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꿈 - 주야조사의 왕갈치 낚시.
예약을 하고나면 시작되는 설렘...
ktx 기차를 타고 들뜬 마음으로 여수로 향합니다.
가을바람에 만경금파를 이루는 들판을 지나니
"옴마!~ 지리산(智異山)이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탄성이죠.
살짝 안개에 싸인 지리산 모습이 아침 창가에 앉은 시크릿 시루스 여인을 닮았습니다.
1915m 거대한 지리산은 남한에서 두 번째 높은 산,
한국인의 기상(氣像)이 발원된다는 지리산을 보며 에너지를 팍팍!~ 충전합니다.
기차는 3시간 20여 분을 달려 벌써 여수에 도착합니다.
돌산 아줌씨의 대절 택시를 타고 돌산 군내항으로 향합니다.
거북선 대교가 보이고 푸른 물결에 아름다운 한려수도가 품에 안기는 포근함이여~
바다海에는 어머니 母자가 들어 있어 바다는 어머니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다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리운 어머니 품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배는 2시에 출발, 금호열도를 지나 연도를 벗어납니다.
풍을 놓고 여유를 부립니다.
저물어가면서 석양은 더욱 붉은빛을 발합니다.
섬과 섬을 넘나들면서 인사를 건네는 석양빛의 산란은 자연이 이루어 내는
색채의 운동감에 나는 넋이 빠지고 맙니다.
이 오묘함과 광대한 섬세함에 도시의 사박스런 생각을 모두 태워버립니다.
어둠이 어머니의 밥상포처럼 덮이고 집어등이 켜지면서
기본이 3~5지로 잔씨알 없이 요동치며 줄 타는 갈치의 요분질에 다들 집중! 집중!
선장님의 기분 좋은 잔소리의 독려가 시작되네요.^^
초리대의 강렬한 춤 동작에 우리는 매료 뿜뿜뿜~~ ♬
마치 빠른 템포와 강렬한 리듬의 남미 삼바춤처럼... ♪
아니지, 아니지...
독수공방 10년 과부 폭풍과도 같은 요분질 같은 느낌이랄까...ㅎㅎㅎ
쿡쿡!~ 쳐박는 초리대를 보는 내 마음은 자지러진 감창소리와 함께
숨이 컥컥 막힐 정도로 짜릿하고 황홀한 쾌감을 줍니다.
바다의 밤을 찬란하게 빛내는 은린옥척(銀鱗玉尺)들...
이 맛에 갈치낚시를 다니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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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슬프게도 이 모든 것이 꿈이었습니다.
월초 태풍 '힌남노'와 지금 올라오고 있는 '난마돌'로 가까스로 예약한
2번의 주말의 바다여행이 공교롭게도 산산이 조각나 물거품이 되었지요.
얄미운 태풍입니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 남동부를 강타하고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피해를 많이 보신 분들이 많습니다.
정부의 조속한 피해복구와 보상이 따라야겠지요.
7년 전의 젊음 사진이네요.. ㅎㅎㅎ
그러나 미워할 수만은 없는 태풍이죠.
태풍도 다음과 같이 인간과 자연에 순기능을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다 낚시꾼인 저는 태풍에 무척 민감합니다...^^
이왕 오는 태풍, 그 순기능을 이 기회에 알아보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 북상중인 태풍 14호 난마돌입니다.
<첫째>
태풍의 강한 바람이 바다 저층까지 영향을 주어 해수 전체를 섞어 주는
턴오버(turnover)로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것은 물론, 수심 깊은 곳의 용존
산소량을 증가시켜 기초 먹이인 플랑크톤과 어류나 해조류 등 바다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하고 활성화시켜 줍니다.
<둘째>
갈수록 심각해지는 내만의 적조 현상을 방지해 줍니다.
육지로부터 유입된 영양염류 과잉도 문제지만, 높은 일사량에서 오는 내만
고수온으로 발생한 적조현상을 비와 바람으로 인하여 수온을 내리게 하고
바닷물 뒤섞어 완화시켜 주게 됩니다.
<셋째>
지구는 둥근 구형으로 되어 있어 저위도와 고위도 사이에서 열에너지
불균형이 나타내며, 적도 부근에서 발생한 대량의 에너지를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태풍이 순환시켜 지구의 열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시켜 줍니다.
<넷째>
대기 중에 존재하는 미세먼지,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많은 오염물질은
비에 쉽게 녹는 성질이 있어 대기가 맑게 정화시켜 줍니다.
<다섯째>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태풍은 많은 비를 내리게 하므로 가뭄이 해소됩니다.
이 비들이 상당수가 땅속에 스며들어 풍부한 지하수층을 이루고
일 년 내내 물을 여유 있게 공급하죠.
특히,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는데, 많은 다목적 댐들이 일반적인 비로서는
채우기 어렵고 이런 태풍을 통해 수량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계기가 되며,
기회 때마다 적절히 하류로 흘려보내 적조나 녹조현상을 방지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얼마 전에 내린 힌남노 폭우로 인해 다목적댐인 소양강댐, 평화의댐, 충주댐, 대청댐
등이 다 만수가 되어 올 겨울 물 걱정은 다 없어졌다 합니다.
<여섯째>
태풍이 초속 20~30m까지는 피해보다는 순기능이 많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초속 40m가 넘는 태풍은 해가 되지만, 그 아래 태풍은 순환과 정화 등,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가치 이익이 더 크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여 간에 갈수록 오염 배출원이 많아지는 지구에 갈수록 이런 강한
순환작용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곱째>
특히 올해와 같은 긴 장마철에 중국 내륙의 양쯔강이나 황하강에서,
또 우리나라 강에서 서해, 남해로 흘러나온 민물로 인해 바다는 용존 산소의 감소로
체내 산-염기 균형을 유지하지 못해 항상성(恒常性)이 파괴되는
생리적 변화를 맞게 되어 바다 생물한테는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먹이 반응이 없고 활동을 현저히 줄 뿐더러 입질이 확연히 없어
우리 같은 낚시객들은 울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나간 11호 태풍 '힌남노'와 12호 태풍 ‘무이파’와 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에 지나게 되면, 바다를 뒤집는, 소위 말해서 위아래 바닷물이 섞이는
용승작용(湧昇作用)으로 온 바다가 수온과 염도가 적정하게 안정이 되면서
근해나 외해 모두 9월 말부터는 활성화되어 좋은 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희망적인 생각을 나름 가져봅니다.
오랜만에 어부지리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니 반갑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암튼 부족한 점 있더라도 이쁘게 봐주시길 원합니다.
선후배 조사님, 감사합니다.
아직 녹슬지 않은
바다에 대한 熱情이 살아 꿈틀거리네요
서늘한 바람불면 늘 살아나는 숫놈의 방황이 시작되는 건 아니겟지요
조만간 힘이 솟고 기뿜 넘쳐나는 선상에서 지그재그 스텝으로 질펀한 요분질의
황홀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때까지 몸 튼튼 마음 튼튼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