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여수권 갈치낚시
일주일 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차를 몰아 여수로 향합니다.
고향 친구들과 문꾸미 같은 주꾸미 낚시를 하고 또 남녘의 다도해를 주유(周遊)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하며, 살이 오동통 찐 은빛 찬란한 섬섬옥수 같은 갈치도 당연히
낚시 계획에 집어넣었습니다.
꾼은 어쩔 수 없지요...^^
먼저 날씨며 물때도 좋은 도착 당일인 16일 갈치낚시에 도전합니다.
향긋한 짭조름 바다내음.. 여수 돌산 군내항 단골 선사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브로맨스 지인들이 벌써 도착하여 반겨 주십니다.
2척의 배가 모두 만석으로 12시 반 정도에 출항합니다.
소리도와 백도의 중간 수역에서 풍을 놓고요~
수심 60m, 수온은 비교적 따뜻하며 갈치가 월동을 위한 먼바다 이동은
아직 보류 상태인 것 같습니다.
선사에서 제공하는 7단 채비에 자작 목줄 채비인 경심줄 24호, 길이 130cm,
바늘은 고리형 3호로 묶은 축광 튜브에 줄 끝에는 핀도래 8호를 체결하였습니다.
물살을 타면서 옆사람과 줄 걸림이 있고 풀기도 어려운 요란한 꼴뚜기나 스커트,
틴셀없이 만든 나름 간결한 채비지요.
이렇게 하여 일단은 꽁치 미끼를 평시보다 크게 썰어 꿴 다음 투척합니다.
황금빛 노을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보며 생각의 자유를 얻습니다.
시원한 해풍의 느낌도 노을과 더불어 힐링이 시작되고요.
아직은 이렇다 할 입질은 없으니 배 한 바퀴 돌며 인사를 나눕니다.
가을은 역시 바다에도 쓸쓸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짙으면서도 부드러운 붉은 색감의 노을빛이 윤슬로 아름다움을 더하네요.
어디선가 갈매기떼가 몰려옵니다.
벌써 포를 뜨고 버리는 꽁치의 냄새를 맡고 학습된 듯 날아와 버린 꽁치를
화살처럼 쪼아 낚아채는 기교에 탄복합니다.
가슴 깊이 빨려 들어오는 해기와 농염하고 몽환적인 풍광에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새로워지는 기분이라 절경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한껏 불태우다가 이내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이쯤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래서 바다낚시는 우리 영혼을 씻어줄 최고의 취미라고 예찬합니다.
영혼의 해방구요, 감히 아람바(阿藍婆)와도 같다고 자부하고요...^^
* * *
첫날 초대박...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되다.
북서풍에 약간의 꼴랑대는 상황...
집어등이 켜지면서 입질이 시작됩니다.
소위 고의춤도 못 가눌 정도로 줄을 타니 바쁩니다.
풀치와 함께 중간 대갈치 까지 다양하게 폭군 입질을 합니다.
집어가 잘 되었는지 풀치가 한 바늘에 두 마리까지 걸려오고요.
둔중한 느낌... 축축축~ 물고 늘어지는 것이 온몸을 전율합니다.
7단 채비에 6마리까지 줄을 타는 호쾌함과 역동적인 갈치낚시...
80리터 쿨러에 얼음을 해수로 녹여 쿨러 도장을 찍고 나머지 또 꽁치
박스에 3박스로 마감, 철수까지 이어지는 줄창치는 맛에 피곤이라고는
딴나라 얘기입니다...ㅎㅎㅎ
즐거움을 안고 조기 철수하는 모두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반짝...^^
가까운 곳에 사는 형제와 친구, 처갓집 등 10군데에 20~25마리씩
포장하여 제가 직접 행복 배달하고 나머지는 택배로
보내고 나니 기쁩니다.
이렇게 세어보니까 믿기지 않게 약 240여 수를 뽑아냈습니다.
- 2일 차 금요일 이야기 -
촉촉히 비가 내리는 실루엣속의 백도 풍경입니다.
저녁,
하동에 사는 친구의 식당에서 몇 명 모여 갈치회와 조림으로 술푸고...^^
허름한 단골 여관에서 그대로 골아떨어졌죠.
다시 아침을 먹고 섬진강변 친구의 산에서 딴 감을 싣고 여수로 고고씽.
