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도 길지 않았던 그간의 동호회 활동을 접고
다시 솔로로 돌아온 지 그리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음에도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새삼 혼자되었음을 실감을 하는 하루였습니다.
혼자라는 것이 주는 선상 출조에 있어서의 불편함은 장거리를 혼자서 운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전 예약을 하고, 재차 출조 확인을 하고,
당일 선상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과 그 이후에 까지도 미친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야 했으니,
더욱 동호회 출조가 부러웠던 하루였습니다.
불편함 중 한두가지는 그래도 함께 고민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이 글에서 보다는 다른 글로 언급을 하였으면 싶습니다.
--- 자리 잡기 ---
안개가 자욱한 승선장소에 배가 하나씩 정박하기 시작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예약한 배가 들어옵니다.
오늘도 선수 우측 두번째에 자리를 잡습니다.
몇가지 테스트를 하는 것과 함께 주위 분들의 조술을 살펴보고 카피하는 것은 앞자리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곧 깨져 버립니다.
단체로 온 일행이 선수 좌우에 자리잡으면서 4번째 자리로 밀려버립니다.
처음 오신듯한 두분이 사이에 장비를 두는 것을 보며 내 자리라 고집하지 못한 것입니다.
선수에 자리잡은 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경험자와 같이 있어야 배울 수 있음을 아는 처지에
다른 자리로 가시라 말을 하지 못합니다.
두리번거리다 텅 빈 선미 자리로 옮깁니다.
오늘은 주위로부터 얻어 배우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대신 좌우 공간은 넓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선상 루어야 자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믿는 편이지만,
조타실이 배 뒤편에 있는 어선을 개조한 이런 유형의 배는 배 뒤 공간이 거의 없어서,
주위로부터 얻어 배우는 것이 적고, 소지품 간수도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 지루한 기다림 ---
그나저나, 안개 낀 바다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은 은근 걱정이 더해집니다.
새벽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더욱 짙어지는 안개는 출항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전혀 시야를 열어주지 않습니다.
선장은 일년에 몇차례 이런 날이 있다며,
이런 날은 11시가 넘어야 안개가 옅어진다고 합니다.
‘설마’하는 우려가 현실임을 실감한 것은 3시간을 더 기다린 후입니다.
썰물에 따라 정박한 배들이 좀 더 깊은 곳으로 옮기기를 반복하고,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이 한둘 배를 내리면서입니다.
어떤 배의 선주는 안개가 갠 후 나가봐야 몇시간 낚시를 못하니 출항을 포기하자고 합니다.
하기야 그 배는 원해로 나가는 배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손님들이 기다리겠다고 하자 사무장이 회무침을 내어 놓으며 한잔 하며 기다리라 손님들을 부릅니다.
역시, 나같이 한번도 그 배를 타보니 않은 사람이 선명을 기억하는 유명세가 이래서 만들어졌나 싶기도 합니다.
나도 이번 가을에는 미리 예약을 해서라도 한번 타보고 싶은 배입니다.
네시간이 넘어서야 안개를 걷어낼 수 있겠다 싶은, 온기를 실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왕 온 것 몇시간이라도 낚시를 하자며 기다리던 손님들이,
미리 점심을 먹어 두어서 출항 후 식사시간을 아끼자고 선장을 채근하여,
식사를 하자니 출항 허가가 떨어집니다.
--- 새드웜 시험 ---
40여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이미 한 낮이어서 하얀색 웜을 끼웠는데,
선장은 붉은 색이나 푸른색 웜이 좋다고 권유합니다.
이번에는 웜을 주로 테스트 할 생각으로 몇가지 더 준비를 했는데도, 푸른색은 없습니다.
얼른 반짝이 펄이 들어간 붉은색 웜으로 바꿔 끼웁니다.
선장의 이어지는 조언 방송은 채비가 흘러가는 쪽에 있는 사람은 채비를 바닥에 흘리며 낚시를 하고,
반대 방향에 앉은 사람은 멀리 캐스팅한 후 바닥을 탐색하라고 합니다.
