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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후기]
2009.07.07 18:52

서울이여 안녕!~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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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5164 댓글 12
어둠의 장막이 수면을 마치 어머니의 밥상포처럼 서서히 덮어가고 있다.
어둠별 손짓따라 작은 별빛이 내리고 반청반담의 하늘에서는 구름커텐 걷으며
살포시 인사하는 반달이 오늘따라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지글지글 소라를 삶고, 다른 일행이 준비한 소 염통구이, 자글자글 우럭구이,
분결같은 우럭 횟감, 지난번 몽산포에서 잡은 대맛과 함께 집사람이 빗어준  
칼국수도 펄펄~ 끓였다.

살랑살랑 남실바람의 잔치무대는 영화속 한편의 판타지아의 그 자체이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 합세, 희안한 작수성례(酌水成禮)를 올리고
있다. 성례의 주례는 단연 오지랖 넓은 감성킬러님이다...ㅎㅎ
감흥에 겨워 '토요일은 밤이 좋아' ~  노래 한곡 뽑고 싶었으나....

활화산 같은 사랑스런 젊음들은 이 낡아버린 상발(霜髮)에게 주는 健鬪愛
폭격잔을 피하고 싶지 않아 쏘는 대로 맞았다.  감사드린다.
바라지 않았던 행복... 무망지복(毋望之福)의 밤이다.
밤이 깊어가며 꺼져가는 가로림만의 불빛따라 사람들도 하나, 둘씩 사라
진다. 밤을 따러 잠실에 간 모양이다.

*       *        *

바다 한 가운데라서 그런지 이슬이 많이 내린다.
그냥 혼자 있고 싶다.
달빛이 동무되어 내 앞에 와 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
바람이 부드럽고 달콤하다. 실려온 이향(異香)이 달빛 가득한 수면에
보이지 않는 지문을 남기고....

가로림만의 썰물 급물살은 가히 살인적이다.
좌대에 부딫혀 나는 파음은 부서지는 파도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파음에 취하면서 복잡한 세상사 모두 잊고 등대지기로, 아니면 여기
그림자님 따라 여기서 '선부'로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잠시 보는 풍경,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삶의 풍경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난 어부이셨던 아버지를 통해 잘 안다.

가끔씩 들러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어선조차 그림같은 풍경으로 보이겠지만
선부나 등대지기에겐 무미건조한 고달픈 일상 그 자체 뿐이라는 걸....

*     *     *

아무래도 좋다.
이처럼 고요하고 풍광이 뛰어난 바다 한가운데 내가 지금 있다는 사실
만이라도 세상을 다 가진 최고의 부자인 듯... 기분이 참 좋다.

자정이 넘은듯 하다. 피곤이 엄습해 온다.
컨테이너 침실로 갔다. 넓다란 칸에 따뜻한 전기 온돌판넬...
4명이 누워 꿈나라로 여행중이다.
그런데 가는 꿈나라로 길이 조용하지가 않다.(ㅎㅎ죄송)...
웬걸! 알 수 없는 4중주 천둥화음에 탱크를 몰고선...
이런 마른날 왕db의 천,번은 처음이다.ㅎㅎ

철 구조물로 되어 있는 컨테이너 천장이라 할지라도 불안하다...^^*
웅장한 첼로 소리는 누군가? 하고,. 고요한~ 달밤에 비친 그 분은.. 아뿔사!~
아까 칼춤을 요란하게 추신 분이다.. ( 이 부분에서 실명 거론을 하면 법적인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는 거론을 삼가 하시길...ㅎㅎ)

도저히~~ 그래서 이불을 살짝 들고 나 왔다.
벼개는 옆에 잔뜩 쌓아둔 구명복 하나 들고...
6.25동란, 피난길 찾는 심정.... 어디서 잘꺼나?

30m 떨어진 곳에 가니 천번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운 조각 비닐을 깔고 이불을 덮었다. 잠이 쉽게 올리는 만무하지만,
선상호텔 같은 포근함에 피식 웃었다...

*      *      *

몸이 꿉꿉하고 추위가 엄습하여 일어났다. 두어시간 잔 것 같다.
남은 졸음이 도망가기전에 얼른 컨테이너 침실로 갔다.
습기가 제거되고 추위가 녹아지는 것은 탱크 소리에 버금 할 수 없다.
몸이 녹으니... 살맛난다. 집나가면 개고생?.......
요럴땐 더 빡센 표현음나?.... ㅎㅎ

살아야 하기에...  천.번에 무릎꿇고 탱크 탈 수 밖에, 흑흑!...
피곤했나 보다... 스르르....

