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의미하는 水자에다가 사람人+어미母자를 더하니, 매향每자로서 글자 그대로
늘, 매번, 언제나 라는 그런 의미가 담겨져 있지요.
우리가 어머니 몸속에서 태아로 성장할 때, 한 인간으로서 모양이 수립되고, 온전
한 생명력이 완성되어 가는 고귀한 역할을 하는 그 곳의 양수(洋水)도 말하자면
바닷물과 비슷한 성분이라니, 이런 영향으로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터 본능적으로
바다를 그리워하는 수 밖에 없나 봅니다.
7월 25(토요일) 선상낚시에 최고 물때라고 하는 두뭇날 이른 새벽입니다. 우리
동호회회원 8명은 생명근원의 발원지인 이곳 바다를 향해 본능 질주 합니다.
바다어머니를 만나고픈 그런 설레임과 기대감이 어울러져 모두는 무아경에 빠져
들어갑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모두가 잠들었을 새벽1시인데, 비봉IC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서해안 고속도로는
불꼬리를 물고 늘어선 거대한 느림보 火龍입니다.
이 불쑈는 서산 IC까지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일탈, 우리처럼 하얀밤으로 바다를
만나러 가거나 아니면 향몽(鄕夢)의 휴가족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밤하늘은 너무 아름다운 그런 잔월효성(殘月曉星)입니다.
바람도 모두들 자고 쉬었다간다는 저 멀리 추풍령으로 휴가를 떠난 모양입니다.
신진도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님, 왕대구님, 저, 우리 동심의 총무님인 삶의여유님, 대어님, 오늘 번출을
주선해 주신 십년미래님, 퇴퇴님, 이실장님, 태안이 고향이고 태안에서 거주하는
만년스타 福相의 동행님과 합류 반갑게 상옹, 해장국집으로 향합니다.
새벽 식당은 아이같은 어른들의 유치원으로 변합니다...
아리아띠들의 재롱에 식당 아주머니께선 작은 미소로 그냥 귀엽게 봐 주십니다..
너무나 즐겁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만큼 진한 관계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멀리 있는 형제보다 이처럼
늘 가까이에서 아껴주고 사랑하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우리들의 관계는 어찌보면
친 형제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지요.
같은 취미, 같은 공감대, 동호회가 갖는 장점에서 오는 '행복발전소'라고 봅니다.
우리가 하루 종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바다를 누빌 배(ㅇ스타)의 선장과
사무장님은 우리 동호회 회원이고 일행중인 동행님과는 이 곳 태안의 선후배
관계라고 해서 더욱 반갑고, 또 인정이 후한 느낌을 받습니다.
구름 한점없는 오늘 하늘은 내려 쬐이는 불볕더위로 무척 고생할 것 같아 보통때
보다 더 많은 얼음과 생수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무더위속의 바다위라면 70년대 한편의 영화가 생각납니다. 세기의 미남
배우 알랑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 말입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요트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바다를 가득 담은 파란 눈
의 알랑드롱의 멋진 흉내를 요트의 키대신 낚싯대로 한번 내 볼 참입니다..^^*
예정대로 배는 폭발적인 요란한 굉음을 내며, 바다속으로 빨려 갑니다.
피곤이 엄습합니다. 선실에서 잠을 청해 보지만 계속 이어지는 잠이 아니라
설치는 노루잠입니다.
그래도 1시간 가량 이리 뒤적 저리 뒤적.. 눈을 좀 붙이니 한결 몸이 가쁜 합니다.
답답도 하고 그래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미 몇 사람들은 배의 후미에서 배가
떠날때부터 새벽 해기욕을 즐기며, 아주 즐겁게 이슬이 샤워를 하고 있습니다.
서먹서먹한 관계의 소격감을 떨쳐버리는 좋은 만남의 파티에 끼어 들었습니다.
후래삼배라고 했습니다. 십년미래님이 고급스런 곱게 포장된 귀한 것을 꺼냅
니다.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만 소곡주 같은 것인데, 진한 향의 권주 3잔째에
팍!~ 오르면서 짜릿한 오르가슴...
수평선 옹기종기 모여앉아 정담을 나누는 섬 뒤로 아침햇살이 알섬 병풍도 머리
를 누르고 얼굴을 내밉니다. 부챗살처럼 퍼지는 햇살에 격비도쪽 뭉게구름은
세수를 하고선 환하게 마중 웃음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자주 접하는 바다지만 유독 오늘의 아침바다는 정말 빗깔고운 화선지처럼 매혹적
입니니다. 운 좋게 맨 후미로 결정된 내 자리에서 채비 준비를 합니다.
