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근황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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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제목, 왜 하필 “징크스 넘어가기” 인지.
근데, 제목을 써 놓고 보니 그럴싸하다.
흔히 말하는 “징크스 극복”인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고, “징크스 피해가기”는 확실히 아니니 말이다.
얼마 만에 인천남항을 찾은 것인지 기억까지도 가물거린다.
해도 해도 잡히지 않아 안흥 쪽으로 옮겨 다닌 후로 몇 년만인지…
옮겨가기 전 즐겨 탔었지만 거의 괴기 구경을 못했었던 - 다른 사람은 잘 잡았는데, 나만 - 배를 예약했다.
남항에서는 꽤 유명한 배여서 이틀 전 예약으로는 잡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널널하단다.
그러고 보니 8물이구나. 그래도 그렇지 자리가 있다니… 세월이 바뀐 건가 싶기도 하다.
배낚시에 대한 쓰린 기억을 심어줘서 안흥으로 옮겨가게 했던 배를 굳이 선택한 것은
그 부실했던 조황이 내 탓임을 알고 있었다는 점도 있으며,
가끔은 휙 바람 돌듯 가까운 곳으로 편하게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금요일 밤에야 채비를 준비했다.
8물이니 내만으로만 빙빙 돌 것이고, 물이 세니 괴기들은 바닥에만 바짝 붙어 있겠지.
바늘간 단차를 50cm로 마지막 바늘과 추의 간격은 10cm로,
많이 뜯길 것을 대비해서 채비를 5개 준비했다.
일찌감치 남항에 도착하니 정말 사람이 없다.
조금만 늦으면 차 댈 곳이 없어 노변에 이중주차라도 할라치면 득달같이 딱지를 떼이곤 했던 곳인데…
차에서 한숨 자고 나니 가게 불들이 모두 켜져 있다.
그래도 사람이 얼마 없어 승선명부 첫 줄에 기재하고 부족한 바늘을 사서는 배에 올랐다.
근데, 모두들 단체로 온 모양인지 대여장비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장비를 가진 사람은 몇 보이지 않는다.
일 났구나 싶다.
오늘은 얼마나 줄이 꼬일는지,
나 자신이 안흥에서는 줄 꼬임의 원인을 제공했었다는 사실은 잊은 채 걱정을 하고 있다.
피식 웃음이 난다. 부끄러워진 거다.
승선한 사람들은 주로 배 앞과 뒤에 무리를 지어 채비를 정리하고 있어서,
나는 배의 우현 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채비 준비는 도착해서 하기로 하고, 인천배의 장점인 아침라면을 먹으러 갔다.
이럴 수가, 50명을 육박하는 정원인 배에 불과 20여명만 타고 있다.
사무장에게 물어보니 년 중 가장 물이 센 날이라고 한다. 아뿔싸 그랬던 거다.
WOLF에서 댓글로 얼핏 20만원짜리 바이킹 얘기를 본 것 같은데,
태풍이 오나 했더니 이 말이었구나…
선실로 가서 누웠다. 여기도 널널하다. 어쨌든 좋다.
일이 바빠 요 몇일 못 잔 잠이나 자자. 웅성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니 출항한지 시간반이 지났다.
응, 그렇구나, 오늘은 멀리 못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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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를 준비한다. 내 주위가 휑하다.
평소 같으면 내 양옆으로 10여명이 있어야 하는데, 지 금은 나 혼자 있다.
반대편을 보니 3사람이 떨어져 앉아있다.
줄 꼬임을 걱정한 나 자신에 다시금 실소를 한다.
그나저나 배 뒤쪽에 사람이 많으니 선장은 당연히 뒤로 대겠지.
경력과 실력이 있는 선장이니 충분히 그리 배를 댈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저 무리 근처로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 에이 하고 마음을 접는다.
어차피 년 중 가장 빠른 물이 아닌가, 게다가 물을 보니 완전히 뒤집어 졌다.
숨쉬기도 힘들 터인데 밖으로 나오기나 하겠는가?
이 물살에 어초에 다가가면 걸림이 있을 것은 확실한데, 줄 풀다가 시간을 다 보내지 싶다.
포기한다. 이번엔 진짜 운인가 보다.
문득 멀리 우측을 보니 한 할아버지와 손자가 자세를 풀어서 채비를 물에 넣고 있다.
음, 저러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싶지만,
그분 과 나 사이에 혼자 온듯한 분이 있어 건너가 설명 드리기도 뭣해서 참는다.
‘윙’ 하고 줄이 운다. 수심이 불과 13m인데 줄이 울고 있다.
추가 뜬다 싶어 줄을 조금씩 풀어주니 19m까지 흐른다.
조타실 가까이 있어서인지 몇 차례 입수 후에는 선장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물이 이러니 선장도 애를 먹는구나…
미세하게 작은 걸림이 느껴진다. 슬쩍 당기니 당겨진다.
잠시 두었다가 추가 뜨는 듯싶어 감으니 털털댄다.
이제야 흔드는구나 했는데 느낌이 다르다. 숭어같이 생긴 이상한 놈이 올라왔다.
