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갈님 만나러 제주로 가다...
똥글이님 만나고파 몇 번의 약속을 했으나 기상 탓, 때론 개인 일정 때문에 가지 못하다가 마침내 날짜를 잡았습니다.
12월 12일, 그러나 일주일 전부터 날씨는 북동풍에서 동풍으로 남서풍이 불다가 북서풍으로 도대체
이건 심술쟁이 시어머니 저녁 굶은 상같이 조석으로 변합니다.
마침내 전날, "똥글이님, 날씨가 좋지 않은데 배 뜰 수 있나여?"
"이 정도 예보면 신경 쓰지 마시고 오십시오. 꼴랑 대야 갈치 입질이 잦다는 것은 아시잖아요. 하하하"
제주 공항에 내렸습니다.
수화물 찾는 곳에서 단번에 표가 나는 기럭지 긴 타조님..^^ 세월풍류님, 풍산님, 별빛님을 만났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아쉽지만 곧바로 각자 예약한 선사로 떠났습니다.
우리는 살가운 포옹으로 똥글이님의 마중을 받으며 성산포항이 아닌 가까운 제주항으로 갔습니다.
즐비하게 늘어선 키 큰 야자수의 신비로운 풍경, 12월 중순이지만 이 곳은 마치 봄을 맞는 듯이
성크름한 기운과 함께 사방이 파릇파릇한 잎싹들로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냅니다.
제주(濟州)는 글자 그대로 '건너 있는 고을'이라 하지만 우리나라 같지 않는 느낌을 줍니다.
1946년에 전라남도에서 분리되어 제주도를 승격되었고, 섬 전체가 대부분 흑갈색 화산회토로 덮여있지요.
지표면은 투수성(透水性)이 강한 현무암 탓에 비교적 많은 강우량에도 불구, 지하로 쉽게 빠져 바다로 흘러들어 간답니다.
여하 간에 수십 번 왔던 제주지만 올 때마다 여름 보양식과 같은 기운과 함께 설렘을 주는 아름다운 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은 아는 지인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입니다. 길가에 늘어선 야자수를 찍지 못해서..ㅠㅠ)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키 큰 야자수 나무가 길가의 한글 간판만 없으면 영락없는
열대나라 같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드디어 모든 생명들의 원천인 바다로 나갈 'JK피싱호'과 모 동호회 단체 출조팀이 타고 나갈 제주피싱호'가
제주항에 나란히 정박, 출항 준비를 마치고 있는데, 이 두 배는 한 선단을 이루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제주항을 벗어나는 바다는 느낌상 큰 바람이 불지않은 듯 하나 1.6마일 해상에 들어서자
성난 듯 큰 파도를 맞으면서 배가 속력을 낮추며 바다를 달랩니다.
구름이 많이 끼었고 비가 올 듯도 한 어두운 날씨입니다.
채비를 드리우고 막 어둠이 드리워진 밤바다의 휘황한 야경을 보며 망중한의 여유를 부립니다.
기염만장한 한라산과 청정 바다에서 내 뿜는 풍부한 자연의 기를 지친 몸과 마음에게 특별한 선물을 합니다.
피부속 깊숙이 파고드는 청량감, 거친바다의 숨을 마시며 쌓인 스트레스를 확실히 푸는 순간입니다.
때 마침, 똥글이님이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돌립니다.
차 한잔의 여유, 저 불빛들로 외롭지 않는 전망좋은 카페의 밤 낭만같이.. 야호(夜好)!!!!
아직은 초저녁이라 집어가 덜 되고 있지만 도중에 한치가 갈치를 물고 몇마리 올라옵니다.
아싸!~~ 타이밍이 기가 막힙니다.
배는 부르지만 술배가 고픈 까닭에 바로 썰어 제주의 이슬이 '한라산' 순배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 갑니다.
오랜만에 만난 황선장님(왼쪽),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 풍산님, 똥글이님과 함께 형 동생 같은 살가운 사진 한장...
내 빈약한 삶에 있어서 좋은 인연이란 참 소중한 재산이기도 합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게 되고... 그래서 더 반가워지고....
잔 안에 물이 있습니다. 그 물을 마시면 그 물은 세상에서 완전 없어졌다고 사람들은 믿지만,
인연법에 의하면 그 물은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 나아가 어떤 물체든지 작은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면 나에게 언젠가는 그 인연이
큰 복이 되어 돌아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수심 72m에서 채비를 정지시키고, 일단 한 마리를 걸기 위해 아주 천천히 수동으로 릴링하며 신경을 곤두 세웁니다.
바람이 제법 부는 탓에 배의 롤링이 심하니까 초릿대가 내려가다 멈출 때마다 한바퀴 감아서
어신 입질 파악이 용이토록 텐션을 유지합니다.
초릿대 휨새가 생기면 바늘이 구개골에 박혀 바늘 털이에도 빠지지 않게 빠르게 두 바퀴 정도 감아 놓습니다.
