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갈치낚시 팁과 물빛도시 여수 여행이야기
나이 듦에 따라 우리의 삶과 정신이 녹슬면 모든 것이 순간 망가집니다.
매 순간마다 자기의 영혼이 녹슬지 않게 가꿔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이고 여행도 하고 우리처럼 낚시도 다니면서 말입니다.
또한 가을이 되었으니 독서도 게을리하지 말고 좋은 벗들과 한 잔 나누며
웃음꽃으로 인생이야기도 나누는 것도 나를 녹슬지 않게 함이겠지요.
KTX를 타고 여수 돌산으로 갈치여행을 떠났습니다.
때마침 부산에서 오신 바다상록수 님과 연락이 닿아 여수엑스포역까지
차로 마중을 나오셨네요... 꾸뻑!~
너무 반가워 포옹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며 함께 군내항으로 떠났지요.
12시 반을 넘기면서 배는 옹골차게 출항합니다.
연도 앞 간여 부근에 풍을 놓고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가을바다를 만납니다.
요즘 계속되는 동풍(샛바람)이 오늘도 터져 걱정은 되지만
일단 마음을 비우고 엊그제 동묘 도깨비낚시에 갔을 때, 강사장께서
써보라며 주신 10단 채비를 바다속으로 침잠시킵니다.
50호 줄로 무척 부드러워 꼬임 없이 바닥에 착 달라붙어 버립니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는 장점이 있네요.
슬리브 압착, 쇠구슬, 신품 도래까지... 신경으로 많이 쓴 채비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채비가 아니라 민물에 잠깐 담궈만 주면
오래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이 좋은 채비입니다.
편리해서 아주 좋습니다.
먼바다 고독한 섬, 간여에 등대가 보입니다.
부산서 나의 예약을 보고 달려오신 울 바다상록수 님과 방소득 님,
그리고 안산서 오신 다초 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다의 노을이 너무 아름답지요.
7시를 넘겨 집어등이 켜졌지만 입질이 전무합니다.
3호배와 함께 여기저기 무선으로 연락을 하더니
채선장 님은 배를 급히 30분 정도 이동시킵니다.
어화(漁火) 둥둥 내 사랑 ~~ ^^
배가 이동 후 안정을 취하면서 3지급 이상으로 쏟아지는 입질에
중간 6번에 앉은 나에게도 고의춤도 못 가눌 정도로
입질이 발광적입니다.
원더풀 투나잇!~
씨알이 좋아 금방금방 쿨러에 차오르니 여유가 생깁니다.
갈치포를 떠서 써보고 꽁치살도 물론 써봅니다.
중간 바늘에는 갈치통살을 뼈째로 썰어 꿰어 보기도 합니다.
결론은 갈치포와 꽁치살에 입질이 빠르더군요.
가끔 올라오는 2지 정도의 갈치는 별도로 챙겨두었다가
짬이 나면 포를 떠서 비치해 둡니다.
약간의 횡파가 있고 바람도 조금 부니 시원함을 넘어 쌀쌀한 느낌이 듭니다.
요즘 반드시 바람막이 잠바를 여벌로 가져가야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입질 신호마다 전동릴을 휙!~ 한 두 바퀴 감는 습관은
오늘에는 금물... 동작 그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약 7~10분 정도로 후 초릿대의 어느 정도 휨을 보고
옆사람과 40m권을 공유하며 교대로 군집몰이 유지한 채 올리거나 내리는
방법이 조과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초릿대를 보니까 휨새가 범상치 않습니다.
낚싯대를 잡고 올리는 순간, 우지직!~~팍!~ 그대로 부러집니다.
낚싯대 피로도도 있겠지만 줄 탄 갈치의 무게감을 지탱 못해서일까...
겨우 수습하여 올려보니 3지 전후급 9마리가 붙었습니다.
채선장 님이 여유분 낚싯대를 사용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입질이 잦아
부러진 부분을 빼낸 상태로 이어갑니다.
여전히 초릿대 없는 몸통 낚싯대도 흔들어대는 입질이 재미있네요.
나이트클럽 유연한 젊은 요색유희가 아닌 부자연스런 넝감의 춤동작처럼...^^
가짓줄도 약간의 퍼머 현상이 생기고 바늘촉도 무디어졌을 것이란
판단으로 바늘을 몽땅 새것으로 갈아치웁니다.
1시 반 정도에 쿨러도장을 찍고 해수를 부어 빙장을 시작합니다.
여전한 입질... 내 옆에 첫 경험 조사님 쿨러에 담아 드립니다.
무언가 주섬주섬 꺼내더니
쿨러 속에 잠자던 얼얼한 캔맥주가 날아옵니다.
감사합니다...^^
1시간 후에 물을 뺍니다. 곧 바로 쿨러의 배가 홀쭉해집니다.
쿨러 중간 정도에 손을 넣어 빙장 정도를 확인하니 냉기가 아주 굿입니다.
다시 갈치를 채워 2번째 도장을 찍고 채비를 거둡니다....^^
갈치는 산란의 시기는 6~8월입니다.
9월이니까 산란이 끝나고 이제부터 몸을 불려야 하는 시기이니까
왕성한 먹이 활동으로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태도를 보일 때입니다.
은색 피부는 구아닌이라는 유기염기(有機鹽基)로서 손으로 만지면
묻어 나오는 분말형태로 온몸을 감싸고 있지요.
