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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갈치 조업의 제안이 너무 급하게 왔다.
주중의 여러 계획에 발목을 잡혀 차분히 준비할 엄두도 못내는 상황.
‘어쩐다…’
급 할수록 돌아가라 하지 않았던가?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어부들의 조업에서 유래된 장르니까, 우리 선조들의 경험을 믿자. 가족을 위해 평생을 거친 바다와 싸우면서 만선가(滿船歌)를 부르기 위해 숱한 세월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그 방법을 믿어보자. 채비, 바늘, 미끼는 다 준다니까 해결 되었고… 로드와 전동릴은??? 인터라인대의 효용을 알려면 가이드 대의 불편함을 먼저 겪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국산 전동릴이 과연 갈치 조업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래. 검증을 해보자’
마음을 굳히고 나니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이른 새벽(AM 6 : 30분)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남동구청에 도착하니 이미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반가운 얼굴과 인사를 나누고 승차 후 출발.
비봉 I.C에서 다시 일행을 태우고 곧장 남도로 향한다.
달리는 버스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정감이 넘쳐난다. 때로는 무거운 주제일 때도 있지만, 세월을 앞서간 선배가 내 곁에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그저 남남일 뿐이다. 두 번의 휴게소 정차가 지나가자 곧 남도의 파란 물결이 눈에 들어온다. 6시간의 기나긴 여정이 길지 않게 느껴졌던 것은 역시 대화의 힘이다. ‘말하기와 듣기’
열린 마음의 사람들만이 가능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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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조점에 도착하니 남쪽의 바다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점심상이 기다리고 있다.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즐기는 남도의 오찬.
돌산의 명물 갓김치와 생굴, 미역 데침이 주는 느낌은 그대로 바다이다. 벌써 마음은 남해의 쪽빛바다를 달리고 있다.
그 바다 향기에 취해 남해의 지역주인 잎새주를 한 잔 기울이고 싶은데 출항전 음주는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힘든 조업이기 때문에 멀미까지 겹치면 대형사고??? 말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술을 포기하고 바다를 만나러 출발했다.
군내항에는 여러 대의 갈치 선단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침선배의 형태이지만 빼곡히 달린 집어등이 갈치 선단임을 알게 해준다.
설레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짐을 옮기면서 바다 물빛을 살폈다. 전날까지 강하게 불었던 여파일까? 혼탁해진 물빛이 마음에 걸린다.
어르신을 모시고 온 일행들은 남들보다 더 분주한 모양이다. 냉동된 꽁치를 꺼내어 미끼 준비에 바쁜 모습. 바다 물을 살짝 끼얹어 꽁치를 쉽게 떨어지게 해놓고 포를 떠 나가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았다. ‘어깨 너머로 배우기’
해동(解凍)이 된 후의 꽁치 살은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얼어 있는 상태에서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포를 뜬 꽁치 살에 소금을 뿌려 염장을 해 놓으면 미끼 준비는 끝.
드디어 출항이다.
가스히터를 틀어 따뜻한 선실에 몸을 눕히고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배를 타도 자는 법이 없었는데, 선상낚시의 경험이 하나 둘 쌓이면서 배의 규칙적인 엔진소리와 흔들림은 어느덧 자장가가 되었다. ‘체력 비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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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드는 엔진소리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 선실을 나섰다. 멀리 백도가 보이고 초겨울의 짧아진 해는 수평선 위쪽에 위태롭게 걸려있다.
선장님과 사무장님은 처음 갈치를 접하시는 손님들을 위해 채비를 나눠주고 준비를 돕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자’
올 해 우럭낚시의 좋은 동반자가 되었던 2.4m 우럭대를 꺼내어 채비 준비를 시작했다.
배에 준비되어 있던 단차 2.3m, 목줄 길이 1.2m, 7단 채비를 하나 가지고 와서 원줄과 연결하고 지급된 바늘을 묶어 나갔다. 올 해 배웠던 어부매듭 법은 역시 위력적이다. 순식간에 채비준비를 마치고 나니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 문어낚시처럼 갈치 채비도 아이디어의 경연장 같다. 어떡해 해서든 갈치에게 어필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총집결 되어 있는 느낌.
