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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驛馬殺)이란 집에 있으면 걱정 근심에 안달이 나고 그래서 엉덩이를 지그시 붙일 수 없어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을 말하며, 사주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통칭 이것을 역마살이 끼었다고 합니다.
밖에 나가면 기뻐지고 편안해지며 어디가 아프다가도 짐만 꾸리면 아픈데는 온데간데 없어지는
참 이상한 고질병이죠.
잘못 관리하면 실속없고 무의미한 방랑자가 되겠지만 잘 관리하면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정신적 여유의
충만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으니 나는 이 고질병 역마살을 '행복의 백신'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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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5일~6일, 연일 제주 성산포 갈치낚시에 7일 밤에 떠나는 오천항 주꾸미낚시 그리고 일요일 하루
대전의 집안 혼사에 월요일 인천 광어 루어낚시는 힘겨운 연이은 여정이지만,
내 고향 하동의 화개장터를 무대로 김동리선생이 1948년 발표한 단편소설 ‘역마’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다룬 이 소설 속에서 <역마살은 유랑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섬진강의 역마살 물로 만들어진 나의 몸뚱아리는 어쩔 수 없는 역마살 운명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또한 최명희님의 ‘혼불’에도 “그놈은 역마살이 들었는지 밤낮으로 싸다니는데 역마살을 타고난 사람은
아무리 반가에 나도 끝내는 엿장수라도 하고 마는…” 의 표현처럼 애초에 낚싯대 보다 엿가위를 들었더라면
지금쯤 허주(虛舟)의 주야조사(晝夜釣思)보다
주팔도(酒八道)로서 팔도의 시골장을 누비는 엿장수로서 크게 성공(?)했으리라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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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전의 덜 재미본 미련이 남아 또 제주의 비행기에 몸을 얹습니다.
짐을 줄이고자 파워맨님보고 간단하게 쿨러만 가지고 간다고 했습니다.
첫날, 날씨는 화창하지만 바람이 지난주처럼 불어 이 먼곳까지 꿈을 찾아 왔는데 무척 긴장이 됩니다.
지난번 잡은것은 처갓집쪽으로 몽땅 보냈지만 이번에 잡은 것들은 우리 형제들 9남매에게 보낼 계획으로
떠나니 부담도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첫날은 50리터 쿨러에 고등어와 갈치를 70% 채워서 3곳에 택배로 보냈습니다.
이날은 정말 가끔씩 내 큰손으로 5지가 넘는 징그러운 놈으로 2수와 도톰한 4지급으로 4수를 건질때는
정말 100년묵은 산삼 발견한 심마니의 외침처럼 이 괴물갈치를 보고 나도 그렇게 외치게 되더군요.
둘쨋날은 바람이 좀 줄어들어 안심이 됩니다만 물안개가 많이 피어 집어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조금 걱정입니다.
뱃머리가 성산일출봉을 돌아 표선쪽으로 돌립니다.
우리 동호회 왕대구님과 친구분,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함께 즐낚하시는 마음결이 고우신 호수님, 그외2분
오늘은 모두 6분으로 널널한 황제 갈치낚시가 될 것 같습니다.
우도쪽에서 불어오는 강쇠바람을 피하여 이곳으로 가는데 1시간반 정도를 갑니다.
선실에 누워있지만 타고난 역마조사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함께 한 모든 분들은 꿈나라 여행 중이지만 저의 눈은 올빼미 눈처럼 말동말똥합니다.
선창(船窓)에 비친 반쪽달, 외로운 고월(孤月)이 내려 놓은 바다위 찬란한 윤슬에
촛불켜진 가슴을 차분히 내려놓게 합니다.
정말 세속의 찌든 먼지때와 나 자신의 남루한 몸과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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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뒤에 자리잡은 나는 배의 한쪽에 3명씩이니 너무 널널합니다.