입수. 수심은 대략 25~30m쯤 될 것 같고, 물이 약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간조가 끝나갈 시간이라고 합니다.
지난번 출조에서는 루어의 이런저런 운용방법만 시험하는데 집중했었으니,
이번에는 조과를 조금 손해 보더라도 웜의 색상을 다양하게 실험해볼 생각입니다.
대신 채비 운용은 선장님의 의견과는 다르게
바닥을 끌기 보다는 지난번처럼 약간 띄운 상태에서 운용할 예정입니다.
선수에서 광어가 올라옵니다.
긴장하며 바닥의 지형을 머리에 그립니다.
수 차례의 함성을 더 들은 후에야 입질이 옵니다.
그대로 천천히 몇미터 감은 후 가볍게 후킹을 하고 감아 올립니다.
반가운 광어의 얼굴이 보입니다.
덩치는 크지 않은데, 저항하는 힘이 한달 전과도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그럴 것이 살이 통통합니다.
예정대로 다른 색의 웜을 달아봅니다.
흰색, 한동안 반응이 없다가 한마리 올라옵니다.
야광이 들어간 투명 웜으로 다시 바꿔 봅니다.
이번에는 아예 입질이 없습니다.
또 다른 색으로 바꿔봅니다.
오늘은 대체로 붉은색과 흰색에 모두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걸어 올린 수로야 붉은색이 많았지만,
그것은 붉은색을 쓰는 조사가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시험을 위해 새로 산 몇 종까지 고루 시험해 보니 대략 방향이 보입니다.
--- 캐스팅에 고생하다 ---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우럭을 빼고도 광어만 4마리째이니 마릿수로는 배 전체에서도 가장 많이 잡았지 싶은데,
선장님은 늦게 나왔으니 저녁까지라도 고기가 나오면 계속하겠다 하십니다.
그렇다면 잡을만큼 잡았으니, 방법을 바꿔 봅니다.
사둔지는 오래되었지만, 요즘 나오는 이쁜 고기 모양이 아니어서 써먹지 않았던 웜을
색이 특이하다는 이유로 매달고 캐스팅을 시도합니다.
지난번에도 멀리 캐스팅하다 합사가 엉켜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오늘은 엉키는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악착같이 반복합니다.
결국 풀다 풀다 못 풀어 합사를 몇 십미터 끊어먹고,
리트리브가 서툴러 바닥 걸림에 또 몇 십미터 끊어먹고서야 조금씩 감을 잡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광어와 우럭이 연속해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아마 캐스팅이 조금 안정되니 바닥 운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싶었는데,
선장님 생각은 루어 색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중에는 쇼크리더를 묶을 시간이 없어 합사에 바늘을 직결했더니
한마리 올리면 요동치는 광어 탓에 웜에 합사가 감겨서 두동강이 나버립니다.
--- 예쁜 루어, 미운 루어 ---
이즈음 주위에서 모두 나를 쳐다봅니다.
옆에 있는 분께 말씀드립니다.
“선장님은 루어 선택이 좋았다고 하지만, 저는 채비 운용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바닥을 끌지않고 띄워서 탐색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루어 운용을 이렇게…”
사실, 경험도 일천한,
거기다 연속으로 꽝만하다가 지난 출조부터 겨우 조금씩이나마 성과를 올리기 시작한 처지에
강하게 어필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웜을 드립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드린 웜으로 바로 한마리 걸어올리십니다.
“진짜 웜이 좋은 것 같다”는 말씀에
“싼 것입니다”는 말과 “이미 다른 몇 분이 이런 색의 웜을 벌써 쓰고 계시는데…”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을 하지 못합니다.
사실 내가 쓴 웜의 색 때문만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에 마릿수의 조과를 올리는 중이라 하더라도,
기왕에 반응이 좋으니 굳이 웜을 바꿀 이유도 없습니다.
