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 *
울 외손주는 올해 수원 광교의 한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6살 때부터 잡아오는 갈치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나도 할아부지 따라 낚시 가고 싶어요"하던
이 녀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드디어 8월 29일(토) 여수로 떠납니다.
금요일 밤에 집을 떠나 광교 딸 집에 도착하니 두 손을 번쩍 들고선 나를 덥석 안아주며 반겨줍니다.
내일 밤은 꼬박 새워야 하니 일찍 자라고 주문해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함, 설렘, 기대감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계속 질문을 합니다.
크~은 고래도 있어요? 사람을 무는 상어는요? 큰 물고기가 물면 물면 제가 바다에 끌려가요?
그럼 어떡해요? 몇마리를 잡을 수 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어도 이 녀석,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조용하여 보니 벌써 쌔근쌔근 '쌔근 로켓트'를 타고 꿈나라로 가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 수원지지대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조사님들께서 진을 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영으로 떠나는 풍산님도 보이고 여수로 가는 초연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여수행 버스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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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교육 *
이 번 손주와의 여행 컨셉은 낚시경험도 중요하지만 더 큰 목적을 가지고 떠납니다.
인생사의 많은 경험과 여러가지 삶의 지혜를 가진 조부모가 세대를 뛰어 넘어 소통하고 눈높이를 맞추며 가르치는
것을 기초하는 ‘격대교육(隔代敎育)’이란 것을 한번 시도해 보는 기회로 말입니다.
특히 요즘 얘네들 부모 세대는 우리 세대와 달리 핵가족화에 따른 개인주의 팽배로 말미암은 단점,
어른 공경의 경로 효친 사상, 이웃 공동체와 더불어 함께 배려하며 살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전수해 주는 역할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나름 인성교육의 첫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여수로 가는 버스안에서 혹여 지루할까봐 그동안 보아 둔 개그콘서트나 삼시세끼, 런닝맨(울 손주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더니 이 녀석, 제가 주인공처럼 신이 났습니다.
공감대속에 소통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야만 가능하다는 사실.....
예상밖의 조잘대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여행하며 대화하는 것은 아이들의 두뇌 개발에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호기심 천국인 미지의 세계에 대한 시각을 발달시킬 수 있고, 함께 하면서 많은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라 봅니다.
또한 내 기억으로 비춰 볼 때 이 시기에 가장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았던 것이 한번 입력하면 5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니까요...
여러분께서도 혹여 낚시여행이 아니더라도 오붓한 손주들과의 여행을 한번쯤 떠나 보시길 권합니다.
그냥 가지 마시고 가는 행선지에서 보고 듣고 배워야 할 여러가지 관련된 정보를 미리 알아두시는 것이 좋겠지요.
가시면서 또 그곳에서 손주들의 질문에 척척 답을 해 주시면 조부모에 대한 존경심도 더 할 테니까요..^^
이런 환경을 조성해 주는 조부모의 역할이 정말이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보는 것입니다.
따지면 오늘 여행하는 이것도 아이에겐 소중한 정신적 문화유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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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 *
그동안 잘 알고 지내던 부산에서 오신 봉지커피 같은 '바다상록수'님과 조우.
준비해 오신 부산 생탁 막걸리와 내가 준비해 간 서울의 생막걸리를 앞에 두고 점심도 거른 채
우리는 이 두 막걸리를 탁자위에 줄 세워 맞선보기를 즐깁니다.
강총무님의 정갈하고 맛깔스런 반찬을 보니 입에 침이 고이기 전에 반사작용으로 먼저 술이 고입니다..^^
오늘 아침 다녀간 지인들이 썰어두고 먹으라며 냉장고에 보관된 삼치회는
초장에 찍지말고 묵은지에 싸서 먹으니 육즙과 묵은지와 함께 어우러지는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여 입을 호강시킵니다.
우린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주위 분들과 순배로 배가 불러지고 벌써 낮술에 얼굴이 달아 오릅니다.
