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구라청이 제발 이겨라!!!! 어쨌든 그리 좋은 형편은 아니지만 거의 한 달 동안 바다냄새를 맡지 못한 내 손은 이제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이다.
폭동 반란을 막으려면 우럭에게 밑밥 주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나가야겠다.
유비무환이라니까 우선 채비부터 차근차근 챙겨본다.
안흥 지방은 두 물, 한 매. 간조 5시30분경, 만조 11시30분경. 고저차는 2미터 50cm정도. 연평이나 소청도 근처라면 황금물때다.
낚싯대는 180cm와 210cm 두 개를 준비하고 외줄은 2단 3단, 각각 두벌씩 챙긴다. 혹시 바람이 너무 거세어서 내만권 여밭을 맴돌 경우를 생각해 단차 6~70cm로 편대 대신 매어 놓은 변형 채비도 별도로 준비했다.
미끼는 통상 사용하는 오징어채와 미꾸라지 외에 이번에는 인조 미끼, 웜을 좀 준비해본다. 밝은 색과 물이 탁한 경우를 고려해 붉은 계통의 황금색을 별도로 챙겨 넣는다. 이정도면 다 되었나? 비바람이 몰아칠지 모르니 장화와 방수모자도 필수품이다.
주섬주섬 짐을 꾸리고 생각하니 낚시 못할 경우를 생각해 약간의 마른안주와 지난여름에 담근 복분자도 한 두어 병 챙기고 싶어진다.
채비 준비가 대충 끝내고 이전에 만났던 어느 고수가 일러준 충고를 다시 한 번 복습해본다. 파도야 치건말건, 바이킹 타건 말건, 대박을 꿈꾸며..........
1> 추가 바닥에 닿으면 즉시 줄을 감아 팽팽하게 긴장상태를 유지해야한다. 그리고 서서히 두어바퀴 감아 올려 바닥에서 2~30cm 띄워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대어는 항상 바닥의 은폐물을 본거지, 자기 집으로 삼고 텃세를 부리고 있으니까 침선에 가까워질수록 더 긴장해야 한다. 이런 경우를 흔히 바닥을 박박 긁는다는 표현을 쓴다. 주위를 자주 살펴 고기 입질하는 층이 아랫바늘인지 윗 바늘인지 눈치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1M이상 더 들어주기도 한다.
2> 선장에 따라 습관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추를 떨어뜨리고 나서 5~10초 사이, 짧은 시간내에 침선에 도달하게 되니까 옆 사람의 밑 걸림을 아주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위에서 누가 입질 받았거나 밑 걸림이 왔다면 나에게 곧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예고다.
3> 추를 바닥에서 띄우는 정도는 물살의 세기에 따라 다르니까 일률적으로 정해서 하지 말고 물때에 따라 항상 변해야 한다. 아주 센 물에서는 그냥 들고만 있어도 추와 미끼가 1미터 정도 떠오른다. 이때는 가끔 줄을 풀어 바닥을 확인해야한다.
4> 그리고 침선 높이에는 큰 의미를 두지마라. 사람 키 높이 정도의 침선<1-2미터>이면 낚싯대만 들어 올려도 그 정도 높이의 침선은 쉽게 타고 넘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고 다만 6-7미터 이상 높은 침선의 경우, 가까이 다가갔을 때 걸리지 않고 쉽게 넘도록 추가 바닥에 닿아 침선에 도착할 때까지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해당 침선 높이의 반 정도까지 들어 올리고 있어야 입질을 받거나 침선을 타고 넘게 된다.
5> 입질이 오면 본능적으로 바로 챔질하는 것 보다는 좀 느리게 반응하는 것이 더 좋다. 절대 챔질 하지 마라. 침선 주위에 고기가 한 마리만 있는 경우는 없다. 한 마리가 물었다는 것은 그 주위에 또 다른 고기가 숨어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약간 뜸을 드리다가 천천히 감아 올려라. 한 번 물린 고기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빨리 감으면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중간 속도로 일정하게 낚싯대의 탄력을 즐기면서 끌어 올려라.
6> 릴의 full speed는 빈 낚시 회수할 때만 사용해라.
7> 목줄을 길게 쓰면 다른 사람보다 침선에 한 발 먼저 도착하는 이점이 있지만 그 대신 장애물에 먼저 걸릴 확률도 크고 또 잘 못 다루면 옆 사람의 낚시를 걸게 되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8> 마지막 주의할 점은 처음 입질 받는 순간, 감아올리기 전에 다음 입질을 유도할 겸 잠시 기다리면서 릴의 바닥 층 표시 button을 눌러 고기가 문 포인트를 기억시키고 다음부터는 그 깊이 까지만 줄을 풀어라.
아이고, 이 많은 것들이 생각 날려나?
저번에 낚시 갔다가 고장 난 릴의 수리가 끝났다고 전화 왔기에 이번에 쓰려고 찾으러 갔더니 마침 일산 반도낚시가 한가하다. 벌써 무슨 소문이 인터넷에 쫘악 퍼져 손님이 끊겼나? 이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주인이 시무룩한 얼굴로 묻지도 않고 수리한 릴을 꺼내준다. 그리고 한 마디 뱉는다.
‘그 회사 믿지 마세요. 우리 가게는 그거 취급 안 해요.’
내가 지금까지 알기로는 이 가게는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가게다. 그래서 통신판매로 호황을 누리는데.....좀 이상하다.
열기 채비 몇 개와 웜을 좀 더 집어넣고 나오면서 물었다.
‘왜 그랬어?’
어쩌다가 그렇게 구설수에 올랐어?
‘몰라요. 그 분, 내 옆에서 광어 한 마리, 그리고 우럭 여섯 마리 올리셨어요. 나보다 더 많이 잡으셨고 몇몇 분은 나름대로 기본 조황은 한 셈인데..........우럭 회 떠서 술도 한 잔 대접했고.’
‘하루 종일 바이킹 탔다면서 어떻게 회 먹고 술까지 마셔?’
‘그러게 말 이예요.’
‘그리고 기본 조황 했다는 증거 있어?’
‘독수리 홈피 들어가 보세요. 세분은 멀미 때문에 처음부터 아예 들어가 누었지만 다른 손님들은 오후 4시까지 끈질기게 낚시 했거든요.’
현장에 있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지만 우럭 회 떠서 소주까지 한 잔 했다면 손님이 아무 말 않는데 주인이 앞장서서 그만 들어갑시다! 하기도 좀 어색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든 일방통행은 곤란하고, 또 낚싯꾼은 점주보다 우위에 있으니까 이 문제 다시 한 번 짚어 볼 필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