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조의 가거도를 향해 1박2일 낚시가다”
새벽 3시경에 완도항을 출발한 1박2일팀은 약 5시간의 긴 항해를 거쳐 가거도 해역에
도착하여 채비를 내릴 준비를 합니다.
이 곳 가거도의 출조 경험과 많은 정보를 가진 어느 조사님의 긴 장대의 10단 열기채비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오신 짧은 우럭대 3단채비 조사님까지 다양한 자신만의 공략채비로서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입수신호를 기다리며 긴장의 헛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可居島),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45km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왼쪽 물둥개 절벽의 기괴한 절경과 섬 규모에 비해 비교적 높은 산인 독실산(犢實山 639m)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이 살고 싶은 섬, 가히 살고 싶은 섬' 이라 하여 가거도라 지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때는 이 섬을 '소흑산도'라 불렀다고 하지요.
근래 보기드문 바람기 없는 해상날씨로 거대한 푸른천을 다림질 한 듯, 수반위에 떠 있는 가거도의 풍광,
청명한 수면이 햇살을 받아 옥빛으로 물들면서 한폭의 그림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 황홀감에 도취됩니다.
조태일 詩人은 가거도를 비바람 불면 자고, 비바람 자면 일어나 파도와 바람을 밀치고 살면서 세월을 잊고
한스런 노랫가락을 읊조리며 사는 멋있는 사람들의 살만한 땅이라고 했지요.
오늘밤은 이곳에서 하선하여 민박하며 그분들과 함께 나와 일행 역시 영원한 잊지 못할 꿈을 주는 섬, 가거도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멋진 하룻밤을 보낼 것이라는 것 때문에 가슴벅차 낚시는 솔직히 뒷전입니다.
대굴도 소굴도 중간수역에서 간간히 나오는 중간치 이하의 우럭들을 맞이하고 있는 순간,
파출소에서 섬 가까이 '접근금지' 라는 전화를 받고 선장은 고민합니다.
10톤이 넘는 큰 주낚어선과 통발어선이 우리 배 가까이 선회하며 우리의 인사도 외면한 채,
어구(漁具)를 바다에 쏟아 넣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를 피해서 선장님은 이곳 저곳의 포인트를 공략해 보지만 우럭의 기척은 없습니다.
난감해진 선장님은 배는 만재도 쪽으로 선수를 돌립니다.
[청정바다위에 양팔을 벌려 우리를 안으려 하고 있는 만재도(晩才島)의 모습입니다.
재물을 가득 실은 섬, 해가 지면 고기들이 많이 잡힌다는 섬,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아주 먼데섬,
한때는 큰 파시(波市)를 이루며 활황을 이루던 섬... 그래서 만재도라 한답니다.
TV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많이 알려진 섬이기도 하나 목포서 여객선을 타고 가거도를 들러 만재도로 오기에
육지에서 뱃길로는 가장 먼 섬이 되는 것이지요.]
만재도 근해 역시 여밭 밑 소위 말하는 57침선까지 훑어 보지만 이들의 반응이 없습니다.
선장은 마이크로 양해를 구하며 우리의 의중을 물어 봅니다.
나름 자신감을 담은 목소리로 과감히 기대했던 이 곳을 포기하고 관매도 쪽으로 간다고 합니다.
우리는 선장께 모든 것을 일임하고 모두 선실로 가서 눞습니다.
전날 밤 7시에 집을 나서 중동에서 버스로 6시간 달려 이 곳 완도까지 와 다시 배를 타고
약 5시간의 항해 끝에 온 가거도 근해의 외딴 작은 섬 입니다.
이렇게 애면글면 힘은 들어도 이런 자연의 품에 안겨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경외스런 풍광을 감상하고,
이 찬란한 햇살에 쌓인 삶의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면서 잃어버린 내 삶의 멋과 낭만을 찾는 멋진
우리가 되어 보는 것도 정신이나 육체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되리라봅니다.
아직도 슬픔이 잠겨있는 맹골군도를 지나니 병풍도가 보입니다.
각도에 따라 병풍(屛風)을 펼쳐 놓은 듯, 거대한 성곽처럼, 돌아보면 병사들 열병식처럼,
수직바위와 초록빛 바다 그리고 맞닿은 파아란 하늘과의 장엄한 조화는 그야말로 자연 예술품이요,
한폭의 동양화입니다.
