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가 실수로 강물에 칼을 떨어뜨렸다. 그는 즉시 배에 칼이 떨어진 곳을 새겨 놓았다. 나루에 이르러 배에서 내려 그 자리에서 칼을 찾았다는 고사에서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는 멍청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요즈음 표현으로 바꾸면 ‘또라이’
그런데 요즈음 낚싯배에는 각주구검, 조류 따라 흘러가는 배에서 칼 빠트린 자리 찾으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갖은 정성을 바치는 또라이, 아니 낚시꾼이 꽤 많다. 어느 항구의 어떤 배는 어느 자리가 명당이고 어디의 무슨 배는 선장실 옆에 앉으면 대박이라는 등등 족보까지 외우며........
이미 많은 사람에 의해 검증된 사실이지만 낚싯배마다 특석이 있다. 어떤 배는 선장을 기준으로 뒤에서 몇 번째 자리, 혹은 선장의 좌측, 또는 우측. 이물에서 몇 번째 자리에 앉으면 대박이라는 신화 같은 전설을 가진 자리가 있다.
그리고 베테랑들은 이런 자리가 선장의 배를 모는 습관이나 어군탐지기의 위치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으며 선장들도 굳이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출항하기 서너 시간 전부터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리거나 아예 그 전날 미리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깃대를 꼽아 주위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한다.
선장은 좋은 자리 차지하지 못한 낚시꾼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게 마련이고 한동안 홈페이지가 시끌시끌해진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다시 도로아미타불로 돌아간다.
배를 잘 몰기로 소문난 모 선장은, 누구라고 밝힐 수 없지만, 심지어 ‘내가 원하면 특정 인물 한사람만 고기 잡게 해 줄 수도 있다’고 큰소리 친 적 있다.
지금은 어떤 일로 그 배와 멀어졌지만 약 3년간 단골로 타면서 겪은 일이다.
이 선장은 낚시꾼에 따라 호불호가 매우 심하게 나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손님들의 상태를 살펴 배를 골고루 대어주는 솜씨는 뛰어나다는 것. ‘이번에는 뒤쪽 오른쪽이 먼저 들어갑니다. 곧 들어 갑니다. 줄 맞추세요.’ 아마 그 배를 탄 경험이 있던 분이라면 지금 내가 어느 배를 말하는지 아실 것이다.
줄 맞추라는 말은 침선 높이에 맞게 줄을 올리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고도 못 잡으면 손님은 선장에게 험한 소리 듣게 마련이다. 그래도 손님들은 욕을 얻어먹으면서, 바보취급 받으면서까지 이 배를 타려고 줄을 선다.
왜냐?
언젠가는 자기가 앉은 자리도 단골들의 자리만은 못하겠지만 공평하게 기회가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손님들이 자리 탓을 하며 불평하면 선장들은 배를 골고루 잘 대어 주려고 애쓰는 심정도 몰라본다고 오히려 짜증을 낸다. 그런데 선장은 골고루 잘 대어 준다는데 자리에 따라 차이가 난다면 결론은 뻔하다.
낚시꾼이 서툴거나 선장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손님들에게 거짓말 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나는 앞에서 예로 든 그 선장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니, 싫어하지만 자기 배에 탄 손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마음씨만은 높이 사고 싶다. ‘자~~이번 에는 앞쪽부터 먼저 들어갑니다. 거기 앞에 계신 사장님 빨리 준비하세요. 아~~그렇게 하면 늦잖아요? 다른 사람도 못 잡게 하면 어떻게 해요! 아, ㅆㅂ ㅆㅂ 못해 먹겠네.’
작은 어초나 침선에 배붙이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 선장처럼 그때그때 어느 쪽이 먼저 들어가며 이제 곧 침선에 닿으니 준비하라고 일러주는 선장이 좀 더 많아지면 손님들의 자리 타령이 줄어들 텐데 대부분의 선장들은 배에 설치된 무전기로 다른 선장들과 온갖 잡소리 다 떠들면서 손님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데는 인색하다.
기껏해야 ‘몇 미터 어촙니다.’ 그리고는 끝이다.
배 어느 쪽부터 얼마 후에 도착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물어보아도 묵묵부답, 대답이 없다. 그러니 애꿎은 낚시꾼들끼리는 자리 때문에 서로 피해를 입는 것 같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 못난 낚시꾼들은 각주구검인줄 알면서도 대박나는 자리 차지하려고 박터지는 것이고.
누가 선장에게 이런 걸 말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 할 수 있을까? 미운털 박힐까봐 선장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뒤에서만 주먹질하는 꼴이니까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묘두현령(猫頭懸鈴)아닐까? 선장에게 그 자리에서 맞대놓고 용감하게 나서지 못할 바에야 그냥 운에 맡기고 가만히 있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ㅂㅅ들, ㅈㄹ하고 있네. 그래서 어쩔껀데? ’ 어느 선장이 내 글을 읽고 피식 웃으면서 하는 말이 들린다.
구구절절 올은말씀이네요
몾잡어도 선장님 애쓰는 모습보게되면
오히려 미안하고 다음에 또 가게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