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에 친구팀들과의 함께 가기로 한 몽산포 맛잡이 여행계획에
안달이 도져 안절부절 그때까지 도저히 기다릴 재간이 없다.
금요일 오후, 서울을 벗어나는 동안 숨을 몇번 쉬지 않았다.
태안에서 몽산포로 가는 길목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천리향의 향기를 실컷
마시면서 회색숨 토해내고 큰 숨 몇번 몰아쉬면 되니까.....
사실,
태안에 사는 사랑하는 후배의 부친상도 금요일에 떠나게 한 이유다.
간절히 좋은 세상에서 편안한 영면의 기도를 드린 후
마주한 후배의 촉촉한 눈가에 맺힌 애별비루는 내 가슴으로 흘러
30년전에 모진 고생의 보따리를 안고 애내를 부르며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나의 삶의 텃밭에 많은 향기를 뿜어 주는 소중한 사람중에 한 사람이다.
이기와 욕망 덩어리 사람들과 달리 드러내지 않고 오직 있는 그대로
들꽃같은 그 순박한 사랑으로 이 못난 놈을 이유없이 사랑해 주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내 삶은 향기로운 늘봄 수채화이다.
* * *
태안에서 안면도로 가는 77번 국도로 좌회전하여 몽산포항까지 가는
이 도로를 나는 꿈의 도로라고 명명하고 싶다.
몽산(夢山)..... 즉, 꿈을 주는 동산이기 때문이다.
길따라 지천으로 피어있는 천리까지 간다는 천리향의 향기...
금방 해 지어 입은 듯, 시푸른 해송은 물바람에 살랑 유혹...
외주물집의 할머니는 영화속 같은 풍경으로 여유를 선사하며...
옥수수밭 거미줄에 맺힌 영롱한 아침이슬로 세수하는 거미...
육지의 멧새와 바다 갈매기가 주는 다정한 연인같은 속삭임...
굽이 굽이 사행길, 작은 연봉들의 행진은 두루마리 수묵화...
모두가 먼길 달려온 나를 동무해 주는 파도처럼 정겹다.
아! 그래서 꿈의 도로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다.
* * *
오늘(9월4일)은 백중사리의 7물때로서 간만의 차가 자그마치 641cm다.
선상낚시엔 별로지만 물이 많이 빠져 조개잡이엔 그만인 날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몽대항 뻘밭은 이름모를 도깨비들의 혼불과 괴성,
그리고 탄성으로 도깨비 잔치마당으로 변해 있다.
삽으로 뻘을 뜨면 구멍이 나오고 그 구멍에 소금을 넣으면 맛은 꿀렁꿀렁~
여유를 부리다가 쑤~욱!~ 나오는 풍경에 어린아이 어른 할것 없이
당연 괴성과 탄성이 절로 나온다.
좀 늦게 도착했으나 그런대로 잡았다.
내일 아침, 친구들이 오면 맛 국물에 파를 송~송~ 썰어넣고 다진 마늘과
후춧가루를 살짝 뿌려 넣은 기막힌 이 국물과 탄력몸매로 뽐내는 맛살을
초장에 찍어 내일 아침 해장을 하면.....
* * *
몽대항에서 좀 벗어난 진산리에 친구가 운영하는 펜션에 갔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이 넘은 싱싱한 얼굴로 애써 잡아온 맛을
마치 제것처럼 뺏다시피 한다.
순수한 충청도 양반 같으면 이러질 못할텐데...
서울물 30년 먹은게 탈이다.
" 이 넘아, 내일 친구들이 온대여~ 조금 남겨 노아 ~ "
" 뉘가 온~디야? "
" 넌 알거 엄씨~이~"
"빨랑 살~뭐~ 나 배 고푸니께~ 이슬이 고~푸, 말 씨피지 말~어..ㅎㅎ "
나도 어느덧 이곳을 수없이 누비니 충청도 말씨를 흉내낼 수준까지 왔다.
바다가 내려 보이는 펜션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 둘은 주향(酒香)이라는
여인(麗璘)들을 눞여 가며 환상의 열애를 하고 있다.
부러운 모습으로 환히 웃으며 이때껏 지켜보던 중천의 달님이 내려왔다.
" 그만들 허구~ 이제 자야지..."
" 예~ 알았습니다... 달~님! "
* * *
친구의 펜션은 참 잘 된다..
봄, 가을 겨울이면 촌스럽게 만든 황토찜질방에 불 때어서 무료로 찜질까지
할 수 있게 해 놓은 관계로 늘 가족 단위의 손님들로 북적인다.
여름에는 그 방도 쉬는데, 그 방에서 자기로 했다.
2시가 다 되어 가는데, 혼자 잠을 청하려니...