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고 있노라면 고독감과 피로감이 쉽게 풀어집니다.
관매도에서 숙식을 할 거라고 선장이 방송합니다.
하늘은 서서히 차일구름으로 변합니다.
관매도에 남동쪽 좀 먼 거리에서 약 40m권 굴곡이 좀 있는 여밭에 채비를 흘립니다.
여기저기서 덜컹!~ 쑤욱~ 툴툴!~~ 40cm가 넘는 왕우럭들이 세상구경을 하러 나옵니다.
조용하던 뱃전이 소란스럽고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사무장님과 선장님이 이리 저리 뛰면서 열심히 인증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선두에 있는 저도 입집이 옵니다.
심한 밑걸림이 없으니 맛있게 먹으라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쌍걸이를 노립니다.
재차 묵직한 입질이 연결되면서 들어 올리니 무게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전동릴이 뻑뻑거리며 힘겨워합니다.
활동에 적당한 수온이 시작되고 산란이 끝나 게걸스러운 탐식으로 미끼를 입 앞에 짐부럭 댈 필요도 없이
조금 높이 들고 있어도 치고 올라와 물고 늘어지는, 몸 불리기에 딱 좋은 계절인 셈이지요.
40, 50짜 두 마리를 걸었고 보너스로 맨 아랫바늘에 3짜 한 마리 추가해서 셋걸이니 이들의 합동 요분질 손맛은
가히 순간, 내 심장이 멎을 정도였습니다.
선장님은 해거름까지 낚시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런 대물들이 간헐적인 입질이 이어지는데, 1박2일의 몽조(夢釣)의 환상에 가져간 80리터 갈치 쿨러에
담아보니 겨우 바닥이 보이질 않을 뿐입니다.
6시반까지 낚시를 하고 배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관매도 선착장으로 향합니다.
볼觀, 매화梅, 섬島인 관매도라....
불의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표상으로 불리우던 그 매화가 여기에도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매화나무는 이 곳엔 현재 없다고 합니다.
다만, 제주도로 귀양가던 선비가 이곳에 들어 가던 차, 그 당시 매화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관매도(觀梅島)라 칭한게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섬에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 아래 함께하는 일행들과 함께 적벽강에 배 띄운 소동파의
명정(酩酊)을 흉내내며, 나의 저질(低質) 해학과 패설로, 아니오니님의 고담준론(高談峻論)으로
또 우직한 풍모의 고명호씨의 걸죽한 입담으로 술잔 속에 모여 앉아 순배하며 "Carpe diem! " 외치면서
한바탕 배설하고 나면 시원한 한줄기 소나기 같은 느낌, 참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늘은 무심하게 은하수 절벽에 차일을 두르고 있습니다.
하더라도 운치있는 밤은 아니될 것 같습니다.
배에서 한마리씩 거둔 우럭으로 명도무사(名刀舞士)인 사랑하는 고명호 아우님이
현란한 칼춤에 놀란 백옥부 우럭들이 스스로가 옷을 홀딱 벗어 버립니다...ㅎㅎㅎ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고...^^
고즈넉한 관매도의 어촌마을 풍경, 사방이 아카시아 향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 목가적인 분위기의 작은 어항에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별빛이 내리지 않고 바람도 자면서
잔잔한 파도가 없으니 배에서 자는 나에게는 스산한 느낌마져 들었습니다.
관매도의 한 식당, 여낙낙한 남주인의 접대와 정갈한 여주인의 음식솜씨에 반할 지경입니다.
소주 몇잔씩 순배하면서 부터는 모두 한 형제가 된 기분입니다.
원없이 먹어보는 자연산 우럭회, 열기구이, 우럭 대가리 맑음탕까지 싹쓸이 입설겆이를
하는 것을 보니 모두 배가 많이 고팠고 또 술시(時)이기에 더한 것 같습니다.
몇잔의 알싸한 목넘김에 광어잡이 친구는 얼굴에 벌써 복사꽃이 핍니다.
다음날, 4시부터 벌써 일어나 식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생산된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였는데, 어제의 남은 우럭탕 국물에 끓인 관계로 바다향이 배어있어
깔끔하면서도 어꾸수한 깊은 맛에 2그릇을 비웠습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 속이 불편했었는데, 속풀이 해장국으로 정말 그만이었습니다.
