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3지 이상, 갈치반 물반의 백도권 釣遊 오디세이
일주일 정도를 작정하고 8월 10일 혼자 차를 몰고 남녘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에 국민학교 동창회와 내 생일 그리고 장모님 생신이 들어 있어 좋은 핑계거리지요.
"이번 휴가 장모님 생신때 갈치 잡아 회도 뜨고 좋아하시는 갈치구이도 해 드리고... 용돈도 드리고...
어쩌고 저쩌고..." 말을 제대로 다 마치기 전에 집사람은 "그간 고생했으니 편히 다녀오셔~~" 합니다.
아싸!~ 이뻐 죽겠네요..^^
8월 들어 씨알도 기본이 3지 이상 수준급으로 연일 계속되는 호조황 몽환에 시달리던 갈치 낚시를 씨줄 날줄로
엮힌 이일 저 일로 못가는 신세, 그동안 애가 타고 한마디로 미칠 지경. 예약을 하고부터는 더욱 안달이 납니다.
목줄 24호에 길이 120cm, 이번엔 대삼치 공격을 대비한, 끝에 10호 핀도래를 장착한 자작 바늘채비를 넉넉히
준비하고, 이왕 만드는 것 45호로 단차 220cm 10단 기둥줄도 두 개 만들었지요.
아들한테 넉넉한 용돈을 챙기고 선잠으로 밤을 보낸 후, 날샐녘에 혼자 떠나는 이 방랑자의 오디세이...
가슴 답답한 세환 도시의 창살을 헤집고 새벽을 가르며 달리는 부릉부릉 자동차 소리는 음악처럼 들리고,
한달음에 도착한 조그마한 정류장 휴게소, 볼 일을 보고 있노라니 저만치 거미줄에 걸린 물방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진주목걸이처럼 영롱하게 빛이 납니다.
푸른 녹음 사이로 바람꽃 피어있는 지리산을 맞을 즈음, 내 몸은 창공을 날으는 한 마리 새가 됩니다.
드디어 옹기종기 보석처럼 박혀있는 다도해 섬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북선대교를 통과하니, 천리향 가득한
짭조름 바닷바람이 불어와 나를 물먹은 채소처럼 활력을 솟게 합니다.
기다리는 일행들과 상옹하며 시원한 맥주로 간단한 목축임... 파이팅을 외치며, 오늘의 결전에 대비한 여러가지
자문을 화기애애하게 나눕니다.
어제는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출항을 못했지만, 연일 넘치는 쿨러 도장 콱!~ 이야기로 모두 들떠 있습니다.
전동릴과 낚싯대, 기타 채비 점검에서부터 12시경에 바늘을 무조건 일괄 갈아주어야 하기에 바늘도 넉넉히
준비하고, 너덜너덜한 꼴뚜기 바늘과 긴 목줄은 옆사람과의 줄 엉킴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 활성도 좋은 요즘,
씨알도 전반적으로 굵으므로 바늘은 조금 큰 것과 목줄은 짧게 간결한 채비 구성이 도움이 된다고 일렀습니다.
드디어 출항... 바다 마쵸들의 꿈의 현상소로 출발.... 흔들바람에 물너울이 조금 있습니다만, 오히려 잔잔한
때보다 약간의 꼴랑거림이 갈치낚시의 입질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죠.
찰랑찰랑 곱게 앙그러진 남쪽 바다. 삐라처럼 내려앉은 윤슬. 아직은 뜨거운 햇살에 할딱거리는 설렘의 오후.
이마의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채비를 드리우고 나면, 새벽을 달려온 하얀 긴장감이 사르르 눈 녹듯 녹지요.
꿈속에서 나를 그렇게 홀리던 은백 시루스 여인(麗鱗)을 기다리는 조바심으로 헛기침 하지만, 그래도 초릿대를
응시하며 차분히 기다리는 여유로운 이 시간이 우리 조사님들께는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씨알이 3지 이상이라 초릿대를 처박는 왁살스럽고 둔중한 입질, 관능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뱃전, 분주히
움직이며 채비 운용에 혼신을 다하는 꾼님들... 쑥쑥 차올라가는 쿨러를 보며 고의춤도 제대로 못 가눌 지경....
동틀 때까지 꾸준히 이런 입질로 80리터 쿨러는 거의 만쿨 수준...
날씨가 무척 맑습니다.
사방이 두루마리 그림처럼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남녘바다... 저 멀리 어렴풋이 제주도 한라산이 보입니다.
이런 다도해의 어울림은 한 편의 서정시이자 한 폭의 동양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오늘은 날이 맑아 푸른 쪽달빛과 무수한 하얀 별빛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밤이 될 것입니다.
"아이고!~~ 이 놈의 대삼치가 물었나 보네..." 혼자 중얼거리다가 옆사람께 민폐 끼칠 걱정으로 바로 올려보니
와우!~~ 6지급 가까운 이 녀석이 올라오네요. 떨어질까 봐 얼마나 가슴이 쿵쾅대던지요...ㅎㅎㅎ
초릿대 동작이 조금 이상하다 싶어 감는 순간, 입에 저항감이 생겼는지 놀라 사정없이 물고 도망가며 낚싯대 부러질 듯
처박는 눈 맛과 손맛 그리고 고소한 입맛까지...
끙끙 앓는 오매불망, 이것이 갈치낚시의 지독한 중독성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잿빛 하늘이 금세 옷을 벗으면서 서쪽 수평선을 빨갛게 불태우며 몽환적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조심(釣心)은 애틋한 그리움에 젖어들고... 해가 지면서 색바람이 불어옵니다.
