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출조 후 주말이었습니다. 집에 가로 1.5미터 세로 3미터 정도의 잘 안 쓰는 아이들 장난감이랑 기타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창고(실내에 있으니 쪽방인가요?) 비슷한 곳이 한곳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나님이 아이들을 시켜서 장난감을 전부 꺼내고 정리를 시키십니다. 그리고 기타 잡동사니들도 아이들과 같이 정리를 하십니다. 속으로 뭐 정리하면 깨끗하고 좋지 뭐.......하면서 컴퓨터로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전 아직도 게임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서요..........^.^;;;;;) 시간이 조금 지나고 정리가 다 되가는 듯 하더니 갑자기 낚시 장비를 그 쪽방에 넣기 시작합니다. 하던 오락 캐릭터가 죽을까봐 눈도 못 돌리고 뭐해? 하였더니 낚시방을 만들었답니다........................................^.^
바로 오락 접 종료하고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제대로 염장질인듯. ㅋㅋㅋ) 아이들이 보고 울 아빠 또 저런다 합니다........다른 집은 낚시 못가게도 하고 눈치도 주고 한다던데 울 마나님이 너무 고맙습니다.
지난 출조 후 5일정도 지나자 다시 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고 손이 덜덜 떨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울 마나님도 그렇타는데 저야 6월 28일 출조를 가지만 울 마나님은 7월 12일이나 되야 출조가 가능합니다. 아이들 시험이 있어서 봐줘야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21일 출조를 못하는 이유가 아이 시험 준비 해주느라 못하는 겁니다. 휴~~애들이 뭔지......^.^
원래 28일 부부조사가 뭉치기로 헐크님(권용태님)이 글을 울리셨는데 저만 혼자 가서 솔로의 외로움을 맛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은 서서히 지나고 출조일이 점점 다가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3단채비를 준비하는데 큰딸이 와~ 이쁘다 그거 팔 거야? 합니다. 큰딸에게 칭찬을 듣고 마냥 기분이 좋아져서 그건 아니고 그냥 아빠가 쓸거야 하였습니다. 기분이 으쓱해 져서 미니스커트와 넥타이를 결합한 루어를 만들어 봅니다. 이것도 이쁘다고 칭찬해 주겠지 하면서 속으로 기대를 해봅니다. 그러나 잠시 후 바로 직격탄을 날립니다. 근데 아빠는 그렇게 열심히 그런거까지 만들어 가면서 왜 고기는 많이 못잡어와?
...............................................................................................ㅠ.ㅠ
아니 이넘의 녀석이 젤로 아픈데를 사정없이 찔러버리네요
일단 대답은 아빠가 왕초보라서 그래~~ 그래도 초보치고는 많이 잡아 오는거야 라고 대답은 하였지만 맘속으로 나는 언제 그 수많은 선배 조사님을 쫓아가나 한참 생각을 합니다.
왕초짜 타조의 왕은 언제면 뗄 수 있을 것이며 초짜는 언제나 되야 뗄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갈 길이 멀었음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출조일이 점점 다가오는데 일기 예보에서 불길한 조짐이 보입니다. 바람도 있고 파도도 있고 심지어 비도 내릴지도 모른다는 예보입니다. 아이고 물때도 한객기로 고저차가 750이 넘어가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예약을 헐크님에게 부탁 드렸는데 출발 3일 전인데도 4명으로 잡혀 있습니다. 울 마나님 못가시는데 3명인데. 흠. 헐크님에게 연락을 드렸었는데 미처 예약인원 변경 안하신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헐크님에게 전화를 드려 봅니다. 전화를 받으시더니 예약인원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파도 문제도 있고 하니 토요일이나 되야 정확한 답이 나올 것 같다고 하십니다. 만약 출조를 못하게 될 것 같으면 좌대 낚시 어떠냐고 하십니다. 맑은샘님의 추천이라 합니다. 저야 당연히 콜~~이지요. 날씨가 나쁘지 않아서 출조를 하게 되어도 부부 동반이 아니라 걍 남자만 가기로 하였습니다.
드디어 토요일 오후 5시 헐크님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내일 정상 출조 한다 합니다.
아싸~~우럭이 너그덜 다~ 죽었스~~(주제도 모르고 희망 사항이 너무 거창 했습니다.)
토요일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6시경입니다. 저녁밥 먹고 나서 한숨 자고 출발할려고 폼 잡는데 큰 딸이 아빠 이건 어떻게 푸는 거야? 흐미.... 딸내미를 갖다 버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붙잡고 가르쳐 보기로 합니다. 잠깐만 해준다는게 11시까지 해버렸습니다. 이겅 그냥 출발할 시간이 다 되가네요. 출발 준비는 금요일 날 다 해 놓아서 짐만 들고 나가면 됩니다.(사실 토요일에 잘려고 해놓은 꽁수입니다.) 짐을 차에 싫고 마나님과 아이들의 배웅을 받는데 이번에는 막내 아이가 아빠 쿨러 가득 채워와야되~ 합니다. 아니 쿨러라는 소리는 어디서 배웠는지. 글고 그걸 어케 가득 채우라는 건지.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물때도 않좋고 파도도 칠터인데 과연 우러기가 물어 줄려나 걱정이 앞섭니다.
