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별 손짓따라 작은 별빛이 내리고 반청반담의 하늘에서는 구름커텐 걷으며
살포시 인사하는 반달이 오늘따라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지글지글 소라를 삶고, 다른 일행이 준비한 소 염통구이, 자글자글 우럭구이,
분결같은 우럭 횟감, 지난번 몽산포에서 잡은 대맛과 함께 집사람이 빗어준
칼국수도 펄펄~ 끓였다.
살랑살랑 남실바람의 잔치무대는 영화속 한편의 판타지아의 그 자체이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 합세, 희안한 작수성례(酌水成禮)를 올리고
있다. 성례의 주례는 단연 오지랖 넓은 감성킬러님이다...ㅎㅎ
감흥에 겨워 '토요일은 밤이 좋아' ~ 노래 한곡 뽑고 싶었으나....
활화산 같은 사랑스런 젊음들은 이 낡아버린 상발(霜髮)에게 주는 健鬪愛
폭격잔을 피하고 싶지 않아 쏘는 대로 맞았다. 감사드린다.
바라지 않았던 행복... 무망지복(毋望之福)의 밤이다.
밤이 깊어가며 꺼져가는 가로림만의 불빛따라 사람들도 하나, 둘씩 사라
진다. 밤을 따러 잠실에 간 모양이다.
* * *
바다 한 가운데라서 그런지 이슬이 많이 내린다.
그냥 혼자 있고 싶다.
달빛이 동무되어 내 앞에 와 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
바람이 부드럽고 달콤하다. 실려온 이향(異香)이 달빛 가득한 수면에
보이지 않는 지문을 남기고....
가로림만의 썰물 급물살은 가히 살인적이다.
좌대에 부딫혀 나는 파음은 부서지는 파도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파음에 취하면서 복잡한 세상사 모두 잊고 등대지기로, 아니면 여기
그림자님 따라 여기서 '선부'로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잠시 보는 풍경,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삶의 풍경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난 어부이셨던 아버지를 통해 잘 안다.
가끔씩 들러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어선조차 그림같은 풍경으로 보이겠지만
선부나 등대지기에겐 무미건조한 고달픈 일상 그 자체 뿐이라는 걸....
* * *
아무래도 좋다.
이처럼 고요하고 풍광이 뛰어난 바다 한가운데 내가 지금 있다는 사실
만이라도 세상을 다 가진 최고의 부자인 듯... 기분이 참 좋다.
자정이 넘은듯 하다. 피곤이 엄습해 온다.
컨테이너 침실로 갔다. 넓다란 칸에 따뜻한 전기 온돌판넬...
4명이 누워 꿈나라로 여행중이다.
그런데 가는 꿈나라로 길이 조용하지가 않다.(ㅎㅎ죄송)...
웬걸! 알 수 없는 4중주 천둥화음에 탱크를 몰고선...
이런 마른날 왕db의 천,번은 처음이다.ㅎㅎ
철 구조물로 되어 있는 컨테이너 천장이라 할지라도 불안하다...^^*
웅장한 첼로 소리는 누군가? 하고,. 고요한~ 달밤에 비친 그 분은.. 아뿔사!~
아까 칼춤을 요란하게 추신 분이다.. ( 이 부분에서 실명 거론을 하면 법적인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는 거론을 삼가 하시길...ㅎㅎ)
도저히~~ 그래서 이불을 살짝 들고 나 왔다.
벼개는 옆에 잔뜩 쌓아둔 구명복 하나 들고...
6.25동란, 피난길 찾는 심정.... 어디서 잘꺼나?
30m 떨어진 곳에 가니 천번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운 조각 비닐을 깔고 이불을 덮었다. 잠이 쉽게 올리는 만무하지만,
선상호텔 같은 포근함에 피식 웃었다...
* * *
몸이 꿉꿉하고 추위가 엄습하여 일어났다. 두어시간 잔 것 같다.
남은 졸음이 도망가기전에 얼른 컨테이너 침실로 갔다.
습기가 제거되고 추위가 녹아지는 것은 탱크 소리에 버금 할 수 없다.
몸이 녹으니... 살맛난다. 집나가면 개고생?.......
요럴땐 더 빡센 표현음나?.... ㅎㅎ
살아야 하기에... 천.번에 무릎꿇고 탱크 탈 수 밖에, 흑흑!...
피곤했나 보다... 스르르....
* * *
요란스럽다.
밤새 탱크 몰고, 난리법석을 지긴 사람들이 쌩쌩~ 날아 다닌다.~
아이고....
일어났다.. 몸이 천근 만근.... 잠킬러님덜.....
* * *
아침 6시에 준비하여 선착장 여건이 안 좋으니 철수 하란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 물이 귀하여 샤워도, 세수도 못하니... 겨우 양치질...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지...
앵두님이 라면을 끓이고 파도 넣고... 맛이 너무 좋다....
일잠킬러, 이잠킬러, 삼잠킬러 님들은 ...
배가 고팠나보다 라면을 그냥 마신다..라는 표현을 쓰면 맞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랑스럽고, 감사하고... 배움을 많이 주는 매력 덩어리님덜..ㅎㅎ
뻥 뚤린... 서해 고속도로... 단숨에 달려 화성휴게소에서 생리를 해결.
한잔씩 나누는 그윽한 헤이즐렉 커피잔에 우정을 넣어 마시는 이 맛...
뭐라고 해야하나?...
행복? 그래! 맞어!~~
비봉에서 이별을 고한 뒤.. 삶터로 간다. 가는 발길이 무척이나 가볍다.
삶을 매혹으로 이끌어가는 지혜로운 사람들....
세상사 모든 것, 큰 품으로 안아 달래주는 바다 칠판에서 그려낸
이 분들로 부터 많은 지혜를 공부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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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fishingkr
동심바다낚시동호회
주야조사(晝夜釣思)
전 그것도 모르고 적진을 향해 전속 항진...ㅠㅠㅠ
하루 종일 먹여주신(?) 포만감에 머리 닿자마자 곯아 떨어졌습니다.
몽산포의 맛조개는 여전히 깊은 맛이었구요.
호일에 감싸 구워 먹은 우럭은 환상 그 자체...
내장을 훑고 먹었던 소라는 그 탱글탱글한 육질이 아직도 입안에 감돕니다.
그러고 보니 참 에지간히도 먹었네요.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주야조사님과 그림자님께 다시 감사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