그리고 바로 자동 저속릴링 모드에 두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바늘 걸이 난간에 미끼를 미리 나란히 정돈해 두거나
미끼를 써는 등 다른 일을 봅니다.
중간에 한두번 빠르게 릴링을 해 줘야 하는데 이는 제물걸림으로 바늘이 살짝 입안에 걸려 있는 상태를
확실히 훅킹시키기 위함입니다.
갈치들이 줄을 타면서 무게감으로 초릿대 입질 동작도 감지 안될 정도로 무디어지는 경우도 있어
꼭 필요한 동작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현란한 미끼의 뇌쇄적인 액션으로 물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순간 입질을 유도하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72m에서 시작한 릴링을 52m 정도에서 무조건 회수합니다.
훼손됐거나 쓸만한 미끼라도 무조건 갈아줘야 합니다. 갈치가 입에 댄 흔적으로 체액이
약간이라도 묻어 있다면 이상하게시리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 그 미끼에는 입질이 거의 없습니다.
많은 분들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하였습니다.
동태에 감아 보관하던 10단 채비를 건네받고 미끼를 좀 크고 길게 썰어 사용합니다.
이왕이면 좀 큰 놈을 노려보자는 심산이지요.
일타 3~8피로 잔 갈치도 올라 오지만, 올라오는 주종 중간 싸이즈 갈치속에 씨알이 큰 4~6지의 입 언저리가
시커먼 괴물 왕갈치들이 초릿대를 사정없이 마치 삼치 입질같은 느낌으로 쳐 박으며
심심치 않게 묵직한 손맛과 눈 맛을 제공합니다.
여기저기서 괴성과 함께 탄성을 지릅니다.
씨알들이 굵은 탓에 쿨러가 쑥쑥 차 오릅니다.
육지권 왕갈치들이 일찌감치 저수온의 영향으로 오랜 경험에 따라 미리 이 곳으로 이동한 느낌입니다.
경험이 덜한 잔 갈치와 중급 갈치들이 예년보다 오른 해수온 영향을 받아 육지권에 머물고 있지 않나 하는
개인 생각도 하면서 말입니다.
6시 가까운 시간에 철수를 하면서 열심히 잡았더니 한 쿨러 하고도 반 쿨러 더 낚았습니다.
황선장님은 이 제주권 물밑 바닥과 물때에 기인한 갈치들의 습성을 완전 파악하고 있는
베테랑급 명선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밤을 꼬박 새운 탓에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데 일행 모두 해수탕 싸우나를 가라고 합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샤워를 하다 보면 몸이 가쁜해질 것 같아 표를 받고 들어갔습니다.
괜스레 늦어 눈총 받을까 어느 정도 마치고 얼른 나왔지요.
그런데 차엔 똥글이님이 세상모르게 운전석에서 꿀 같은 단잠을 자고 있습니다.
공항의 픽업부터 배의 필요한 선적품 챙기기, 밤새 사무장 역할, 하선 후 포장 도우미,
화물 부치기와 버스 운전, 공항 배웅까지... 그 열정..
초인간적인 일을 하는 그가 안쓰러워 깨우질 못합니다.
잠을 자지 못하면 정신적 기능이 약하지고 더불어 심각한 신체기능이 저하됨은 물론,
내분비 기능장애까지 동반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은 뇌를 쉬게 하면서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최고의 보약이라 할 수 있지요.
똥글이님이 자고 있는 사이에 해변 둘레길을 걷습니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 탓인지 한잠도 못 잤지만 몸도 가볍고 머리까지 맑아져 기분은 참 좋습니다.
사방이 바다와 하늘로 맞닿은 제주도,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린 에메랄드빛 바다와 함께 청정 숨결의 제주 향기에
자연 샤워를 즐기니 이곳이 천상(天上) 아닐까 싶습니다..^^
보고 있노라니 일상의 괴로움이나 고민거리 등이 닿지 못하는 거대한 성으로 느껴집니다.
애면글면 살아 온 지난날들...
회색 삶에도 가끔은 이런 명징한 정신과 함께 호수처럼 잔잔해지는 마음을 가지는 힐링의
시간을 여러분도 가져 보시길 당부드립니다.
정기를 내뿜으며 탐라국(眈羅國)을 굳건히 지켜내고 있는 한라산,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영산이며, 남한에서는 해발 1,950m로 제일 높은 산입니다.
'한라(漢拏)라는 이름은 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원만한 사람이라면 쉽게 정상까지 등정할 수 있어 그 만큼 우리들에게 가깝고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명산이지요.
제주...
만 하루, 비단 이틀이지만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
제주는 like a dream,
또 가고 싶어집니다.
함께한 똥글이님, 제주피싱 고사장님, 풍산님, 황선장님, 사무장님 고맙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존경하는 어부지리 여러분께도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시인 정현종의"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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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행복한 사람의 풍경으로 꽃피어 나시길
한 송이 꽃으로 완성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