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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취미생활에 심취하고 즐기며 행복을 느끼러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것은 고달픈 도회지생활에 있어서 절대 필요한 자기충전의 기회이며,
어찌보면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행복한 일입니다.
등산이나 낚시의 경우 물론 골프도 마찬가지겠지요.
낚시의 경우, 혼자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삼삼오오 또는 동호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그리던 바다의 꿈같은 조황에 또 신이 만든 자연 예술품과
만나는 과정이고, 그 자연들과 동화되어 다양한 생명체들과 나누는 교감을 위해 떠나며
그 속에서 돈독한 우의를 나누면서 회포를 푸는 참 좋은 취미인 것은 사실입니다.
조황이 좋으면 선사의 서비스가 좀 부족해도 그런대로 허허~ 하면서 넘어가는데
만약 부진한 조황으로 연결되면 그땐 선사는 좀 고통을 당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부진한 조황땐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요.
낚시인보다 선장이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더 애가 탈 것이며 미안스러울 것이라구요..
생각해 보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나 또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이나 모두 이 세상에
하나로 공존하며 살고 있습니다.
행복은 자기자신의 삶속에서 발견하는 것이요 느끼는 것이 아닐까 라고
어느 知人께서 말씀해 주십니다.
* * * *
화사한 꽃이 지천에 만발하고 그 꽃잎에 머문 햇살이 눈부신 5월 16일,
보고싶은 사람 만날 겸 2박3일 제주의 성산포로 떠납니다.
쿨러도 낚싯대도 없이 달랑 배낭하나 메고 배낭속에 달창난 전동릴 하나만 넣고 떠나니
유유자적 내 자신도 낚시 떠나는 사람 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11시 20분 김포공항은 제주로 수학여행 떠나는 여중생들로 아수라장입니다.
비행기의 90%는 여중생들인데 비행기가 뜨자마자 굉음에 가까운 환호가 일시에 터져
귀가 멍멍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거의가 처음타는 비행기이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스튜디어스의 안내방송이 걸작입니다.
" 소녀시대보다 원더걸스보다 더 발랄하고 예쁜 ㅇㅇ중학교 소녀 여러분!~
멋지고 추억에 길이 남을 추억 만들고 오세요.. "
또 한번의 벼락같은 환호와 함께 왁자지껄합니다.
덩달이 나도 기분이 업 됩니다.
* * * *
제주 공항에서 파워맨님이 연결 시켜준 성산포까지 동행자와 접선하여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함께 택시로 떠납니다.
며칠전에 대박수준의 갈치를 잡았기에 또 간다는 분이셨습니다.
가는 길은 시원한 바람이 열어놓은 창을 통해 창밖의 초록향연과 더불어 상큼합니다.
5월의 산야는 너무 푸르고 꽃 한송이까지 정말 그 진한 푸르름에 더욱 채색이 짙게
보입니다.
저만치 메밀꽃같은 하얀꽃들이 밭마다 하얀눈이 내린것처럼 아름답습니다.
기사님께 무슨 꽃이 하얗냐고 물었더니 말을 못하십니다.
" 무우 가격이 하락하여 거두지 못하고 그대로 둬서 핀 무우꽃이지요."
저 넓은 밭에 가득 심은 밭주인의 애환이 예삿일 같지 않습니다.
더 이상 꽃이 예쁘다는 말을 꺼낼수가 없었습니다.
* * * *
도착한 성산포항은 분주합니다.
갈치어선들이 제각기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 떠납니다.
우리도 배에 올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예약이 펑크나서 달랑 맨 앞자리 어부 한사람과
낚시인 우리 2사람 뿐이랍니다.
와!~~ 완전 황제낚시일 것 같습니다.
배는 1시간 반 정도 천천히 달립니다.
일찍 출발하는 관계로 빨리 달릴 필요도 없겠지요.
풍을 내리는데도 해는 환합니다.
여유있는 석식에 당연히 술잔이 오가야하는게 정석일텐데 오늘은 모두 술은
아예 마시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니 사양합니다.
어둑해지면서 집어등이 환하게 켜집니다.
정말 7개월만에 느껴보는 갈치낚시 여유입니다.
두시간이 흘렀으나 입질이 별로입니다.