* 출항 *
출항하는 선실에 누웠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근래에 보기 드물게 예보로는 파고가 0.5m로 장판 수준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배도 작은 요동도 없이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손주가 만약에 파고로 인해 멀미를 한다면 어쩔까 싶어 내심 걱정인데 요 녀석, 달리는 선실 창밖을 내다보며
가득 찬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이 아름다운 다도해 풍광에 취한 듯 열심히 눈으로 찍고 있습니다.
선창(船窓)으로 넘어 온 그리 따갑지 않은 초가을 햇살이 방안 가득 차며 찌든 나의 주름살을 다립질 해 줍니다.
"할아부지 언제 낚시해요?"
" 응, 지금 배가 달리고 있지... 약 3시간 정도는 나가야 낚시한단다..."
"흐~응!"
어린이 답게 실망하는 표정입니다.
"나 빨리 낚시하고 싶다..."
우리 둘의 현재 마음은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나 마치 '과부댁 선달놈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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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용 낚싯대를 맡기기엔 어려 함께 채비를 준비하는데
갈매기처럼 조잘대며 앙증맞은 손으로 이것 저것 만지며 계속 간섭합니다..^^
전동릴 작동법, 초릿대 움직임에 대한 반응 등 간단한 원리만 알으켜 줬는데 금세 인지하며
놀랍게도 능숙하게 운용합니다.
유전인자는 속일 수 없나보죠?....ㅎㅎㅎㅎ
초릿대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입질 순간에 휘리릭!~ 한바퀴 감아주는 순간포착에
선장님도 이 모습을 보며 감탄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뒤어 앉아 "울 손주 너무 잘 한다.. 최고!! "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칭찬 덕분인지 신이 나서 밤이 깊어 가는데도 자세의 흐트림없이 열중합니다.
몰론 채비 걷기와 미끼 교환 및 투척은 제가 했지요.
1시가 다가오자 울 손주 하품의 빈도가 높아지며 집중력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 준아, 이제 선실에 가서 자야지...너무 잘했어! 멋져!"
말이 무섭게 손을 씻겨주는 동시에 꿈나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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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맹공사냥에 들어갑니다.
아직도 예민한 입질로 미끼만 따 먹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미끼를 짧게 썰고 채비의 텐션을 최대한 유지하며 작은 반응에도 순간 대응을 하니 3~5피가
올라 옵니다.
둥근달이 중천에 떠 있습니다.
원래 달빛이 강하면(월명기간) 빛의 분산으로 집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나 꾸준한 입질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야행성 갈치같은 어류들은 빛의 자극차에서 오는 집어효과는 암야시와 월야시에 따라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동물성 프랑크톤과 곤쟁이 등 밑단계 먹잇감들이 추광성을 띠고 있으니 이들이 먼저 모여 들어야
이를 따르는 갈치떼가 동반하면서 활성도를 높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찬바람이 나면서 확실히 집어등 불빛따라 벌겋게 모여드는 곤쟁이떼가 조금씩 밀도가 높아집니다.
갈치 시즌이 이래서 9~11월까지가 절정이라고 보는 분들의 많은 이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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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계신분이 큰 오징어 한마리를 낚아 올립니다.
이때다 싶어 내어 놓으시는 오징어를 썰어 서울서 가져간 시원한 생막걸리를 주위 분들께 돌립니다.
촐촐한 까닭에 두어잔 비웠더니 짜릿한 느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울 손주도 오징어 회를 아주 잘 먹습니다..ㅎㅎㅎ
고요한 수면위에 창백한 달빛이 내려 앉는 환상의 선상,
상당히 익숙해진 손주에게 낚싯대를 맡기고 잠시 여유를 가지며 핸드폰에 저장된 루이스 터커의
감미로운 'Midnight blue' 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달밤에 보이는 실루엣속의 섬들, 반짝이는 윤슬이 애잔한 음악과 함께 잘 어우러집니다.
