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에 올라오는 쭈꾸미 조황이 절정으로 달리고 있는 걸 느낄 때 받은 한통의 전화.
<꿈꾸는 우럭>의 첫 취재 대상이었던 V호의 선장님께서 쭈꾸미 낚시를 제안해 주신다.
선상 낚시에 입문한지 이제 만 1년 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쭈꾸미 낚시의 경험도 전무(全無).
경험의 폭을 넓힐 좋은 기회.
어떤 낚시를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눈높이’의 문제일 뿐 ‘재미없는’ 낚시라는 건 없다.
대물 사냥에 열광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잔잔히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의 평화를 즐기는 잔챙이(?) 낚시를 선호하는 분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 낚시의 우열을 평가할 수 있을까?
쭈꾸미 출조를 결정하고 제일 먼저 떠오른 분이 주야조사(晝夜釣思)님.
‘맛’있는 ‘맛’조개 체험을 주셨던 기억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서 일까? 힘들게 잡아 오신 맛을 처가로, 이웃으로 보내시며 만족해 하시던 그 웃음 때문이었을까? ‘나눔의 미학(美學)’
쭈꾸미 출조도 흔쾌히 허락하실 것 같은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무작정 콜~~~^^*(감사합니다.)
다음은 출조 인원의 결정이 남았다.
평일의 쭈꾸미 호응도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이럴 수가… 공지를 올리기 무섭게 쇄도하는 예약신청(?). 인원이 남아 대기자까지 기다리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 맞아. 낚시는 결국 우열을 따지는 게 아니라 눈높이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일 뿐이야.
이른 새벽 예정대로 카풀이 진행되고 오천항을 향해서 출발…
반 년 만에 다시 찾은 오천항은 여전히 고요함으로 나를 맞아 준다.
천수만 안자락의 아늑한 평화…
다시 만난 선장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출항.
10여분을 달린 배는 오늘의 포인트인 쭈꾸미 밭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많은 배들이 쭈꾸미 조업(?)에 여념이 없다. 낭창한 연질의 루어대에 베이트릴을 장착하고
쭈꾸미볼을 달았다. 쭈꾸미 출조 소식에 둘리님이 mail을 날려 Tip을 주셨다. 감솨^^*
아래쪽엔 쭈꾸미 볼을, 15cm 단차를 두고 위쪽엔 에기를 매단 다운샷리그로 준비한다.
어??? 감각을 모르겠다. 동출한 여성조사들은 잘도 쭈꾸미를 잡아내는데 이 무딘 손끝은 어찌된 셈인지 갈팡질팡… 역시 여성의 손 끝 감각은 남성의 우위에 있는 게 확실하다.
부지런히 곁눈질. 채비 투입 후 2~5초를 바닥에 두었다가 살며시 들어봤다. 채비 무게보다는 확실히 다른 느낌. 무게가 느껴진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배운 대로 힘차게 챔질.
쭈꾸미다. 한 번 입질을 느끼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쭈꾸미 조업(?)의 시작이다. ㅎㅎㅎ
주야조사님은 선미(船尾)에서 어부 조업 중이시다. 낚싯대로 양 편대 채비 하나에 자새로 또 다른 채비. 역시 조업의 의미를 꿰뚫어 보고 계신다. (쭈꾸미는 많이 잡는 게 장땡. ㅋㅋㅋ) 오늘 잡으시는 쭈꾸미는 또 어떤 집으로 보내실까?
동출한 까망이님의 1일 도우미 역할까지 하자니 무지 바쁘다. 내 것 떼어내고 채비 투입, 까망이님것 떼어주고 쭈꾸미 정리… 에구 에구 좀 천천히나 나오지. 아예 바닷속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올라온 쭈꾸미를 떼어냄과 동시에 채비는 바로 투입. 바닥으로 내려가는 동안의 시간에 쭈꾸미는 정리하면 된다. 채비 투입 횟수가 조과를 결정하는 낚시이므로 쭈꾸미 정리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 것. 역시 둘리님이 주셨던 Tip이다. 다시 감솨 ^^*
까망이님의 쭈꾸미를 떼어주려고 쭈꾸미볼을 잡으려는 순간 얼굴로 날아드는 이 물체는?
허걱!!! 오른쪽 볼에 쭈꾸미 바늘이 박힌다. 다행히 미늘이 없는 바늘이었길 망정이지 위험한 순간이었다. 채비는 항상 허리 아래쪽으로 내려서 잡아야 한다는 안전 수칙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내 불찰의 결과이다. 나였길 망정이지…(까망이님 큰 넘 잡으셨니다요. ㅋㅋㅋ)
어린이를 동반하는 가족들은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하시길 …
선장님이 열심히 낚으신 쭈꾸미를 데쳐 모두 모여 앉았다. 한 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 (아가씨가 먹기 딱 좋은 싸이즈라고 표현한다. 왜 하필 아가씨가… 우리 정서를 흐르는 표현력에 혼자 킬킬댔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미감에 감탄이 절로 난다. 참 맛있는 낚시…
바야흐로 오천항은 쭈꾸미 파시(波市)이다. 그 속에서 열리는 즐거운 선상 파티(party).
오전의 쭈꾸미 조업을 끝내고, 오후엔 외연열도권으로 이동.
수심 20~30m 권의 어초와 침선. 어탐기에 표시되는 수온은 25.4℃. 고춧가루만 풀면 매운탕이다.
입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완 달리 씨알 좋은 우럭 3걸이에 성공한다. 이번 쭈꾸미 출조의 보너스 손맛인 셈이다.
주야조사님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면서 다음 주 다시 쭈꾸미 출조를 약속했다. 물심이 줄어드는 조금을 기점으로 평일 출조를 하자고 하신다. 경기 침체의 여파를 맞고 있는 선사의 입장을 배려하신 제안.
평일에 출조가 가능한 분들을 모시고 다시 가기로 약속드리는 내 표정 속엔 어쩌면 주야조사님의 그 넉넉한 미소가 살짝 퍼졌는지도 모르겠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쭈꾸미 먹물의 그 황홀한 확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