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가슴을 흔들어 대는 육중하고 짜릿한 다운샷맛에, 밤하늘 별빛 내리는 망망대해에서 은빛 찬란한 자태로 유혹하는
갈치낚시에 미쳐 약 2년여동안 손을 놓았던 우럭낚시를 나의 낚시친정이나 다름없는 우럭낚시의 메카 안흥항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항구는 안전과 주차 편리성을 염두에 두고 많이 변모했으나 반가운 얼굴들은 그대로 였습니다.
항구낚시의 두 내외분, 뽀수기님, 이선장, 오늘 배를 타게될 주선장 내외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승선합니다.
마치 새색시 친정 나들이 가는 설레이는 기분이었지요.
출항하기전부터 주선장님은 채비를 완결하라고 합니다.
약 40분정도 소요되는 거리이기 때문이고 또 밤낚시를 한다고 합니다.
무슨뜻인지 이해가 가질않지만 세팅해놓고 잠시 눈을 붙입니다.
약간의 파고에 요동을 타던 배는 멈춤으로 우리를 선실 바깥으로 불러냅니다.
사방이 어둠으로 드리워졌는데, 뱃전엔 불이 마치 갈치낚시배처럼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도착한 곳은 강쇠바람을 타고 고래춤을 추고 있는 옹도 등대였습니다.
빨리 채비를 내리라고 합니다.
옹도의 남서쪽 옹도 갯바위 가까이 배를 앞뒤로 운용하며 흘립니다.
섬을 중심으로 머무는 물과 육지에서 내려오는 물의 합수지점, 일종의 조경지대인 이곳은 조류가 무척 급합니다.
이런 조경(潮境)지대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소용돌이가 생겨 해류의 교환과 혼합이 심함으로,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갯바위에 붙어있던 바다생물들이 파도에 떠밀려 물속에 허우적대고, 이에 관련한 또 다른 부유생물들이
많이 모여 많은 고기떼들이 모이는 장소이지요.
특히 토착성 어종인 우럭들은 포말지대 파도소리에 경계심을 풀어제치고 야행성이 강하므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요.
바닥이 무척 거칠고 어느 지역엔 직벽에 가까운 2~3m의 수직벽이 생깁니다.
수심은 대략 15~30m정도까지의 여밭이라기 보다 바위밭입니다.
채비를 넣었다하면 바로 입질이 오고 바닥에 걸리지 않고 조금 띄우고 있으면 동시에 쌍걸이가 예사로 올라옵니다.
씨알도 볼락에서 부터 볼락사이즈 우럭에서 45cm까지 다양하게 입질을 합니다.
수심이 비교적 낮은탓에 느껴지는 물고 흔드는 손맛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배안은 온통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진한 생명력들과의 한판승들로 여기저기서 환호성, 아우성이 넘칩니다.
이렇게 혼비백산 상태에서 한시간 정도가 흘렀습니다.
아예 쿨러를 가져가지 않았기에 물통에다 죄다 집어 넣었더니 수심이 낮은곳에 살아서 인지 팔팔 살아
바지를 흠뻑 적시는 물튀김이 심합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정신을 놓고 잡았던지 바지 젖은줄도 몰랐습니다..ㅎㅎㅎ
저에게는 노래미도 볼락도 또 작은 우럭도 훅킹이 잘 안되는 이유를 놓고 사람들이 큰놈만 잡는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여수의 군내어시장에서 잡어취급으로 섞어팔던 꼴두기와 주꾸미 그리고 낙지까지
한보따리를 15,000원에 사서 낙지와 꼴뚜기는 현지에서 샤브샤브 해 먹고 큰 꼴두기와 작은 사이즈 주꾸미는
가져와 오늘 투입하여 톡톡한 재미를 본 이유가 되겠습니다.
미끼가 크니 당연히 약삭빠른 작은 놈들의 접근이 어렵고 그 대신 여유로운 큰 놈들의 유혹을 받아 내었지요.
채비는 2단, 3단 채비로 많이 만들어 가서 일행들께 제공했고 저는 '가변성채비'를 만들어 다녀 사용했습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주효했습니다.
'가변성채비'란 채비란 그날 현지바닥 지형에 맞춰 반제작한 채비를 바로 매듭 몇번으로 그 자리에서 완제하는 방법이죠.
보통 우럭채비는 우리가 3단을 만들면 중간에 슬리브를 찍어 채비자체가 완제품으로 그대로 사용하지만
슬리브를 압착하지 말고 줄에 꿰둔 상태로 있다가 현지 상황에 따라 단차 조절을 하여 그자리에서 압착하는 방식인데
(저는 슬리브 없이 구슬중간에 8자도래만 두고 슬리브 압착대신 매듭법으로 사용)
지금은 바닥 지형이 거칠고 높낮이가 심하므로 바늘걸림이 적게하기 위한 구성으로 바로 다음과 같이 매듭에 들어갔었지요.
