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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후기]
2014.12.15 12:01

한 겨울...침선 타고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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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902 댓글 14

*  겨울 날씨가...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요동치는 요즘입니다.

14일은 우럭낚시를 하기에 좋은 조금의 물때로 접어들었지만, 하늘은 쉽게 출항을 허락하지 않을 모양인지 기상청의 예보가 날씨 판단을 어렵게 만듭니다.

서해쪽으로는 제법 많은 양의 눈도 예보되고 있고, 바람도 제법 부는 날씨....원래는 남쪽으로 내려가 먼바다 침선으로 나가려고 했었는데, 먼바다까지의 항해는 아무래도 무리인 듯 싶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집에서 쉬는 게 낫겠다 싶어 우럭 바늘을 만지고 있는데, 바다환자(?) 한 분에게서 전화가 걸려 옵니다.

 

"이번 일요일날 뭐해?"

"그냥...쉬려구요."

"놀면 뭐해?  우럭이나 잡으러 가자고..."

"날씨가 시원치 않아서...."

"이것 저것 다 따지다 언제 낚시 하냐구?  배...알아봐."

"........"

 

낚시를 가자는데, 까라면 까야죠?ㅋㅋ

작년 봄, 여수에서 갈치와 우럭 병행 출조를 갔다가 만났던 선장님이 안흥에 새 둥지를 틀었다는 소식을 이미 듣고 있었던 터라, 예약 현황을 살펴보니 아직 자리 여유가 있습니다.  주말의 좋은 물때였지만 아무래도 기상 예보가 오락가락 했던 게 자리의 여유를 만들었나 봅니다.

문득 이 배의 선장님과 처음 만났던 여수에서의 우럭낚시가 생각납니다.

갈치 조황은 별로 볼 게 없었지만, 갈치낚시를 마치고 입항하다가 우럭낚시를 시작하자..... 작은 장애물 포인트에 정교하게 배를 대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손맛을 선물 받았던.... 즐거운 추억 하나....

그 추억을 다시 만나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고 행복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강추위에 눈까지 예보되고 있었지만, 추위와 눈에 대한 걱정은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마음이 됩니다.

그런데...길을 나서자 정말 추위도 눈도 없습니다.  예보가 좋은 쪽으로 빗나가는 건지 바람도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001.jpg

*  두 시간이 조금 넘게 달려 포인트에 도착하자 수평선을 뚫고 해가 솟아 오릅니다.  파도는 제법 있지만 낚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고, 햇살이 퍼지자 별로 추운 줄도 모를 정도로 상황이 괜찮습니다.  이제 고기만 나오면....ㅎㅎ

 

"이번 포인트는 우럭과 열기입니다."

 

선장님의 멘트가 울려 퍼지고 드디어 낚시가 시작됩니다.  만조의 정조 시간대에 걸려서일까요?

아예 입질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2~3개의 포인트에서  이어지자 선장님은 변화를 꾀합니다.

조금 더 달려 침선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드디어 우럭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보여 줍니다.

 

003.jpg

*  지난 사리 물때에 이 근처에서 낚시를 했던 청월님은 당시 점심을 먹기 전 쿨러를 가뿐히 채워낸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솜씨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침선의 총 높이보다 2m 정도 더 띄워 배 전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아박이를 채웠었고,주꾸미에 반응이 빠르더라는 낚시 후기를 내놓은 바 있었는데, 오늘은 물때가 바뀌어서인지 고기가 뜨는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졌다고 하시네요.

저도 낚시 시간내내 미끼를 침선에 바짝 붙여야 입질을 받을 수 있었는데, 띄워 잡는 것보다 힘은 들지만 낚시의 재미는 오히려 이 쪽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밑걸림에 당하느냐 고기를 먹느냐의 스릴이 추가되면 낚시가 더 짜릿짜릿해지기 마련이니까요.

