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맞이한 바람과 땀에 얼룩진 하루를 마감하면서....
선생님! 방학하시면 낚시가세요? 가야지 왜? 그냥 물어 봤습니다. 별 싱거운녀석 다보네. 언젠가 아이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보며 지나치다가 같은 방향이기에 태워준적이 있는데 뒤에실린 물건을 보고 묻기 시작한 질문이 오늘도 물어온다.
좋겠다는 아이의 흥얼거림을 뒤로하고 방학동안 변 기계의 예를 들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마지막 당부를 하면서 하교를 명한다.
텅빈 교실에서 한 학기를 사고 없이 잘 보내준 아이들 대신에 소리 없이 책걸상을 만지며 미소를 머금다가 낼 신진도로 출조갈 생각에 서둘러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동안 찾지 않을 사무실이기에 정리를 하고 귀가 도중 마트를 들려 집에 들어온다.
쿨러, 보조가방에 필요한 장비,도구를 챙겨 넣고 밤12시에 모닝콜 저장,항상
하는 일이지만 콧노래가 나온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아들놈 하는말 아빠 낚시 가셔? 대답대신 뒤돌아본 후
다시금 만지던 낚시 바늘을 챙긴다.
출조에 앞서 수면은 안전사고의 최고 방패막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충분한 수면이 아니더라도......
꿈속에서 한참 대물과 씨름하고 있는 내게 일어나라고 요란스럽게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깊은 꿈속의 나락으로 빠저 있는 식솔들이 행여 잠에서 깨어날까봐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나와 왕복 800리 길의 장정에 오른다.
12시30분! 애마와 함께 아파트 단지를 나와 고속도로에 접한다 .
오늘 따라 도로 위에 차량행렬이 뜸하다. 그 동안 주말을 이용 출조한 것을 잊고......, 시간 넉넉하니 주행속도 100km/h로 가볼까?
허나 내게도 질주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본능이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다.
속도계 바늘이 120....130..150km/h 까지 올라간다.
도로 옆 이정표에 서있는 화성휴게소가 눈에 들어오고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은 거친 숨을 내품듯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담배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을 바라보니 걱정할 날씨는 아닌듯 싶다.
물과 간식을 챙기고 가스 충전후 다시금 달린다. 반복하여 찾던 이길이 새삼 낮설게 느껴진다. 일행과 함께 다니던 길을 오늘은 애마와 둘이서.....
도로옆 가로수 나뭇가지 잎사귀들의 환영의 물결을 뒤로허면서 멀리서 빛내는 네온싸인과 불빛이 목적지가 지척임을 느끼며 가시지 않은 흥분을 가중시킨다.
목적지 도착시간 02시 40분! 출조점 불빛이 안보인다. 말없이 조용한 바다를 바라본다.
이따끔 출항하는 어선들을 바라보며 출항하는 배의 엔진소리에 놀라 어둠속에서 날개짓 하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깊은 바다속으로 던져버린다.
출조점의 문이 열리고 통상적인 절차와 아까운 던을 건네주고 나오면서 미꾸리 가격을 알아보니 만냥 이란다. 전에 오천냥에 팔던 양인디......
뱃터에 나와 짊을 옮기고 기다리다가 눈에 보이는 낚시점에 들어가 미꾸리
가격을 물어보니 오천냥 이란다. 입밖으로 나올려는 욕지거리를 속으로 삼키고 한동네 출조점 인디....
승선하여 자리를 찾아 짊은 놓고 선실에 들어가 날려버린 잠을 보충한다.
창밖으로 검은 장막으로 쌓여있던 어둠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밝은 아침이 서서히 태동 한다.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항구를 벗어나는 낚시배를 해양 호텔이라 했던가?
얼마나 달렸는지 선실바닥이 뜨거워 등짝에 땀까지 흐른다.
목적지에 도착함을 엔진소리가 알리고 엔진 소리에 익숙함인지 선실에서
모두 나와 낚시할 준비를 한다. 약간의 파도가 있지만 낚시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이윽고 힘찬 봉돌입수로 낚시 시작....수심 45m 8m침선 봉돌 입수 후 줄맞추고 있는데 어신이 온다. 첫 손맛을 첫포인트에서, 첫 번째로 우러기를 걷어 올린다. 30cm전 헌데 이 괴기를 올린 후 계속되는 허탕질에 서서히
긴장감이 풀어지고 쿨러에서 잘 숙성된 물병만 연신 입으로 입으로, 점점 줄어드는 담배갑 속의 담배....제2포인트에서 제3포인트로 이동 입수, 힘찬 입질이 들어온다. 초릿대와 손에 전해오는 감이 놀래미다. 여기 저기서 올려지는 먹음직스러운 놀래미들, 그래 놀래미 라도 부지런히 올라 오거라........
