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주 녀석이 쪽잘대며 밥을 피해 도망다니다가도 노릿노릿 구운 갈치살을 발라
숟가락 위에 올려주면서 제 에미가 "갈치고기야!" 하면
금세 쫓아와 늦가을 허발스런 우럭 입질처럼 넙죽 받아 먹습니다.
작년 가을에 잡아 냉동해뒀다가 그동안 먹던 마지막 갈치였지요.
요염하면서고 하늘하늘 거리는 지느러미의 교태로운 몸짓에 흡뜬눈,
은빛 찬란한 자태로 어쩜 그렇게 영절스럽게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일까요?
달에서 은하수 물결타고 내려온,
우리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절세가인 월궁항아(月宮姮娥)인 긴 칼을 닮았다해서
붙혀진 도어(刀魚) 갈치입니다.
어슴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설친 잠은 여수로 가는 버스에서 보충하기로 하고 집결지로 향합니다.
함초롱 이슬머금은 싱싱한 표정들이 만났습니다.
예고편 없는 영화같은 갈치여행에 모두들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녹음이 온 산야를 덮고 제철 만난 뭇새들의 지저귀는 싱그러운 노랫소리,
가득한 풀내음이 차안의 코끝을 여미게하며 기쁨 넘치게 하는 남도길입니다.
여수의 10味 중에 하나인 게장백반은 반드시 밥도둑입니다.
아침은 거른 까닭도 있지만 간간하면서도 감칠맛나는 게장은 밥을 씹을 여유도 주지 않습니다.
환상의 밥상입니다.
미리 와있던 감성킬러님과 짧은 조우인데 너무 반갑습니다.
일행도 곧 바다로 떠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싶다고 해서 만났습니다.
한잔술에 마음을 담아 나누고 싶은 사랑하는 바다사랑 후배입니다.
쾌남(快南)에 쾌남(快男)님이 반갑게하며 살갑게 마중합니다.
준비를 서둘러 끝내고 1시에 출항합니다.
새로건조한 갈치전용선 이 배는 우리가 첫출항의 첫손님이라고 합니다.
두명씩 잘 수 있는 넓다란 아래 침실에 10여명이 함께 누워도 될 상부의 공간은
우리가 늘 아쉬워했던 좁은 선실의 불만을 완전히 해소되어 있습니다.
지나가는 통로도 일행들께 별다른 양해없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아주 좋았습니다.
배는 6시간의 먼 항해길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수온(16'c)으로는 백도권의 갈치입성이 다소 문제가 있어서 더 멀리 20'c의
해수온을 따라 가야만 한다고 합니다.
차에서 어느 정도 자긴했으나 하얀밤을 위해서 다시 누웠습니다.
두어시간 흘렀을까요?
다들 지루한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앞뒤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옹기종기 보석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들은 자연이 주는 다도해의 아름다움
극치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섬들은 아예 보이지 않은 망망대해에 접어 들었습니다.
해종일 소걸음하던 해는 수평선과 맞닿을 즈음,
가속도를 내며 붉은 입술로 수평선과 진한 입맞춤을 하고 있습니다.
새 배에 모든 시설물 새것이라 풍도 잘 가라앉질 않습니다.
3번에 걸쳐 풍 놓음은 완료했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빛 장엄하고 아름다움에 일순 숙연해 집니다.
집어등이 들어옵니다.
모두 분주해집니다.
나의 심장박동수가 빨라집니다.
미지의 세계, 수평선에 걸터앉은 떨림의 황홀함...
생명의 감동이 실제의 몇배 증폭되는 짜릿함...
바다와 함께 자연속에 내가 하나됨은 오랜 친구라도 만난듯
반가움에 안도하는 편안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바닥층까지 약 110m권으로서 어탐에 나타난 수온은 20'c가 약간 상회합니다.
바닥을 찍어 보니 느껴지는 촉감은 모래 진흙바닥 즉, 사니질대이며
대륙붕이 잘 발달된 이런 곳이 갈치들의 놀이동산이라고 합니다.
내가 첫수에 45급 눈다랑어를 한마리 포획했습니다.
손맛은 역시 토착성 어종보다 회유어종이 압권입니다.
끌어당기는 힘은 서해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가슴까지 쿵쾅거리게 하는데
가히 폭발적입니다.
여기 저기서 간간히 은빛 갈치가 올라오고 그 크기는 3~4짜급입니다.
6시간의 항해를 거치며 북상중인 갈치를 만나러 이 먼곳까지 왔는데
제주를 중심으로 서서히 이동하여 본격적인 백도권까지 도달하려면 약 1달정도의
시간이 소요될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12시까지 조용합니다.
바람도 없이 잔잔하고 염려되었던 안개도 없어 좋았는데
조류의 흐름이 없어서 그런지 풍의 줄이 S자를 그려 배의 진행이 미미합니다.
풍을 한번 옮겨봐야겠다고 선장님이 채비를 걷으라고 합니다.
계절적인 영향으로 큰 기대는 하지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바램의 표정들이 역역합니다.
이동 후 풍을 다시 놓고 나니 입질이 빈번합니다.
유영층 파악이 참 어렵습니다.
여기저기 올라오는 갈치는20m권 표층부터 90m권까지 심해로서 감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우리 일행중에 얼레님이 심심치 않게 대물을 잘도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긴 돌돔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같이 바람이 적은 날은 연질의 장대가 유리합니다.
배의 롤링이 적으나 잔잔한 파도일 망정 배는 약간의 요동이 있습니다.
연질의 초릿대 움직임이 이러한 요동의 영향을 줘서 고패질 작용으로 미끼의 자연스런
나풀거림으로 유인효과가 있다는 판단을 해 봅니다.
