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 - - - - 문삼석 시인의 '그냥' - - - - - -
오늘 같이 비가 내리던 약 60성상이 다 되어 가는 어느 날,
어머니는 보리와 콩을 쇠솥에 볶다가 사카린을 물에 타서 확!~ 붓고,
주걱으로 빨리 저으면 뽀얀 연기와 더불어 단맛이 골고루 적절히 배지요.
비가 오는 날이면 일을 하지 못하므로 모여 있는 가족을 위해 간식으로
해 주시던 들큼하면서도 고소한 주전부리였지요.
목이 메면 찬물에 달달한 사카린을 타서 마시면서 말입니다...^^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비가 오니 오버랩되네요.
작달비가 내리는 날, 만약에 엄마와 아들 둘이서 보리콩을 볶아 툇마루에 마주하며 앉아
정겹게 먹는다면, 문 시인의 이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깊은 사랑의 시어처럼
영화 같은 아름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한 없는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
아무런 의미없이 '그냥'이 갖는 단순하며 포괄적인 뜻이 정겹고 따뜻하며
절절한 사랑이라 가슴이 뭉쿨하여집니다.
돌아가신지 어언 20년... 모두 다 그러하시겠지만, 5월을 맞아 사무치는 그리움...
보리콩을 볶을 때면, 우리 집에 자주 와서 같이 먹던 옆집 국민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좀 머뭇거렸더니
"왜?.. 무슨일이 있어?..."
"아니... 그냥!.... 오늘따라 네가 보고 싶어져서..."
"참나!~ 싱거운 놈이네.."
'그냥'이란 말, 어딘지 좀 빈 듯 하지만 생각할수록 무언가 꽉 찬 느낌으로 다가오는 뉘앙스...
"알았어!~ 비도 오고 출출한데 저녁에 빈대떡에 소주나 한 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