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광어 다운샷 출조 조행기
구름만 낀다는 날씨 예보도, 바람도 잔잔하고, 물때도 조금...
연휴 첫날의 가슴 뛰는 설렘은 옛 추억 속의 소풍보다 오히려 더 했습니다.
비좁은 선착장 주차장이라고 하면서 모두 2시 이전에 도착하라고
단톡방 대장님이 알립니다.
브레이크가 필요없는 이른 새벽길 따라 2시에 도착,
잠포록한 하늘 아래... 옴마!~ 일행 20명 벌써 다 와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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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 휘황한 불빛이 밤바다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습니다.
근데 선착장 바닥에 큰 글씨로 900, 860, 840이라 써 놓았는데,
이것은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께 의미 있는 글이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때에 따른 고저차(高低差)에 따라 물이 들어올 수 있는 만조 정도를 표기한 숫자입니다.
그러니 주차할 때 먼저 알아보고 주차하셔야 차의 침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사리 전후 만조 때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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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오이도 해변 번화가와 봉화산도 보이는 시화호 방조제(약 11km)
가로등과 깜빡깜빡 졸고 있는 작은 어선들...
오이도(烏耳島)는 말 그대로 섬의 모양이 까마귀 귀를 닮았다 해서
오이도라 붙였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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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새벽 2시의 바닷가 무료 노점식당이 열렸습니다.
오월의 햇살 아래 장미같이 고운 존시간 친구들...
반가운 포옹과 함께 잔치가 이미 벌어졌습니다...^^
이것저것 다들 많이도 싸들고 왔네요.
허긴 이곳엔 식당이 없으니 아침 겸 반주의 향이 잠자던 나를 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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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가 되어가니까 불빛 고운 알록달록 첫 배가 선착장에 접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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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장미나 에스메랄다 장미만큼 정열적이고 농염하고 도도하고 고혹적인 해남들...
믿거나 말거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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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에 꿴 훅 채비는 가급적 피하라고 선장님은 당부합니다.
그 이유는 대광어는 흡입력이 강해 구슬까지 삼킬 수 있으며
입을 닫을 때는 이빨에 줄이 잘려나가 릴링 도중에 솟바이트를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는 말씀에 저는 동의합니다.
★★★
1시간 반 정도 달리던 배는 숨을 토합니다.
사방이 해무로 쌓이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게 뭐얌!~~ 잠시 오다 그치겠죠 뭘...
흐린 날이니
경험적으로 적색과 핑크색 웜으로 공략해 볼까....
수중에서는 빨주노초 파란색 순으로 색이 잘 흡수되며,
탁도가 있는 20m 이하 수심에서는 노란색과 분홍이 잘 먹힐 수 있으니까...
선장님의 안내방송이 시작됩니다.
"채비의 웜과 봉돌 간격은 약 50cm, 고패질하시면 안 되고요.
입질 바로 챔질은 금물입니다. 털털대며 묵직한 느낌이 올 때
챔질 하시고 천천히 텐션 유지하면서 릴링 하셔야 하며
참고로 지금은 핑크색이나 펄이 들어간 빨간 웜에 반응이 빠릅니다. "
와이드갭훅 보다 스트레이트훅의 훅킹력을 선호하는 나는
합사 1.5호, 준비한 팔로마 매듭법 채비에 50호 봉돌,
5인치 핑크빛 쉐드웜으로 공략합니다.
참고로 바닥이 거친 수중여가 있는 곳에는 비교적 잘 걸리는
스트레이트 바늘보다 와이드갭 바늘 사용을 권장합니다.
와이드갭 바늘도 끝이 노출되지 않게 숨겨야 하고요.
그 이유도 바로 밑걸림이 덜하기 때문에
잘 타고 넘을 수 있으면서 입질 받을 수 있겠지요.
***
덜컹!~ 쿠욱!~~
저에게도 입질이 왔습니다.
대구만 한 장대... 이어서 60cm 광어까지 올라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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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상 님도 70cm급 한 수 올리며 기뻐하고 옆에 사무장 님도 축하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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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구 님도 먹음직스러운 광어를 낚아내고... ^^
축하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세금 내야지요..ㅎㅎㅎ
♣ ♣ ♣
9시 30분, 지금까지 낚은 것은 모두 강제 몰수.
두 칼쟁이들이 물어보지도 않고 한 바퀴 돌며 김정은처럼 강제 몰수를 합니다.
"누가 이 시간에 광어 낚으라고 했쓰???"
회무침이 시간이 걸리니까 괴산이 고향인 무대뽀 님이 뭔가를 만들어 있습니다.
향긋한 새싹들로 머무린 올갱이 회무침이네요.
