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낚시에서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나에겐 출조 때마다 머릿속에 맴도는 화두였던 것 같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뭐 그리 고민할 것도 아닌데
괜스런 고민을 안고 배를 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젠 출조를 나가면 적어도 네가지 즐거움이 있다.
하나는 나가기 전까지의 설레임이다.
채비를 준비하는 것이며 출조일을 기다리며 출조 할 선사의 조행기를
매일 매일 쳐다보고 기상을 확인해보는 마음이 그런 듯 싶다.
다른 하나는 바다가 주는 풍광이다.
넘실거리는 파도의 정갈함, 언뜻 언뜻 스쳐가는 섬들의 고즈넉함,
갈매기의 춤사위, 새색시의 얼굴마냥 불그레한 낙조, 집어등을 향해 맴도는 물고기들의 향현....
실로 무거웠던 마음을 훌훌 벗어 던지기에 충분한 바다가 주는 선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벗들과의 동행인 듯 싶다.
선상에서 나누는 이야기이며 서로를 배려해주는 모습들,
가만히 바라만봐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벗들과의 출조는 색다른 매력이 아닌가 싶다
또 있겠지만 마지막 하나는 조과인 듯 싶다.
쿨러에 하나 둘 쌓여가는 갈치들의 은빛물결을 지켜보며 만선의 조행을 늘 기대하는 것이나
낚시가 끝나고 생각만큼 조과가 충분하지 않을지라고 바다가 허락한 그만큼의 조과를 바라보며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리 신통치 않은 조과에도 바다가 주는 넉넉함에 감사함과 즐거움을 갖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 듯 싶다.
선상낚시를 시작했던 처음엔 그랬다.
늘 만선의 조황을 기대하고 떠나는 배들처럼 쿨러 가득한 조황을 기대했지만
그렇치 못한 날엔(대부분 그렇치 못했지만) 온갖 핑계와 불평의 소리들이
출조를 마친뒤에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날씨가 어땠다느니...채비가 어땠다느니...선장이 어땠다느니...자리가 어땠다느니....
힐링이 되어야할 낚시가 조과라는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로 다가온 날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길 여러번
이젠 선상낚시가 완전히 힐링으로 내게 다가온 듯 싶다.
이번 갈치 조행도 그랬다.
아끼는 벗들과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맞춰 배에 오른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고,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의 노래소리가 그랬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저녁노을에 술에 취한 듯 불그레한 너와 나의 얼굴이 그랬고,
눈을 황홀하게 하는 갈치의 은빛 춤사위가 그랬다.
조과에 마음을 비우니 모든 것이 여유로 왔다.
미끼도 처음부터 꽁치보다는 한두마리 올라온 갈치며 만세기를 사용했고
남들이 빠른 손놀림에 갈치를 차곡차곡 쿨러에 쌓아 갈 적에도
마음을 빼앗기지않고 여유롭게 기다린 후에 채비를 올리곤 했다
갈치낚시를 가면 자신만의 채비 운영방법들이 있다.
여러 채비 운영방법이 있지만 나는 던져둔 채비를 거의 손대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첫 입질이 들어오면 릴을 두어바퀴 빨리 감는다거나,
천천히 감아올린다거나 낚시대를 들었다 놓는 것 들을 하지 않고
초릿대로 전해오는 갈치의 춤사위를 눈으로 넉넉히 즐긴 후에 채비를 걷어 올리곤 한다.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채비를 걷어 올린다 하더라도 갈치의 입질이 예민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항상 여러 마리의 갈치들이 올라온다는 경험과 확신이 있기 때문인 듯싶다.
그날도 그런 듯하다
조금함을 버리고 생미끼를 사용하여 채비를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만으로
바다는 나에게 씨알 좋은 갈치와 마릿수를 선물로 전해주었다.
물론 첫 입질이 들어오면 채비를 한두바퀴 감아올려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듯싶다.
자꾸만 릴을 건들어 한두 바퀴 감아보고 싶고, 천천히 채비를 감아보는 등...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일어나지만
요즘엔 최대한 가만히 놔두려고 마음을 고쳐먹곤 한다.
그런 넉넉함은 그날도 충분한 조과로 나에게 다가왔다.
요즘 갈치낚시가 초 절정에 이른 듯하다
출조 때 마다 바다는 풍성한 조과를 낚시인들에게 내어주는 듯하다.
취미로 즐기는 갈치낚시라면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조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한 마리라도 더 잡기위한 조급함 보다는
힐링으로 마음에 와 닿은 갈치낚시가 가슴에 더 오래 남지 않을까....낚시는 힐링이다.
처음보는 옆분에게 먼저 미소인사를 건네고
비록 몸은 크나 엉키긴줄을 잘푸는 특기(?)가 있기에
한두자리 건너의 엉킴도 가서 풀어주는 그런 마음이
나 스스로에게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주는
할수록 빠져드는 갈치낚시의 매력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