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이 늘 방정입니다.
어디든 조금만 분위기가 익으면 '갈치 선물'을 그냥 약속해 버립니다.
그리고선 곧이어 후회를 하지만 이미 발설로 물 건너 간 상황.
이렇게 선물하려면 작은 스티로폼 박스라고 해도 얼음 넣고 나머지 공간을 채우려면
대충 25~30마리는 넣어야 합니다.
올해는 이 방정이 주중엔 일을 나가는 관계로 주말밖에 시간이 나질 않을 까닭에도 불구하고
남발해 버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애써 잡은 주말 출조가 시어머니 심술같은
일기불순으로 몇 번 무산되어버리니 황당하기 앞서 걱정 속에 나날을 보냅니다.
11월 21일 토요일 아침 7시 20분, 선사로부터 예약 취소 관계로 한자리가 금방 났다는
급작스런 연락을 받고 냅다 달려 용산에서 ktx를 타고 여수행에 몸을 실었습니다.
토요일인 관계로 좌석을 물론 입석까지 표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꾀를 냈습니다.
오후 2시 ktx 입석표를 끊고 그 표로 편법이긴하나 어쩔 수 없어 8시 53분 열차를 탔습니다.
출입구 입석 코너에 일찌감치 신문을 깔고 앉았지요.
여수 엑스포역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되기에 서서 가기는 무리입니다.
열차가 출발하기 전이라 혹여 승무원이 표를 확인하고 내리라 할까봐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드디어 차가 출발합니다. 휴~~
천안역을 지날 무렵, 승무원 아가씨가 검표를 요구하여 표를 건넸습니다.
"어르신, 이 티켓은 오후 2시 차표인데요..."
큰 키에 날씬하며 단아한 예쁜 여인이 말씨까지 참 곱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네요.. 미안합니다."
다음부터는 어쩌고 저쩌고.... 알았다고 하니 표를 회수해 갑니다.
등산용 가방만 달랑 메고 떠나니 누군들 낚시꾼으로 보질 못합니다.
(쿨러나 낚싯대는 현지에서 빌리면 되고...)
오지 말라고 하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담양에서 그 먼길을 달려와 여수 엑스포역에까지
와 준 우렁각시를 맞습니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그간의 안부를 나눕니다.
그렇게 하여 좋은 날씨 속에 바다를 향하는 1호배를 타고 '꿈의 오아시스'로 달려갑니다.
정말 달반만에 잡아 본 낚싯대... 그래서 그런지 익숙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9시까지 입질이 없어 선장은 풍을 걷습니다.
다시 옮겼지만 12시까지 소강상태인데 앞쪽만 제법 올라오구요.
뒤쪽은 가믐에 콩 나듯...
12시가 넘으니 이제야 연줄 입질 시작이 됩니다.
전날 전전날, 연이틀 대박으로 거의가 완쿨도장을 찍었다는데...
기대보다 오늘은 다소 저조... ^^
밤새워 잡은 것 도합 140 여수... 큰 녀석도 간간이 올라옵니다.
집에 와서 25~30마리씩 포장하여 저녁 7시까지 약속한 4군데 배달완료..
다들 싱싱한 반짝반짝 은빛 갈치 받고 깜빡 죽습니다. ㅎㅎㅎ
마누라 지방에 친척 혼사 문제로 가고...
창자 터진 놈 5마리를 골라 손질한 후 혼자 갈칫국 끓여 막걸리 한병에 지친 몸을 달랩니다.
조림은 너무 짜기에 별로라서 나는 멸치와 다시마 넣은 육수로 끓인 간간한 갈칫국을 좋아합니다.
여수서 출발 전 아침 한 그릇 먹은 후, 아직 공복인 상태라 배가 많이 고픕니다.
시원한 막걸리의 짜릿한 목 넘김, 담백하고 고소한 갈칫국 맛이 정말 쥑여 줍니다.