선장이 바로 채비 올리라고 합니다.
풍을 걷고 우도 먼 남쪽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합니다.
웬만하면 이런 저런 핑계대고 힘들게 풍을 올리지 않는 선장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장이 먼저 가서 올립니다.
바람이 세찹니다.
바람을 안고 배는 떠나는데 배가 커서 그런지 심한 요동임에도 끄덕도 않고 잘도 달립니다.
풍을 다시 놓습니다.
잠시 정리를 끝내고 채비투척을 하였습니다.
유능한 선장님의 예지(銳智)력 내지 목측법이 정확히 전달되는 순간입니다.
곧바로 입질이 시작되면서 손을 바쁘게 움직이게 합니다.
* * * *
첫날은 이렇게 하여 70수 정도 했지요.
항구로 나와 친척들께 택배로 2군데 나눠 보내고 샤워한 후 널찍한 배에서 눈을 부쳤습니다.
3시간 정도 잤습니다.
함께한 동행자와 점심을 먹으러 갈치 경매장 옆 허름한 식당에 들렀습니다.
해물 된장국을 시켰지요.
와!~~ 맛이 담백하고 목 넘긴 후의 뒷맛의 여운이 숟가락을 재촉합니다.
이럴때는 피곤도 하고 달랠 겸 이슬이 한잔이 좋은데 동행자는 술 생각이 없다고 하여
청승맞게 혼자 마시기 좀 뭐해 술대신 물을 연신 마셨습니다.ㅎㅎㅎ
파워맨 숙소보다 시원한 해풍이 불어오는 선상호텔이 나을 것 같아
함께 배로 또 이동하여 선실에 누웠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창을 통해 불어와 오랫만에 여유로운 해기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잠은 다시 올리 만무하고 여러가지 궁상에 사로잡힙니다.
* * * *
왜 자꾸 미끼만 떠 먹고 후킹이 잘 안될까??
갈치도 미끼에 뭔가 숨어있는 자기 생명의 위협물질이 있다고 보고 영악하게 대응하나 보다.
그렇다면 그 영악함을 대응하는 비결이 나로선 무었이겠는가?
사람도 물건이 좀 이상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먼저 달려드는 습성이 없지...
누가 먼저 달려들어 안심이 되면 그때서야 서로 달려드는 쟁탈전을 한다?
물건을 살때 혼자 쇼핑하면 이것저거 다 살피고 가격 물어보고
에잇!~ 다음에 와서 사지 뭐!~~
그러나 사람들이 줄을서서 그것을 사고자 난리 법석일때 가격을 물어 보더냐?
품질을 따지더냐? ....
맞어!~~
그래 그렇게 하는것이 사람이나 미물의 갈치일지언정 목숨이 위태로운 요상스럽게 생긴
먹잇감에 망둥이처럼 막 달려들지는 않는다고 보면
먹잇감이 가만히 있어 정조준하여 먹잇감을 쉽게 취이하며 바늘의 이물감까지 느낄 여유를
주지 말아야겠구나....
그리고 30m권에서 고집하지 말고 어젯밤 선두에 서서 어부가 20단 채비의 운용하며 계속 뽑아내던
수심층까지 계산, 50m권에서 부터 서서히 저속릴링하여 입질이 오면
전동릴 손잡이를 두어바퀴 잽싸게 돌리든지 아니면 낚싯대를 챔질하던지 하여 확실히 후킹 시킨 후
계속 저속모드로 두어보자.
이 놈들이 바늘에 걸려 달려 올라가는 동료 갈치를 보고 미끼따라 가는 줄 알고 주위 갈치도
가만히 있지 않고 성급히 달아나는 미끼를 향해 막 달려들게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미끼도 덜 따먹고 줄타기 후킹도 가능하리라~~
* * * *
배는 어제 그 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망입니다.
내 연구방법대로 운용하면 어제 그 자리에선 대박일텐데... ^*^
" 바람이 어제처럼 불지 않고 예~ 좀 다르게 부니 딴곳으로 이동합니데이~
마 ~ 깔치도 바람따라 움직이는 거라 예!~~ "
경상도 억센 사투리의 선장님의 안내말입니다.