이것으로 화장품 원료나 인공 진주 목걸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이 은갈치는 보며 섹시한 은백의 밸리댄서라고 수산물 전문가인 황선도
박사께서 언젠가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낚은 갈치를 택배 포장 마치고 나니 몸이 나른해집니다.
민박에서 잠시 눈을 붙일까 했는데 고단한 여정의 피곤함에 5시간을 자버렸네요.
푹 자서 그런지 몸이 개운합니다.
샤워 후 가고 싶었던 신기항과 화태도로 지인 차를 빌려 몰았습니다.
그런데 화태대교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달력 표지에서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이면서 그림 같은 교회가 보입니다.
초록빛 바다와 석양의 윤슬에 너무 잘 어울리는 풍광 속의 교회...
갑자기 이렇게 예쁜 교회에서 그동안 멀어졌던 절대자를
잠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앗!~ 그런데 문이 잠겨있네요.
나 같은 여행자들을 위해 열려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문을 잠글 수밖에 없는 이유야 백 번 이해하지만....
우리 삶에서 지쳐 마음이 무너질 때, 번뇌와 고독에서 헤맬 때,
합심하여 소리 내는 기도도 중요하지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홀로 앉아 거룩한 마음으로 은밀하게 절대자와의 교제가 필요한
2~3평 정도 상시 열려있는 골방기도실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골방기도는 조용한 가운데 깊이 들어가 멀리 보게 하는 능력이 생기지요.
간절한 기도 속에 무너진 나를, 헤매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인도하는
초능력의 응답까진 아니더라도 절대자에게 가까이 가려는 작은 소망을
위해서라도...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마태복음 6장6절)
골방에서 절대자와의 고요한 대화는, 자녀와 부모가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 같은 것일 겁니다.
절대자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고요...
The sunset light magic hour
노을빛 마법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돌산의 랜드마크 화태대교입니다.
바다와 섬이 정말 조화를 이루면서 초가을 한 폭의 진경산수화가
펼쳐지고 노을빛 받은 물결이 찬란한 빛을 뿜습니다.
바다의 물빛도 점점 더 가을을 닮아가고요.
상서로운 오늘이 나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줍니다.
♪ ~♬
어디로 갔을까 사랑하던 슬픈 그대 얼굴 보고 싶어
깊은 사랑 후회 없어 저 타는 붉은 노을처럼,
그 세월 속에 잊어야 할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면 눈 감아요.
소리 없이 그 이름 불러요.
아름다웠던 그대 모습 다시 볼 수 없는 것 알아요
후회 없어 저 타는 노을 붉은 노을처럼...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이문세의 붉은 노을 가사 중에서)
노을빛에 타는 화태대교 아래 문어낚시를 하는 배를 만났지요.
황금 윤슬이 눈이 부실 만큼 빛납니다.
해가 지면서 숨어우는 선선한 바람을 맞습니다.
나도 모르게 멍 때리며 무상에 빠져봅니다.
늘 만나는 다도해 바다지만~ 오늘은 멋진 풍광 감상이 압권입니다.
한 폭의 유화 같다고나 할까요. 그저 바라만 보아도 넉넉함이 전이됩니다.
태양은 태초의 비밀들을 고이 간직한 채 저 산 너머로 숨습니다.
내 삶에 푸른 낭만을 더하면서 가치와 의미를 찾는 시간입니다.
차를 몰아 화태대교를 건넜습니다.
치끝포구에서 낚시하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둠이 내려앉아 조명이 더 아름다운 화태대교를 핸폰 카메라에 담습니다.
참 아름답네요.
다음날 아침...
열차시간이 남아 감성도시 젊은이들의 핫플인 '여수낭만 포차거리'를 찾았지요.
밤의 불야성을 이루며 늦게까지 이곳 야시장에서 젊음을 불태운
사람들은 이 시간에 침소에 있을 시간인가... 보이질 않고 썰렁합니다.
하멜등대와 하늘을 가로지르는 여수해상 케이블카도 구경하고요.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노래 '여수 밤바다'가 어디선가 흐릅니다.
밤에 화려한 조명과 젊음이 물결을 이룰 때 어쿠스틱 발라드인
이 노래를 들으면 더 감성과 낭만을 더하겠지요.
풍차가 뜬금없이 있는 것을 보니 하멜이 네덜란드 사람 같기도 하고...^^
조선 후기 네덜란드 사람인 '하멜'이 조선에서 14년간 억류를 당하면서
그 기간에 생활상을 기록한 책이 '하멜표류기'라고 합니다.
바로 옆에 하멜전시관이 있고요.
전망 좋은 5층 옥상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부립니다.
거북선대교를 뒤로하고 찰칵!~
그리고 여수 엑스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여수 엑스포역에서 서울행 무궁화를 탔습니다.
너무 빠른 ktx보다 차창밖 풍경 느리게 보며 느끼는 감성 여행을 하고파서.... ^^
옴마야! 그런데... 용산역까지 5시간 30여분 소요...
좀 지루했지요.
기차를 타고 오다가 전주를 지나 곱게 익어가는 들녘을 찍었습니다.
맑은 가을 향기가 하늘의 볕과 어우러져 풍요를 더합니다.
자연이 생산하는 결실 과정이 숭고하지요.
가을아,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더 길게 머물어다오.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