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계기판과 주유소의 가격표를 힐끔힐끔 번갈아보며 1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는데 신경을 곤두세우는가하면 안방 마나님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지출을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너나없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시깁니다. 이런 시절에도 휴일이면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바닷바람 쏘이려 나가는 우리 바다낚시 동호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복 받은 부류에 속하지요. 집에 계신 마나님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이는 함부로 나서기 어렵습니다.
바다낚시에 쓰이는 직접비용으로는 선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아마 왕복 연료비일 것 같습니다. 선가가 내만 권이 6~8만원, 침선의 경우 10만원이 기준이었는데 낚시꾼들은 이런 기본경비이외에도 7천~만원 상당의 봉돌은 소비하고 미꾸라지와 오징어채 비용 만원이 추가됩니다. 낚시채비와 여분의 바늘 값도 최소 돈 만원이 우습게 날아가지요. 이 비용만 합산해도 최소 7만7천원에서 12만원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휴일 하루를 즐기기 위해 선사에 바치는 기본 경비입니다. 여기에 개인차가 있겠지만 왕복 연료비와 통행료와 식사비용 및 주류대가 추가됩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하면 안흥까지 왕복하는 400km, 그리고 고속도로 비용을 합하면 대략 7~8만원이 듭니다. 회계처리법을 잘 모르니까 이런 비용을 무엇이라 하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최소 20만원의 현찰이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날아갑니다. 주유소 비용만은 대개 카드로 결재하니까 약간 달라지겠지만.
만약 낚싯배가 아닌 다른 놀이터에서 이 정도 현찰을 지불하고 우리가 요즈음 바다낚시 현장에서 당하는 꼴을 본다면 주위에서 무어라 할까요? 비싼 돈 내고 대접도 제대로 못 받는 천하의 못난 XX로 치부할 것입니다.
낚시꾼의 하루는 꼭두새벽에 그 험한 고속도로를 목숨 걸다시피 달려와 가게 문 열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시작하지요. 낚시 한번 하려고 하루의 상전을 모시는 격입니다.
좋은 자리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유격훈련을 마다않고, 제대로 발 뻗고 누울 자리도 못되는 좁아터진 선실에서 고린내 나는 담요 한 자락이라도 더 끌어 덮으려고 신경전 펼치고, 낚시하다가 좀 실수라도 하면 선장의 쌍시옷소리 섞인 욕설을 입술 깨물며 참아내고, 낚시꾼들에게 하는 안내방송은 알아듣지도 못하게 조잡한 기계를 쓰면서 저희들 선장끼리는 온갖 잡소리 농담으로 손님은 안중에도 없이 한나절을 보내는 소리를 들으며, 그 비용을 지불한 우리는 그저 고기 못 잡는 것이 내 탓이려니 한숨만 쉽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위세 당당한 사무장, 아니 부선장은 동태매운탕이나 그 전날 선심 쓰고 남은 놀래미 대가리정도를 넣어 끓인 냄비를 신문지위에 던져놓습니다. 어쩌다 싱싱한 우럭 매운탕이 나오지만 그것은 거의 다 손님의 것을 공출한 경우입니다. 손님이 지불한 비용으로 출항한 낚시 길이지만 그가 잡은 고기는 자기 소유라는 논리지요. 남이 잡은 고기를 탐내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을 정말 손님으로 대접한다면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잡은 고기니까 사무장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 내 돈 들여 내가 잡은 고기를 사진도 찍지 않고 쿨러에 넣었다고 짜증을 내는 것도 당연히 안 되는 것입니다. 가게의 선전을 위해 그날의 조과가 필요하다면 낚시 끝난 후의 cooler 모양을 사진으로 보여주면 될 것을 굳이 손님에게 포즈를 강요하고 그것도 고기가 크게 보이도록 갖가지 주문을 하는 것은 정말 역겨운 행동입니다. 우리는 돈 낸 손님인데 가게 도우미까지 하라는 건지 원.
