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의 운항속도는 좀 떨어지지만 선장내외가 친절하기로 소문난 B호. 12월 10일. 신진도. 먼 바다 대구낚시!
우리 happy fishing club에 새로운 회원을 소개하는 설렘도 있지만 이 친구와는 낚시 나갈 때마다 거의 매번 어떤 일이 벌어지곤 해 이번만은 그 징크스를 깨트리고 싶은 마음도 약간 있었다.
1주일 전부터 들여다보는 기상도가 그리 낙관적인 그림은 아니지만 겨울 날씨로는 그만 하면 무난하다고 할 것 같아 일단 안심. 파고는 오전 중 1.5에서 2. 오후에는 좀 더 잔잔해진다니까.........
‘그 배가 해경에 협조할 일이 갑자기 생겨 출항이 좀 늦어질 것 같답니다. 아마 아침 8시나 9시가 될 것 같다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출항 전날 오후에 회장님의 다급한 전화다.
‘회장님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낚시는 team work 가장 중요하니 이럴 때는 개인의 요구사항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알겠습니다. 예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 신진도 항만 전체를 구경하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항상 어두운 새벽에 나갔다가 저녁에 귀항했으니 항구의 아침 풍경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멀리 보이는 방파제 바깥의 파도는 생각보다 거칠어 보인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온다.
어디선가 해경 파출소 소장이 나타나 우리 배가 해경들과 임무를 끝낸 후 손님들 시간에 맞게 들어오려고 약간 무리한 운행을 했는데 그만 엔진 과열을 일으켜 현재 예인되는 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전갈.
함께 기다리던 팀들이 서로 의견을 조율해 보지만 갑론을박, 약간 험악해질 낌새까지 보였지만 결국 다른 배를 이용해 가까운 바다로 나가기로 합의했다. 예정 시간보다 무려 5시간이나 늦게 출항하지만 귀항시간은 6시로 정했다. 새로 건조한 배인지 시설은 아주 정갈했다.
3단 채비 중 아래쪽에만 낚시를 매고 잠시 들어와 누었는데 파도가 생각보다 심한지 속이 약간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내 한평생 멀미는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 정말 나이 먹었는가? 약간 서러운 느낌이 온다.
뱃전을 내다보니 오늘 처음 합류한 신입회원 마징가Z는 30cm정도 쓸 만한 우럭을 개시하는 중이다. 늦게 출항했지만 그 정도면 애써 나온 보상은 받는 셈이다. 잠시 후 방생 사이즈는 면한 녀석 또 한 마리를 건져내신다. 그러나 다른 분들은 감감 무소식. 함께 낚시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속이 메스꺼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모두들 점심 식사하러 가신 틈을 타 아무도 안 볼 때 체면불고하고 위아래로 시원하게 배출해버리니 몸이 한결 개운해진다. 화장실에서 나오다 가방 속에 먹다 남긴 맛있는 비스킷 한 조각이 눈에 뜨이기에 얼른 실례했다.
새 비스킷이 한 봉지 보이지만 주인도 안계신데 그냥 먹기도 좀 그렇고....... 오늘은 속을 좀 비워두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한결 허기가 가시며 기운이 솟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멀미는 아니었던 같다. 멀미는 통상 속이 미식거리는 구토 증세를 먼저 느끼기 마련인데 나는 그 반대였으니까 아마 아침에 먹은 국이나 반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다른 젊은이들이 멀미로 고통 받아 드러눕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히려 싱싱하게 회복했다.
선실 밖으로 나가 식사하고 돌아오신 분께 아까부터 눈독들여온 비스킷을 달라고 부탁했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지 않는가?
생각지도 않은 손님을 태워 횡재하게 된 선장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지만 바다는 너무 인색했다. 처음에 잡은 두 마리가 유일한 수확. 건너편 라인에서도 손바닥만 우럭 7마리를 방생한 것이 전체 수확이었다.
그러나 어제 저녁 출발하기 전부터 빗나가기 시작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바닷바람 맡고 싶은 소망 하나로 뭉친 사나이들은 최악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원망 한 마디 없이 의연했다.
아쉬웠던 점은 해경이 수행하는 작전에 하필이면 우리가 예약한 배가 징발 당한 것, 그리고 작전 철수 예정이 무려 12시간이상 지연 되었던 일이다. 모두 양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장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다.
우리가 그 배, B호를 타는 이유는 배의 시설이나 선장 인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선장이 가진 탁월한 낚시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다.
손님들의 권리를 무겁게 생각하고 자신의 책임을 소중히 여기는 선장이었더라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우리를 다른 배에 인계했더라도 남의 배에라도 동승해서라도 자신의 낚시 포인트를 그를 믿고 5시간이나 기다려 준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가 아니었을까?
새벽 2시에 도착하여 한 없이 기다려주고, <우리 일행 중 한 분은 전날 오후에 일찌감치 도착하여 인근 모텔에서 숙박하셨다!> 출항 시간에 맞추려고 부두에 미리 모여 먼 바다 바라보다 지치고,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온갖 불평을 자제하며 혹시나 우리의 기다림을 헤아린 선장이 정성을 다해 대박 조황으로 보상해주지나 않을까하는 초조한 심정으로 하루를 함께한 사나이들에게 선장은 좀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했어야 서로 형평이 맞을 것 같다.
그가 일행 전체에게 지불한 무료 승선권이 그에게는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님을 알지만 우리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에는 너무 부족한 느낌이었다.
전원 빈 바구니로, 아니 19명의 낚시꾼이 우럭 두 마리를 달랑 들고 돌아가는 진기록!
이런 기록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깨어질 기록일지 모른다.
허지만 하루 종일 거친 파도와 싸우며 자기 자신의 이기심을 털어내고 서로 협조한 19분의 강태공님들은 절대로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 장담한다.
내 경우는 비록 식중독 증세로 바다를 약간 더럽히고 고전했지만 어쨌든 플랑크톤과 물고기들에게는 약간의 양식을 보탠 셈이니까 일행 중 일등공신이라고 자부하는 바이다.
이번에도 그 친구와 함께 나갈 때마다 생기는 묘한 징크스가 깨지는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친구와 같이 낚시하고픈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젠가는 둘이 함께 잡은 고기 운반하려고 활어 수송차를 부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낚시란, 그 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법이다.
새벽에 출발하지 못하고 아침이 되어서야 출항할 수 있다고 하는대도
그래도 이 배를 타겠노라 오시는 강태공님들 대단하시고요...
더구나 배에 문제가 더 생겨 반나절을 더 기다리고
또 점심 나절 간신히 이름도 생소한 배를 타면서도
바다에 나가고 있을을 설레여하며 채비 준비하시는 분들...
정말 멋지십니다.
조황이라는 거...
정말 중요하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다를 찾는다느 거...
어떤 상황이라도 바다에 채비 한번 넣었보면 좋겠다는 그 마음...
그 출조에 나가신 많은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내심 선사에도 섭섭한 부분 많지만
어찌 다 내 맘 대로 되겠습니다.
저 역시 우럭 대박조황 보다는 좋은 한 분(마징가님)을 만났다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저는 다시 또 굿조황을 만들러 선사들 예약현황 뒤지고 있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