포인트 이동중 잽싼 동작으로 칼질하여 준비하여간 양파에, 누군가 알려준 알맹이 없는 김밥에 선실 밖에서 이슬이 파티 하고 있는 분들과 합세하여 한잔씩 나눈다.
회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오늘 먹는 회 한점에 양파와 내용물 없는 김밥
정말 맛나다. 회 한점 드신 뒤에 앉아 계신 연세 지긋하신 분이 내민손에
말린 토마토라며 건네준다. 나이는 차이가 있지만 오고가는 정이라 할까?
더러는 이렇게 나누어먹고 마실수 있는 것은 선상의 매력이 아닐까?
내것과 네것이 따로 없고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할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니 이런 마음으로 죽는 날까지 세상을 살고 싶다.
야박하게 느껴지던 출조점 주인도 이럴까? 아님 갈켜 줘야 되는디....
반복되는 입수, 회수....헌데 배 중앙에 자리한 내게는 괴기와 거리가 먼것인가, 첫 포인트와 놀래미 포인트를 지나 이상한 현상이 계속된다.
배가 포인트에 앞으로 들어가면 앞쪽에서 어신의 신호가 오면서 괴기가 올려지는데 내 차레가 오면 뚝, 뒤로 진입하면 옆에까지 괴기가 올라오다가 내차레가 되면 뚝, 돌아버리 것넹,,,,,,,,
마지막 포인트가 될것 같은 느낌에 옆사람이 수직으로 내리는 줄을 보고 멀리 대각선으로 던진다. 앞쪽부터 두두둑....내게도 신호가 온다. 밑걸림이 없는것을 알고 처박는 괴기를 더 기다린다. 이윽고 올린 쌍걸이....., 이번에는 뒤쪽부터 올것이다. 신호와 함께 던져진 봉돌 역시 대각선으로 조심스럽게..
신호가 온다 ㅎㅎㅎ, 결국 많은 양의 수확은 아니지만 넘들이 손맛 볼때 구경하던 처량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수 있었다. 앞으로는 중앙에 자리가 배정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쪽 팔리 잖유..)어떤 배냐고요? 말 못혀유(죄송)
선장님의 긴~ 신호에 오늘 낚수는 여기서 접어야함을 느끼고 부지런하게 장비를 회수한다. 귀경길에 안전운전을 위하여 다시금 선실로 향한다.
17시30분 항구를 출발 서산 IC 진입전 도와달라는 뱃속을 위해 기사식당을
들려 허기진 뱃속를 채우고 한산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걸려온 한통의 전화 조황보고 하란다. 먹을 만큼 잡았다. 일산에서 인천으로 오겠단다. 피곤함이 있지만 어쩌랴, 괴기 먹으러 오겠다는데...
물론 숙성은 잘시켜 가지고 올라가는 중이라서 걱정은 덜었는데 이슬이에
얼마나 망가 질런지 걱정이다.
잘 달리던 차가 화성휴게소 근처에서 주춤 한다 정체구간....,
19시50분 집에 도착하여 찌든 땀 걷어내고 돌아서니 일산에서 집근처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온다.
집근처 횟집에서 주인장이 칼질하여 내놓은 괴기를 보고 또 하나의 맛을 배운다.(집에서 회로 먹을때 썰어놓은 고기 위에 정종을 뿌리니 보기도 좋고..)
결국은 어우러진 지인들과 이어진 술자리에 오늘도 망가지고 말았으니....
이글을 통하여 말하노니 이제 나좀 그만 망가트려 주소.......
//배낚시동호회// - 풍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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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내 거주자들이 합류했으면 완전 더 망가지셨을 텐데요. ㅋㅋㅋ
무사히 잘 다녀오셨으니 축하드립니다.
'대각 방향으로 봉돌 던지기'는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ㅎㅎㅎ
너도 나도 풍산님 조행기에서 배운 기술이라고 대각 던지기를 하면 채비 엉킴은?
더운 여름 육침 횟수 조절로 건강 유지하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만족스럽진 않으셨겠지만, 안낚, 즐낚 축하드립니다.
미꾸리 만냥은 너무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