12시에 맑은샘님 집 앞으로 가서 픽업을 하였습니다. 맑은샘님과 이이야기 저이야기 나누다보니 금방 비봉인터체인지에 도착하였습니다. 11시 40분쯤에 도착하여 헐크님에게 전화 드려보니 비봉인터체인지 앞이라고 하셔서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걸로 알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으십니다. 이상하다 하고 있는데 저쪽 앞에서 헐크님이 타조님 아니세요? 하십니다. 서로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저보다 훨씬 먼저 도착하셔서 기다리신걸 모르고 바보짓을 했습니다. 어....그런데 아쿠아마린님이 보이십니다. 사모님들은 전부 안가기로 하였는데 우러기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서 오셨답니다. ㅎㅎ. 헐크님 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짐을 옮겨 싣고 출발을 하였습니다.
2시 반 정도에 사무실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잠시 둘러보는데 사모님이 나오셔서 사무실 문을 여실려고 합니다.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들어갈려는 찰라 사무실 앞에 대어져 있던 승용차 문이 열리더니 한분이 나오셔서 사무실로 그냥 밀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어서 승선 명부를 쓰기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그분 것만 적는 것이 아니라 세사람을 적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반대편 자리에 사람 이름을 적어 넣기 시작하십니다. 쪼금 심하다 하고 생각을 하는데 아쿠아마린님이 한칼에 해결해 버립니다. 아~~역시 대한민국 아줌마의 파워는 대단합니다. (아쿠아마린님 죄성합니다...^.^)
승선명부 적고 나니 사모님이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오라 하십니다. 식당에 가서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비가 올지 몰라서 옆에 있는 낚시 가게에서 일회용 우비 하나를 구입하고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분이 계십니다. 아이고 동해님 반갑습니다. 인사드리니 몰래 출조 나왔다가 들켰다고 그러십니다. 이전에 동해님이 제가 만든 루어를 보고 싶다 하셔서 오늘 만난 김에 드리려고 동해님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 왔습니다. 제가 만든 루어를 드리고 모두 같이 한참을 낚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많이 아시고 경험이 많으십니다.
금새 출항 시간이 돼서 배로 가서 자리 잡고 장비 정리하고 하는데 헐크님, 아쿠아마린님, 맑은샘님 모두 정리 마치고 선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초보는 이런데서도 티가 나나 봅니다. 저도 서둘러 장비 정리 하고 선실로 들어가서 누었습니다. 잠을 못자서 그런지 바로 골아 떨어졌습니다. 한시간 반정도 지났을까? 헐크님이 일어나셔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십니다. 전 그래도 그냥 꿈나라로 고~. 잠시 후 엔진 소리가 잦아들면서 목적지에 도착함을 가르쳐 줍니다. 자 어여 나가서 우럭이들을 체포해야지 하였습니다.
그런데...........악몽이 시작 되었습니다. 배탈이 났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배탈 나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시지만 저는 아주 괴롭습니다.
전 원래 장이 극도로 약하고 예민해서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먹어도 저 혼자 탈이 나고, 한번 탈이 나면 약 2-3일간 정말 끔찍할 정도로 화장실을 다녀야 합니다. 물론 병원약을 먹은 상태에서요. 약을 안 먹고 버텨 본적이 있는데 일주일을 더 가더군요. 항복하고 그냥 약 먹었습니다. 그래서 저절로(순전히 살기 위해서입니다) 입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음식을 가려내는 재주가 늘었습니다. 어지간하면 입에서 걸러내는 방법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번 탈이 나면 몸무게가 8-10Kg 가량 줄어듭니다. 사람이 비쩍 꼴게 되구요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이 흐트러져서 두통 몸살 오심 구토등 가지가지 증상이 나옵니다............................................................................ㅠ.ㅠ
지금 탈이 난거면 어제 저녁 집에서 만들어 먹은 닭갈비나 오늘 새벽 먹은 밥이 문제가 있는건데 이건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는게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먹었는데 혼자만 탈이나니 괴롭기만 합니다.