제법 추량한 느낌을 주니 시원해서 낚시하기에 그만입니다.
제가 전화를 잘못드려 일정에 차질이 생겼네요. 정말 죄송했습니다.
올라 오는 날, 출조하여 톡톡히 재미를 본 스마일님과 왕대구님 사진을 한번 올려 봅니다.
왕대구님, 사진으로나마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많이 수척하시네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날은 희한하게 거의 빈작 수준이었지만, 잡은 것 다 털어 지인 쿨러에 담아주고,
둘째 날은 거의 만쿨로 처가의 형제들께, 동창회에 다 풀어 굽고 지지고 그리고도 남아 가져가는..
푸짐한 왕갈치 잔치를 했습니다.
셋째 날 잡은 것은 친지나 사돈들과 암과 싸우는 친구에게 모두 택배로 보냈지요.
마지막 날도 잡은 것도 오면서 9남매 중에 수도권에 사는 형제에게 나눠주고 집에는 고등어 10마리 정도와
좀 큰 갈치로 25마리 가져와 저녁에 굽기도 하고 갈칫국을 끓였더니 고소하고 살이 허물허물 풀어지는 듯한
생물의 연한 맛...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소주 한 병이 옥로주가 됩니다.
결혼 7년만에 첫 임신 8개월에 접어든 며느리에게 타지 않게 정성껏 구운 고등어와 갈치를 내어주니 얼마나
고맙게시리 이쁘게 맛있게 잘 먹던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돕니다. 이게 부모 된 우리들의 참마음이 아닐까 싶어서요..^^
요즘 상황에 도움이 되는 팁:
1) 씨알이 좋으니 비교적 큰 바늘을 넉넉히 준비하시고 12시경 전체 바늘갈이 해 주십시오.
사용중 목줄이 꼬여 있는 상태라면 중간 중간에도 지체없이 교체하여 주십시오.
미늘이 큰 바늘은 사용해 보니 권장할만하지 않습니다. 미늘이 커서 갈치의 구개골에는
미늘 통과가 어려워 오히려 바늘털이 때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바늘을 뺄 때 쉽게 빠지지 않아 애를 먹을 뿐더러, 속전속결의 갈치낚시에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보통 미늘 바늘로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 집어등이 켜지고 집어가 시작되면 바닥을 노리지 마시고 수심계 40m권에서 한 두마리를
태운 후 자동 저속 릴링을 하며, 10m권에서 바로 올려 정렬, 다시 채비를 내리십시오.
이는 상층까지 집어가 되었다 해도 이미 미끼 손실이 발생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따지면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3) 집중 입질이 발생하는 수심에서는 아예 갈치 생미끼(뼈채 썰은 좀 길고 1.2cm정도 크기)로 대체하여
입질이 와도 챔질하거나 급릴링하지 마시고 그냥 내버려 두시면서 어느 정도 기다리십시오.
살짝 대를 들어 보시거나 감아보면 묵직한 느낌이 오면 바로 릴링하시면 줄태우기 성공.
느낌으로 보아 2~3마리 정도라고 판단이 서면 저속 릴링으로 유인하면 바로바로 추가 입질이
올 수 있습니다. 수동으로 시간차를 두며 한 두 바퀴 팍~팍~ 감아 올려주며 유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
4) 요즘은 소위 왕갈치로 분류되는 3~4지급이 주류이니, 꽁치 미끼 사이로 삼치나 갈치 생미끼를
꿰어 사용하시다가 생미끼에 입질이 잦다 싶으면 과감히 생미끼로 전체를 교체해 주십시오.
경우에 따라서는 생미끼에 반응하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꽁치 미끼를 조금 길게
두껍게 썰어 사용하는 것도 반응을 불러오는 방법도 될 수 있습니다.
5) 선장님의 집어층 멘트는 어탐에 나타난 집어군을 보고 방송하는 것이니, 이는 참고만 하시고
내가 집중 집어를 시킨 집어층에서 계속하여 공략하시는게 바람직합니다.
그러면서 옆사람들과 같은 집어층을 공유하면서 계속 유지해 나가셔야만 좋은 조황으로
이어집니다.
집중 집어층 파악이 되고 가장 잘 입질이 오는 곳에서는 릴링보다 전동릴 바깥쪽 줄을 잡고
한 두번씩 낚아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미끼 가까이에서 관망하는 녀석들의
순간 입질을 유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죠. 제가 아주 애용하는 방법으로 바늘이 확실히 통과되어
어떤 바늘털이에도 소용없게 이탈하지 못하게 확실한 훅킹방법도 될 수 있고요.
6) 옆사람과 수중에서 채비 엉킴이 발생하였을 경우, 누구든 먼저 올리지 마시고 같이 동시에 초릿대
휘어진 정도를 같이하며 올리십시오. 그렇게 되면 바늘만 서로 엉키지 채비 전체가 심하게 엉키지
않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운용술이며 채비 엉킴을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한 번 심하게 엉켜버리면 풀기가 어려운 지경까지 갑니다.
양자 모두 기둥줄을 새 것으로 갈아야 하고, 바늘 손실로 인한 2차 피해까지 발생합니다.
시간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대충 이정도만 지키시면 기분 좋은 조과물로 연결되고, 옆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지거든요..^^
3일씩 하셔도......
저는 하루만 해도 기진맥진/혼비백산인데요.ㅋㅋ
나눔이 아름답습니다.....그리고 축하드립니다...식구가 늘어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