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부지리>의 고수님들께서는 제 글을 패~쓰 해주시구요.
우럭낚시를 처음 시작하시려는 분들은 그저 심심풀이 삼아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이 3월 25일이니까 음력으로는 2월 14일…
날짜로 계산하면 영등철의 끝을 하루만 남겨두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제공하는 해양관측 정보에 따르면 영등철은 연중 최저로 떨어졌던 수온이 반등을 시도하는 시기입니다.
양력으로 2월 중순 경, 최저로 떨어졌던 수온이 3월 중순이 되면 약 1℃ 가량 상승함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어초, 침선의 우럭 활성도가 꿈틀대며 살아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군산에서 출항하는 배를 타고 침선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수심 70~80m, 침선 높이는 10~13m, 로드는 침선을 타고 넘거나 고기를 걸었을 때 높이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2.3m의 길이를 선택했습니다.
채비는 단차 120cm, 빙글뱅글 구슬을 이용해 채비 꼬임이 거의 없는 자작 2단 채비, 미끼는 오징어채만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럭낚시를 웬만큼 해보신 분이라면 자작 채비를 만드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요즘 빙글뱅글 구슬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채비 꼬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슬이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보인 건 열기 채비부터 였습니다.
10단 많게는 20단까지의 복잡한(?) 열기 채비가 꼬이기 시작해 가짓줄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면 낚시고 뭐고 그 귀찮음에 넌덜머리가 나겠지만, 빙글뱅글 구슬의 출현은 이런 불편함을 한 방에 정리해버린 해결사였습니다.
이 구슬이 꼬임에 강한 이유는 회전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지금까지의 우럭 채비는 가짓줄을 도래에 묶어 썼기 때문에 도래의 회전력에 따라 채비 꼬임의 정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회전력이 좋은 도래일수록 꼬임은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 구슬은 도래의 회전력에 의존하지 않고 구멍을 관통한 가짓줄이 돌기 때문에 꼬임의 빈도를 확연히 줄여내게 됩니다.
이렇게 꼬임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는 빙글뱅글 구슬이지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가짓줄을 넣는 구멍이 작기 때문에 눈이 나쁘신 분들은 꼴랑대는 뱃전에서 구멍을 찾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게 됩니다. 최근에 출시된 신형 구슬은 이런 불편함도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실물을 보진 못했습니다.
낚시가 시작되고 선장님은 수심과 침선의 최고 높이를 멘트로 알려주십니다.
“수심은 73m 나오고요. 침선 높이는 10m입니다. 바닥 찍고 약 8m 지점을 노려보시기 바랍니다.”
옆자리에서 낚시를 하시던 몽돌님은 6m 정도를 들고 계시다가 천천히 감아올리던 그 순간 입질을 받아내셨고, 잠시 뜸을 들이나 싶더니 의도한 3걸이를 작렬시키십니다. 4짜가 훌쩍 넘는 씨알…, 왕부럽~~^^*
바닥을 치고 있던 차가운 수온이었지만, 우럭의 생태는 그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럭낚시 뿐만 아니라 갈치, 열기낚시 또한 ‘잡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물고기가 있는 곳(유영층)’에 ‘내 미끼 가져다주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서두에서 채비에 관한 사설이 길어졌습니다만, 채비나 미끼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가지면 크게 가질수록 포인트 특성에 대한 집중력은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선상 우럭낚시는 밑밥 등으로 물고기를 유인해서 잡아내는 장르가 아닙니다. 고기가 있는 장소에 미끼가 들어가야 입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고기가 있는 장소로 미끼를 보내주는 첫 번째 역할은 선장님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절과 물때에 맞춰 좋은 포인트를 선정하고, 바람과 조류의 영향을 감안해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자리로 배를 밀어 넣게 됩니다.
배의 ‘운용술’이 뛰어난 선장님일수록 고기를 잡아내는 적중률은 당연히 높아지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같은 배를 탄 모든 사람들이 고기를 잡아내는 건 아닙니다.
그 이유의 첫 번째는 ‘포인트에 닿는 기회‘의 횟수가 될 것 같습니다. 포인트에 닿는 횟수가 많을수록 고기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집니다.
속된 말로 ‘우럭낚시는 선장 놀음’이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포인트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고기를 잡아내는 신의 경지에 이른 낚시솜씨를 가진 사람이야 없겠지만, 포인트에 닿았는데도 고기를 ‘못먹는’ 일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채비나 미끼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잘못 맞춘 ‘높이’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기가 바닥권에 있는데 미끼는 허공을 가르고 있다거나, 반대로 고기가 떠있는데 미끼가 바닥을 기게 되면 입질의 기회는 점점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영등철의 끝자락, 수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우럭은 한 여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떠서 입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봄이 옴을 시샘하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지만, 바다 속의 우럭은 굳건히 자기 ‘높이’를 지키고 있네요.
‘높이’ 잘 맞추셔서 늘 즐낚 이어가시길 빕니다~^^*
잘 봤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