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여수로 갈치낚시를 다녀왔더니 월요일 오전의 컨디션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꼴랑대는 날씨에 비까지 맞아가며 봉돌을 던졌던 후유증(?)이 마치 잔상(殘像)처럼 몸에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처리해야 할 몇 가지 일을 마치고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꾀까리님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우럭 잡으러 안갈래?"
"날궂이 고기요?"
척하면 빡이라고...
태풍이 올라오기 전 한바탕 손풀이를 하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 오릅니다.
옆에서 슬쩍 툭~ 건드렸을 뿐인데 즉각 발동이 걸리는 이 저주받은(?) 낚시병은 어떤 유전인자 때문인지 피식피식 헛웃음이 나곤 합니다. 예방 백신도, 치료약도 없이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할 고질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선사의 예약 현황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다시 꾀까리님의 전화....
신진도에 자리가 남아있는 선사가 있다고 해서, 예약을 하고 출발 장소와 시간을 정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신진도....
아직 출항 시간이 멀었음에도 항구는 활기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 선사 사무실, 선착장의 순서로 그 활기는 이어집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활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동질감을 느낍니다.
오늘은 우럭,대구로 공지가 되어 있던 터라 오징어내장과 미끼, 얼음, 봉돌 등을 구입해 배에 오릅니다.
대구보다는 우럭을 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지만, 활성도가 높은 어종을 타겟으로 선정하는 몫은... 제 것은 아닙니다.
선실에 눕자마자 바로 곯아 떨어졌다 눈을 떴는데, 아직 포인트 도착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어 주섬주섬 채비를 준비합니다.
낚시자리에 붙어 있는 스펀지나 자석에 바늘을 꽂아두면 낚시를 하다 이리저리 밟히는게 영 성가시게 느껴지는데, 로드 벨트로 난간에 묶어두면 편하게 바늘을 뽑아 쓸 수 있습니다.
대구낚시부터 한다는 선장님의 안내에 따라 꾀까리님이 준비해 온 이중바늘을 하나만 달고 적극적으로 대구'만' 노려 보기로 했습니다.
서해 침선 대구는 한 번에 미끼를 덮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마치 쥐노래미의 입질처럼 토독거리는 듯한 입질을 할 때가 많은데, 이 때 성급한 챔질은 금물입니다.
미끼를 온전히 입에 넣을 때까지 기다려야 대구를 잡을 수 있는데, 이중바늘은 이런 서해 대구의 약은 입질에 대응하는 한 가지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이중바늘 외바늘 전략(?)이 맞아 떨어졌는지 꾀까리님과 차례대로 씨알 좋은 대구를 연거푸 뽑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제 대구가 두 마리 모두 5cm 가량 작은 크기라고 놀려대는 농담이 싫지 않게 느껴지는 건, '고기를 잡았다'는 원초적인 쾌감이 이미 온몸을 훑고 지나갔기 때문일까요?
본능의 충족은 필연적으로 여유를 불러다 줍니다.
꾀까리님은 특유의 낚시 솜씨로 단연 돋보이는 조황을 기록해 나가고 있고, 저는 뜬금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3단채비의 위쪽 두 바늘에 모두 미니리치를 끼워 나오지도 않는 우럭을 잡아보겠다고 헛힘을 쓰고 있습니다.
대구는 두 마리 정도만 잡았으면 좋겠고, 집에 돌아갈 때 횟감 우럭 두 마리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대구도 우럭도 잡지 못합니다.ㅠㅠ
대구만 집중적으로 노렸던 분들은 차곡차곡 쿨러에 대구를 채워 나가고, 꾀까리님은 배 전체의 점심 매운탕을 위해 애써 잡은 대구 두 마리를 선뜻 사무장님께 내어 놓습니다.
점심시간도 미뤄가며 집요하게 대구를 공략하던 선장님은 입항 시간을 늦추며 우럭 포인트를 하나 짚어보겠다고 하시네요. 지화자~
집중 또 집중....
천천히 높아지는 포인트인 것 같아 2m를 들었는데, 순간 입질이 들어옵니다.
시원하게 한 번에 삼키질 않고 토독토독~
'미끼가 우럭보다 위에 있거나 아래에 있는 걸까?'
순간적인 느낌에 높이를 낮추는 선택을 합니다. 내 미끼를 우럭이 있는 포인트까지 데려다 준 건 선장님이었지만, 우럭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높이를 찾아야 하는 건 전적으로 나의 몫입니다.
운좋게 이 선택이 맞아 떨어졌고 마치 6광구의 참우럭처럼 생긴 녀석 포함해서 쌍걸이에 성공....
참 행복한 순간이 꿈결처럼 찾아왔네요.
때론 기대보다 실망이 클 때도 있지만, 오늘은 어쨌든 목표한 바를 모두 이룬 날입니다.
뜨거운 여름과 함께 서해 침선 대구낚시의 핫시즌도 꿈틀거리고 있네요.
무더위를 가르는 고속정의 시원한 질주와 함께 몸짱 대구의 손맛 만끽하며 여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북상하고 있는 태풍의 피해도....없었으면 좋겠구요.^^*
때론 기대보다 실망이 클 때도 있지만, 오늘은 어쨌든 목표한 바를 모두 이룬 날입니다.
본문 내용중에 가장 멋있는 말...
작은 꿈을 가지면 이루어지는 기회는 많아지는 법을 잘 아는 넝감님!~
꾀까리님도 올만에 사진으로나마 건강한 모습을 뵈니 참 좋습니다.
항상 섬기는 모습으로 더욱 사랑받는 '감넝감'이 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