자신있게 방향키를 잡으며 불쑥 내미는 말에 믿음이 가지만 미지의 세계같이
느껴져 한편으로 좀 불안합니다.
저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희미하게 보이는 표선쪽 남쪽 바다입니다.
빨리 밤이와서 생각해 둔 방식으로 실험을 해 봐야겠는데....
풍을 놓고 저녁을 먹자고 합니다.
점심을 너무 잘 먹어 그런지 밥맛이 별로입니다.
드디어 집어등이 켜졌습니다.
일단50m까지 입수시킨 후 입질이 오길 기다리는데 아싸!~ 초릿대가 탈탈~휘청합니다.
전동릴 두어바퀴 재빠르게 감은 후 저속모드에 두니 계속 중간에 줄이 기타줄입니다.
어디까지 입질이 계속되는가를 봤더니 15m권까지 툴툴~쿡!~거립니다.
15m권에서 부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빠른속도로 올렸더니 기본이 3~5피입니다.
꽝은 없고 1마리 정도 올라오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캡틴의 예지력(豫知力)에 다시 한번 더 놀랍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건 이 미약한 미물의 갈치이건 경쟁을 붙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쟁을 붙여 물건을 이리저리 살필 겨를을 주지말자는 것입니다.
예상 적중입니다.
줄이 올라오면서 퉁퉁 거리는 기타줄에 노래를 맞춰 흥얼거려 봅니다.
이틀연속 낚시로 인하여 눈거풀은 좀 따갑고 몸은 좀무거워지지만 견딜만합니다.
드디어 수평선위로 먼동이 틉니다.
파워맨님에 내어준 60리터 쿨러에 거의 차 갑니다.
잡어는 아직 이른지 겨우 고등어 한마리 뿐입니다.
* * * *
큰 스티로폼 박스 2개에 넣었더니 제법 무게가 나갑니다.
동행한 사람도 많이 잡았고 화물비가 만만치 않을걸로 생각되어
우린 화물로 먼저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제주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순간 의식을 잃을 정도로 잠에 빠졌습니다.
깨워 일어나 보니 서울상공입니다..
아 ~ 순간, 송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와서 이웃과 함께 반 정도를 나누고 나머지 반은 손질하여 냉동실에 보관했습니다.
오랫만에 냉동고 배가 불룩하게 보입니다.
마치 농부가 가을걷이를 마치고 가득한 창고를 바라보고 있는 심정입니다.
저녁에 전화가 빗발칩니다.
빗발치는 전화의 기세로 보아 내가 대통령에 나가도 당선될 정도입니다.. ㅋㅋㅋ
정말 생갈치라서 맛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도 갈치조림에 밥을 먹는데 그 맛이 기기 막힙니다.
누가 봄 갈치가 맛이 없다고 합니까?
모르는 소리입니다.
갈치조림에 이슬이 한병 말아 먹었더니 우리 집이 무릉도원이요
우리 마느래님이 요정으로 보입니다... 하하하하
* * * *
삼다도의 제주,
바람과 여자와 돌이 많다고 三多島라고 했다지요?
이 나른한 봄에 몸보신용으로 밥도둑용으로 우리 밥상을 즐겁게 해 주는
갈치가 풍어를 이루고 있으니 갈치 하나 더 더하여 四多島라고 붙여 봤습니다.
현지 어부나 선장의 tip하나 추가 합니다.
꼴뚜기 작은 놈이 갈치들에게는 오히려 꽁치보다 더 매력을 느낀다 합니다.
혹여 가실 분들은 가능하시다면 한번 준비해 가 보십시오.
저녁에 집에서 손질할때 보니 역시 작은 꼴뚜기들이 내장에 들어 있었습니다.
끝까지 보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주권 갈치낚시에 초보자님들께 조금이나마 출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주야조사 > 올림.
주야조사님의 실감나는 조행기 몸으로 느끼며 댓글답니다
이젠 갈치시즌을 알리나봅니다 저도 한걸음에 달려가고픈 마음입니다
제주갈치는 초반시즌에는 약간작은 바늘을 사용하니까 조금 낳은것 같더군요
성산포에 파워맨님도 잘계시죠...뵌지 벌써 일년이 넘었네요
맛갈스런 조행기로 갈치낚시를 다녀온기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