▶(봉돌)----<50cm>---- *ㅇ8ㅇ*----<50cm>----*ㅇ8ㅇ*-----<70cm>------*ㅇ8ㅇ*--<30cm>--ㅇ
맨 밑단 바늘이 봉돌아래로 내려오게 되면 바닥이 거친데다가 배를 빠르게 흘리는 이런 상황에서는 걸림이 심하여
채비보수 시간이 늘어나게 될게 뻔하잖습니까?
그 만큼 입질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되기에 적합한 조과에 있어서 뒤질 수 있지요.
봉돌은 반드시 바닥 확인만 하고 계속 들고 가는 형태를 구사하며 5초 정도에 한번씩 바닥확인을 위해 살짝 찍어보는 센스를
발휘하면 채비손실 적고 그만큼 입질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여 즐거운 하루기 될 것입니다.
동이트며 희번해지고 배에 불이 꺼지니까 희안하게시리 입질이 뚝 끊깁니다.
역시 우럭 이 놈들은 야행성이란 말이 실감합니다.
몇년전에 가의도에서 갯바위 밤낚시를 하던 친구들이 쿨러를 다 채우고도 남았다는 이야기가 허풍이 아니라는
실감나게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약 1시간에 걸친 미명전투(?..ㅋㅋ)에서 내 혼자서 괜찮은 씨알로 우럭만 15마리를 생포했습니다.
이 정도면 평소의 하루종일 우럭조황으로 보아 대단한 승전보인 것입니다.
배는 가까운 여밭과 어초로 이동합니다.
간간히 나오는 우럭들이 이미 맛본 진한 손맛으로 인하여 별로 신통치 않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참 간사합니다..ㅎㅎㅎ
9시가 되어 사무장님께 졸랐습니다.
괜찮은 씨알 5마리는 아직 부진한 일행들께 나눠주고 10마리는 회를 떴습니다.
푸짐합니다.
옆에 있던 다른 일행들도 다 부르고 ...
나는 여명(麗酩)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여명이라면 보통 우리는 여명(黎明: 어둑새벽)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여기서 여명이란 '아름답게 술 취한다'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좋은 벗들과 이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신이 주신 최고의 안주를 놓고 권주하면
입안을 호강하고 마술에 걸리는 이 짜릿한 시간들....
풋풋한 사랑과 동지애의 신표(信表)로 삼던 유비,관우,장비는 불쌍하게도 답답한 복숭아 밭에서 술로 맹세하고
어쩌고 저쩌고 했다지만, 우리는 사방이 휑~뚫리고 태곳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주고 받으니 우리가 비록 머리 아픈 세산이 산다치더라도 지금 만큼은 지금의 삶에 있어서
그들보다 한수 위니라..하하하하
우리는 잔을 높이 들고 '브라보' 대신 '여!~~명!~"하고 외쳤습니다.
드높은 가을하늘, 푸른물에 출렁이는 유람선 같은 배위에서의 알딸딸한 여명!~
저만치 들려오는 가의도의 몽돌밭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파랑(波浪)과 역빈(礫濱)의 음탕한 색정(色情)소리에
나의 귀는 당나귀 귀가 되고, 나도 모르게 손은 꿈속의 얼궁항아의 가슴을 더듬고 있으니...
하마터면 달창난 내 낚시뭉치를 통채로 놓칠뻔 했습니다.
에라이!~ 이 쫄조사야!~ ㅎㅎㅎ
신이 선물한 태안반도.
오늘 하루 종일 포근한 이 품에서 살다보니
가슴 한켠이 뚫리고 어지러운 심사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정신은 맑게 깨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간 잠시지만 뒤틀린 심사때문인지 담장에 매달린 늙은 호박이 나를 닮아 보여 애처로워 보이고,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이 서글퍼 보였지만, 단정하게 잘 빗은 단발머리 소녀의 머리칼처럼
내 마음 추수리고 가을바람처럼 나름 매력있는 나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열매는 한철에면 익어가지만, 인생은 평생 살아도 익어가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철마다 싹을 튀우고 열매를 맺는 자연이 갈수록 부럽고 또 좋아지며 친해지고자 하는
이유가 내 자신도 좀 익어볼까해서 그런가 보는데....
새벽3시30분부터 배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선착장에 접안, 불을 환하게 켠채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안흥항은 우럭낚시의 메카답게 선착장도 승하선의 안전을 고려하여 정비를 잘 하였습니다.
베테랑 선장님들은 지금부터 심호흡히며 포인트에 대한 깊은 고민에 들어갈 것입니다.
어둠을 헤치며 달리던 배는 약 40분을 달려 옹도에 다다라 숨을 몰아쉽니다.
사방이 캄캄한 상태(새벽 5시경 도착)에서 배는 불을 환하게 켠 채, 섬가까이 돌며 직벽과 험한 바닥을 훑으며
채비를 드리웁니다.
