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개울을 달고선 살았다.
달창나서 헤어진 까만 교복에 소매끝은 그 콧물을 두고두고 닦아 반들반들
고속도로를 만들고 반쯤은 흙으로 범벅이 되어도 툴툴털고 나면 그만인 그 시절..
옷이 찢어지면 부모님께 야단 맞을까봐 손수 바늘로 듬성듬성 꿰매어 다니던
남루차림의 아련한 추억들이 선연해진다.
오솔길 접어드는 언덕배기위엔 큰 상수리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그 아래 낙엽
으로 뒤덮힌 낡고 초라한 목조건물의 작은 예배당 하나 있었다.
섬의 작은 교회라 그런지 경제적 뒷바침이 어려운탓인가 수시로 목회자가
바뀌는 듯 하고, 때론 동무의 할아버지인 동네 장로님이 예배를 인도하던 그런
호롱불 가난한 예배당이었다.
이 예배당을 지나 100m쯤 더 올라가면 오래된 주인없는 분봉의 흔적만 남긴
묘소가 도란도란 있는데, 그 잔디밭 공터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난( ^^* ) 꿈나무 우리들이 아침부터 저녁 땅거미가 질때까지
우의와 체력을 징기스칸처럼 단련하며 놀던 주 활동무대였다.
스산한 바람에 낙엽비 우수수 내리는 초겨울 지금 처럼의 어느날이었다.
자치기에 몰두하던 우리들은 늦가을 바람타고 갑자기 들려오는 예배당 풍금
소리에 우리들을 모두 정신이 홀려 그 곳 예배당으로 뛰었다. 창문에 그려진
풍금앞 뒷모습 주인공은 단번에 우리들의 숨길을 막아버렸다.
곱게딴 가랑머리에 천사같은 알록달록 원피스 옷차림, 생전에 보지도 못했던
반짝반짝 검정구두... 도대체 누굴까??... 얼마나 얼굴도 예쁠까??? ...
분명 하늘에서 날아온 천사임엔 분명하다.
도회지에서 사역의 사명감을 갖고 새로 부임한 전도사님의 따님이었다.
아 ~~ 밤마다 꿈속에서 우릴 괴롭히는 그 소녀.. 비단 나 뿐만 아니었다.
그 날 이후로는 예전처럼 노는것이 재미가 없어지고, 노는 중간에도 새소리만
나도 하나같이 얼굴을 예배당으로 향하고, 만약 풍금소리만 나면 자동으로
그만 놀이가 중단되고 말았었다.
하루는 천사인 그 소녀가 우리보고
" 애~들아! 이리 와 봐~ 오다마(큰사탕)줄게.. 참 맛있어~~
우린 모두 고개를 숙인채 두 손을 포개어 고추쪽으로 모으고선 반보
게걸음으로 향했고, 홍당무 얼굴로 마치 죄인처럼... 그 오다마를 받는 순간의
시커먼 때손이 난연하여 받자마자 들고 줄행랑 치던 추억 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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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님의 '소나기'에 나오는 사춘기의 풋사랑,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 소년이 바로 우리들이다.
수런대는 갈대처럼 네남자의 차안은 온통 동심세계이다.
한마음으로 쫑알대며 끝자락 추로를 따라 가을의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마음속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 오천항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석양에 물든 굽이굽이 상량한 가을 길목은 추수가 끝나서 휑하다.
빠알갛게 주렁주렁 열려 터질듯한 풍만함을 자랑하는 대봉감, 그 감나무 아래
에서는 할아바지와 까치의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씨줄날줄 속살이 들어난
논에는 한여름 동안 고생한 허수아비가 헛기침하며 기척을 하고 외따롭게 서서
탁배기 두어사발하셨나 보다 빨간코를 어루만지며 비스틈이서서 흐느적
소슬바람에 이름모를 춤을 추고 있다.
오천항은 사위가 조용하고 한가롭다. 바로 어둠이 내리기전에 아나고(붕장어)
낚시 이벤트 준비부터 했다. 이번 번출은 김포신사님이 대장이다.
이선장님의 특별 배려인데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두 선장님과 함께 선창에서
5분정도 이동하여 닻은 놓고 낚싯대를 드리우니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조용한 사방의 불빛이 휘황하다.
망중한의 환상낚시이다. 밤의 선상낚시는 너무 정경스럽다.
ㅇㅇㅇ호 선장님, 2호선장님, 허준님, 김포신사님, 백경님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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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라는 것은 쌓아두면 무게만 더하는 것인가 보다.
하루 종일 머릿속을 넘나들던 설레임은 그 소녀를 만난것 만큼이나 지금 매혹
적인 분위기에 취해있다.
정신과 몸의 무게감은 벌써부터 남실바람이다.
배의 난간에 눞혀둔 2호선장님의 초릿대가 갑자기 곤두박질친다.
예사롭지가 않다. 초릿대의 꺽임으로 봐서는 필경 50이 넘을 개우럭 아니면
쌤통의 미터급 삼치일 것 같다.
모두 일제히 다가가 요분질 요동릴링에 제발~제발~~ 무사히 랜딩을 기원하며
가슴 졸였다.
드디어 물위로 오른 이 녀석의 정체를 들어냈다.