우럭은 잡는 대로 피를 빼서 쿨러에 바로 넣고, 광어는 꼬리표를 달고 수조에 넣습니다.
나중에는 선미에서 배 앞에 있는 수조까지 가느라
탈탈거리는 광어를 들고 낚시 중인 분들의 뒤를 지나가는 것도 미안해 집니다.
-- 기록 욕심 --
저녁 무렵, 물돌이 시간이 되자 약하던 광어의 입질이 다시 강해지는 느낌입니다.
바닥을 읽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물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을 보며 가능한 멀리 캐스팅해서 바닥을 탐색하며 당기다 보면
배 가까이까지 채비가 다가올 즈음에는 이따금씩 입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웅덩이같이 파인 곳을 지나 언덕부분을 올라가다 보면 덜컥 걸려들기도 합니다.
은근히 욕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제 가자고 하는 선장님께 한번만 더 흘려보자고 부탁 드린 것이 미안하지 않게
괜찮은 씨알 한 마리를 더 올려냅니다.
주변에 보이던 배들이 한 둘 사라지고 이제는 철수할 시간입니다.
그럭저럭 광어만으로도 두 자리 수를 채운 것 같습니다.
장비를 정리하고는 수조에서 광어를 꺼내와 피를 빼기 시작합니다.
지난번에는 잡는 대로 피를 빼고 바닷물에 아가미를 헹궜더니 깔끔했었는데,
이번에는 몰아서 처리하느라 제대로 했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 정리를 끝내고 숨을 몰아 쉽니다.
쿨러 바닥에는 새벽에 산 것이지만 아직 쌩쌩한 얼음이 두 봉지나 깔려있으니,
집에 도착해서는 적당히 숙성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고 단독 출조를 했으니 나눠 줄 동료도 없습니다.
이럴 때는 방법이 있습니다.
집에 전화를 하니 집에서 냄새 피우지 말고 깔끔하게 포를 떠서 가져오라 합니다.
늘 그렇지만, 좀 많이 잡은 날은 아내가 자신의 주변 지인들에게 선심을 쓰는 날입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낚시 간다고 핀잔 듣는 양도 좀 줄어들 것입니다.
그래도 키로에 오천원인데, 이 양이면 회 뜨는 비용만 얼마야…
하지만, 어쩝니까? 싸게 떴다고 말해야지요. ㅠㅠ
대부도에 오는 날은 선장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횟집에서 자주 포를 떠 오는데,
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양도 많고, 포장도 깨끗하고, 맛도 일품입니다.
그렇게 뜬 횟감을 밀봉을 하고 얼음을 더 덮어서 가져 옵니다.
집에 와서는 종이도시락에 횟감용 종이를 깔고 한마리 분량씩 나눠 담습니다.
그리고 운전까지 해서 한바퀴 빙 돌며 배달을 합니다.
물론 나는 운전사일 뿐이고 전달하며 폼 잡는 것은 아내의 몫입니다.
8집을 돌며, 봉사 완료.
회무침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드디어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피곤이 몰려옵니다.
-- 루어의 정석은 무엇일까? --
과연 루어의 정석은 무엇일까?
낮 동안 줄곧 생각했던 주제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광어는 바닥 고기이지만, 눈은 위에 달려있다는 단순한 지식과
큰놈일수록 뛰어 오르는 폭도 높을 것이라는 기대는 가지고 대응을 하지만,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잡은 마릿수가 조금 된다고 해도 이것이 조술의 효과인지 웜의 효과인지,
아니면 상승작용을 한 것인지도 확신이 없습니다.
단지 다음에는 이 방법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보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이러다 보면 조금 느낌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긴 해 해봅니다.
아직은 이런 웜이 좋습니다.
채비는 이것이 좋고, 낚시대는 저것이 좋습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까마득해서
글 속이 이런 내용을 담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머리 속이 정리가 될 날이 오겠지요.
이번 주는 출조에서 불편함을 느낀 핸들 길이나 조정하며 바다의 느낌을 그리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박 축하드리구 즐감혀구 갬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