오늘은 왠지 좋은 예감이 들어 몸도 마음도 여느때보다 가볍게 느껴집니다.
입질이 시작되는데 어제의 파상입질 패턴과는 영판 상이합니다.
고등어 입질이 시작되더니 금세 씨알좋은 20마리 정도에 갈치는 30마리 잡습니다.
수심층 45m에 고정하고 입질을 기다리면 곧바로 초릿대가 요란스런 파이팅이 시작됩니다.
1타 3~5피에 올라오는 도중에 고등어가 가세하여 강한 몸부림으로 손맛을 가중시킵니다.
피곤함을 잊은채 밤새 온몸으로 낚시하며 파워맨님이 썰어준 고등어회에 이슬이로 목축임을 합니다.
촐촐한 시간대의 고등어회는 이슬이에 녹아 불티납니다.
배의 전체가 이 어맥(魚脈)의 스트라이크존으로 공략하며 모두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3시가 넘어서는 씨알이 커지고 간사한 입질이 아닌 "탈,탈,탈!~~ 쿡!" 의 깔끔한 입질은 대충 크기를
어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초릿대를 흔듭니다.
꽁치미끼가 동이났습니다.
아까 채비를 박살내어 한대 얻어맞고 누워있던 만새기를 미끼로 사용하고자 포를 떠서 사용했더니 오히려
미끼가 커서 그런지 큰 놈들만 연신 올라옵니다.
바늘이 들어가지 않을만큼 질긴 껍질도 날카로운 갈치 이빨엔 속수무책입니다.
모두 두동강이 나 버립니다.
만새기도 천대하지 마시고 잘 모셔뒀다가 시간나는 대로 썰어 미끼로 사용해 보셔요.
훌륭한 미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벌써 쿨러가 다 채워져고 스치로폼 박스를 하나 더 채워지며 나머지 하나를 채울무렵 선장님이 철수
준비하자고 합니다.
새벽녘에 바람이 좀 강하게 불어 배가 동풍을 차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서 4시에 철수합니다.
이 자리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야 할 분이 있습니다.
콜롬보 아우님이 툭별히 제작해서 보내준 앙증맞은 밧데리를 2일 연속 사용했으나 아직도
전력이 남아있는 강한 밧데리입니다.
갈치로 보답할테니 주소 보내주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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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하고 11시 10분 비행기 이므로 시간이 남아 2박스는 포장하여 착불로 전국에 흩어져 사는
형제들께 보내고 나머지는 서울,수원,인천에 사는 형제를 불러 김포공항에서 박스채
나눠주기로 하였습니다.
4사람의 추가 공항 화물비가 자그마치 20만원이라 합니다.
몇번 경험이 있으신 호수님이 앞장서서 우리가 거들고 해서 좀 저렴하게 지불하고 비행기에 오릅니다.
타자마자 이틀동안의 피곤이 한꺼번에 엄습해 오는데 소란스러워 깨어나니 김포입니다.
누나와 남동생이 마중나와 있습니다.
인천사는 동생을 보내고 누나가 나의 집까지 태워주고 갈치를 싣고 또 과천의 큰누나집으로 가서 배달하고
수원으로 가야하는데 언젠가 이 싱싱한 여수 갈치를 맛본 탓인지 기분이 무척 좋은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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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쿨러정도 남은 것 손질하고 냉장실,냉동실에 보관하고 삼치 3마리는 포떠서 냉동시키니
눈가죽이 당기고 몸이 깨나른합니다.
오늘밤에 오천 주꾸미낚시 떠나야 하기에 주꾸미 채비 준비해두고 저녁을 먹습니다.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니 초대받은 용청바다낚시동호회 정명규 아우님보고 12시에 집으로 전화 하라고 하고
물론 핸드폰 알람까지 맞춰놓고 금세 까무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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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7일 조행을 너무 시간이 없어 이제사 씁니다.
죄송합니다.
10월12일에.. <주야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