바람과 함께 파도가 거친날도 이 연질의 긴 장대는 좌우로 흔들리는 배의 큰 유동은
무거운 채비의 순간 올림을 초릿대가 상쇄시킴으로 인해 위에서 언급한대로
자연스런 미끼동작을 연출해 주는 장점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가을에 접어들면서 군집되어 먹이 쟁탈전이 과열되고 취이가 게걸스러울 때는
어획차이가 크진 않으리라고 봅니다만
지금처럼 입질이 뜸한 시기엔 확실히 연질의 장대가 유리 한것만은 사실입니다.
미끼도 꽁치를 썰때 여러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또 남보다 더 많은 어획의 소질을 가진
분들의 미끼모양을 본 결과 폭은 좀 넓게, 길이는 짧게 사용하여 갈치 입장에서 본다면
미끼가 넓으므로 입을 좀더 크게 벌리고 길이가 짧으니 한입에 들어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하지 않겠나 하는(ㅎㅎㅎㅎ) 생각을 해 보는 것입니다.
1) 꽁치 미끼는 길게 엇쓸지 말고 45'정도로,
2) 포는 두껍지 않게 가급적이면 얇게,
3) 폭은 보통 일반적으로 8mm정도 썰어 사용하지만, 이 경우 12mm정도 엇비뚜름하게,
4)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8mm폭의 긴 엇쓸기로 사용해도 무리는 없음.
5) 꽁치의 배지느러미는 반드시 포를 뜰때 분리하여 뜰 것(이유는 현지인들이 만류)
시간이 흘러 3시가 넘어갑니다.
입질의 행태는 큰 변화가 없는데 몇몇이 이 흉작에 쌍걸이, 3걸이를 올립니다.
씨알도 4지까지가 대세입니다.
바닥찍고 서서히 릴링하다가 97m권에서 스톱하고 기다리니 역시 앙탈입니다.
앞쪽의 원바다님이 5걸이까지 바쁘게 움직입니다.
맨 후미의 나도 2번에 걸친 쌍걸이인데 모두 바닥권이 유영층입니다.
난해성 어종으로 현재는 깊은 이 곳에서 큰 녀석들이 머물고 있는 모양입니다.
평균 10수정도의 좀 아쉬움이 남는 조황이었지만
간간이 올라오는 작은 오징어와 갈치회에 이슬이 적심 그리고 수다(?)는
우리가 이 먼길을 단숨에 달려가는 알수 없는 마력 때문 아닐런지요.
우리들의 영혼까지 흠뻑 빨아들이는 매력까지...
5시에 철수하기로 합니다.
가는 도중에 열기나 우럭낚시를 잠깐 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3시간을 달려 열기낚시 채비를 내렸습니다.
수심은 80~90m권이며 바닥은 뻘밭구조입니다.
여기서 가끔씩 4짜이상을 열기나 쏨벵이가 출몰한다는데 약 1시간 담궈봤으나
전혀 입질이 없습니다.
선장님 왈, 수온이 올라 열기가 다 빠진 모양이라고 하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선장님의 친절한 멘트로 완전 철수하기로 합니다.
참 아쉽습니다.
결과론이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1시간을 갈치낚시로 연장하는건데..ㅎㅎㅎ
5시경에도 간간히 갈치가 얼굴을 뵈어 줬었거든요..^*^
* * *
도시에서 좋은 직장 접고 과감히 바다가 좋아 고향으로 달려와서 오늘 우리가 탄
황*호 갈치전용선의 고단한 사무장을 자처하며 열심히 밤새워 봉사하는 두 젊은 선주의
열정에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감사드리며
점심은 우리 몫이나 끝까지 점심대접으로 우리를 감동 시키는
바다싸나이- 쾌남아님께도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태풍이 불고 표층과 저층의 물이 뒤섞여 층간의 온도차가 줄어드는 8월이되어야
본격적인 입질의 변화가 올 것 같습니다.
선비와 교통비 그리고 기타 경비까지 포함하면 유가 상승으로 올해의 여수권 출조비는 30만원이
상회할 것 같아 수도권 매니아님들이 걱정입니다.
유혹이 손길 과감히 뿌리치시고 여름엔 가족과 함께 하며 좋은 점수 버십시오.
초가을까지 경비와 월차 저축해 두셨다가 본격적인 시즌의 가을에 휴일겹치는 좋은 물때에
편안히 떠나는 현명(?)한 조사님이 되시길 빌며 졸필 줄입니다.
마침, 내일 미국으로 은행원이라 가족 전체가 떠나는 조카사위의 환송식이 저녁에 처남집에
있어 들리자 마자 회를 떴습니다.
붉은살, 하얀살을 분리하며 곱게 썰고 참기름장에 양념김에 싸서 먹으니 그 맛은
횟집의 참치의 그 맛과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금방 동이 났습니다.
* * *
여러분 고맙습니다.
주야조사(晝夜釣思)
2011년 6월7일
(글을 너무 고급스럽게 쓰셔서 답글도 무지 어렵습니다. ㅋㅋㅋ)
조강지처인 우럭을 배신(?)하고, 갈치와의 외도를 시작하시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갈치만 편애하시네요. ㅠㅠ
4천리 길의 육지, 바다 항해 끝에 값진 결실을 얻으셨으니 먼 길의 노고가 헛되지 않으셨네요.
주위에 계신 늘 좋은 분들을 함께 뵀던 터라 저 역시 즐거웠습니다.
아직 조금 불편하신 허리 잘 고치시고(청계천 추천 합니다. =3=3=3=3), 올해 즐갈낚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멋진 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참!!!! 눈다랑어 맛은 어떠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