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맨 처음'을 뜻하는 것으로 관형사 '첫'과 명사인 '경험'을 합쳐 이루어진 단어. 즉 '인간이 경험하는
것 중에 맨 첨으로 접하는 경험'을 뜻하는 말이지요.
첫사랑, 첫눈, 첫 만남, 등 모두 '첫'자만 들어가면 설렘과 기대감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를 여러분도
경험하셨으리라 봅니다.
갑자기 생긴 개인적인 볼 일도 있고 또 한치낚시의 첫 경험도 느낄 겸, 토요일(7월 14일) 아침에
여수의 돌산행 원더피싱 버스에 이틀간 한치낚시 꿈을 꾸며 몸을 실었습니다.
4시 정도에 돌산 군내항을 출항, 2시간여를 달립니다.
풍을 놓고 채비를 마친 다음, 철석철석 뱃전에 부딪치는 해조음과 석양의 아름다운 풍광이 합쳐지면서
영원한 향수의 노랫소리처럼 우리를 매료케 합니다.
어둠이 깔리고 인근의 한치 배들의 불빛은 더욱 선명하게 바다 위에 난반사되면서 평온이 시작되네요.
그 불빛들이 내게로 다가와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니 머릿속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됩니다.
대부분 10단의 다단채비를 사용하지만, 저는 간편한 것이 좋아 7단으로 마무리하고 여유를 부리며 아름다운
대 자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전동릴은 수심계가 나오니까 선장의 방송대로 40m에 설정하고 식사를 합니다.
첫날은 입질이 더딘 관계로 10마리로 마무리. 낚음보다도 경험을 살리려 이것저것 운용에 변화를 주며
첫 경험에 충실하다보니 조황도 상대적으로 저조했고요..^^
아침에 하선하여 주위 사람들과 모두 회를 떠서 파티를 벌렸습니다.
싱싱하고 쫄깃한 식감의 한치회와 생명수의 궁합이 밤을 꼬박 새운 피곤한 육신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둘째 날은 실전 '첫 경험' 덕분에 자신감을 도전했지요.
어제 맛 본 한치의 기막힌 식감에 욕심이 생겨 채비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뉴한사리 2호에 일행인 송갈치 님은 선미 10번에, 저는 9번에 앉았습니다.
첫날과 달리 둘째 날은 총 12명이 탑승, 간격의 여유가 있어 2대를 운용했지요.
어제처럼 7단의 갈치대 다단채비로, 또 한 대는간결하게 3단으로 맨 밑에 메탈 숫테를 달고 공략하니 작은
한치 녀석의 장난까지 모조리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단채비에 일타 3피의 한치 삼 형제가 올라왔습니다.
긴장했는지 출수공으로 물을 뿜어대며 수시로 몸색깔도 바꿉니다. 양 날개를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대해 몸통을 쥐어짜며 시커먼 경고성 먹물로 나를 향해 뿜어댑니다.
큰 녀석의 입질은 초릿대 동작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컸습니다.
전반적으로 피딩 타임은 밤 9시부터 시작되었고 새벽 2시를 넘어서는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한치낚시...
원래 낚시를 좋아하여 손님으로 왔다가 사무장 모집에 지원하였다고 하는 1호 사무장님입니다.
고된 직업이나 성실하게 나름 꿈을 안고 이 일을 즐긴다고 하니 저도 응원합니다.
오늘은 자리가 널널하여 3호에 손님 격으로 승선하여 예리한 촉감으로 많이 잡았네요.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도 적고 손질도 간편하여 집에서 대 환영받는 한치.
한치 물회, 한치 숙회, 한치 무침, 통찜, 한치 라면, 한치 파전 등등 살이 비교적 얇고 쫀득한 식감에
살짝 단맛까지 나는 담백한 한치는 가족의 애호(愛好) 요리감으로 최고지요.
열심히 낚아 대략 70여 수를 했나 봅니다.
***
'한치'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다리가 한치(1寸 : 3c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라고 합니다.
꼴뚜기과 연체동물로 주로 제주권에서 많이 잡히는데, 6~9월이 한치의 제철입니다.
물론 통영권이나 여수권 등 남해안 전역에서도 많이 잡히는 어종이죠.
겨울에는 살이 두꺼워지면서 질겨 별 환영을 받지 못하나, 요즘같이 수온이 높아지면
살이 더 투명하고 부드러우면서 감칠맛 나는 식감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이 한치를 두고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요,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란 속담이 있을 정도로 대접 차원에서는 한치가 한 수 위입니다.
한치 에깅낚시는 기존 갈치채비처럼 '다단채비 방식'이 있는가 하면 최근들어 유행하는
'이카메탈 게임 방식'의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진해나 통영권은 위에 언급된 2가지 방식 중 '이카메탈 게임 방식'을 주로 선호합니다.