*       *       *

요란스럽다.
밤새 탱크 몰고, 난리법석을 지긴 사람들이 쌩쌩~ 날아 다닌다.~ 
아이고....
일어났다.. 몸이 천근 만근.... 잠킬러님덜.....

*     *     *

아침 6시에 준비하여 선착장 여건이 안 좋으니 철수 하란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 물이 귀하여 샤워도, 세수도 못하니... 겨우 양치질...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지...
앵두님이 라면을 끓이고 파도 넣고... 맛이 너무 좋다....
일잠킬러, 이잠킬러, 삼잠킬러 님들은 ...
배가 고팠나보다 라면을 그냥 마신다..라는 표현을 쓰면 맞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랑스럽고, 감사하고... 배움을 많이 주는 매력 덩어리님덜..ㅎㅎ

뻥 뚤린... 서해 고속도로... 단숨에 달려 화성휴게소에서 생리를 해결.
한잔씩 나누는 그윽한 헤이즐렉 커피잔에 우정을 넣어 마시는 이 맛...
뭐라고 해야하나?...
행복?  그래! 맞어!~~  
비봉에서 이별을 고한 뒤..  삶터로 간다. 가는 발길이 무척이나 가볍다.

삶을 매혹으로 이끌어가는 지혜로운 사람들....
세상사 모든 것, 큰 품으로 안아 달래주는 바다 칠판에서 그려낸
이 분들로 부터 많은 지혜를 공부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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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fishingkr
동심바다낚시동호회
주야조사(晝夜釣思)

Who's 晝夜釣思(주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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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
    감성킬러 2009.07.07 19:06
    에고!!! 탱크들을 피해 선상 hotel로 피난 가셨었네요.
    전 그것도 모르고 적진을 향해 전속 항진...ㅠㅠㅠ
    하루 종일 먹여주신(?) 포만감에 머리 닿자마자 곯아 떨어졌습니다.
    몽산포의 맛조개는 여전히 깊은 맛이었구요.
    호일에 감싸 구워 먹은 우럭은 환상 그 자체...
    내장을 훑고 먹었던 소라는 그 탱글탱글한 육질이 아직도 입안에 감돕니다.
    그러고 보니 참 에지간히도 먹었네요.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주야조사님과 그림자님께 다시 감사 인사 올립니다.