일상의 소란과 술렁거림의 번뇌를 확!~ 벗어 버리며 지우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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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서쪽으로 기울며 빛이 잦아들게 되면서 철수직전에 소나기 입질이 온다는 사실에
새벽 3시부터 긴장하며 준비를 하고 있으나 철수시 까지 큰 입질 변화가 없습니다.
선장님의 철수 멘트를 들으며 아쉽지만 채비를 걷습니다.
오늘 조황은 다른 분들보다 좀 적게 잡았습니다.
울 손주와의 꿈 같은 출조길에 조과보다 함께하며 같이 호흡하고 교감하는 충분한 시간을
위해서 만든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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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비비며 배에서 내리는 요 녀석!~
아주 쌩쌩합니다..
주위분들께서 격려해 주시며 쓰다듬어 주시는 모습을 보며 내심 자랑스럽고 흐뭇해 집니다.
타고난 나의 수렵인자를 그대로 물러 받은 탓인가요?
염려로 걱정하며 보내준 사위와 딸 그리고 할머니, 외할머니 외삼촌과 숙모까지..
카톡방 만들어 밤에 찍은 사진과 금방 쌩쌩한 손주 사진을 바다 배경으로 찍어 보냈더니..
삥삥삥...답글이 난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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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집에 가서 조부, 조모님 오시게 하여 갈치회, 고등어회, 갈치구이, 갈치조림으로
한상 차려 내어 놓았습니다.
대박났지요...ㅎㅎㅎ
"다음에 또 외할아부지 따라 갈치낚시 갈테야? "
조모의 말씀 끝나기가 무섭게
"또 따라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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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나는 얼마나 기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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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것
수원 내 친구 어머님 노환으로 잃은 입맛 살려 드리라고...
사돈네 드리고
은혜입은 동네 4분께 나눠 드리고
집에 딱 3마리...
마누라 왈... " 에게게.. 이게 뭐야?"
"저녁에 간단히 갈치 조림 해놔봐여~~ 막걸리 두병 사올테니.."
아직 전용 낚싯대를 맡기기엔 어려 함께 채비를 준비하는데
갈매기처럼 조잘대며 앙증맞은 손으로 이것 저것 만지며 계속 간섭합니다..^^
전동릴 작동법, 초릿대 움직임에 대한 반응 등 간단한 원리만 알으켜 줬는데 금세 인지하며
놀랍게도 능숙하게 운용합니다.
유전인자는 속일 수 없나보죠?....ㅎㅎㅎㅎ
초릿대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입질 순간에 휘리릭!~ 한바퀴 감아주는 순간포착에
선장님도 이 모습을 보며 감탄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뒤어 앉아 "울 손주 너무 잘 한다.. 최고!! "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칭찬 덕분인지 신이 나서 밤이 깊어 가는데도 자세의 흐트림없이 열중합니다.
몰론 채비 걷기와 미끼 교환 및 투척은 제가 했지요.
* 귀항 *
바다는 언제 만나도 신화적이고 원시적인 느낌을 주며,
탐미적 생명력들이 활력 넘치게 우리를 맞이하는 상상만 해도 설레이는 공간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바다를 사랑하는 우리들 정서의 원형질이고 섬들이 마주하는 바다 고샅길에서
뭔가 툭툭 튀어 나올 듯한 생동감에 나는 늘 전율합니다.
철수 후 잠깐 눈 붙인 탓인지 몸은 좀 개운합니다.
포말을 흩날리며 달려 온 배 주위를 솟구쳐 오르는 한쌍의 갈매기의 비상(飛翔)과 함께
뱃바람 소리, 작은 파돗소리 그리고 구성(鷗聲)이 뒤섞여 만들어 내는 풍경은
상상의 동화속 같은 느낌으로
평화스런 이 작은 군내 항구를 휘감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행운이 함께 하시며
어북 충만하시는 여러분 되시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외손주와 즐거운 갈치낚시여행 참 행복하고 즐거우셨겠어요.
외할아버지와 보낸 그 시간들이 손주는 평생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어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가끔씩 살째기 꺼내보며 미소짓는 날이 많을 것 같네요.
제가 왜이렇게 기분이 좋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