 

005.jpg

*  계절을 잊은 듯한 광어가 느닷없이 출현해 잡은 이의 손도, 보는 이의 눈도 즐겁게 해줍니다.

추운 날씨만 아니었더라면 잡는 즉시 해체해 많은 이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겠지만, 오늘은 참기로 합니다.

깊은 바닷속을 나와 육지로의 긴 여행(?)을 시작한 저 광어의 운명은, 차가워진 겨울 바다의 수온을 만나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식구들의 입맛을 행복하게 하는 걸로 끝날 겁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광어로 태어나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을 즐겁게 했으니....광어로서는 성공한 삶...아닐까요? 물론 광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습니다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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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늘도....그 누가 뭐라고 해도 제 주전공인 깜팽이와 열심히 놀고 있습니다.

침선 중간 쯤에서 첫 입질을 받아 침선 높이 위로 감아 올려 들고 있으면 또 다른 녀석이 덜컥! (깜팽이 입질을 표현하는 의태어로는 좀 과하네요. ㅋㅋ) 물어 제끼는 패턴이 제법 여러 번 있습니다.

씨알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즐거운 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바다가 주는 걸, 제 낚시 실력에 맞게 받고 있는 터라 불만이 있을 수 없습니다.  더 큰 걸 잡고 싶으면.... 큰 씨알이 나오는 시기에, 큰 씨알이 나오는 곳으로 가면 그만인 일이고, 그건 전적으로 제 정보력과 가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여건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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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가 꼭 필요한..... '절실한 이유 있음'에 아박이에 담아온....애처로운 씨알도 있었지만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은 이런 상황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계획도 큰 기대도 없이 떠났던 바다였지만 바다는....역시 늘 좋은 것 같습니다.

시작하는 한 주도 좋은 일들로 가득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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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profile
    마라톤짱 2014.12.15 13:29
    부럽습니다.
    어제는 시골에 모임으로
    모처럼 찾아 온 갈치바다를 헤엄치지못하고
    오늘은 에라이 4년간 미뤄온 건강검진이나 하자고 하여 다녀오는길입니다.
    점심먹고 결과들으러오라네요.
    사실 워낙 운동을하여 검진하는게 낭비라 생각하고 하지 않았는데 ㅋㅇ
    보험조합에서 해야한다네요 안하면 불이익을 준다나? 이건 뭔소리이니
    나름 운동열심히하여 의료비 절감시켜주는데 불이익이라니요?
    원 암튼 했으니 대꼬...
    목요일쯤엔 갈치아님 우럭이라도 보러가야겠네요
    .시골지인들은 거미여들어간다고 어제저녁 설치던데 좀 있으면 조황알게될꺼고 ㅎㅇ
    언제 번출이라도 해야할듯 싶네요... 간강하세요.
  • profile
    감성킬러 2014.12.15 15:02
    허접한 제 글에 늘 장문의 댓글을 주시는 마라톤짱님~
    그 진심이 느껴져서 더 정성을 들인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컴앞에 앉아 단숨에 글이 써지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제 글쓰기 습관이 마라톤짱님의 댓글 덕분에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ㅎ 감사드립니다.^^*
  • ?
    옹달 2014.12.15 14:29
    담백하고 단아한 조행기로 우럭열기 시즌을 열어주시는군요 ᆞ 우럭맛은 영등철이 최고죠 ᆞ볕 쨍쨍 잔잔한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profile
    감성킬러 2014.12.15 15:06
    정말...말씀하신대로 입항 후 저녁을 먹으면서 잡은 우럭을 썰어 먹었는데, 이에 와닿는 그 차가운 식감이....이게 바로 우럭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우럭은 언제 먹어도 좋긴 하지만 차가운 바닷속을 헤엄치다 겨울철 냉기를 만난 육질은 연중 최고의 맛인 듯 합니다.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날이 적어 상대적으로 크게만 보이는 아쉬움의 자리를....맛있는 우럭 회가 채워주니까.... 이 계절도 제법 괜찮은 것 같습니다.ㅎ
    볕 쨍쨍한 날이....많았으면 좋겠네요.^^*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14.12.16 00:47

