱 들어 맞습니다.
풍랑이 드센 날에는 바다밑도 혼란스럽고 소음이 있으니 경계심이 늦춰진 까닥이라
입질패턴도 우악스러울 것이고, 오늘처럼 잔잔한 바다에서는 역시 바다밑도 조용하니까
조심스런 입질과 시각적으로 보이는 큰 바늘에 대한 경계심 유발이 원인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작 그랬으면 30수 정도는 더 수확했을터인데... ㅎㅎㅎ
다음엔 22호 우럭바늘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가격도 저렴하니 수시로 갈아줘도 될 것 같고....
채선장님은 오롯히 선장석에 앉아 계속 어탐기를 보고 올라오는 갈치의 입질층의 확인하며
모두 같은 수심층으로 공략하라고 같이 밤샘으로 방송합니다.
좀 주무시라고 해도 요지부동입니다.
하루 3~4시간정도 자면 견딜만하다고 하니 체력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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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버스를 타고 귀경길에 오릅니다.
버스안은 모두 달콤한 잡에 취했는데도 우리는 잠시 눈을 부쳤을 뿐, 첫번째 휴게소를
떠날때부터 재미난 이야기(?)로 평촌까지 왔습니다.
아마도 우린 타고난 갈치체질인가 봅니다...하하하
후배가 데리러 와서 그 차로 집에가는데 웬 차들이 그렇게 많은지...
오후 6시30분에 도착, 대충 정리하고 9시에 까무라졌습니다.
일어나니 아침 7시입니다.
10시간을 송장으로 지냈던 모양입니다.
동네 나눠주고 동네 낚시인들 8명을 불러 우리집에서 갈치조림과 지난번 잡은 주꾸미에 삼겹살을 넣은
주삼불고기로 다함께 즐거운 이슬이 목욕을 하였습니다.
너무 길었지요. 3일치라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우필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주야조사 씀 ~
원없이 칼낚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