  • ?
    앵두 2009.07.07 19:17
    엄청난 대 격전의 현장이었습니다. 6.25 백마고지 대접전 못지 않은 포탄과 총성의소리..어느 순간 저도 딱총을 쏘아 댔음은 미뤄 짐작하게 합니다.
    어느순간 잠시 눈을 떳을때 축처진 어께로 밖으로 나가시는 주야님 보면서 풋 하고 웃음이 나오는것을 참고 격전지로 향하여 조용히 딱총 솼습니다.ㅎㅎㅎㅎ
    확실히 그날 킬러 형님 무당 맞습니다..낮에 칼춤 추더니 밤에는 탱크까정 몰고 왔더라구요 ^^ 암튼 출발해서 돌아올때까지 먹다가 끝난거 같습니다. 호강했습니다.
    다음 출조 기대 할께요.. 예약은 제가 합니다.
  • profile
    블루 2009.07.07 20:06
    작두타는 분이 계셨군요..ㅎㅎ
    중간중간 먹는 얘기가 군침을 돌게 만드는군요.
    풍족함과 고요한 느낌의 리프리쉬 휴가를 다녀온듯한 느낌입니다.
  • ?
    풍산 2009.07.07 20:32
    삶의 체험 현장에 다녀오신듯한 느낌입니다.
    매연과 인간 공해에 찌들은 서울을 탈출하시여 먹거리 체험과 인간 탱크의(죄송)
    발진소리에 나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탱크 엔진소리를 미화시키고 무사 귀경하심을 TV에서 시청한 연예인 체험현장이 아닌 낚시꾼의 체험현장으로 표현하여도 실레가 아니 될런지요? 좋은 추억 대리 만족합니다.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09.07.08 05:57
    낚시는 사전에 뒷전으로 미루고 은린의 갈치같은 밤을 보내고져
    준비했는데....
    준비가 좀 소홀하여 조금 아쉬웠습니다...
    담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위의 4분 1빠따로 모시겠습니다..
    졸서 잘 읽어 주시고 고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 profile
    이찬영 2009.07.08 07:18
    타고 났을까 ? 아님 노력일까?
    ㅎ~~~~
  • profile
    이어도 2009.07.08 08:27
    햐~
    정말 저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름다운 서정시네요..
    언제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내공이 길러질지 짐짓 고개가 숙여집니다.
    낮에는 칼춤추고, 밤에는 첼로로 천둥과 번개를 만드시는 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네요...
    에공..나이 많으신 분을 밖에서 이슬맞게하고..잘들하십니다 그려..ㅎㅎㅎㅎ
    주야조사님이 다니시는 장소마다..함께하는 조사들 마다..모두 아름답게만
    그려주시니..대단하시단 말씀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
    감성킬러 2009.07.08 08:37
    언제부터 제가 답글의 중심인물(?)이 된 건지 참 의아해 집니다.
    이젠 칼춤에 작두 타다가 탱크 몰면서 첼로 연주까지...쩝쩝
    머리만 닿으면 곯아 떨어지는 제 수면 습관 땜에 본의 아니게 주야조사님을 노숙자(?)로... 가두리 노숙자???... 죄송합니다.
    자다가 일어나보니 제 옆엔 다른 일행들 중 가장 체구가 크신 분이 절 먹음직(?)스럽다는 표정으로 보시면서 자고 있더 군요.
    깜짝 놀라 갯바위대를 챙겨들고 숭어나 한마리 잡아볼려다가 꽝 맞고..
    밤낚시를 들어온 일행은 염불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잿밥에만...
    2 : 3 커플이었는데 짝이 없는 남자분은 일찌감치 잠자리로, 짝이 맞는 두 커플은 밤새 붕장어 낚으면서 도란도란...아침까지 그러고들 있더군요.
    평화로운 풍경을 소음으로 들끓게 해서 사죄드립니다.
    이어도님!!!! 항복했다니까요. 이 선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야조사님이 전화하신다고 했습니다. 선상받침목 어여 가져 가시고 이젠 절 좀 제발 놓아주세요.네~
  • ?
    허준 2009.07.08 08:46
    에전에이맘때시골에내려가면어머님께서만들어주시던푸성귀무침이생각이난다.재료라고해봐야.시금치.상추잎.요런것들을어머님께서는버물버물.무쳐놓으시면.어찌그리감칠맛이나든지.아마도그건.오랫만에내려온자식에대한어머님의사랑이있기에.그사랑속에혼을다해무쳐주신푸성귀무침이기에그런맛이났으리라.가로림만에서지인들과의1박2일을보내고주야조사님께서쓰신글을읽고문득그런생각을해봤다.어찌보면평범한일상에서의자그마한이벤트의글이.읽는이로하여금.마치본인이가로림만에서격은것같은착각이들고.무한대의상상에나래를펴게만드는것은.아마도글쓴이의마음이보이기때문이리라.가슴속에가득담긴진솔한사랑과열정이글속에절절히녹아있음을보았기에감동을하는것이리라.그런글을읽을수있음에행복하고.감사하다.
  • ?
    한사랑 2009.07.08 11:05
    ㅎㅎ~~~결국 실컷 드시고,마시고... ...
    제가 댓글을 안 달면 또 뭐라 말씀하실까봐 흔적 남겨유~~~ㅎㅎㅎ
    수고 하셨습니다.
  • ?
    앵두 2009.07.08 19:40
    한사랑님 다음에는 같이 동출 해요 ~~~
    얼굴 뵌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7월 정출에 참여 하려고 지금 무지 노력 중인데
    아직도 결론이 안나네요. 출조 할수있다면 그때 이슬이 한잔 올리 겠습니다.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09.07.09 08:19
    오늘 아침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네요. 오더라도 정도껏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부 지방엔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합니다. 빠른 복구가 있길 원합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마음도 차분해 집니다.

    이찬영님, 19일날 님의 동호회 정출 가시나요? ...
    가시면 새벽 식사때 신진도에서 뵐 수 있겠네요... 인사 올리겠습니다.
    이어도님, 밤(?)따러 함 같이 가요. 휘영청 보름달 같은 밝은 모습.. 뵙고 싶네요.
    감성킬러님이 많이 칭찬하시던데... ^^*
    허준님, 유명한 명의시잖아요. 저 요즘 많이 아파요...^^* 님의 약손이 필요해요..
    한사랑님, 늘 한마음으로 주시는 속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더욱 사랑하나 봅니다.
    앵두님은 제가 특별히 사귀(?)고 싶다고 했죠?... ㅎㅎ
    19일은 무조껀~~ 무조껀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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