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천 만의 비좁은 도시, 서울의 세속을 일컬을 때, 우리는 홍진(紅塵)이라는 낱말을 간혹 사용하지요.
사람이 많이 모여들고 24시간 물자의 이동이 활발한 번잡한 도시로서, 먼지는 자연스레 피어오르니까
그렇다고 하는데, 그래서 홍진(紅塵)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 이는 흙먼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뜻은 사슴을 가리키는 鹿(록)과 흙을 의미하는 土(토)의 합성어로서 진(塵)입니다.
사슴이 무리지어 뛰면 흙바람이 일어나 먼지를 일으킨다고 하는 뜻도 있네요.
사람이 많이 사는 이런 곳에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함께 은원(恩怨)이 서로 얽히면서 온갖 풍파가 일어납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사는 분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우리 삶은 반드시 행복하거나 여유로울 수는 없지요.
번잡함으로 벌어지는 온갖 번뇌 갈등과 번민의 현대사회 우리 운명...
그래서 때로는 그로부터 떨어져 마음의 고요를 회복해야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낚시인들에겐 지친 마음을 위로하며, 멍든 가슴을 치유하고 화복하는 것이 유일한 낚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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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년 전에 가거초를 다녀온 후(주야조사 배너칸 7페이지 41번) 히타도 없는 비좁은 선실 공간에서
6시간 넘게 얼마나 추위에 떨며 *고생을 했던지...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간 외면했던 곳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신조선으로 성능이 좋아지고 선실의 공간도 예전과 달리 넓어졌다기에 홀깃..^^
똥글이님의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무조건 한자리 콜!~ OK!~~
다행스럽게도 일요일(7일) 남서해 해상 날씨도 이 날 하루만 아주 좋게 나옵니다.
동묘의 도깨비 낚시점 앞에서 오후 6시경에 버스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흠뻑 기대에 찬 표정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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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심야에 목포항에 도착, 준비를 마치고 12시 반경에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해오름호의 선실에
무거운 몸을 뉘입니다.
선창(船窓)을 통해 은은하게 내려앉는 달빛은 거울 앞에 앉은 내 누님 같은 모습으로 포근함을 줍니다.
사람을 따져가며 경계를 두지 않고 누구든 고스란히 품어주는 이 몽환적이고 가슴 설레는 쪽빛 바다...
내 낚시 인생의 삶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품다 보니 그만 꿈속에서 몽설(夢泄) 아닌 몽설을 합니다.
7여 시간을 달려 도착한 가거초 수중 요새는 아침 7시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둠에 묻혀 있습니다.
멀리 가거초의 해양과학기지 부근에 모여든 어선과 먼저 온 낚싯배들의 불빛이 보입니다.
배는 속력을 낮추며 채비 준비를 알리고, 우리는 쿵쾅대는 가슴을 억누르며 채비를 입수합니다.
날이 밝으면서 해양과학기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바닥을 찍고 수심 40m권에서 탐색에 들어갑니다.
기지 가까이엔 대물보다 잔챙이 위주로 잡힌다고 합니다.
그것보다 이왕이면 중,대물을 노리고자 하는 경험 많은 김선장님의 전략이지만, 웬일인지 입질이 뜸합니다.
아직은 물이 살아나는 12물이고 며칠간의 거센 계절풍 바람으로 인하여 물이 혼탁합니다.
아침해가 떠 오르는 가거초 망망대해의 바다 위...
투명한 속살을 오롯이 드러내고 에머랄드 빛으로 치장하고 우리를 맞고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파도는 뱃전에 부딪치며 백설을 만들어 내고, 너울거리는 사방의 쪽빛 바다는
꿈과 사랑으로 버무린 설렘이 됩니다.
이런 설렘은 비단 겨울바다지만, 그래도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원하면
누구에게나 한 아름씩 담아 가도록 해 주는 바다...
우리들 삶의 청량제이지요.
싱싱한 노동의 가치.. 우리 낚시인만이 누리는 특별한 은혜가 아닐까...
센 조류 탓인지 기지에서 떨어진 곳의 낚싯배들이 입질이 없자 기지 부근에 모여 북새통을 이룹니다.
거의 잔챙이 위주로 조금 줄을 타는 맛에 해전을 방불케 뒤엉켜 난리 법석을 피웁니다.
꿈의 블루 코너(Blue corner) 가거초.