그런데 배탈이 나서 화장실 몇 번 다녀오자 멀미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건 배탈과 멀미의 완벽한 이중주였습니다. 연주의 제목은 Welcome to Hell .............^.^;;;;;;;;
탈수 증상으로 목도 많이 마르고 두통과 구토가 동반되고......멀미로 인하여 완전히 상승 작용으로 푸른 바다와 하늘이 노랗게 보입니다. 옆에 계시던 헐크님, 아쿠아마린님, 맑은샘님이 괜찮으냐면서 걱정을 해주십니다. 예 괜찮습니다. 말은 했지만 죽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서 정신을 가다듬고 낚시대를 드리워 봅니다. 잠시 후 입질이 왔습니다. 여밭에서 하던 대로 잠시 기다리다 들어 올릴려고 하니 안올라옵니다. 우럭이가 어디로 쳐박았나 봅니다. 실패~~
아! 빨리 올려야 하는가보다 생각을 합니다. 다시 입질이 옵니다. 이번에는 입질이 오자마자 릴을 감으면서 낚시대를 들어 올렸습니다. 올라옵니다. 그런데 갑자기 허전해 집니다. 바늘을 털고 도망 갔습니다. 실패~
흠. 그럼 이번에는 다시 조금 천천히! 입질을 받고 약간만 기다리고 올립니다. 그런데 또 안올라 옵니다. 타이밍이 늦은 것 같습니다. 또 실패~
연속으로 세 번을 실패하자 사기도 뚝 떨어집니다.
선장님이 20분 이동한다 하시기에 얼른 선실로 들어가서 누었습니다. 배가 정지하면 나가서 낚시하고 이동하면 선실가서 눕고 틈틈이 화장실 들려주고 하면서 버티는데 점점 몸이 괴로워져서 5미터 침선이라고 하시면 그냥 바닦 찍고 5미터 감아올리고 대기.....3미터라 하시면 3미터 올리고 대기... 저속릴링 유영층 파악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도 힘이 듭니다. 사무장님이 잡으신 물고기와 몇분이서 물고기를 더하여 회타임을 하였는데 그 시간에도 선실로 가서 누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지나가고 다시 심기 일전하여 도전합니다. 이번에는 타이밍을 잘 맞추어서 우럭기를 체포하는데 성공합니다. 근데 20중반으로 작습니다. 그래도 이넘이라도 가져가야 된다는 생각에 얼른 피 빼고 쿨러에 넣었습니다. 잠시후 30초반을 하나 더 체포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에 38짜리 비교적 실한 넘으로 한 마리 더 체포 하였습니다.
보통 멀미는 우럭이를 잡으면 해결이 되야 하는데.....이건 단순 멀미가 아니라서 아주 괴롭습니다. 점심 먹자고 부르시는데 못 먹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먹어볼려고 갔습니다. 한입 떠서 넣는데 도저히 못먹겠어서 매운탕 국물만 조금 먹고 포기하였습니다. 아쿠아마린님도 몸이 안좋으셔서 점심을 거르신다 합니다. 감기 기운이 있어 안올려고 하다가 오신거라 들었는데 불편하신가 봅니다.
점심 식사 후 틈틈이 들어가서 누운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멀미는 한결 가십니다. 이제부터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낚시를 하는데 우러기들이 전부 숨어 버렸습니다. 선장님도 이리 저리 열심히 포인트 이동도 해보시고 배를 대주시는데 우럭이들이 오전에만 있다가 오후에는 단체로 야유회를 간 것 같습니다. 배 전체에서 입질이 없습니다.
약간 이른 시간에 철수 준비를 알리는 멘트가 나오십니다. 다른 때에는 고기의 입질이 없어도 조금 더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은 예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옵니다.
사무실에 다시 모여서 짐을 싣고 이번에는 아쿠아마린님이 운전을 합니다. 동해님, 감성킬러님과 통화하고 조과 이야기하고 하였습니다. 이럴 때 승객의 임무는 운전자가 졸지 않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인데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옵니다. 저도 모르게 정신을 잃은 뒤 눈을 떠보니 화성 휴게소입니다. 아쿠아마린님 혼자 운전하시다가 졸려서 노래도 부르고 그러셨다고 합니다. (아쿠아마린님 죄송합니다.)
휴게소에서 따듯한 빵과 포카리스웨트를 사서 먹고 나니 조금 낳아집니다.
비봉인터체인지에 도착하여 헐크님 아쿠아마린님과 헤어져 제가 운전대를 잡고 일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맑은샘님을 집에 모셔 드리고 집에 도착하니 온 식구가 다 내려 와서 맞이해 줍니다. 이럴 때 행복하지요. 3마리뿐인라고 이미 전화로 이야기 해 주었는데도 쿨러를 열어 보고 와~ 크다 해줍니다. 집에 들어가서 아이들 회도 못해주고 바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러 일어나 보니 마나남이 아이들 회떠서 먹이고 알아서 다해 놓은 겁니다. 너무 감사하지요....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뱃속에서는 꾸르륵 꾸르륵 난리가 났습니다. 현재 몸무게 8Kg 감량 했습니다. 어여 진정시키고 원상 복귀하여 이번주 일요일에 복수하러 가야 겠습니다.
P.S.) 울마나님 “자기야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떻게 해~ 일 살살해~~~ 그러다가 쓰러지면 낚시도 못가잖어”
타조님의 악전고투가 눈에 선해 저까지 어질어질 합니다.
오늘은 일단 읽기만 했구요. 내일 다시 꼼꼼히 출조길을 따라 갔다 오려 합니다.
늘 정겨운 조행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