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세 번째 낚시를 오천항으로 다녀왔습니다.
두 번째 낚시를 다녀온 후 이것저것 물건을 사기 시작하였습니다.
쿨러가 필요한 것 같아서 32리터짜리로 주문해서 물건을 받았습니다. 막상 쿨러를 받고 보니 생각보다 큰 게 부담스럽습니다. 속으로 가족여행 갈 때 쓰면 되니까 하고 있는데 마나님이 “너무 큰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 보고 초보가 욕심만 많다고 욕하면 어떡해?” 하십니다. “괜찮어 2인용이잖어...정 걱정되면 이인용이라고 큼직하게 쓰면 되지 뭐..” “그리고 이렇게 괜히 커서 무겁기만 한거 아니야? 고기도 몇 마리 못 잡을 텐데.” “앞으로 10년 내로 이거 채울 수 있는 날이 언젠가 한번은 오지 않겠어? ^.^;;; 안 오면 말고~~”
구명조끼도 주문해서 받았습니다. 주머니가 여기저기 많이 달려 있어서 편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조행기를 읽어보니 합사 줄이 끊어져서 줄이 모자라 고생하셨다는 글이 있기에 비상용 합사도 200미터 구매하여 들고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바늘은 가지줄 1미터를 묶어서 70개씩 파는 것이 있어 준비 하였습니다. (26호를 준비 했습니다.)
이제 외줄채비를 만들기 위해서 인터넷을 열심히 둘러보다가 많은 양의 부속을 싸게 파는 곳을 발견하여 주문을 하였습니다.
도착한 부품으로 조립을 해보는데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하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쪼물락 쪼물락 하다 보니 새벽 2시가 넘었습니다. 엄지손톱 밑이 아프기에 들여다보니 피가 나 있습니다. 이런 이런...손으로 낚싯줄을 너무 세게 밀고 당기고 하였나 봅니다. 외줄채비를 만들다 보니 어릴 때 프라모델을 사서 조립하고 색칠하고 놀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이리 만들어보고 풀러버리고 저리 만들어보고 풀러버리고 하느라 100미터짜리 30호 줄을 거의 다 써 갑니다. ^.^;;;
어부지리에 올라와 있는 외줄 채비에 대한 여러 선배님들의 글을 읽고 흉내를 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단 2단 채비를 4개 만들었습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만든다고 만들었는데....이게 과연 괜찮을런지? 외줄 채비를 한번도 써보지도 않고 바로 만들어 갈려니 갑갑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합니다.
2단 채비는 맨 위에 베어링 도래를 달고 10cm 간격을 주고 윗단에 파이프도래 대신 베어링도래를 달았습니다. 윗단과 아랫단의 단차는 80cm를 주었구요 아랫단에도 파이프도래 대신 베어링도래를 달았습니다. 아랫단과 봉돌의 간격은 50cm을 두었습니다. 봉돌달기 위해서 3호 핀도래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봉돌이 쉽게 떨어져 나가라고 1호 스냅을 달았는데 생각보다 1호 스냅이 작습니다. 너무 쉽게 떨어지면 1호 스냅을 두개 달아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윗단과 아랫단 사이에도 베어링도래를 달아 기둥줄도 자체적으로 회전되게 하였습니다. 만들고 보니 채비 하나에 베어링 도래가 4개나 들어가 버렸습니다.
맘속으로 “초보가 2단 채비면 됐지 무신 3단 채비야” 하면서도 3단 채비도 일단은 4개를 만들어 두기는 했는데 이걸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단 채비부터 적응하고 천천히 해야지 하는 생각입니다.
쿨러에 들어갈 얼음은 1리터짜리 플라스틱 우유병에 물을 담고 얼려두었습니다.
이번 주 초부터 일기 예보에 토요일에 비가 온다 하였는데 일요일도 비가 오거나 하지 않을는지 걱정입니다. 출조 전날 일기 예보에서 17일은 비가 그칠거라 하는데 창밖에서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니 걱정입니다. 일기예보가 맞아야 될 텐데요. 선장님에게 전화해보니 내일 17일은 정상 출조 한다고 하십니다. 비 그치고 해 쨍쨍 났으면 좋겠습니다.
오천항은 인천과 다르게 미꾸라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합니다. 미꾸라지를 미처 준비 하지 못하고 오징어만 준비를 하였습니다. 저희 집이 일산이라 오천항까지 2시간 쪼금 넘게 걸리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운전하고 가려면 빨리 자야 되는데 마냥 들떠서 잠이 안 옵니다.
깜빡 졸은 것 같은데 3시 알람이 울려서 마나님 깨우고 저도 일어나보니 아직도 비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애효......ㅠ.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데 마나님이 반팔 입을까 하십니다. 아무래도 지금도 바깥에 비가 오는 거로 봐서는 추울 것 같으니 긴팔에 얇은 잠바하나쯤은 걸치라고 했습니다. 마나님이 갑자기 “아참 잊은 게 있다.” 하더니 애들 방에 가서 매직을 들고 나옵니다. 뭐하려고 그러나 했더니 쿨러 위에 큼직하게 왕초짜 타조라고 적어 놓습니다. 이그 부끄럽게스리.............
3시 반에 집에서 나와서 출발을 했습니다. 마나님은 옆에서 다시 주무시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서산 휴게소에 들렸습니다. 아침으로 우동 한 그릇씩 비우고 다시 출발하여 목적지 오천항에 5시 30분경 도착하였습니다. 도착할 무렵에는 비가 거의 그쳐 있어서 한편으로는 안심하면서 일기 예보에서 오후에 해가 뜬다고 했으니 별 문제 없겠거니 했습니다.
