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조의 부담이 지겨워서 작년에 선상낚시를 시작한 초보조사에게 이 겨울은 지독한 시련이다.
포인트에 제대로 들어가서 배의 앞쪽부터, 혹은 뒤쪽부터 후드득거리는 초릿대의 행렬을 만났을 때의 그 벅찬 기다림.
경질대를 통해 전해오는 우럭의 앙탈. (참돔이나 벵에돔 낚시에서도 찌를 통하지 않고 원줄이나 초릿대의 움직임을 보고 챔질하는 기법이 있는데 이를 ‘체감쇼크’라고 표현한다.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입질이 손으로 직접 느껴진다는 점에서 우럭낚시도 이와 비슷.)
갓 낚아낸 우럭을 썰어서 기울이는 소주 한잔.
이 모든 것을 인내하기엔 겨울은 너무 길고 잔인하다.
1월 3일 해돋이 출조, 3월 1일 시조회, 3월 8일 묻지마(?)출조, 3월 20일 무작정 출조...
결과(조과)완 상관없이 과정 자체가 행복이다.
좋아하는 바다와 좋은 사람들과....(내 전체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몇%나 될까?)
3월 20일.
3월 날씨가 이상고온이란다.
수온은 3.7℃.
승선한 20명이 골고루 입질을 받고, 씨알 또한 장난이 아니다.
잔챙이가 가끔 섞이지만 30㎝가 넘는 준수한 씨알이 꾼들을 마중나왔다.
배에서는 환호성이 터지고...
주된 포인트는 어초.
어부지리에서 눈팅한대로 선장님의 안내멘트에 귀를 기울인다.
“최고 높이 4미터까지 나오는 어촙니다.”
아랫바늘의 길이를 계산해서 4.3미터를 들어준다.
여기저기서 입질은 이어지는데, 내 초릿대는 감감무소식이다.
뭐가 잘못됐는지 나만 입질을 받지 못한다.
고민에 빠질때쯤 선장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수온이 낮은 관계로 어초속으로 채비를 넣어야 입질을 받을겁니다.”
에잉!!!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어디서부터 들어서 어디서부터 내려야 하는지 어떻게 하라고...
연속되는 채비수장. 쯧쯧쯧
초짜에게 어초낚시는 너무 어렵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과감하게 아랫바늘을 떼어냈다.
봉돌의 느낌에 집중해서 겨우 몇 마리 건져낸다.
어차피 어초속으로 내리는 낚시라면 상단 바늘에도 입질이 들어올 거란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아싸!!!!
(어초직공 혹은 어초 들어뽕낚시 ㅋㅋㅋ)
집으로 돌아와서 23일 예약을 서두른다.
3월 23일.
풍랑주의보로 출항이 취소된다.
20일의 활성도로 봤을땐 분명 찬스인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24일 정상 출항 공지가 뜨고...
WBC 결승 한일전이 출조를 망설이게 만든다.
메이저리거들을 연파하면서 결승에 도착한 한국 야구팀의 선전은 실로 오랜만의 ‘신명남’이다.
지독한 경기침체속의 한줄기 위안.
예약을 할까말까 망설이며 인터넷을 들락날락 하고 있는데,
내 눈을 의심스럽게 하는 이름이 예약현황에 올라와 있다.
“주야조사(晝夜釣思)”
다시 확인해봐도 잘못 본 게 아니다.
어부지리의 傳說, 서해바다 낚시의 ‘주에스트로’...
선상낚시의 요체를 주옥같은 명문(名文)으로 풀어내셔서 수많은 동호인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셨던
그 분의 성함을 발견하는 순간 내 망설임은 끝났다.
'그 분이 오셨다.'
선상낚시 초짜에게 이런 기회라니?
출조를 결정하고 나니 또 머리가 아파온다.
‘주야조사님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하나?’
‘뭐를 좀 준비해 가야 할까?’
주야조사님의 답글에서 힌트를 얻어 꼬불쳐 놓았던 양주와 쌈채소를 준비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한다.
역시나 잠은 오지 않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