원래 우럭(볼락과)은 야행성이라 밤에 섬가까이 붙어 먹이활동하는 취이습성을 알고 있는 이 약점을 이용,
거친 바닥이지만 배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바닥을 훑어가는데 수심 15~30m권인 이곳에 채비를
넣었다 하면 바로 물고 늘어지며 쌍걸이가 예사로 올라옵니다.
악 1시간에 동안 저는 14마리를 포획했습니다.
싸이즈는 좀 작은 녀석들부터 40cm가 넘는 큰 녀석들까지 합세하니 여기저기의 선상은
한마디로 즐거운 비명, 흥분과 함께 아수라장입니다.
새벽녘, 1시간에 이렇게 많이 잡아본 경우가... 글쎄요~~ 없었던 기억입니다.
갓밝이가 시작되면서 배에 불을 끄니까 참 희안하지요..
입질이 뚝 끊기다 시피하며 야행성이란 말이 실감나게 합니다.
사무장으로 선장의 부인으로 일인 3역을 아주 훌륭히 해 내시는 이 분,
줄이 엉키면 주선장님과 이분께서 쏜살같이 달려와 후다닥~ 해결지어주는 빠른 손놀림,
멀미로 쉬고 있는 낚싯대들고 금세 3걸리로 한방에 해결사 노릇도 쉽게합니다.
옆에서 보니 아주 탁월한 감각과 포스로 우럭들을 맥못추게 하는 비법이 느껴지더라구요..^^
옹도입니다.
옹도는 태안반도의 안흥항에서 약 12km, 배로 약 40여분 거리에 있는
서해바다의 등불입니다.
또한 섬의 모양이 옹기가 옆으로 누운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무인도 섬으로서 1907년 1월부터
유인등대로 불을 밝힌 옹도 등대이며,
2007년 옹도 등대가 우리나라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선정되며 등대탑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의 환상적인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섬이 일반인들에게 개방에되어 신진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섬을 잠시 일주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거쿨진 후배들(오른쪽 두사람)과 오늘 처음으로 인사나눈 모조사님과 함께 기념샷,
내가 잡은 것 모조리 회를 뜨니 20명분이 거뜬했습니다.
청아한 바다공기 그리고 짭조름한 향기같은 바다내음 그리고 권주로 퍼지는 주향의 나눔은
회색옷 입은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 티없이 맑디맑은 샘물이 되어 우리를 흠뻑 적셔줍니다.
세월과 함께 풍화되어 온갖 멋자랑으로 뽐내는 옹기종기 섬들을 뒤로하고
우리들은 내려쬐는 햇살에 가을향취를 흠뻑느끼면서 동심의 자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마음에 밟히는 온갖 일테의 고단스런 삶을 잠시접고 이런 자연속에서 단 하루라도 나를 맞긴다는 것,
파아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 마차를 탄 왕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추정(秋情), 가슴 깊이 느껴지는 가을의 맛, 오히려 바다에서 더욱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자유의 구름처럼, 구름의 자유처럼....
이젠, 젊음이 가고 황혼의 빛이 오고 있음을 느낄 때, 진정 고개숙여 땅을 바라보는 사유(思惟)가
생기고 과거의 회한을 다스려 아늑한과 여유를 추구할 수 있는 노년기의 우리들...
바다가 베푸는 위대한 가르침에 향연에 감사하며 슬픔도 웃음으로 녹여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유를
기봉씨!~ 이제부터 우리 함께 가져보자구요..^^
가의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태안 앞바다에서 갈매기와 온갖 물고기들과 함께 호흡하고 노래하면서 살아온 주선장님,
이곳의 바닥 지형과 계절별 이들의 이동 경로까지 궤뚫고 있는 베테랑 선장이죠.
새벽에 떠날 때 보지 못했덪 안흥항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에전 그렇게 뻔질나게 다녔던 우럭낚시였는데, 다운샷으의 깊은 손맛, 은빛 찬란한 갈치의
유혹에 빠져 약 2년만에 처음으로 잡아본 우럭대였으니까요...
안흥항 초입에 작은 섬이 석양에 비춰진 모습입니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의 손을 잡고 바다로 낚시가는 형상으올 느껴져 배시시 웃었습니다.
이 동호회에 고문으로 있기에 함께 모처럼의 출조길에 올랐습니다.
안흥항에서 오다 막~ 태안읍을 지나는 순간, 길 건너편에 있는 한식부페집입니다.
제가 여기를 소개하는 이유(주인하고는 일면식도 없지만)는 음식 종류와 맛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 없이
싸기에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 추천하는 것입니다.
웬만한 분들께서는 다 아시는 집이지요..^^
몽실몽실한 역빈의 나체를 파랑이 쓰다듬는...월궁항아의 가슴을...으으~~~^^*
생각만해도 짜릿한 표현들이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 합니다.
주야조사님의 묘사는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언젠가 저도 선상에서 주야조사님과 여명을 느껴볼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