출항 후 20분쯤 갔을까 벌써 삐 소리가 들립니다. 인천 생각 하고 여유 부리고 있다가 장비 준비도 제대로 못해서 우선 마나님 것 가지줄까지 매주고 제 가지줄 매고 있는데 뒤에서 와 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보니 쓰리걸이입니다. 쓰리걸이 하신분이 “와 이건 완전히 가거초다 가거초” 이러시면서 좋아하십니다. 저도 빨리 낚싯대를 물에 담그고 싶어서 손이 바빠지는데 울 마나님도 25cm 정도의 우럭 하나를 건저 올리십니다. 빨리 피 빼고 쿨러에 던져 넣은 후에 저도 물속으로 낚싯대를 내려 봅니다. .......................반응이 없습니다.....ㅠ.ㅠ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십니다.
뭔가 물은 것 같은데 약합니다. 올려보니 10cm 크기의 우럭입니다. 아니 이런 용왕 아드님이 여길 웬일로 오셨습니까 하고 돌려보내 드렸습니다. 잠시 후 다른 포인트에서 또 10cm 용왕 아드님이 나오십니다. 용왕 아들 형제인가 봅니다. 자~~돌아가셔서 아랫것들 중에 덩치 큰놈으로 몇 놈 보내 주십시요 하고 용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30분쯤 지나고 나니 또 10cm 우럭이 올라옵니다. 마나님이 용왕이 덩치 큰 놈 보내 줄때 까지 인질로 잡고 있자 하시는 걸 용왕님 노여움이 무서워서 얼른 놓아 주었습니다.
그렇게 놓아 주었는데도 용왕님이 화가 나셨는지 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파도가 점점 거세집니다. 포인트 접근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들 반응이 없다고 하십니다. 선장님은 이리저리 열심히 배를 대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우럭이들이 다 숨어 버린 모양입니다. 한참을 이리하다 입질이 오더니 갑자기 낚싯대가 무거워 졌습니다. 흠.....울려보니 25cm정도의 쌍걸이입니다. 용왕님이 보내주셨나 봅니다. 거참....지난번에도 마수걸이가 쌍걸이더니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뭐 우연의 일치겠지만 기분이 좋아집니다. 최악의 경우라도 이렇게 세 마리만 있으면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입에 조금씩은 넣어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계속 낚시를 하는데 점점 바람이 심해지고 파도가 치는 게 심상치가 않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점점 추워져서 고생을 하였습니다. 만약 반팔 입고 왔으면 얼어 죽었을 것 같습니다.
세 마리 이후로는 우럭이들이 꼭꼭 숨은 모양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서 밥 먹고 나서 다시 낚시를 시작 했습니다. 선장님이 이리저리 애쓰시는 게 눈에 보이는데도 우럭 소식은 없습니다. 마나님과 저는 아무래도 오늘은 세 마리로 만족해야 되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맘 편하게 먹기로 하였습니다.
왼쪽이 소란스러워져서 돌아보니 선수에서 계시던 분이 밧줄을 올리셨습니다. 밧줄에 미더덕이 세 마리 붙어 있는 걸 저희가 회수 하였습니다.....^.^;; 잠시 후에 다른 분이 장대를 들고 뭔가를 올리십니다. 커다란 파란 비닐이 올라왔습니다.....................저도 바다에 뭔가를 버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그 와중에 뒤에 계시던 분이 쿨러를 보시고 조행기 잘 봤다며 인사를 건네시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쯤 되서 한 포인트에 진입을 하는데 갑자기 난리가 났습니다. 뒤에 계시는 분은 쌍걸이 울 마나님도 25정도 쌍걸이 저도 32정도 한 마리 오른쪽 옆에 분도 쌍걸이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올라왔습니다. “선장님 우리 이 근처에서 살아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옵니다.....^.^;;;;; 선장님도 들으셨는지 바로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시면서 포인트에 계속 넣어주십니다. 그런데...........저는 입질만하고 도망가 버리는데 울 마나님은 계속 올리는 겁니다. 마나님 우럭 피 빼주다 볼일 다 봤습니다. 뒤에 계시는 분이 저는 집에서 있고 마나님 혼자 출조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놀리십니다...ㅠ.ㅠ. 그러다가 마나님이 무겁다고 하십니다. 올려보니 37정도의 놀래미입니다. 정말 저는 집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
둘이 합쳐 15마리 건졌습니다. 3번째 출조해서 기상 상황도 안 좋은데 많이 건진 것 같아서 흐뭇했습니다.
이렇게 낚시를 하고 항구로 돌아와서 오천항의 명물인 키조개도 구입하고 집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막내 아들놈이 하라고 시켜놓은 공부는 반만 해놓고 오락만 신나게 한 것입니다. 아들놈한테 “네가 하라고 시킨 것을 안 해 놓았으니 이제부터 엄마 아빠는 낚시 못가겠다”하고 말을 하니 눈물을 뚝뚝 떨굽니다. “잘못을 뉘우치나 보군“하고 용서해주고 달래준 후 물어보니 잘못한 걸 반성해서 울은 것이 아니고 앞으로 회를 못 먹는다는 생각에 슬퍼서 울었다 합니다.....................................
허 참 ......................만약에 우럭이 한 마리도 못 잡으면 가게에서라도 사가지고 와야겠습니다.............
다음번 출조도 천수만 쪽으로 방향을 잡으려고 합니다. 예상으로는 31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났는데 벌써 또 가고 싶으니 어떻게 12일을 기다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채비나 가지고 놀아야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좋은 취미 생활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행복한 부부라고.....
울 內長께서는 심하게 멀미 한번 하더니만....
팔자가 잡을 팔자가 아니라고 하니..
혼자만 다니고 있습니다... ㅎㅎ
잔잔한 바다이야기..
이 아침, 작은 미소로 춥발하게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