배의 난간봉에 설치된 2개의 고정 거치대에 에깅 전용대를 거치하여 두고, 번갈이 가며 운용하는
방식인데, 한 대는 2~3단의 가지 채비에 슷테를 2개 달고 맨 밑에는 봉돌 역할을 하는 38g 정도
(물때에 따라 60g까지도 사용)의 메탈 에기를 달아 그대로 두면서 입질이 올때마다 거두는 방식이고,
또 한 대는 2단 채비(슷테와 아래 메탈 에기)로 계속 들고 흔들며 집중하며 공략하는 타입입니다.
두 대를 혼용하여 사용하기에 입질층이 제대로 형성되면 정말 정신이 없고, 즐거움은 그만큼
배가되는데 엄청난 체력 소모가 필요한게 한치낚시입니다.
여수권에는 기존의 배 가장자리에 설치되어 있던 거치대를 그대로 이용, 갈치 낚싯대에 6단~10단
다단채비로 단차 1m 정도에 한치 전용 슷테를 직결로 또는 목줄 30cm에 연결하여 별다른 액션의 채비
놀림없이 그대로 두다가 입질이 들어오면 저속 릴링으로 줄을 태우는 방식이죠.
여수권도 두 대를 운용하는데, 또 한 대는 위의 진해권 '이카메탈 게임 방식'으로 운용하면 됩니다.
7월 갈치 금어기를 이용한 한 달간의 틈새 낚시이기 때문에 진해권처럼 전용선이 아니라서 난간봉에
고정 설치를 하지 않죠. 그러기에 대부분 다단채비의 갈치대와 이카메탈 게임의 두 대를 함께 운용하는
터라 옆사람과 엉킴이 발생할 경우 풀기 힘든 심각한 상황까지 가면서 서로 줄을 당기는 과정에서
비싼 채비가 몽땅 손실되어 수장되는 것을 몇 번 봤지요.
오늘은 지난번 경험한 여수권 한치낚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풍을 내리고 40m권에서 출발합니다.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밤 9시가 되자 입질층이 25m~10m까지로 어군이 형성되며 피딩타임이 됩니다.
그러나 새벽 3시 정도면 이상하라 만큼 입질이 끊기더군요.
1) 다단채비는 초릿대 입질 동작이 보이면 챔질하지 마시고 저속으로 릴링하는 줄을 태우면 됩니다.
챔질을 할 경우 10개의 다리중에 주로 공격용으로 쓰이는 2개의 긴 다리(촉완)가 에기에 걸렸을 경우
이물감에 놀라 순간적으로 이탈 운동과 챔질에 맞물리면 쉽게 떨어져 나가 촉완의 끝부분만 걸려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속으로 릴링하면 설 걸렸을 경우, 한치의 저항감에 이 역시도 약한 촉완의 끝 부분만 남고
떨어질 수 있으니 보통 전동릴 3단 이상은 금물입니다.
무거운 갈치용 추의 입질 감도는 정말 초릿대를 자세히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었는데, 물심이 잦아들면서
열기용 120호 추를 옆사람과 함께 나누고 사용하니 감도는 아주 뛰어 났습니다.
민폐 발생 피해가 없을 경우 상의하여 함께 사용해도 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화려한 칼라의 슷테들 중에 유독 입질이 잦은 에기를 많이 사용하시는 것이 좋은데, 단단한 측광 에기보다
말랑말랑한 그물 에기가 촉감이 좋은지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중간에 500원하는 저렴한 녹색 계열과 주황색 왕눈이 에기도 달면서 혹시 외면할까 했는데, 염려는
기우였고 이것에 반응도 상상외로 좋았습니다.
2) 주로 들고 운용하는 '이카메탈 낚시'는 정말 힘이 많이 들더군요.
원줄 1호에 3단으로 사용한 기본 채비는, 56g의 점박이 오렌지 메탈 에기에 3호줄 20cm 가짓줄로
2개의 슷테(천으로 쌓인 고추장 에기와 단단한 국산 연녹 에기)를 사용했습니다.
역시 국산 또는 중국제 이미테이션 제품과 바교하여 사용해보니 역시 기술력 차이라서 그런지 일제가
촉이 예리하고 강하여 관통력이 뛰어 났습니다.
국산도 많은 노력으로 질이 많이 향상되었구요.
로드는 허리가 강하고 초릿대 쪽이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흔드는 숏저킹이 자유스럽고 액션이 크지 않아 한치의 유인이 쉽고 감도도 빨리 느낄 수
있는 장점 때문입니다.
또한 밤새 흔들어 줘야만 하는 피로감도 줄일 수 있지요.
릴은 주꾸미 때 사용하던 베이트릴이었습니다.
