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카플한 우리차는 서울서 새벽 3시 출발, 모두 집결한 곳은 홍성휴게소이다.
거의가 잘 아는 또 안면이 있기에 더 없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아침식을
치른 후 다시 달려 5시경에 아담한 포구 오천항에 도착했다.
특히 이 곳 어부지리에서 글인사만 나눴던 김포신사님이 유별 반가웠다.
무게감있는 웅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여러분께서 잘 아실 것 같아 생략...
사리때보다 조금때가 주꾸미 낚시하기에 훨씬 유리하다는 정보를 아는 듯,
가로등 아래 어슴새벽, 많은 조우님들로 붐빈다.
이 곳에서 다른 팀의 낮익은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날씨가 잠포록하다.
낚시하기엔 정말 그만이다.
30분 정도 달려 배는 질주를 멈춘다.
사방에 올망졸망 작은 섬들은 각기 다른 저마다의 모습으로 뽐을 내고,
흡사 그 자태는 모두 그 옛날 추석 명절에 부모님이 사 주신 때때옷 입고
자랑하던 아름답고 고운 내 누이들 같아 사랑스럽다.
어젯밤에 입은 하얀 이브닝드레스가 아침햇살에 빛춰져 황금색으로
빛나는 저 두둥실 흰구름 위에 몸과 마음을 얹어 놓고 낚싯대를 드리운다.
수심 5m권이다.
바닥은 사니질대(沙泥質帶)가 아니라 모래밭인 사질대이다.
듬쑥한 신사, 둘리님이 배의 후미를 '경로석(?)'이라고 양보한다.
이 싯점에서 마음밭이 고운 감성킬러님이 그냥 못 본척 할 사람이 아니다.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 주야조사님은 우리가 탄배에서 경로란 말이지요..ㅎㅎㅎ "
눈치가 8단인 감성킬러님이다.
" 우쒸!~~ 하하하 ~ 그렇지? "
경질대인 루어대는 아예 사용하지 않고 수심 5m권이고 또 맨 뒷쪽이기에
자새를 2개 폈다.
좀 많이 잡아 못 잡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어서이다.
몇년을 계속 이 바닥을 누비는 둘리님과 일행은 주꾸미낚시 도사급 수준이다.
넣고 빼기가(?) 젊어서 그런가..ㅎㅎ 아님, 기술이 탁월해서 그런지 속전속결이다.
감성킬러님은 떼거지로 몰려와 멸치떼와 함께 먹고 먹히는 군무의 장관,
은빛 물보라 삼바축제에 연신 투척, 삼치루어에 열중이다.
체장은 작으나 앙탈부리며 잘도 올라오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주둥이를 모두
답답한 쿨러속에 누워 있을 이슬이쪽으로 바라보며, 파닥파닥 화려한 선상춤을
추어댄다..^^* 쩝~쩝..
바로 옆 옆, 타조님의 마나님도 이젠 구면이다.
타고난 낚시 유전자가 흐르는 듯, 이 * 고생을 마다하고 열심히 낚싯대를
지휘봉 삼아 한박자도 놓치지 않고 바다를 명지휘하고 있다.
바로 옆 감성킬러님은 그 명지휘자의 지휘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흥흥~
알다가도 모를 술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 일행의 좋은날님은 세월을 낚고 있다.
처음 입문한 주꾸미낚시라서 그런지 잡은 낚싯대는 손만 잡고 있을 뿐이지
눈과 입, 그리고 귀는 선장님, 둘리님 일행쪽으로 가서 낚시한다..^^*
나중에 내가 채비를 교체해 드렸더니 그때부턴 감을 잡으셨단다.
제법 반열에 오르면서 손이 분주해지신다.....^^*
함성을 질러 돌아보니 대빵 큰 꽃게를 낚아 올리셨다.
내가 그걸 빼 주다가 악!~ 오른쪽 검지가 물렸다.
엄청 아프고 실장갑이 피에 흥건 젖어 벗어보니 1cm가량 찟어 졌다.
타조 마나님과 오복 마나님께서 간호사를 자청하신다... 감사..
또 일행중에 오복님이 계시다.
두 부부는 하늘이 준 부부 인연 같다.
중년인데도 애인같아 보이는 부부애의 아름다움에 나를 반성문 쓰게 한다.
열심히 잡아보려 하지만 초보는 초보다워야 하는 법,
이 부부도 눈과 귀는 쉴새없이 뽑아내는 둘리팀에게 간지 오래이다..ㅎㅎ
눈으로 이 비밀은 어느 정도 습득하시더니 이 부부도 역시 반열에....
이 배의 선장님은 둘리님 팀과 함께 가히 베테랑급이다.
주꾸미를 뽑아내는 기술은 스텐드빠 아가씨 땅콩 주워먹는 것보다 더 빠르다.
이 베테랑 아저씨들의 채비를 보자.
선장님은 주꾸미 볼 하나만 쓰고 있다.
둘리님 일행은 맨밑에 주꾸미 볼, 20cm정도 위엔 왕눈이새우 에기를 달고 있다.
채비 자체는 우리가 온라인상에서 흔히 접하는 별난채비가 아닌 보통 채비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도 잘 잡으실까?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바닥을 질질 끌고 다닌다기 보다는 살짝 들었다가 바닥에 다시 두면서 5초 정도
여유를 두고선 아주 천천히 살짝 끌어보면 빈 채비의 무게감과 좀 다른 느낌의
중량감이 전달될 시 바로 '짧고 강한 챔질' 에 이어 잠시 뒀다가 다시금 그런
동작을 반복, 2~3마리를 걷어내는 요령을 보여줬다.
