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항상 부딪히는 어려움은 적자생존, 혹은 자연도태라는 생물학적 용어로 풀이할 수 있다. 흔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정글의 법칙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힘센 자보다는 적응을 잘 하는 자만 살아남아 자연도태를 면한다는 것이 자연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바다 속에도 이 법칙은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우리가 찾아가는 포인트마다 잡히는 우럭이나 광어, 혹은 대구 등의 어종이나 크기 등등이 대체로 일정하다. 물속에서도 끼리끼리 모여 서로 세력 군을 형성하고 여기에 끼이지 못하는 개체는 도태되거나 쫓겨나기 때문이다.
어제 탄 배에서도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눈에 뜨였다. 5짜 6짜 개우럭 등 대물만 계속 나오는 좌석과 잔챙이 잔치로 골머리 앓는 자리가 확연하게 구별되었으니 선장도 골고루 맞추어 주느라고 머리가 쥐가 난다고 하소연 했을 정도였다. 바람은 거의 없었으나 이상하게도 물길이 정상적인 접근방식과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어제 5월29일, 목요일, 음력 4월25일로 한조금. 새벽4시 간조- 오전 10시30분 만조. 날씨는 구름 조금, 짙은 안개. 파고 0.5M. 낚시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었다. 이런 날 고기 못 잡으면 그야말로 바보(?). 미리부터 이때를 눈여겨보았기에 아는 분한테 같이 가자고 신진도 ㅂㄷ-1호에 예약을 부탁했었다. 이 분이 이제까지 격주로 좋은 물때에 이 배로 출조하여 삼전 전승, 큰 손맛을 보았다기에 나도 또한 들뜬 기분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던 것.
우리 조사들은 얼마 전에 이 어부지리를 통하여 선비인상에 대한 의견을 적나라하게 표출한 적 있다. 외견상으로는 너도나도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진데 선주들의 이익만을 위해 1만원씩이나 인상하는 것을 성토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자기가 낸 비용에 걸맞은 대접을 요구하는 소리가 더 컸던 것 같다. 어쨌든 선주들은 요금 인상을 강행했고 낚시꾼들은 순한 양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 요즈음 보면 아주 작은 변화지만 이전과는 약간 다른 낚싯배가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물론 내만 권에 우럭이 들어오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어제 탔던 승객 15인승의 이 배에는 사무원이 없기에 그 흔한 커피 한 잔 권하는 사람도 없고 낚시하다 줄 엉켜도 혼자 처리해야한다. 그 뿐 아니라 나와 이 배의 첫 만남은 어쩌면 그리 유쾌한 편은 아니었다. 친목회 정출로 처음 탔을 때 조과도 형편없었고 날씨도 나빠 일찍 회항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만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처벌되기 직전에 알코올 농도 0.0001%의 차이로 처벌을 면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점심때 먹는 이슬이는 보통 오후 6시 귀가할 때는 완전히 깨게 마련인데 나쁜 기상 때문에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올라온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차를 운전 한 탓이었다. 어쨌든, 아침에 라면이나 죽을 나누어주고 커피는 물론 자잘한 심부름은 물론 맛깔난 회까지 다듬어주는 여느 배와는 달리 어찌 보면 서비스 면에서는 엉망이다. 아니 아예 없다. 그런데도 정원22인승의 위용을 자랑하는 다른 배보다 항상 더 바쁘고 손님이 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기념으로 원하시는 손님이 계시면 사진 찍어 드립니다. 대신 나중에 쿨러 확인하기 쉽게 좀 협조 부탁드립니다.’남들이 기를 쓰고 하는 사진 찍기를 해 주기는커녕 아예 손님한테 일까지 시켜먹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아무 군소리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남는 시간에 부지런히 point에서 더 많은 고기를 잡도록 전력투구하기 때문이다. 이 배의 포인트 이동은 참으로 짧다. 보통 2~3분, 길어야 10분. 그러니 이동 중에 회 파티 같은 호사는 꿈도 꾸지 말 일이다. 꼭 먹고 싶으면 자기 팀에서 스스로 해결 할 수밖에 없다. 주방에 모든 기구와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 배를 몰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점심 식사용 매운탕 준비하는 시간 5분 정도일 뿐이다.
낚시 끝나고 너무 피곤해 한 참 자다가 밖을 내다보니 내가 어지럽혔던 자리가 말끔하게 치워져 웬일인가 보았더니 낚시꾼 스스로 모두 쓰레기를 치우고 오물은 봉투에 넣어 다음에 타실 손님들을 위해 선장이 해야 할 일을 대신 끝냈던 것. 선장이 마음에 들면 손님들이 자진하여 낚시 환경울 정갈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새벽 신진항을 출발할 때 옆에 있던 배들이 우리 배와는 달리 모두 한산한 이유를 이제야 겨우 알겠다. 그야말로 선상 낚시계에 시작되는 적자생존 자연도태의 첫걸음으로 느껴졌다. ㅂㄷ-1호 차선장은 손님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꿰뚫고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인천의 ㅊㅈ 5호. 영흥도의 ㄱㄱ 5호. 등등. 모두 친절하면서도 조과 역시 괜찮은 것으로 호평을 받는 중이다.
정말 사진은 일인당 1장씩만 찍고 나머지는 원하는 분들만 찍으면서 항해에만 신경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좋은 써비스로 칭찬 받는 유선사는 많이 알릴수록 좋은게 아닐까요?
태클걸기보다는 좋은점은 따라하면 되고 자연히 그배에도 손님들이 몰리겠죠..
인천의 ㅊㅈ5호나 영흥도의 ㄱㄱ5호도 함 타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