바람이 없으면 갑작스런 너울성 파도 이외에는 자동으로 파도도 높지 않습니다.
오늘은 환상의 물때 두뭇날입니다. 수온도 그동안 장마로 인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삼박자 구원의 날입니다.
요한삼서의 한귀절을 딴 " 영혼이 잘되고, 범사가 잘되고, 건강하고" 의 삼박자
구원처럼 오늘은 낚시 하기에 최적인 그런 삼박자 구원의 날입니다.
오늘 같은 날, 조황이 좋지 않으면 이건 100% 조술이나 준비소홀이 부족한 이유
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으로 채비와, 미끼의 준비 점검 들어갑니다.
이상 無입니다.
3시간을 넘게 달려온 망망대해에 배는 숨을 몰아쉬며 선회합니다.
" 에~ 이곳은 작은 소위 말하는~ 똥침선이며, 기대해도 될 좋은 포인트입니다.
바닥에서 약 50cm 띄우고 낚시 하십시오~ "
멘트의 끝남과 동시 퐁당!퐁당! 수심이 60m가 넘습니다.
그동안 정충증으로 수전증으로 고생하던 몸과 마음이 일순간 안연해 집니다.
환상속의 도취경에 빠져 들어갑니다.
고산의 어부사시사중 여름을 노래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 낫대를 둘러메니 기픔 흥(興)을 금(禁) 못 할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연강덥쟝은 뉘라서 그러낸고'
(낚싯대 둘러메니 기쁜 흥은 금할 수 없구나. 안개 자욱한 강과 겹겹으로 쳐진
산은 누가 이처럼 그려냈을까 ...)
비단 유배생활이지만 보길도 자연속에서 어부생활을 노래하며 연시조를 읊던
고산도 낚싯대를 멘 순간 만큼은 세월의 차이일 뿐,
나의 이런 마음과 같았으리라...
...................................
갑자기 선수부터 낚싯대들이 행차한 임금님앞 신하들처럼 일제히 알현배하듯
바다를 향해 고개를 쳐 박습니다.
맨뒤에서 본 일순간의 이상한 괴성과 탄성 그리고 동시다발로 이루어지는
초릿대를 사정없이 흔들어 대는 이 광경은 말로 표현이 안되는 장관입니다.
2~3걸이가 수두룩합니다.
긴장모드로 접수완료, 떨리는 가슴 진정시키며 차례를 기다리는데...'뿌~~웅!~'
맥이 빠지면서 좀 허탈합니다. " 이런!~ 젠장!!~~~"
" 빨리 올리셔유~~ 다시 한번 댈께유~ "
먼바다는 근해보다 조류의 영향을 덜 받지요. 고로 2물은 물 흐름이 덜 하기에
선장의 운용습관에 따라 앞 또는 뒷쪽으로 배를 포인트에 접근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번에도 앞쪽으로의 접근입니다.
모두 야단들이며. 서서히 후미쪽으로 쳐박기가 옵니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입질이 왔습니다. 미약합니다. 입질태도가 톡톡톡!~ 추~욱!~ 영락
없는 노래미 입질입니다. 에잇!~ 더 기다려 보자.... 혹시 쌍걸이....??
'뿌~웅!~~ ' 올리랍니다... 어이쿠!~
입 언저리에 살짝 걸렸나 봅니다. 그나마 올라오다 떨어져 버립니다.
선장이 백밀러로 뒷쪽 꽝! 상황을 파악한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배를 뒷쪽으로 먼저 접근시코자 배를 크게 선환하며 접근시도합니다.
준비완료!~ 입수!~ 수심이 60m가 넘으니 수압에 걸려 봉돌의 무게감이
더해 집니다. 걸림이 거의 없는 똥침선입니다.
드뎌! 드뎌!~~ 왔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기역자 휨새 입질..... 낚싯대가 허리
까지 곤두박칠 치는데, 느낌을 보아 2마리인듯 하며, 한마리는 노래미 같은
물오른 육감의 짜릿한 요분질 입질이 죽여줍니다...^^*
쌍걸이로 온라온 이 녀석들은 30cm 중반쯤 되어 보이는 우럭과 대구로 착각될
정도의 크기인 40cm가 넘는 괴물 노래미입니다.
배의 전체적 이 보기 드문 괴물 노래미는 10마리 정도 올라 온 듯 하지요.