내 생일날 미역국에 숭어를 넣고 끓여 주시던 어머니의 솜씨같은 그 맛에 화들짝 놀라 순간,
잊고 살았던 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복받혀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침 5시에 출항하여 20여분 만에 낚시를 시작합니다.
아직 아침 햇살은 고요에 머물고 있는 듯, 바다는 비어 있습니다.
볼을 스치는 가벼운 바람, 형형한 에머랄드빛 바다에 내려앉은 아침햇살은 해기욕하기엔 그만입니다.
어제의 짭잘한 포인트를 누볐으나 소식이 없어 다시 포인트를 옮겨 낱마리 잡고
다시 옮기면서 작은 똥침선위에 배를 흘립니다.
10번에서 부터 줄줄히 1번까지 한마디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10번의 몸뻬님은 열기채비에 7마리를 걸어 쩔쩔매고 있고, 기본이 2~5수입니다.
그것도 씨알은 기본 3짜중반에서 5짜가 넘는 준수한 씨알로 아비규환입니다.
광어잡이님도, 3년전 제주에서 보고 이번에 오랫만에 본 내 사랑하는 파워맨님도
4짜 이상으로 3걸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배 중간에서 낚시하던 노옹께서 7짜 가까운 놈을 걸었는데,
안타깝게도 채비 목줄이 약해 그만 터져 나가더니 수심이 앑은 관계로 금방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2번의 고명호씨는 7마리를 걸고 끙끙댑니다.
다시 배는 선회하여 앞쪽으로 댑니다.. 무척 긴장이 됩니다. 입이 마릅니다..^^
3단의 내 채비에 인정사정없이 동시에 물고 늘어지는 거대한 입집, 쳐박는 몸부림.
모두 5짜에 가까운 씨알들입니다..
내 자리 20번부터 저 뒤 11번까지 모조리 걸어 이 또한 아비규환입니다.
14번 천사장님은 9수를 걸어서 고수답게 서서히 릴링하며 뱃전에 죄다 눞여 놓습니다.
계속되는 마릿수 입질에 노련하게 선장님은 골고루 잡을 수 있게 배를 운용합니다.
대략 이 작은 똥침선에서 평균 40짜로 120여 마리를 포획한 것 같습니다.
1박2일 여정으로 큰 기대감을 갖고 온 탓에 쿨러도 작은 것이 50리터요, 보통 70리터입니다.
넉넉한 얼음으로 밑에 깔았지만 하루가 지나니 많이 녹았습니다.
큰 씨알로 채우니까 쿨러가 쑥쑥 찹니다.
점심을 먹고 일찍 귀항길에 오릅니다.
중간에 몇군데 채비를 넣지만 작은 씨알로 눈에 찰리가 만무하지요...ㅎㅎㅎ
이제 넉넉한 마음들이니 여유를 갖고 다시 회타임을 엽니다.
주인께 부탁해 가져온 야채와 한박스의 소주가 금세 동이 납니다.
2시조금 넘어 완도항에 도착했습니다.
완도항 주변에 손님들이 모여 쿨러를 열어 보더니 크기에 놀라 모두 탄성을 지릅니다.
함께 1박2일에 참여해 주신 여러 조사님등께 배려해 주시고 서로 위해 주시어서 안전하고
즐거운 바다여행을 잘 마쳤습니다.
좋은 조황을 위해 애 쓰신 군내낚시 이사장님, 선장님..
함께 해 주신 정수찬 일행님, 광주에서 오신 전상업 사장님도... 울 라벤다님, 열기맨 부부님...
감사드리며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산의 고명호사장님, 7걸이를 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하루 더 연장했으면 합니다.. ㅎㅎㅎ
김해에서 오신 천사장님, 9마리를 걸어 혼자힘으로 들어 올리지 못하자 옆에 있던 군내낚시 이사장님이
촬영을 위해 도와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합동 조황사진입니다.
경력이나 실력에 따라 조황편차가 있긴하나 대체로 고른 조황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래 왼쪽에서 2번째 쿨러가 80리터짜리 제 쿨러입니다.
2015년5월24일 저녁에
주야조사 씀.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피식 웃고 맙니다. 언제가는 제게도 그런 기회가 오겠지요..................
멋진 조황 구수한 글솜씨! 화면으로 대리만족 하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