물론 선장님은 주꾸미볼 하나만 사용하기 때문에 거의 1마리 수준이고, 바로
바로 이러한 방법 즉, 무게감이 느껴지면 강조하지만 짧고 강한 챔질을 구사한다.
채비를 보면, 주꾸미볼 2~3개를 에기까지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그날 나도 시도 해 봤지만 주꾸미볼 하나만 가지고 운용하는 것보다
훨씬 조과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감각 또는 기술력에서의 차이 때문이었다.
주꾸미가 일단 패각 먹잇감처럼 생긴 둥근 볼이나 좋아하는 새우(에기)에게 접근,
먹잇감인지 판단하기 위해 올라 타는 순간에 챔질해야 하는데, 만약 빈 채비와
올라탄 주꾸미의 중량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두면 주꾸미는 '아니구나'
또는 '위험하다' 하는 판단이 서면 바로 내려가 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느낌이 오면 순간의 짧고 강한 챔질을 요구하는 것이다.
주꾸미는 눈이 있기게 빛이 잘 반사되는 또 잘 보이는 하얀 계통의 색상을
선호하는 것 같다.
또 둥근 모양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래밭에 서식하는 조개(바지락 정도의 크기와
껍질이 아주 앏은 조개)로 착각해서이며, 이 조개를 감싸고 있다가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리는 순간, 빨판으로 진액을 빨아 먹고 난 후 조개가 죽어 입을
벌리면 내용물까지 먹기 위함으로 조개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이곳에서 집단
서식하는 걸로 보여진다.
7~8년전 송도 앞바다 LNG앞에서 엄청난 개체군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곳이
었는데, 인천의 모래 채취 후 모래밭이 사라지니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 버린
기억을 가진 분이 계실 것이다.
나는 다른 채비법을 구사했다.
입질(?)도 자주 받았다.
채비형태는 다음과 같은데, 좀 질질~ 살짝~점프! 스타일로 무게감이 더해지면
빠른 강한 챔질로 잠시 두고 올리면 2~3걸이가 자주 되었다.
(에기)----20cm---- (주꾸미볼) -- <본줄 연결>
이 채비방법은 인터넷에 많이 유포된 내용과 반대로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마리가 올라올 경우는 끝의 에기에서 많이 후킹 되어졌다.
이 곳에서 잡히는 주꾸미의 사이즈는 주로 올 봄에 세상에 태어난 것 같다.
어린이 한 입에 쏘옥 들어갈 크기부터 좀 굵은 사이즈 까지이다.
작아서 삶으면 연한 육질로 인한 씹히는 맛이 가히 천하일미이다.
그것도 금방 싱싱 살아있는 것을 발광하는 가을햇살 선상위니 더 하다.
10월말경이 되면, 어른 한 입에 들어가지 못할 크기로 성장하는데, 현재의
사이즈는 겨울이 오는 11월,12월의 먼 침선 큰 우럭 미끼로는 안성마춤이다.
선장님이 잡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잔치를 하고도 남음짓하다.
키가 크지않은 넓다란 냄비에서 보글보글 연밤색으로 익어가는 환상의 주꾸미
맛은 제대로 씹을 겨를이 없다.
선상은 오고가는 망년지우의 작교에 웃음꽃 만발하니, 내게는 이것이 곧 숨쉬며,
살아가는 일 중에 가장 큰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먹물이 풀어진 국물에 라면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보글~보글~ 끓고 있다.
후~후~ 불며 후루룩!~ 입안을 점령당하는 순간, 크~아! !~
내가 마치 임금님이 된 기분이다.
진상품중에 이 보다 더 좋은 진상품이 있을까?
필수 아미노산, 혈중 콜레스톨을 낮춰주고 기력회복,간장해독, 당뇨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항암작용, 위액분비 촉진의 타우린까지..
안혼의 시력보호에다가 지방 함유량 1%로 되지 않다고 하니, 나처럼 배둘레햄
으로 무장한 장수에겐 최고의 건강식..
세상에 이처럼 좋은 보약이 어디 있을소냐....
이젠, 배도 부르고 얼큰한 기분이 도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태공의 한가로움까지 더해지고 자연과 인간관계 ...
시간의 흐름조차 세워놓고 있는 듯 하다.
잔물결이 자그락 자그락 나에게 말을 건네온다.
" 그렇게 좋아요? "
" ...................... 베리~베리 굳 "
주꾸미가 입질이 아니, 올라 타기가 뜸하다.
마실나갔던 썰물이 느릿느릿 밀물되어 다시 되돌아 오면, 그때 또 바빠질
올라타기가 시작될터이니 선장님은 잠시 기다리며 준비하라 하신다.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하늘은 맑아진다.
옅은 열구름 사이로 푸른물감,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맑고 드높은 파란 하늘...
너무 푸르러 쪽박으로 한번 떠 보고싶은 마음이다.
모두 다 찍어 마음에 가득 다 담아 뒀다.
다들 그런대로 잡았다.
좀 나눠주고 그래도 내 쿨러는 배가 불룩하다.
* * *
3시에 배는 항구로 향한다.
해는 중천에서 살며시 서쪽으로 누워있다.
우럭 낚시가면 3시간정도 먼바다에서 아직도 낚시중인 이 시간에...
아쉬운 작별시간이고 특히 듬직한 여유를 주시는 김포신사님과 재회를
약속하고 헤어졌다.
서울향한 고속도로는 아름다운 유성들의 은하수 길이다.
금천길에 접어 들어서면서 좀 막힌다.
내일, 우리 동호회 팀이 남해 갈치 정출가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주꾸미 삶고, 먹물국으로 뜨겁고 얼큰한 국을 끓여서
안녕히 대박의 기쁨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차를 배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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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바다낚시동호회
주야조사(晝夜釣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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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fishi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