사무장한테 이름을 들었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라 잊어버렸다.
다시 채비를 내린다. 여전히 뻘과 자갈이 섞인 곳이다. 어초에 가는 것은 아예 포기한 모양이다.
배 앞과 뒤에서 작은 우럭이 한 두마리 올라온다.
그럼 나에게도 오겠구나 싶어 긴장한다. 입질이다. 걸림 걱정이 없으니 대를 조금 더 숙인다.
물은 것 같아 끌어올리니 밑으로 박는 폼이 광어다. 아싸~ 이런 날에 광어라니 횡재다.
올려보니 크진 않지만 횟감은 나오겠다.
한번은 어초로 들어갔다가 물살이 너무 급해 안되겠는지 다시 이동을 한다. 다시 입수,
수심이 얕으니 전동릴 보다는 손으로 감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가끔씩 한마리씩 물어준다.
뒤에서 선장이 한마디 거든다. “문 것 같은데요?”,
“네, 혹시 한마리 더 있을까 싶어서요.” 말해놓고는 어이없는 답변이었는지, 나도 선장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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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 양 옆에 몇 분이 낚시를 하고 계신다.
하도 물지 않으니 여기는 어떤가 해서 오신 것 같다. 미소로 인사를 하고 다시 집중을 해본다.
문득, 멀리 노인분을 보니 손자는 멀미를 하는지 선실에 가있고 혼자 낚시를 하고 계신다.
그러다 우럭을 한 마리 올리신다. 첫 수임을 알겠다.
왜 내가 반가워지는 건지.
아직 하나도 건지지 못한 분들의 부러운 눈길에는 안타까움이 간다.
새로 우측 옆으로 온 분에게 말해준다.
“오늘은 바닥 걸림이 없으니 추가 바닥에 닿으면 살짝만 들고 가만히 계세요.
고패질은 하지 마시구요, 오늘은 고패질을 하면 고기가 도망갈 것 같습니다.”
잠시 후 그분의 낚시대가 흔들리고 잇다.
“그렇죠? 봐요 되잖아요.” 그분의 밝은 표정에 답해주었다.
그리고는 좌측 분에게도 입질이 왔다. 에고 내만 건너 뛰었구나.
어쨌든 나쁘지 않다.
다시 지루해질 즈음, 문 것이 아스라히 느껴진다. 또 광어다.
아까보다 조금 더 큰 것 같다.
아가미 안을 찔러 피를 빼고는 노인분 쪽을 쳐다보니 아직도 혼자 계신다.
광어를 들고 그분께 가서 전해드렸다.
“이 피는 회 맛 좋으라고 아가미를 찔러 피를 뺀 겁니다.
사무장에게 회 떠 달래서 손자하고 드세요. 배에서 드시면 별미입니다.”
주위의 시선에 괜히 기분이 좋다. 선선히 받아주신 노인분이 오히려 고맙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낚시에 열중해 본다.
오늘 같은 날에 지금 잡은 것만해도 어디인가, 우리식구 하루 먹을 것은 충분히 될듯싶다.
이 정도면 과거의 징크스를 깬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맞붙어 패하지는 않은 것이리라.
최근 조과에는 현저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아마 다른 사람을 도와줬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을 좋게 하는가 보다.
어느새 회가 떠 졌는지 노인분이 회가 담긴 접시를 들고 선실로 들어가면서 미소를 지으신다.
나도 미소로 답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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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잡은 것이 적어서 정리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겠다.
배를 내려서는 미안한 김에 사망한 꽃게를 한무더기 저렴하게 사서 차에 실었다.
매번 혼자 나오는 미안함 때문이다.
환영하는 집사람에게 쿨러를 보여주니 “물 세다더니 그래도 잡았네” 한다.
몇 마리 안되니 구워먹자 했더니. 아니란다.
요즘 회덥밥과 회무침에 맛이 들었나 보다.
광어는 회 뜰 줄을 모르는데… 집사람이 아까운 고기 다 뜯기고 있다고 핀잔이다.
어쩌랴 내 실력의 한계인걸.
그래도 괴기를 남 주고 왔다는 것에는 잘했다고 칭찬이다.
“다음에도 남 도울 일 있으려나. 다시 슬럼프가 찾아오면 어떡하지?”
그래도 별 걱정은 안 된다.
새로 가입한 동호회 출조 따라가면 치유해 줄 사람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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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아이디를 바꾸는 바람에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자유비행 -> 무상천)
인천권에서 그것도 8물에... 성공적인 조행이었고 즐낚하셨 군요. 축하드립니다. ^^*
중간중간 비치는 선상낚시의 Tip은 역시 자유비행님의 글임을 알게 합니다.
<“오늘은 바닥 걸림이 없으니 추가 바닥에 닿으면 살짝만 들고 가만히 계세요.
고패질은 하지 마시구요, 오늘은 고패질을 하면 고기가 도망갈 것 같습니다.”>
고패질도 경우에 따라서는 훌륭한 낚시 방법 중 하나인데, 해서는 안될 상황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징크스를 '나눔'으로 넘어가신 자유비행님의 마음에 1표 드리고 싶습니다.
정이 흐르는 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