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갑오징어 출조에서 몇 마리 곁다리 끼어 포획했던 주꾸미를
오늘은 주 대상어종으로 잡으러 갈 계획을 세웠다.
지난번에는 쭈씨보다야 갑씨가 한 수 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쭈씨는 그 나름대로 찬거리이든 국거리이든 쓰임이 많고
더구나 가을철 산상낚시 입감으로도 최고인 크기로 자랐을 시기가 이 즈음인 탓이다.
그래서 이 날은 쭈꾸미만 잡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출조 길에 올랐다.
인천 집합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버스가 보이고 클럽 쥔장께서 참석자들을 맞고 계신다.
반갑게 인사… 응, 그런데, 웬 비디오카메라.
그러고 보니 오늘 촬영이 있다고 했었지. 더구나 공영방송사라고 했었다.
흠, 그렇다면 울렁증 있는 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슬금슬금 뒷걸음으로 멀찍이 피해 있다가 출발 시간 가까워 얼른 차에 올랐다.
다른 몇 분과 함께 카메라가 없는 배를 타기로 했으니,
이 시간만 보내면 고개 숙인 남자는 안 해도 될 터이다.
그랬는데, 맨 뒷자리 앉은 미운 친구가 자꾸 불러댄다.
에구, 어쩌라고… 두어 잔 받아 마셨더니 열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정도면 한 숨 붙이기 딱 좋은 상태이다.
오천항에 이리 차가 많은 것은 처음 본다. 파시를 맞은 항구에 다름 아니다.
그야말로 쭈꾸미 파시에 참돔까지 철이니 차 댈 곳을 찾느라 모두가 분주하다.
이럴 땐 버스로 온 것이 얼마나 편한지…
식사를 마치고 부족한 봉돌과 쭈꾸미볼 등의 채비를 사고는 배로 간다.
이런 빼먹은 것이 있다. 얼른 다시 뛰어 살림망 작은 것을 사온다.
----- 채비 준비 -----
제일 먼저 살림망 밑을 다시 단단하게 조여 매었다.
작년 출조에서 밑에 구멍이 생겨 줄줄이 흘렸던 기억 때문에 가장 먼저 단속을 해 두었다.
다음은 낚시대를 준비한다. 베이트릴을 걸고 줄을 사린다.
이번에는 3m 정도 카본 줄로 쇼크리더를 묶어두었더니 마음이 다 든든해진다.
채비는 밑에 쭈꾸미볼을 달고 20cm 위에 에기를 달았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잡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남들 다 잡는 쭈꾸미를 난들 못 잡을 손가.
20여분 달려 도착한 곳에 점점히 세워진 배들은 모두 쭈꾸미 배인 모양이다.
파도도 없고 아직은 아침이라 더위도 없어 딱 좋은 날씨다.
좌측으로 동료, 우측에는 사무장과 선장이 자리 잡았다.
다른 일행은 선수 좌우로 자리를 잡은 것이 보인다.
쭈꾸미야 부지런만 하면 남들만큼 잡을 것이니 조급할 필요 없다 생각하며
느긋하게 살림망을 난간에 걸고 채비를 쇼크리더에 결합하는데,
옆자리의 사무장이 벌써 두마리째 쭈꾸미를 올리고 있다.
이게 아닌가 싶어 급한 마음을 속으로 동동거리며 서둘러 채비를 물속으로 내린다.
십수미터 되는 듯싶다.
닿는 느낌을 찾고는 몇차례 천천히 들어본다.
물이 조금 흐르고 있지만 무게감을 느끼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
----- 사라지지 않은 징크스 -----
조업을 시작한다. 5초쯤 기다렸다 슬며시 채비를 들어본다. 흠, 차이가 없다.
근데, 옆자리 사무장은 연신 올려대고 있다.
슬슬 열을 받는다.
물론 점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잡아 올리는 것이지만,
너무 잘 잡으니 그것에 열을 받는 것이다.
거기다 낚시대를 잡은 왼손은 그대로고,
오른손으로만 잡아 올린 쭈꾸미를 척척 잘도 분리해내고 있다.
아마 내가 1마리 잡으면 3~4마리는 너끈히 올려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장비도 내 것이 사무장 것만 못한 것도 아니고, 쭈꾸미볼이나 에기나 모두 새 것이다.
근데 왜 사무장 채비에만 쭈꾸미가 붙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채비는 너무 단순해서 합사 끝에 봉돌과 에기를 함께 묶은 것이 고작이다.
실력차이인가? 쭈꾸미 낚시에 무슨 실력…
지나가던 우럭이 웃을 소리다 -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면, 쭈꾸미가 올라탄 것도 모르는 것일까?
그럴 수 있겠다. 올라탄 줄도 모르고 채비를 내리면 애자가 바닥에 닿는 순간,
놀란 쭈꾸미는 도망 갔을 터이다.
사실 애자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 달라서 그제야 쭈꾸미가 올라탄 줄을 안 것도 몇차례이니…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엄지손가락만한 쭈꾸미를 몇번 올리고 나니 무게감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버렸고,
그 결론은 나를 더욱 열 받게 만든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씩씩거리듯 주위를 보니, 나보다 조과가 나은 분들도 많다.