바늘허리에서부터는 야광 튜브, 그 위로 케미컬라이트, 다시 그 위에 야광 구슬까지…
채비 상단에는 오색으로 점멸하는 소형 집어등을, 하단에는 단색으로 점멸하는 집어등을 단 분도 계시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어종의 공격 본능을 최대한 자극하려는 시도일까?
평소 선상에서 회 뜨기를 담당(?)했던 화려한(?) 실전 경험을 미끼 준비에서 유용하게 쓰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남들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꽁치 썰기를 끝낼 수 있었다.
아직 해가 조금 남아 있다.
이윽고 물풍이 내려가고 갈치를 만나려는 마음이 급하신 분들은 채비 입수를 시작한다.
‘갈치가 올라오는 걸 보면 시작해야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7단 채비의 정렬 방법이 궁금했던 터라, 연습 삼아 채비를 내려 본다. 200호 봉돌을 물속으로 넣고 첫 번째 바늘, 두 번째 바늘…어떻게 정리해야 엉킴 없이 내릴 수 있을까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일곱 번째 바늘이 다 내려가고 감이 잡힌다.
올렸을 때는??? 갈치가 물었을 때는??? 빈 채비만 올라 왔을 때는???
총 길이 15m의 채비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에이~~ 남들도 다 하는데 뭐…’
터무니없는 자신감으로 자신을 잠깐 속이고 미끼를 끼워 나갔다.
“아직 어군이 형성되지 않았네요.”
스피커를 통해 선장님의 멘트가 흐른다.
멘트의 흐름을 따라 고개를 드는 순간 언제부터 밝혔었는지, 집어등의 불빛이 온 눈을 시리게 만든다.
“총 수심은 80m로 나옵니다. 바닥을 찍었을 때 전동릴에 찍히는 수심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수면 설정을 하고 채비를 내려 보았다. 엥??? 48m????
채비 길이 15m를 감안하더라도 63m…
침선에서 날려버린 합사 때문이다.
비례식을 암산으로 계산하려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유영층을 파악하자.’
아무도 인정해 주지는 않지만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드는 감각낚시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만의 데이터 잡아 나가기’
아직 입질을 받아내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봉돌 던지기’를 연습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 왔다.
빈 바늘은 뱃전에 준비된 스펀지에 살짝 끼워서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놓고 미끼가 달린 바늘은 스펀지 앞의 평평한 스테인레스 판위에 올려놓아 봉돌 투척 시의 저항을 최소화 해놓았다. 기둥줄은 올라온 순서대로 발밑에 자연스럽게 방치했다. 섣불리 정리하려고 들면 더 엉키게 마련. 꽁치 미끼의 무게로 인해 흘러내리지 않고 얌전히 있는 바늘의 정렬된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던졌다. 요행히 방향이 잘 맞았던 모양이다. 제법 멀리 날아간 봉돌을 따르던 채비가 정렬을 시도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하~ 이래서…’
미끼가 하강하면서 프로펠러처럼 발생하는 회전력이 채비 엉킴의 주범(?)임을 생각하면, 봉돌 던지기는 경험이 만들어 낸 통계이고, 이는 곧 과학이다.
낚시라기보다는 조업에 가까운 장르이고, 조업의 생명은 speed.
육지에서 무사 순항을 애타게 염원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또 만선가(滿船歌)를 위해서라도 조업의 손길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지 않을까?
그 염원이 숱한 시행착오 끝에 오늘의 방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부들도 봉돌을 던지기는 하나요? ㅋㅋㅋ)
봉돌 던지기는 자신이 붙었는데 입질이 아직 없다. ‘우쒸~~ 잘 던지기만 하면 뭐해?’
동출한 일행에게 입질이 붙으면 깨워달라고 부탁해 놓고 다시 선실을 찾았다.
To be continued.....
힘드시더라도 빠른 2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