서해 냉수와 남쪽의 크로시오 난류가 섞여 적당한 수온대, 다양한 수중 생물이 번성하기에 그만인
잘 발달된 수중 암초와 직벽으로 이들에겐 더도 없는 최적화된 친환경 자연 아파트인 셈이죠.
이런 좋은 환경이기에 개체수도 많고 어선이며 낚시선도 그렇게 많이 잡아내도 여전히 깨지지 않는 전설을
갖고 있는 꿈의 가거초인 것입니다.
수심은 해양기지가 들어서 있는 곳은 약 7~8m이고, 수중 암초 형태는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해저산맥의
형상이며 북서에서 남동으로 약 3.3km, 남서에서 북동으로 약 0.9km에 이르고 있습니다.
주변 해역의 수심은 깊은 곳은 약70~80m정도이고, 부근 암초 정상의 수심은 낮은 곳은 15m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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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이 지났지만 신통치 않은 입질. 입질이 저조하니 상호 간 줄 엉킴이 심하고 거친 바닥에 모두 채비
손실이 많아집니다. 기대감이 큰 탓일까... 표정에서 조바심이 보입니다.
김선장님은 해답을 알고 있는 듯, 침착한 방송으로 조금 기다리면 간조에 돌입, 물심도 잦아들고 걸림이
덜한 포인트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수심 15m권에서 흘러 35m까지 고저차를 가진 거친 부속 암초지대. 드뎌 앙탈진 입질이 시작됩니다.
바닥을 찍어보니 32m. 2m정도 감고선 침이 마르도록 이 요새를 탐색 도중. 순간, 두두둑!~ 물고 늘어지며
숨어 방어코자 하는 수중 요새의 초병 청년 우럭들의 소나기 공격을 받습니다.
이 거친 '나바론 수중 요새'에 본능적이고 공격적인 마쵸의 수렵 DNA가 급 발동합니다.
두어 마리 걸린 듯, 바로 밑걸림을 피해 세 바퀴를 감고 기다리니 바로 재차 공격...
초릿대가 서서히 고개를 처박기 시작... 손목으로 전해지는 이 둔중하고 흔드는 짜릿한 요분질 맛.
첫 중급 4 마리의 마수걸이, 손에 쥐는 순간 낫낫하고 따스합니다.
현재 이곳의 표층 수온은 11.1'c로서 아직 늦가을철 느낌입니다.
계속 3~5마리씩 줄을 타는 이 황금 포인트에서 32m를 유지하며 공략하는데, 걸림도 덜하며 물고
늘어지는 줄타기에 재미를 붙입니다.
15m권에서는 비교적 잔 씨알이, 35m권에서는 35cm 이상이 자주 낚입니다.
같은 포인트에서 입질을 받지 못하고 계속 걸림만 유발하는 조사님이 있습니다.
안내를 하여도 두서너 마리 잡고선 재차 입수하면 또다시 옆사람 채비까지 엉킴으로 일관하는 안타까움.
방송도 여러번 하고 옆사람의 수심계도 확인해가며 정확한 일집층에 들고만 있어도 자동 입질이
오는데, 에효!~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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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 카드채비는 바닥에 걸리기만 하면 봉돌까지 포함 채비를 몽땅 날려 버리다시피 하기에 직접 만든
자작채비로 교체합니다. 카드채비 바늘의 어피 효과의 고민을 무릅쓰고 민바늘을 사용합니다.
24호 본줄에 단차 35cm, 가지줄 5호와 바늘은 20호로 7단을 만들었지요.
7단 자작 완성 채비는 바늘까지 묶어두고 바로 꺼내도 줄 엉킴이 없도록 가지런히 종이에 붙였고,
바늘을 20호로 사용한 이유는 바닥 걸림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외에 바늘이 바닥에 걸렸을 때,
본줄을 살리고 바늘만 쉽게 부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지요.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바닥에 걸린 줄을 잡아당길 때, 바늘이 쉽게 부러지거나 아니면 5호 목줄이 터져 채비가 온전히 남아
그나마 물고 있던 우럭들을 건질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카드채비였다면 물고 있던 고기들 마저 다 날릴 수 있지 않았을까...
20호 바늘에, 20cm 가지줄에 빠른 바늘 교체를 목적으로 작은 핀도래를 미리 묶어 뒀습니다.
40개 묶음바늘이 금방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만큼 이곳의 지형이 험하다는 이유가 되겠고, 조류가 조금보다 세기에 더불어 바닥걸림도 많습니다.