괴산 달천강 무공해 올갱이(다슬기)를 무대뽀님이 직접 잡아 삶아서 가져왔습니다.
와우!~ 젓가락 싸움하다가 접시에 불이 났습니다...^^
비타민, 단백질, 철분, 칼슘 함량이 엄청 높다고 하지요.
무대뽀 님, 고생하신 덕분에 잘 먹었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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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낙시(樂時)라고 했겠다...^^
한쪽에서는 칼춤이 시작되고요~~^^
영화 '쉘 위 댄스'의 몸놀림보다 더 유연한 칼 위 댄스...
마술에 걸린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눈부신 하얀 속살이 드러나고...
나쁜남자 너름새 옹고집 님의 완벽한 야채 회무침을 준비해 온 봉지에
광어와 우럭을 썰어 넣고 비닐장갑 낀 손으로 섞어 열심히 쉐이킹...
이 열정과 배려... 어이할꼬...
낚시는 뒷전...
맹물 한 잔씩 들고 눈 빠지게 기다리며 입맛 다시는 침꾼들...^^
드디어 드뎌!~~ 나왔습니다. 옹고집표 회무침...
맛의 어떠한 미사여구(美辭麗句)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이 맛...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한 여름의 아이스크림 맛이랄까...^^
<우리의 근심 걱정들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힘을 앗아갈 뿐이다.
근사한 오늘,
우린 모든 잡념 다 잊고 너를 만나 행복을 가득가득 채우고 있다.>
자연의 속도를 늦추는 바다꾼 우리만의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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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인접한 배에 화려한 어닝을 설치되어 있네요.
선주의 배려에... 부럽부럽!!!
이렇게 비 오는 날 더욱 낚시에만 열중할 수 있겠지요.
종일 바다만 쳐다보며 열중이더니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의 은덕을 입었나...
울 이어도 님, 개천 치다가 금을 주웠넹...ㅋㅋㅋ
이렇게도 기쁠까...ㅎㅎㅎ
***
기상청 예보가 어떻게 이렇게도 틀릴 수가 있나요.
분명 비가 오질 않고 구름만 낀다는 예보가 종일 쉬지 않고 보슬비가 내리니...
집에 두어 벌 있는 우비를 두고 왔지요.
틀린 예보 탓에 배에서 주는 1회용 비닐 비옷이 쉽게 찢어져
옷이 흠뻑 젖어 추워서 개고생!~ 혼이 났습니다.
너무 추워 집중력도 한계가 있어 중간에 몇 번 포기하고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고요... ㅠㅠㅠ
입항하여 바로 인생샷 때리고 있습니다.
안산 포세이돈호 선장님도 기꺼이 한 컷에 동참..
피싱 셔츠가 잘 어울리는 포세이돈호 젊은 선장님,
'포세이돈(Poseido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이요, '바다의 지배자'라고 하지요.
수염을 길게 기른 근육질의 이목구비 좋은 남성 포세이돈인데,
그러고 보니 수염만 길렀다면 흡사 똑 같이 보였을 수 있겠네요...^^
정말 잘 생기셨습니다.
배의 운용술과 친절이 몸에 밴 일등 캡틴으로 추천합니다.
끝까지 잘 봐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행복한 일상 보내십시오.
- 참 고 -
광어(廣魚)
광어를 '넙치'라고도 부릅니다.
둘 다 표준어로서 다만 순우리말이냐 한자어냐의 차이죠.
광어와 넙치 모두 '얇고 넓적한 물고기'란 뜻으로 의미도 똑같습니다.
조선시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조차도 '광어'라고 불릴 정도로
광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쓰여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대물 정도가 1m정도로 보고되고 있지만,
알래스카에서는 체장 2.4m에 180kg급 광어가 잡히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낚시 가고 싶어지네요...ㅎㅎㅎ
알래스카 광어 낚시객 모집해 볼까요...^^
먼저 정말 좋으신 분들이 넘 많은 모임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 감사드려요^^
이것 저것 챙겨 주시는 후한 인심에 감동 받은 하루였습니다.
특히나 비오는 날씨에도 무엇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두 맛보게 하시려고
쉬고 있는 선실 안까지 일일이 돌면서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 심쿵^^
형님 말씀대로 모이면 힐링되는 좋은 분들 뵙게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여기에 선장님의 친절함과 사무장님의 배려심이 찐하게 더 해지니...
와우.. 이런 배 진심 추천합니다.^^
비록 하루 종일 내린 비로 몸은 힘들었지만 정말 맛갈나는 출조였습니다.
아마도 추억의 한장은 충분히 저장될 만큼 좋은 자리였습니다.^^
다시한번 낮설은 객에게도 따스한 정을 배풀어 주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