달이 너무 밝다.
밤 공기도 너무 좋아 고요한 세상위에 잠시 바다를 보며 앉았다.
저 멀리 바닷물에 비친 달빛은 누군가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그 물거울에 비친 달에서 저쪽 중국으로 가버린 내 딸, 외손자, 사위가
말없이 나를 손짓하며 애타게 부르고 있다.
미치게 그리움이 엄습한다...
두돌배기 외손자는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행복을 주다가
어느날 사위의 포도청따라 훌쩍 떠나 버렸을 때...
우리집 식구들은 한참 동안 침묵의 구름속에서 벗어날줄은 몰랐다.
옹알대며 가운데서 저의 할머니와 나를 양팔로 끌어안고 뽀뽀해 주던...
작은 천사.... 너무나 보고싶은 준이가.... 저 바다 건너 있는데....
왈칵 쏟아지며 흐르는 주체 못할 눈물.. 그대로 내버려 뒀다.
한참을 지났나 보다.
후련하다....
* * *
산새의 아침인사에 잠이 깨었다.
친구에게 말없이 그냥 나왔다. 나중 핸폰으로 하면되지 뭐......
친구가 보이지 않아 아직 자고 있는듯 해서이다.
몽대항도 고요하다.
이따금 허리굽은 촌로의 기침소리와 삽살개 배슬배슬 멍멍소리만
정적을 깰 뿐이다.
방파제를 따라 가다 색바람에 웃옷을 벗고 런닝만 걸치고 걸었다..
해는 산넘어에서 붉은 빛을 발하며 서서히 타오르고 있다.
온 몸을 타고 지나가는 해풍으로 해기욕을 즐기는 망중한...
쌀쌀함이 느껴진다.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홍성IC를 막 벗어 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3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
어젯밤에 잘 아는 1호횟집에서 빌린 냄비에 불을 붙였다.
맛 3정도에 물 2정도 붓고 끓였다.
이래야 소금간 할 필요없이 간이 딱 맞는다.
파~송송, 마늘도 넣고...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후춧가루 넣을 무렵, 모두 왔다.
이런 외지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 * *
아침 라면인데도 불구하고 속말로 개판이다.
체면이고 뭐고 옆 친구고 없다. 후루룩!~ 쩝쩝!~~
해장술 따라 먹을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동나 버렸다.
좀 더 없냐고?..... ㅎㅎㅎ
실컷 먹은 것 같은데...
표정들은 하나같이 아침 굶은 시어머니 쌍(像)이다.
몽산포 맛잡이는 9물때가 보통 제일 물이 많이 빠진다.
이 9물때는 몽산포항 기준으로 아침8시, 저녁8시 정도부터 맛잡이가
물이 빠지기 시작하여 가능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몽대항의 뻘밭은 가을이 오기전인데도 벌써 알록달록
단풍으로 온통 물결을 이루고 있다.
우리도 단풍의 한 잎들이 되어 삽질하면서 가져온 시원한 캔맥주로
목을 축이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동호회회원 얼레,경북,옥씨님, 참 좋은 사람들, 이 3사람도 합류,
많이 잡았다.
삽질과 지형파악 요령이 있어야 이것도 같은 노동력이지만 수확의 차이가
많이 난다.
간조가 되었어도 뻘밭에 계속 물이 흐르는 곳에는 초보자들은 감히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에 큰 씨알의 맛들이 많이 생존한다.
물막이 공사를 해가며 방조제를 튼실하게 쌓아가며 잡는 토목공사가
관건이다.
잡은것 모두 친구팀 그리고 동호회팀에게 반반씩 나눠주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호회팀은 회는 싫단다. 회만 봐도 멀미날 지경일테니..ㅎㅎ꽃게탕으로 하고,
친구팀은 이곳 바닷가에 왔으니 기어코 회를 맛보아야만 한단다.
주고 받은 술잔에 파라솔 나뭇가지엔 벌써 감홍시가 주렁주렁 열려간다.
따 르~~~~~~~~~~~~릉!~
" 주야조사님! 많이 잡으셨어요? "
" 억케 알았어? 맛잡이 온줄? "
" 다 아는 방법이 있지요~~ 참나~"
"ㅎㅎㅎㅎㅎ"
"저기~ 앵두 연락 받으셨어요?
"아니? ... 왜?"
"지금 앵두하고 앵투가 안면도에 간다고 하는데 전화드리라고 했어요"
"그래? 잘 되었네. 그럼 전화 곧 오겠지 뭐..."
동섬서홀 두름손,
두메앉은 이방이 조정일 알듯...
손바닥에 전국을 그리며, 그 곳에 돌아다니는 모든 생물을 주관하시는
人間神 .... 감성킬러님의 전화이다.
