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도록 다른 장르의 낚시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인천지역에선 먼바다(공해)를 나가는 몇몇 배들을 제외하곤 출조가 마감되는 시즌.
해가 바뀌는 연말쯤이면 그간의 낚시를 정리하면서 새 봄을 희망하지만,
선상낚시 초짜에게 지나간 손맛의 기억은 타는 목마름이다.
기웃기웃... 어부지리의 조황보고나 각 유선사의 출조계획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건수를 찾아다니느라 쓸데없이 마음만 갑갑해지는 시기...
‘동해 대구 출조계획?’
‘년중 출조가 이뤄지는 지역으로 가볼까?’
‘늘 타던 배의 선장님께 해돋이 출조를 부탁드려 볼까?’
고민만 쌓일 뿐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남항에서 뜨는 배가 있던데 예약해 봐라!”
성탄절을 앞둔 주(週)에 걸려온 선배의 전화는 복음(福音)이었다.
1. 어초(魚礁)의 갯바위적인 접근
예약을 끝내고 정보수집에 들어간다.
승선할 배의 출조지역을 알아보니 풍도 근처의 어초가 주무대다.
‘어초라...’
수중촬영을 한 동영상과 어초 사진을 찾아봤다.
인공의 수중구조물(structure)에 각종 형형색색의 고기들이 유영을 즐기고 있다.
어초 주위를 무리지어 헤엄치는 우럭을 발견하는 순간 그 개체수(밀도)에 놀란다.
어초 안팎을 드나들며 먹이 활동을 하는 ‘황금어장’
채비를 내리기만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 것 같은 짜릿한 상상.
물고기들의 아파트를 지어주는 인간의 지혜가 놀랍다.
조류(潮流)와 낚시는 불가분의 함수관계에 있지 않던가?
(혼자만의 생각)
“물고기의 입장에서 본 조류는 ‘먹이의 전달자’, 또는 ‘통로’이다.
조류를 따라 흘러 내려오는 먹이가 없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 질지도
모를 일이다.
도도하게 흐르던 조류는 수중구조물(어초,암초,침선,폐그물 등등...)을 만나는 순간,
그 흐름이 완만히 꺾이게 되고...
물고기들에겐 최상의 먹이사냥 기회를 제공한다.
서해선상낚시의 적기를 ‘조금’ 전후의 물때로 잡는 이유도 맥락을 같이한다.
사리 때의 빠른 물살로 일어난 뻘이 아가미에 흡착되면,
물고기를 호흡불능의 지경으로 몰아 갈거고,
생존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먹이사냥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이때는 오히려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호흡만 하면서
체내의 열량을 적게 소비하려는 시기가 된다.
먹이활동에 가장 적합한 시기와 시간, 그리고 그 장소(point)를 찾는 것에
서해선상낚시의 핵심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초는 이런 핵심에 근접해 있는 ‘장소’중의 하나란 생각.“
선상낚시의 매력중 하나는 이런 point에 ‘나를 데려다준다’는데 있다.
섬주위에 바짝 붙어있는 어초를 제외하면 갯바위 낚시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갯바위의 낚시자리에서 어초까지 채비를 보낼 방법이 없으니,
어초의 위치를 설사 안다고 해도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선상낚시는 어탐기와 GPS 등의 첨단전자장비가 정확하게
point를 안내해 나에게 ‘기회를 제공’해 준다.
2. 연전연패(連戰連敗) - 어초(魚礁)에 들이대기
미꾸라지통에 살얼음이 잡힐 정도로 추운 날씨에 처음으로 어초를 만났다.
어부지리 선배님들의 조언으로 중무장(?)한 나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선상낚시가 ‘쉬운 낚시’라는 데서 오는 선입관.
‘누구나’ 배만 타면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 함정이 있다.
내 자신감은 첫 어초를 만나는 순간부터 처절하게(?) 깨져나갔다.
어초를 스치듯 지나가는 방법밖엔 들은 적이 없는 ‘경험없음’은 아무런 성과없는
빈 채비만 회수하게 만들고...
연중 가장 활성도가 떨어지는 저수온기임을 고려하지 않았던 무지의 결과였다.
이 계절에 우럭들이 피어올라 어초 위를 지나가는 미끼를 덮칠 일이 만무하건만...
우럭들에게 내 낚시방법에 맞춰 물어달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어초낚시 첫 출조에 싸대기를 맞고(?)나니 오기가 솟는다.
묻지마 출조(=개고생)의 서막. 으~~~~
저수온기, 추위, 어한기(魚閑期)... 모든 핑계를 뒤로 하고 전의(戰意)를 불태운다.
(어떤 장르의 낚시건 고기가 안나오는 이유가 늘 준비되어 있는 것도 신기하다.)
그 후 4월 중순까지 변변한 조과없이 철수하는 날이 반복되었지만,
저수온기 어초낚시의 개념을 조금은 정리할 수 있었다.
같은 조건에서도 나름대로 쏠쏠한 조과를 거두시던 함께 타신 분들의
know-how를 열심히 벤치마킹 하면서...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다’,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창피한 일이다’
3. 초보 동료들에게 - 어초직공(魚礁直攻)하기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저수온기에 어초를 만나면 과감히 어초 구멍 속을 공략하자.
① 외줄채비의 경우 봉돌 위 첫 번째 바늘이 봉돌보다 위쪽에 놓이게 짧게 묶어서 어초의 느낌을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② 낚시가 시작되면 앞뒤 조사님들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어초의 위치를 파악한다. 앞쪽부터 혹은 뒤쪽부터 진입한 순서에 따라 밑걸림이 읽히면 어초의 높이만큼 채비를 들었다가 봉돌로 전해지는 느낌에 집중한다.
걸리는 느낌이면 재빨리 채비를 좀 더 올리고, 봉돌이 떠있는 느낌이면
좀 더 내려서 어초의 상단 구조물을 찾은후 바닥을 톡톡톡 두드리면서
봉돌이 뜨는 느낌일 때까지 진행한다.
③ 봉돌이 뜨는 느낌이 들면 채비를 다시 내려 바닥을 찍고 입질을 기다린다.
밑걸림으로 인한 채비수장을 두려워하면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는 게 이 시기의
낚시이므로 채비와 봉돌,20호 이하의 작은 바늘도 넉넉하게 준비한다.
④ 다수확(쌍걸이 이상)의 욕심을 버리자.
입질이 감지되면 지체없이 채비를 회수하는 게 좋다.
4. 고수(高手)님들에게
저수온기를 감안하더라도 어초낚시는 제게 너무 어렵네요.
하루 종일 어초를 타면서 능숙하게 고기를 뽑아내시는 분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낚시가 주는 즐거움의 기본은 ‘고기를 잡는데’ 있는 게 맞겠죠?
조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다짐과는 다르게 ‘꽝’을 치는 날엔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쩔 수 없이 무거워집니다.
자연(바다)과 사람을 사랑하는 선배님들의 마음을 먼저 배워야 할텐데 초짜다 보니
아무래도 결과에 급급해 지는 모양입니다.
이제 본격 시즌이 열려 활성도가 좋아지면, 언제 그랬냐 싶게 깔깔대며
즐거워하겠지만 비(非)시즌에 손맛에 굶주린 초짜의 ‘앙탈(?)’정도로 이해해 주시길 바라면서
허접한 글을 줄입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어복충만 하시길...
고참조사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입문에서 고수되기' 다이어리를 만들어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낚시,
하려고 하는 노력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재미있고 하다는 생각입니다.
감성적인 감성킬러님 글의 팬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