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년만에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올해 갈치낚시는...참 어려웠던 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늦게나마 좋은 조황을 보이는 지역이 나타나서 갈치낚시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는 풀 수 있게 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12월을 맞아 겨울 기상으로 접어들면....바다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좋은 조황을 보이는 시기에 아무쪼록 좋은 날씨가 허락되어 바다로 나갈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번 제주행은 어느 배를 타는지도 모르는 체, 그저 주관자의 인솔에 따라가는... 참 편안한 여행으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자질구레한 걸 챙길 필요조차도 없이, 다만...함께 출조하는 일행과의 '호흡'에만 신경을 쓰면 되는 그런 출조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낚시라는 건....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한데, '개인적'이라는 말은 자칫 잘못하면 '이기적'으로 흐를 소지도 많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즐거움이 극대화 되길 원하기 때문인데, 선상낚시는 '나만 즐거우면 장땡' 이라는 무대뽀 정신으로 들이댔다가는 크고 작은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즐거움은 키우고 불편함은 줄이고.... 그 경계를 찾아 선(線)을 정하는 작업은 그래서 한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선상낚시의 과제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비행기는 제주 도착을 알립니다.
2.
제주에서 출항하는 거의 대부분의 갈치배들이 북제주의 도두항에 머물고 있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성산쪽으로 빠질 배들은 이미 빠져 나갔을 시기인데, 올해는 그 행보가 예년의 패턴과 같지 않네요.
빠르게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 주변의 바다 상황 때문일까요?
과거의 데이타가 의미가 없어지는 게 어느덧 익숙해진 느낌입니다.
첫 경험이 당황스러울 때.... 그 충격은 감당이 안될 정도로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지만, 이런 당황스러움이 보다 자주 반복되다 보면 사람의 머리는 충격을 받기 보다는 어느덧 그 상황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나 봅니다.
'누가 알겠어? 앞으로 바다가 어떻게 바뀔지...'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제 자리는 좌현 7번으로 정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하는 자리입니다.
꽁치를 가지러 가기에도 그리 멀지 않고, 화장실이나 선실도 그리 멀지 않고.... 무엇보다도 파도가 심한 날 안정적으로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관계자들이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자....낚시 하세요.' 라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다만 바라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여수나 통영이라면 당연히 선실로 들어가 눈을 붙였겠지만, 제주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배를 타는 시간은 짧고 낚시 시간은 길다....장점 같기도 하고 단점 같기도 합니다.
낚시가 끝난 후, 제 몸이 느끼는 피로도와 회복 속도로 굳이 평가하자면....단점 쪽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당최 쉴 시간이 없이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일정이 끝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하루 정도의 일정이라면 이런 생각은 불만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좋아하는 낚시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미 온몸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풍이 잘 펴졌는지 낚시가 시작됩니다.
일단 채비를 내린 분들의 원줄이 뻗는 방향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는 난바다의 중심에 떠있는 섬이라 물흐름이 심술을 부릴 때가 많기 때문에, 원줄의 경사각을 보고 가짓줄의 길이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배로부터 먼쪽으로 약간의 경사각은 있지만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가짓줄의 길이를 한 발만 주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3.
그리 좋은 활성도는 아닙니다.
선수(船首) 쪽에선 제법 활발하게 줄을 타기도 하지만 어군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지 고르게 들어오는 입질의 양상은 아닙니다.
낚시를 하는 동안 이미 제가 목적했던 일은 마쳤기 때문에 또 쓰잘데기 없는 생각 하나를 해봅니다.
'봉돌을 멀리 던지면.... 정말로 멀리 있는 갈치를 끌고 올 수 있는 걸까?'
갈치낚시를 처음 배웠을 때, 이 '봉돌 던지기'의 역할에 대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었기에 그저 '멀리 던질 수 있는 방법'에 온통 몰입했었는데, 오늘처럼 그리 바쁘지 않은 갈치낚시를 할 때면 문득 그 당위성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집어등의 그늘 쪽에 있는 갈치를 봉돌을 던져 끌어 와야 되기 때문에, 봉돌은 멀리 던질수록 좋다.>
좋습니다.
집어등의 밝은 쪽보다는 그늘 쪽에 갈치가 더 많다고 인정하기로 하죠.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어두운 쪽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이 사냥을 할 때만 밝은 쪽으로 나오는 습성이 있다고 하니 그 이론이 맞는 거라고 전제 하고....
그늘 쪽으로 봉돌을 던져서 채비가 내려 갔다가 밝은 쪽의 초릿대 쪽으로 채비가 당겨져 들어오는 그 시간에....뭘 보고 갈치가 채비를 쫓아 들어 온다는 건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미끼를 감지하고 쫓아 오는 걸까요?
아니면 봉돌의 파장이나 미끼가 일으키는 움직임을 보고 삼치처럼 따라 오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집어등을 보고?
집어등이 가장 그럴싸 해보이는데, 봉돌 쪽으로 집어등을 달지 않는 한, 집어등을 던졌을 때 집어등이 수면에 떨어지는 위치는 낚싯대 끝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늘 쪽의 갈치를 끌어 오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밝은 위치에 집어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봉돌을 반드시 던지는 게 좋은 경우라면 이해가 됩니다.
1. 물흐름이 고약해서 채비 엉킴이 심할 때, 이 채비 엉킴을 피하는 유일한 대안이 '봉돌 던지기'일 경우,
2. 물속으로 채비를 내려 보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 '봉돌 던지기'일 경우.
1,2번의 이유가 합쳐지면 당연히 조황이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채비 엉킴없이 갈치의 유영층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새 미끼를 갖다 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봉돌 던지기'는 봉돌이 날아가는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채비 엉킴없이 갈치의 유영층에 가장 빨리 미끼를 가져다 주는 <속도>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봉돌을 멀리 던지는 순서대로 조황이 결정된다면.... 저도 갈치를 꽤 잡고 다녔어야 하는데... 무식하게 힘만 좋아서 밤새 봉돌만 던져대다 가벼운 쿨러로 돌아오는 날도 많으니....
별로 바쁘지 않은 갈치낚시를 하고 왔더니 별 생각이 다 드네요.
그저 재미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주말~ 좋은 휴식의 시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