하루 종일 파도에 시달리고 선장의 잔소리 듣고, 사무장 눈치보고, 고기 잡느라 긴장한 끝에 항구에 닿으면 또 다른 고생길이 열려있습니다. 내려올 때의 첫새벽과는 달리 귀가 길은 숨 막히는 교통체증이 기다리고 있지요. 어쩌다 가뭄에 콩 나기처럼 시원한 음료수라도 들고 가시라고 부두에까지 나와 친절을 베푸는 가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면 몰수하더군요. 낚시 끝내고 나온 꾼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피로를 풀어주는 음료수 한잔, 냄새나는 손을 씻을 물 한바가지. 그리고 좀 더 바라자면 조심해서 올라가시라는 따뜻한 배려입니다. 큰 돈 드는 서비스도 아닙니다. 비록 ‘사서하는 고생’같은 취미생활이지만 20여만 원의 큰돈 들이고 이런 대접 받는 데가 낚시 배 말고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요.
내가 종사하는 직종을 국가에서는 서비스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요즈음은 사무실 유지 경비가 매월 늘어나 적자로 마감하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매출은 늘지 않고 경비만 늘어나니 종일 앉아서 궁리하는 것이 경영 합리화죠. 예전에는 이럴 때 요금을 슬쩍 올려 해결했지만 이제는 경쟁이 하도 심해 옛날 방법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해결방법은 찾아오시는 고객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분들이 다른 고객을 물고 오도록 만드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지요. 이렇게 하면 몸은 더 고되기 마련이지만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각오해야할 것 같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많은 다른 동호인들로부터 질책을 받을 것이 틀림없지만 나는 이번의 요금 인상, 그 자체를 가지고 시비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선장님들도 아마 그럴 내부 요인이 발생했기에 고객들의 싫은 소리를 각오하고 이번에 담합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따지고 싶은 것은 요금 인상 그 자체보다 선장님들이 그동안 고객을 어떻게 대접했는지를 이번 기회에 따져 물어 일상의 고달픔에서 공휴일 하루만이라도 대접받으며 쉬고 싶은 것입니다.
가게에서 커피나 음료수 따위를 대접받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문제, 진정한 봉사정신일 것입니다. 업주가 단골손님과 뜨내기손님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만 대해주면 자리배정 같은 부정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이라고 믿습니다. 선실에서 사용하는 침구는 선장님이 자기 집 안방에서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깔끔하다고 자부할 때 손님도 역시 감동을 받게 됩니다. 비록 선박이라는 특수 사정이 있겠지만 점심 식사 역시 바닥에 신문지 깔고 늘어놓는 방식으로는 곤란하지요. 하다못해 작은 쟁반이라도 마련하여 품위를 지켜야 서로 떳떳합니다. 봉돌이나 낚시 묶음, 기본채비는 배에 비치해두고 필요한 사람에게 실비로 제공하면 아주 편리할 텐데 귀찮다고 막무가내하기에 우리는 무거운 낚시장비에 미꾸라지 통까지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겨우 뱃전에 앉게 됩니다.
조과를 선전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도 손님 뒤치다꺼리가 끝난 후 여유가 생길 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엉킨 줄 좀 풀어달라는데 사진 찍는다고 눈을 부라려서는 곤란하지요. 나중에 cooler를 모두 올려주면 그것보다 더 정직한 조황보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돈 안 드는 서비스라도 제대로 해온 유선사가 경비 때문에 부득이 선가를 인상하겠다면 수긍하겠지만 하구한날 손님에게 욕설이나 퍼부으면서도 제 주머니를 더 채우려고 눈이 벌게지니 많은 낚시꾼들이 분개하는 건 아닐까요? 선비 만원 인상을 항의하는 것은 어쩌면 핑계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제가 처음에 나열한 불편한 사항들, 그것이 아마 거의 모든 고객들이 느끼는 불만일 겁니다.
싸구려 식사, 김밥 한 줄도 오백 원부터 몇 천 원짜리까지 있지만 아무도 그 값 때문에 시비 걸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시끄러워지지요. 선장들도 자기 배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속마음을 역지사지, 고객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선장님들 눈에는 우리가 고작 십만 원짜리 한 장으로 보이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 이상의 더 큰돈과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는 휴일 나들이입니다.
선장님들에게 전하는 형식으로 올리셨지만,
내 자신이 경험한 지난 일을 돌아보게 만드시는군요.
개인적으로도 작금의 조황사진 문화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이 문제만 한번 짚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표현이 좀 안 어울리지만 '즐감했습니다'라고 댓글 남기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