그동안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여 살이 찐 괜찮은 씨알들이 중간중간에 잘 올라옵니다.
아직까지 잔 씨알들이 많긴하나... 그래도 심심치 않게 올라와 주니 고맙쥬...^^
(사진은 11월 21일 여수행 ktx안에서 구례지역 농촌 촬영)
요즘 날씨가 이상합니다.
이상고온이 지속되니 벼를 베고 난 논엔 보리밭처럼 파릇파릇 새 움이 나서
마치 봄이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것은 태평양 지역의 엘니뇨 현상 영향이라고 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월 이후 지금까지 평년 기온보다 평균 2.6'c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네요.
이에 맞물려 계절에 따라 외.내적 요구에 의해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해 가는 갈치들의
월동장 '회유(洄遊) 속도가 당분간 이런 영향으로 남해는 수온이 내려가지 않아 예년에 비해
다소 느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갈칫국 끓이기 전 손질하는 갈치들의 내장 모습입니다.
배가 터질 정도로 많이 섭취한 이 녀석들은 활동이 많아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시기이죠.
그래서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소화기간도 짧아져 그만큼 먹는 양과 횟수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갈치의 위(胃) 내용물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림①은 여러 어류의 먹이가 되는 작은 새우의 일종인 곤쟁이로 바다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단백질·비타민·철·칼슘 등 영양가도 높아 바다 생물들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입니다.
특히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체내 세포를 구성하는데 아미노산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곤쟁이류에 아미노산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모든 어류들이 본능적으로 민감하게
잘 반응한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곤쟁이가 많은 계절에 갈치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함께 입질이
과감해지는 이유지요.
그림②③은 갈치가 미끼를 취이할 때 바늘이 꿰진 꽁치 미끼 아래 부분만 잘라 먹은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초릿대 어신 동작 없이 미끼만 잘라 먹는 경우이니 이어지는 추가 입질이 없게 됩니다.
자주 채비를 회수하시고 미끼를 신속하게 교체하면서 미끼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게
조금 빠른 릴링을 해 주는 게 좋습니다.
그림④의 경우는 미끼를 잘라먹지 않고 입에 가볍게 문 채 잡아당겨 바늘로부터 통째로 이탈된
경우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 역시도 미끼를 쉽게 조준하여 미끼만 따먹지 않도록 릴링해 주어 바늘까지 통째로
삼키게끔 해줘야 할 것입니다.
여수, 통영권은 표층수온이 많이 내려간 탓인지 지금은 대략 45~50m 수심권에서 활발한
입질을 보이고 있습니다.
50m권에서 일단 한두 마리 입질을 받아서 조금 빠르게 릴링 하여 줄을 태운 후
미련두지 마시고 38m 정도에서 바로 채비 회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따 먹힌 미끼 빨리 재정비하여 다시금 입질을 유도하는 것이 좋은 조황을 내는
비결이며 상책이니까요..
생미끼도 준비하셔서 사용해 보시고 반응이 없으면 그래도 최고의 호이(好餌)인 꽁치 미끼를
중간 중간에 꿰어 사용하는 것이 지난번 경험으로 봐서 권장합니다.
아마도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남해의 갈치 시즌도 엘리뇨 현상으로 조금 연기된 듯 하나
암튼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출조계획 잡고 계신 분, 각 선사 조황보고를 유심히 보시고 한번 다녀오십시오,
왕갈치 조황으로 만쿨도장 한번 찍어보시는 즐낚, 안낚 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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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밤에 다들 기피하는 남은 중간 5번 자리에 앉았습니다.
2시에 이미 55리터 완쿨도장 찍고 더 넣을데가 없어 추가 꽁치박스에 지그재그로 가득 채웠죠.
꽁치박스에만 들어가는 갈치 수가 110수 되더군요.
좋아서 다니는 낚시 이지만 나눠주는 약속을 지키려고 먼길 마다하지 않는
인품에 제 자신을 돌아 보게 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