정말 1~3물 정도로서 물색도 좋고 날씨만 받쳐 준다면 이 황금어장에서 대장 쿨러 채우기는 시간
문제일 듯했습니다.
입질이 잦은 곳의 수심을 파악하고 입력해 두며 그 층까지만
내려 공략하면 걸림이 거의 없고 어김없이 3~6마리가 물고
올라오는 전략이 많이 잡는 노하우.
똥글이님도 뒷쪽, 옆쪽의 초보님들 때문에 심한 고생..^^
결국은 잠시 접고 자세한 안내를 한 후 부터 3~5걸이로 재미 솔솔...
"열 많이 받겠구먼"...내가 위로하자 "아뇨, 괜찮습니다."
역시 푼푼한 성격으로 평정을 유지하는 멋쟁이 리더쉽..
목포의 자존심이라고 말하는 욕지도 출신 캡틴의 해오름 피싱호의 김민재 선장님.
욕지도는 명캡틴을 배출하는 산실이죠. 서해의 침선배부터 남해의 갈치선까지 내노라하는 욕지도 출신
선장이 어디를 가나 제 몫을 충실히 해내며 정말 많습니다.
이날 오전 저조한 조황을 만회코져 보통 12시에 철수함에도 불구하고
2시까지 연장하며 쿨러 조황을 만들어 준 선사에 감사드립니다.
목포에서 가가초까지 직선거리로 약 217km. 운항시간 편도 7시간.
그 먼곳 망망대해에 휘날리는 자랑스런 우리나라 태극기를 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 중에 이곳에 와 본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도 0.1%정도만 오질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해당된다니 조과보다 더 자랑스럽고
기뻤습니다.
이런 무용담을 즐기며 돌아오는 배의 선실에서 나누는 향주에 우린 벌써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 80리터 쿨러입니다.
너무 커서 미안한 맘으로 가져갔지만, 거의 만쿨로 결론은 잘했지요.
씨알도 잔챙이도 있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준수하고 하여 함께 하신 분들도 대체로 만족한 조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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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가거초의 경험적인 팁을 나름 정리하오니 가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거친 암초 지대지만 잦은 입질층을 빨리 파악, 더 내리지 말고 계속 유지하며 공략하는 것이 좋다.
2) 채비의 효율성을 감안 7단의 카드채비 보다 자작채비 5~6단이 유리하다.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자작채비 장점 참조.
3) 잠시 배의 이동 시간에 보충할 채비를 한 세트 미리 미끼를 꿴 상태로 정리해 두자.
4) 미끼는 미꾸라지나 오징어채가 별반 차이가 없다.
씨알이 25~35cm 정도가 가장 많고, 가끔 45~55까지 보이기도 하는데 큰 우럭이
많지 않은 관계로 주종 사이즈를 공략하는 데는 미끼 길이는 7cm 정도가 확실히 좋다.
오후 들어 붉은 계열의 염색 오징어채에 반응이 빨랐고 짧은 수박색 웜에도 괜찮은 반응.
5) 바늘은 22호~24호가 적당하며, 20호도 바닥걸림이 적은 편이나 삼키면 바늘 빼기가 곤욕스럽다.
반짝이 바늘이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내가 써 본 결과 민바늘과 큰 차이가 없는 듯했다.
* 요즘같이 심술이 조석으로 변하는 시기의 겨울철엔 가거초 조황은 변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날씨와 청물이 도는 물때, 미끼의 선택도, 조술도 크게 한몫하지요.
다녀온 분들의 조행기나 경험담을 통해 익힌 노하우를 잘 정리하여 실행에 옮기시면 같은 배를 타더라도
반드시 좋은 조황을 가져오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20~30여 마리 전후면 요즘 같은 계절에 인근해 낚싯배의 넉넉한 조황이라고 자부하지만,
그래도 고생은 되겠으나 한두 번쯤은 시간이나 비용 조금만 더 보태면 가거초의 꿈의 현실은
그 어느 곳보다 실망을 주지 않기에 한두 번쯤은 가 볼 필요가 있는 곳이라 판단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낚하시고 오심을 감축드립니다
5일날 기상으로인해 폭파되고.이번 주 기상을 보니 출조 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시즌이 끝나기전 만들어 놓은 무기들을 한번은 실험해야 하는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만쿨 축하드리며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