금요일 다시 출조를 하고자 하는데 날씨가 약간의 비와 바람이 동반되네요.
6시가 되자 비는 그치는데,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입질도 저조하고 가끔 제법 큰 갈치도 붙지만 풀치가 기승을 부립니다.
그래도 80 여수를 했지만, 멀미에 일찍 잠자리에 든 반가운 지인께 반 정도
주고 나머지는 부산의 친구에게 택배 보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늦가을 비... 훈풍이 부는 바닷가에서 차박을 준비합니다.
비단 별빛은 없는 날이지만, 세속사 온갖 망상과 번뇌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이런 호젓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바로 별빛이죠..^^
조지훈의 '승무'라는 시에서 그는 '세상사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했으니까요.
오늘 밤은 파도 소리가 자장가가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편안한 잠자리가 또 있을까 싶고요..^^
- 3일 차 일요일 바다이야기 -
바람도 해도 우리를 반겨주는 날입니다.
야호!~
오늘은 백도 가까운 곳에서 배는 숨을 내몰아 쉽니다.
풍을 놓고 광주에서 온 후배와 함께 시원한 캔맥주로 목축임을 하며 건배합니다.
저는 7번 자리, 바로 옆 8번에 앉은 부지런한 산골님이 연신 자판기 커피 뽑듯,
때로는 다복다복 줄 타는 갈치송아리로 뽐내며 자랑합니다...ㅎㅎㅎ
두리번거리며 "형님!~ 캬!~~ 어때요... ㅋㅋㅋ "
총알처럼 달려갔지요.
갈치회를 썰어 놓고 생명수 한두 잔... 행복한 순간이지요.
틀에 박힌 일상 탈출..
심호흡하며 간단하게 한 잔의 술로 달래는 서민의 애환을...
그런데 감히 이런 낭만을 어느 넘이 막겠다고요?
첫날보다는 못하지만 대갈치나 자주 출몰하네요.
120여 수를 했습니다.
항구에 도착한 후 잠시 캠핑카에서 자고 오후에는
방파제에 앉아 큰 갈치는 손질한 다음 물기를 빼고 세 토막 내어 지퍼백에
2마리씩 담고 풀치급은 사진과 같이 양쪽으로 타서 집에 와 옥상에서
70여 수를 말리고 있습니다.
꼬들꼬들 정도로 건조되면 냉돌실에 두고 긴긴 겨울 안주나 반찬으로 최고입니다.
그제 낚아 길게 반으로 갈라 손질한 풀치를 집 옥상에 말리고 있는 사진입니다.
* * *
위의 그림처럼 말린 풀치 요리를 간단하게 소개할게요~
- 말린 풀치조림 -
조림 간장에 조청물엿과 매실액기스에 고춧가루와 멸치액젓을 적당히 가미하여
양념을 만들고 그 양념에 말린갈치를 토막내어 꽈리고추를 넣고 볶아 주세요.
- 노릿노릿 말린 풀치구이 -
집에 에어플라이가 있다면 갈치 살에 식용유 좀 바르고 170도로 15분간 설정하고
10분 후 뒤집에 다시 5분 가열하면 노릿노릿 뼈채 칼슘 듬뿍 술안주 최고입니다.
초장 또는 마요네즈와 케찹을 함께 찍어 먹는 맛... 굿!~
- 말린 풀치볶음 -
고추장 + 맛간장 + 올리고당 + 파 + 다진마늘을 양념으로
토막 낸 갈치에 식용유를 두르고 볶아주면 이 또한 둘이 먹다가 하나 머시기 해도
모를 정도로 안주나 반찬으로 최고지요.. ^^
* * *
캠핑카를 이동하면서 여행한 곳의 사진들은 많으나 너무 길 것 같아
다음에 기회 되면 캠핑이야기는 그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갈치 시즌도 아마 12월 중순까지는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제주나 통영, 여수 지역의 실시간 조황 상황 잘 보시고 한두 번 다녀오시면 좋겠네요.
존경하는 어부지리 조우님!
벌써 올해도 한달 남짓 남았습니다.
마무리 잘 하시고 언제나 축복과 안전 가운데 평안하시길 빕니다.
끝까지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만남을기약합니다♡
방어회및소라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