수심계가 있는 베이트릴이 요즘 유행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고 한치낚시 이외에는 별로 사용할
곳이 없으니 구매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소유하고 있는 베이트릴에 감긴 합사를 집에서 미리 풀고 매직으로 20m부터(20cm
정도로 적+청 매직으로 표시), 25m(흑색 매직으로 25cm 정도 표시), 30m(각각 30cm 정도로
적+청+흑 매직으로 표시), 40m(이와 같은 요령으로 40cm정도로 4가지 색으로) 표시를 해뒀더니
수심계가 없어도 수심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표시 방법으로 형광색 찌매듭 면사줄이 있으면 표시하기가 훨씬 수월할 수 하겠지만
이 역시도 사용해보니 가이드 통과시 저항감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또 매듭 부분이 약간
이탈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밤새 액션을 주느라 다리와 팔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숏저킹 액션을 주고 난 후 스테이(멈춤), 에기가 자연스럽게 안착되면 공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게 되는데, 그러면 곧바로 묵직해지면서 당기는 느낌의 입질이 옵니다.
살짝 들어주고 다시 한 마리 더... 하며 긴장하며 기다리는 순간이야말로 정말 가슴 떨리는 황홀이죠.
사진의 3마리가 동시에 걸렸을 때는 릴에 무리가 갈 정도였고요. 초릿대가 부러질까 애가 탔답니다.
한치는 오징어와 달리 입질 패턴은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저킹 후 옆 가짓줄 에기보다 채비의 맨 밑에 있는 메탈리스리트가 먼저 안착되면서 위로 공격이
용이하여 비교적 잘 올라타며, 에기를 깊게 감쌀 수 있어 자연스럽게 떨어지지 않을 만큼 제대로
훅킹이 되는 것입니다.
한치낚시 도중, 갈치도 에기에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입을 크게 벌려 에기 바늘을 삼켜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어기에 갈치를 잡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런 상황이 생기는 탓에 어획물의 10% 정도는
단속에 제외되므로 안심하고 가져 오셔도 됩니다.
* 추가 참고 사항 :
1) 가급적이면 한치낚시의 물때는 조류가 완만하고 청물인 조금 전후가 좋습니다.
조류가 빠르고 물색이 탁해지는 사리 물때를 피하는 것이 조과에 도움이 됩니다.
2) 입질 수심층 시간대별로 변하고 얇아지니 옆 사람과의 주 입질층 정보 교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3) 유난히 반응이 빠른 색상의 에기가 있을때는 지체 없이 교환해 줍니다.
4) 가급적이면 에기를 배의 집어등 불빛에 많이 노출시켜 충분히 야광 기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도 입질 유도에 큰 도움이 됩니다.
* 보관 Tip :
1) 팩에 잘 싸서 냉장고에 3~4일이면 무난하지만, 더 오래 보관을 해야 할 경우는 냉동실로 옮겨 주세요.
2) 한치는 얼려 두어도 결코 맛이 떨어지지 않으니, 껍질을 벗겨 씻은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공기가 통하지 않게 밀봉하여 냉동실에 보관하십시오. 그리고 6개월 이내에 드시는 것이 가장 좋고요.
* 영양소 :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한치 물회가 특미 중에 특미입니다.
타우린과 비타민 E가 풍부한 한치와 비타민 그리고 무기질이 풍부한 여러가지 채소와 같이 버무려진
요리이기에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여름 보양식 궁합으로는 최곱니다.
또한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엔 그만이고, 나아가 혈액 순환을 도와 심장질환에 효과적입니다.
* 물회 만들기(6인용) :
한치 5마리. 깻잎 3장. 양파 반개. 오이 반쪽. 청양고추 2개. 홍고추 2개. 초고추장. 쌈장 1숟갈..
미나리 약간(1cm 정도로 자른 것). 설탕 아니면 올리고당 2숟갈. 참기름 2숟갈.
다진마늘 1숟갈. 다진생강 반숟갈. 통깨 2숟갈. 배 반개.(없으면 마트에 가서 갈아 만든 배즙 1통)
소면 또는 메밀국수 3인분.
1) 한치를 손질하여 껍질 벗기고 반을 갈라 채 썰기처럼 가늘게 잘라둔다.
2) 소면이나 아니면 메밀국수를 약 5~7분 정도 삶아 찬물에 식혀 체에서 물기를 빼둔다.
3) 위의 채소도 가급적 잘게 썰어 둔다.
4) 시중에 파는 초고추장을 사용하면 편하다.
배를 잘라 넣거나 없으면 마트에 파는 배즙 한통을 사서 그 배즙에 올리고당과 다진마늘.
다진 생강. 참기름. 쌈장. 초고추장을 풀고 저어 양념을 만들어 둔다.
기호에 따라 양념에 초고추장이나 식초 또는 고춧가루를 더하여 찬물을 적당히 붓고 간을 맞춘다.
5) 조각 얼음은 필수.
6) 채소와 양념을 더하고 한치를 넣어 버무리고 얼음을 얻어 내 놓는다.
7) 물회를 먼저 먹고 어느 정도 남은 국물에 소면 또는 메밀국수를 말아 먹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