" 따르릉!"
" 앵두야~ 응 워디? "
"빨랑 와! 점심 안먹었지? 같이 먹자..."
두 팀은 먼저 가야한다고 하여 보냈다.
앵투는 다소곳하고 오월 장미처럼 어여쁘다.
피부톤은 박꽃처럼 소박스런 하얀 여인으로 떡대같고 밤쇠같은 넘의
그 뒤를 따라오고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송구할지 모르나 적절한 표현은
춘향과 이도령 아닌 '방자'의 관계라고나 할까?..ㅎㅎ
* * *
저녁에 함께 잡자고 하고선 앵두팀도 보냈다.
인근에 있는 친구의 별장 테라스 흔들의자에서 잠을 청했다.
단잠은 정말 꿀맛이다.
어둑해질 무렵 일어났다.
추량(秋凉)의 냉기가 나를 깨웠다.
만경의 들녘, 붉은빛 노을타고 분주한 고추잠자리,
누렇게 익은 **동의 굳센 남근같은 길죽한 호박 2개와 풋 애호박을 따서
차에 실었다.
노을에 누렇게 바래가는 논의 벼들은 고개를 숙이며 풍년을 기약하니
나의 논은 아니지만 마음은 풍요로워 부자된 느낌이다.
8시에 맛을 잡고 있는데 앵두와 앵투가 갯뻘로 왔다.
요령을 알으켜 주니 잘도 잡는다.
땍대같은 덩치에서 나오는 에너지에 삽이 춤을 춘다.
키득! 키득!~ 히히히 ~~ 넘 재미있어!~~ %#^^*#$%
마음씨 천사 같은 앵두의 매력...
두 사람의 사랑이 별빛과 함께 달빛처럼 아름답게 무르익어간다...
밤 12시가 넘어 철수했다. 입에서 침이 마른다. 허리도 아프고..
계속 물을 섭취했는데도 말이다.
일요일날 점심에 집에 귀한 마나님의 지인들이 바다잔치 하기로 한 날
이기에 좀 잡아 가야한다.
많이 잡았다. 앵두도 그런대로 잡았다.
그냥 싹 가져오면 정이란.... 그래서 앵두 쬐끔 주고 난 많이 가졌다... ^^*
튼튼한 길쭉 호박(?)은 떡대 앵두한테 주고, 연한 애호박은
장미여인에게 건넸다.
이 여인이 애호박을 받던 손길에서 30년전 나의 어여뻣던 마누라의 그
무언가 힘을 느꼈다...
오늘밤, 두 분 무사해야 할텐데....^^*
밤 12반에 앵두 보내고 차를 몰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브레이크가 필요없을 정도이다.
중간 쉬지않고 단번에 110을 놓고 달려 2시간만에 집에 도착했다.
천근만근, 금방 떨어졌다. 감미로운 밤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
가쁜하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행이어서 일까?....
맛을 삶고,
그 삶은 맛살을 건져 2개씩 포개 색색 피망과 양파를 썰어넣고 데친 쪽파를
허리에 감아 접시에 가지런히 뉘었다.
빨간고추를 잘게 썰어 맛살 허리춤에 깨소금과 함께 뿌려 상에 내놨다.
맛을 삶은 국물에 잔여 맛살과 함께 마늘과 호박넣고 양파 길쭉 잘게 썰어
약간 매운 풋고추와 빨간 익은고추를 실고추 형태로 썰어 넣었다.
후춧가루 넣고 마감... 훌륭한 국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번 잡은 주꾸미도 김치 냉장고에 뒀더니 사르르 얼을 상태이다.
데쳐서 이것도 마찬가지로 모자에 깃털 꼽은 모양으로 피망과 양파를 썰어
넣어 데친 쪽파를 감아 깻잎위에 하나씩 올려 큰 접시에 놓았더니
초장에 담금질 싸움으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냉동실에 포 떠서 보관된 우럭은 횟감으로 접시에 냉동실 알갱이 얼음 깔고
무우를 채칼에 밀어 그 위에 얻은 후 횟감을 가지런히 썰어 놓았다.
얼은 상태의 횟감썰기는 칼만 잘 들면 천천히 하나하나 잘 썰어 얼마던지
초보자도 가지런히 놓아 둘 수 있다..
남은 피망을 모양내고 옥상의 가을 장미 한송이를 꺾어 그 위에 올렸더니..
환호성 넘치는 손님들...
게눈 감추듯 사라져 가는 모습에 나도 행복하다
만점을 준 마눌께 감사한다...
함께하시는 모든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건방진 소리지만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귀 하나하나를 그냥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무료한 월요일에 한 폭의 풍경화를 떠올리게 하신,
주야조사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