어느덧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열을 받으니 남들은 시원하다 할 시간에 땀을 내고 있다.
10시가 가까워질 무렵, 이제야 조금씩 쭈꾸미를 올리는 시간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시계를 보니 낚시를 시작한지 3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선상낚시에서 아직껏 떨어내지 못하고 있는 징크스가 쭈꾸미에까지 해당되는 건가?
이후 꾸준히 그리고 부지런히 올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애자에 두마리, 에기에 갑씨를 하나 매달기도 한다. 진즉 이럴 것이지…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내 손 탓인걸…
이 쉬운 낚시에서도 시동이 늦게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하긴, 내리면 물어준다는 보구치도 꽝을 친 실력이니 오죽하랴.
----- 쭈씨 조업도 역시 실력이 필요하긴 하네요 ---
어느 정도 마릿수도 채우고 쭈꾸미라면으로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슬슬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채비를 바닥에서 조금 들고는 사무장의 낚시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유심히 살펴보았다.
역시 나와는 많이 다르다.
우선 모든 동작이 참 간결하다.
채비가 내려가는 속도가 나보다 훨 빠른데도 써밍을 잘 해서인지 낚시줄의 기울기가 바로 서있고,
배가 흘러감에 따라 채비를 조금씩 풀어주는 동작이 바닥에서 들어올리지도 않는 듯 끌다가는
어느샌가 쭈꾸미가 매달린 채비를 올리고 있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에기를 잡고 살림망에 툭 털고는 바로 채비를 내리고 있다.
하나의 잡스런 동작도 보이지 않는다.
채비를 걷어 올리고는 사무장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먼저 애자를 떼어내고 에기를 18호 봉돌과 함께 묶어보았다.
채비가 바닥을 스치는 느낌이 참 깨끗해서 좋다.
바로 느껴지는 무게감. 이것이구나.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색이 다른 에기를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에기를 떼고 발광애자와 일반 애자를 번갈아 달아서 쭈꾸미를 유혹해 보았다.
이제서야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래 이제 좀 알겠네 했더니 철수 시간이 다되어간다.
----- 아쉬움 -----
오늘 잡은 걸로 잔잔한 놈들은 입갑으로 남겨두고,
씨알이 있는 놈들은 명절 때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조금씩 떼어 선물도 하고,
쭈꾸미뽁음을 만들어 술안주로 쓰리라 희망찬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리하고 보니 갑씨 포함해서도 200마리가 채 되질 않는다.
이런, 입감은 고사하고 나눠 먹기도 부족한 량이다.
이번이 처음이라 그렇고, 다음에 다시 갈 기회가 된다면,
지금보다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위안을 삼는다.
----- 혹시나 도움이 될지… ----
원래 만들어간 채비는 밑에는 애자, 위에는 에기를 달 수 있도록 한 일반적인 채비였는데,
사무장이나 선장이 사용하는 방식은 봉돌에 에기를 하나만 다는 방식이었다.
다 사용해본 느낌으로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애자 에기 2단채비는 갑씨와 쭈꾸미를 동시에 노리는 효과가 있었고,
실제로도 쌍걸이도 제법 되는 재미가 있었지만,
반대로 감각이 떨어지고 올리고 난 후 뒷처리에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에기만 사용하는 채비는 갑씨와 쭈씨를 모두 노릴 수 있었고 감각을 익히기도 좋았으며,
올리고 난 후 뒤처리를 오른손만으로도 할 수 있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여러 마리를 동시에 잡는 재미는 확실히 없었다.
또한 올리는 도중에 쭈씨가 이탈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무장도 횟수의 문제이지 마찬가지였다.
애자만 사용하는 채비는 올라탄 감각을 느끼기도 좋고, 때로는 두마리를 올리는 재미도 있었으며,
한번 올라탄 놈은 올리는 도중 이탈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물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흐르는 곳에서는 추가의 봉돌을 밑에 달아야만 했으며,
그만큼 감각이 떨어졌고, 갑씨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어야만 했다.
자 그럼 조황은 어느 방법이 가장 좋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 틀리니 맞는 방법도 다를 것이다.
다만, 누가 나에게 당신은 다음에 어떤 방법을 쓸 생각이냐고 묻는다면,
주꾸미 노림 채비로는 두번째 방법을 약간 변형해서 시도하고 싶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다음에 기회를 잡는 다면 그때는 오히려 갑씨 철이 되어 있으려나?
정말 하찮은(?) 낚시라는 건 없는 모양입니다.
갑오징어는 물론이고 주꾸미 낚시에서도 탁월한 조과를 보이는 분들은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더군요.
손끝 감각이든, 채비든....
그래서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고, 한번이라도 더 바다를 나가고 싶기도 하고...
주꾸미 나부랭이(?)에도 초반 징크스에 시달리셨다니 정말 허걱!!!
그래도 곧 무상천님 특유의 분석으로 감각을 회복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파시를 맞은 오천항에서의 즐낚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