환희찬 고기와의 힘겨루기 춤동작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걸림이 전혀 없는 듯한 작은 똥침선이라는 곳에서 이렇게 많은 개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저도 계속되는 입질에 2걸이 3걸이까지 연결되는데, 모처럼의 어거리풍년입니다.
옆에 있던 동행님은 이 와중에서도 왕대구를 뽑아 올리고, 거의 목측으로 1m가까
이 되는 이 대구를 50리터 쿨러에 접어 넣으니 우럭 5마리에 꽉찬 쿨러조황입니다.
마침, 혹시나 하고 가져간 오징어내장을 맨 아랫바늘에 꿰고 대구유인에 나섰습
니다. 대구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간사한 입질이라서 작은 입질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기다렸으나 작은 입질은 오징어 내장미끼가 크니 아마도 우럭들의 미끼
놀이인 듯, 후킹과의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허나 사간만 낭비하고 다시 우럭
채비로 전환 할 즈음, 7m묵은 침선으로 간다고 합니다.
기대에 찬 7m침선은 달랑 2마리의 초병만 토해 내고선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묵은 침선이라고 하지만, 철조망친게 아니니 그제나 어제, 누군가 실컷 훑고 지
나간 모양입니다. 선장과 사무장도 고개를 가우뚱?.. 합니다. 이동한다고 합니다.
회를 뜨고 우리 동호회 그 유명한 '이제표 초밥'을 맛 볼 기회입니다.
먹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지르는 이 초밥은 '이제'님이 몇번
에 걸쳐 실패를 거듭하고선 드디어 성공한 아이스크림 같은 초밥은 그 맛이 환상
적입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면서 귀찮은 내색 하지
않고 계속 봉사하는 이 고마우신 선배님은 감나무에 주렁주렁 감 열려있듯 후배
들을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위에 많이 달고 다니십니다.
저도 이런 고운 모습을 많이 보고 배웁니다.
태양이 중천을 넘어섰습니다.
점심도 이 초밥과 함께 신진도 낚시배 중에 소문난 맛깔스런 멋과 담백한 맛의
매운탕에 이슬이 두어잔 걸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습니다.
이동하는 틈을 타서 잠시 눈을 부칩니다. 사람은 등 따시고 배가 불러야 잠이
오나 봅니다...ㅎㅎㅎ 배는 30분 광어 포인트로 이동하며 달렸나 봅니다.
단잠이라서 근 3시간 잔 듯 합니다. 기분이 싱그러운 청포도 같습니다.
30m권 광어 포인트 도착입니다. 단숨에 작은 싸이즈지만 2수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몇 수 올라왔습니다. 이 광어는 미역국에 넣어 먹으면 산모에게 더
할 나위없이 좋다고 하며, 우리 내상이 무척 좋아합니다..
50중반의 내상에게 이 광어 깃든 미역국 들게하고, 오래전에 문 닫은 공장을 재
가동 한번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 한번 해 볼 요랑으로 쿨러에 잘 모셔 두었
습니다. ㅎㅎ
선장님의 철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아쉽지만 이만 낚시를 접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물색이 얼마전의 그 푸른 물결색이 아니고, 탁한 갈색 비슷한 물색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 봤습니다. 그 이유는 바닷물이 맑은 푸른 빛을 띠는 경우는 바닷
물 속에 불순물이 없을 경우라고 합니다.
만약 바다에 모래 알갱이나 플랑크톤 또는 물고기들이 많을 경우에는 태양광선
이 이것들과 부딪혀 산란 또는 반사작용을 일으켜 바닷물의 색깔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날 바다에 자세히 보니 작은 입자 즉, 플랑크톤의 개체수가 보통때
보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을 목격했습니다.
먹이 사슬의 윗 단계인 작은 치어들의 급격한 감소가 원인인듯하여 걱정이
태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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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늘 그리워 하는 우리들의 삶의 이런 희로애락을 노래해 주는 파도소리를
뒤로하고 수고하신 선장님, 사무장님과 인사를 인사를 나누며 하선합니다.
바다가 이렇게 좋은 일상인지는 최근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어머님의 품안처럼 모든걸 용서하고 이해하며 품어주는 그리움의 바다...
이런 바다를 자주 만나는 나는 큰 축복을 받고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고 싶을때 쉽게 머뭇거리지 않고 갈 수 있다는 것...
반드시 축복이요, 기쁨인 것을 여러분께서도 알고 계실테지요..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부드럽고 인자하신 필체가 그대로 묻어나네요..
저도 요즘 초밥 만들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쉽지않던데..초밥 고수들에게 기술을 전수 받아야 겠습니다..ㅎㅎ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선상에서 뵙는 영광의 날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