    제목을 생각하면 침선타고 놀기는
    두어마리 바로 썰어 빨강모자 씌우고 이슬이에 목욕시켜주는 것이
    제대로된 침선타고 놀기지....
    속았넹... 쯥쯥...
    이슬이 얘기는 우럭 생미끼인 미꾸리 오줌 만큼도 음꼬!~~~ 에잇!!~~ ㅋㅋㅋ

  • profile
    감성킬러 2014.12.16 03:59
    이슬이는...평생을 드셨으면 이제...그만 드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주야(酒也)조사님~
    더운 여름날 낚시를 하다가 들이키는 시원한 캔 맥주 한 모금, 추운 겨울날 몸을 덥혀주는 ㅇㅅㅇ 한 잔이 못내 그립긴 합니다만, 맨 정신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그럭저럭 볼만한 것 같습니다.
    보신 적 있으세요? 맨 정신으로....ㅋㅋ =3=3=3=3=3=3=3=3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14.12.16 08:33
    옴마!~ 주야(酒也)조사님???
    성폭력이야~~
    분명 난, 晝夜釣思여요~~~
    고소할까??? .. 그래서 고소할까.... ㅋㅋㅋ
  • profile
    감성킬러 2014.12.16 08:45
    네. 법대로 하십시오. 주야조사님이 저를 고소하면....고소해 할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ㅋㅋ
  • profile
    이어도(강인병) 2014.12.16 08:21
    정말 절박했나봐요...열기보다 작은 것도 담으셨네요?..ㅋㅋㅋㅋ...
    그나저나 부럽습니다...매주 바다를 노크하는데..허락을 안해주셔서..묶어놓은 바늘들이 하품을 하네요..ㅋㅋ
  • profile
    감성킬러 2014.12.16 08:47
    염장을 지르질 마시던가, 부러워 하질 마시던가....
    이게 바로 뺨 때리고 얼르는 대표적인 사례네요?
    묶어 놓고 하품만 하고 있는 바늘로 보상해 주신다면 합의를 볼 의향도 있습니다만....ㅋㅋ
  • ?
    까치죠 2014.12.16 12:30
    ㅎㅎ 고기 사이즈는 중요 하지 않죠? ㅋㅋㅋ
    그리 낚시를 할 수있다는게 젤 중요 하죠^^
    그런면에서 부럽습니다 ㅎㅎ
    감킬님 표정에서도 행복한걸 느낄 수 있듯이~~~
    그런데 진짜로 6짜 나부랭이라도 함 잡아보세요 ㅎㅎ
    감킬님은 삑사리도 안납니까? ㅋㅋㅋ=3=3=3=3
  • profile
    감성킬러 2014.12.16 13:10
    올해 음력 정월 대보름 사리날...6짜 나부랭이...삑사리 내서 잡았어요.ㅋㅋ
    물색이 나오고 날씨만 괜찮으면 겨울 바다는 물때 상관없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 저것 다 따졌다가는 바다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할 것 같네요.ㅎ
    다음 주초 기상이 괜찮아 보이는데, 남해쪽으로 한 번 다녀올까 생각 중입니다. 오실래요?^^*
  • ?
    까치죠 2014.12.16 14:36
    미촐성이 조만간 나갈거라고 하던디~~~
    어디를 가실건지 모르겠지만 감킬님과 같이 낚시라면 환영합니다 ㅎㅎ
    깜팽이 다 걷어 주실거잔아요 ㅎㅎ
    기별해주세요^^
  • profile
    감성킬러 2014.12.16 15:41
    네. 제 옆에만 계시면 대물 손맛 보장됩니다.ㅋㅋ
    날씨만 반짝하면 기별 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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