내 팔뚝만한 '아나고'이다. 길이는 족히 70cm가 넘어 보인다. 모두가
와!!~~와!! 모두 함성을 지르고, 모두가 혹시나 하는 이 이무기같은 아나고를
만나고 싶은지 후다닥! 자기 자리로 돌아가 숨죽이며 모든 신경을 초릿대로
향하고 있다.
간간히 올라온 녀석들은 먼저 너무 큰 것을 경험한 탓인지...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눈들이 모두 이무기쪽으로 향하고.. 쩝~쩝쩝!~ 입맛다시는 소리가 벼락으로
산이 갈라지는 정도의 데시벨(^*^)이다.
꼬리를 요동치며 홉뜬눈으로 쳐다보는 이 이무기의 교태로운 몸매를 2호
선장님은 능숙한 첫날밤 솜씨(?)를 발휘 바로 옷을 벗기니 분결같은
하얀속살이 들어난다.
대물이라 한마리의 어회는 생각보다 무척 많다.
빨간 드레스 입혀 입에 넣고 생명수 한잔 쭈욱!~ 들이키니 허번(虛煩)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듯 하다.
백경님의 심한 수전증도 나았고, 심하게 앓고 있던 名醫 허준님의 정충증도
아나고의 위력과 작교로 효능만점이다.
달빛에 별빛에 저 건너 등불에서 반사되는 은물결 파광조명은 모두 우리에게
스폿되고, 우리는 가수 '비'나 '원더걸스'보다 더 화려하고 큰 무대의 주인공
으로 이 밤을 공연하고 있다. 백경님이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아나고는 '먹으면 안하고는 못배기는 약이다' ^^* 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그 약효가 오르니 백경님은 가루지기타령을 한곡조 뽑고 흥에겨운 저만치의
어전부표도 물결과 더불어 흥을 돋구는 춤을 춘다.
도취경에 빠진 우리들이다.
어!어!어~~~ 후다닥! 뛰어가는 2호 선장님의 낚싯대가 또 곤두박질이다..
또 한마리 이무기를 걸었다.. 이미 사라진 아까의 크기와 비슷하다. 붕장어도
사람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2호선장님이 배시시 으시댄다.
꽝으로 가고있는 ㅇㅇㅇ호 선장님께 하는 말
"뭐허시는 감유? 난 킁거 두마리 잡았쟌이유..."
" ............. 원~제? "
"아까 회쳐 묵은 거 아~뉴? "
"허~참! 원제 묵었다구 그렁~겨? .... 다 ~ 물어 봐~유..." 능청을 떠신다.
" 아이구~ 이미 다 없어졌싱께~~~ 증거두 엄꾸.... "
하하하, 허허허~~~~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건강웃음에 우리는 모두 작은 행복에 빠져있다.
나도 초릿대가 아래로 축축거린다.
이 정도의 흔듬은 제법 뽐낼 수 있을 싸이즈같다.
신나게 물춤을 추고 올리온 녀석은 40cm넘을 정도인데 힘은 장사급이다.
배에있는 살림망에 넣어 바깥물에 담궈뒀다.
" 올매나 컹~~거 잡았~대~유? " ㅇㅇㅇ호 선장님이 물었다.
" 무자게 크지유~ 보셔유... "
" 엄 ~ 짠 ~ 니~ 유~~ "
" 잉? ........... "
없어졌다... 환장하겠다..
" 아니, 이선장님! 구멍난 살림망을 배에 두시면 워쪄??? "
오늘밤, 저 녀석 집으로 돌아가면 "아따, 나 완전 죽었다가 살아왔시우~~ "
그 붕장어는 복도 많은 녀석이다... ㅎㅎㅎㅎ
김포신사님도 이란성쌍둥이를 올렸다.
우럭과 붕장어를 .......
두마리의 작은 우럭빼고 붕장어만 도합 6마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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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의 사무실 불판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아나고에 소금 뿌려가며 슴배게
소금구이를 했다.
내가 만들어 간 삼겹살 야채말이도 꺼냈다.
이 시간이면 이쪽의 식당은 이용자가 없어 모두 문을 닫으니 이 항구는 너무
고즈넉하다.
지글지글 기름을 토하며 노랑노랑 익어가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이 맛과
이 정도의 분위기면 우리의 영혼과 삶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주향이 퍼지면서 모두가 얼큰해지자 김포신사님이 제안한다.
내가 쏠테니... 노래방 가자고... 아까 봐 둔 곳이 있단다...
모두 찬성이다.
한국사람은 그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잘 살아가는, 그나마 건강을 잘
유지하는 비결을 이제 알았다.
일행 모두는 프로 가수 못지않고 그 가수의 백댄서로서 손색이 없는 파워플한
에너지... 땀으로 범벅이되고 ......
아나고의 힘일까?? ^^*
100점이 4번 나왔다. 축하금 1만원씩 김포신사님이 거뒀다.
도합 4만원은 우리 동호회가 매년 년말행사인 어려운 이웃 학생들을 위한
새싹비에 입금하기로 하겠다고 한다.
열정의 무대까지 이렇게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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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는 ' 마음이 유쾌하면 종일 걸을 수 있고 괴로움이 있으면 십리길도
지친다고 했다.'
반야의 이열에 젖은 우리들은 내일이 오늘보다 더 행복할 것 같다.
귀에 걸린 입들을 다시 원위치하고 모두 한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 곤히 떨어졌다.
원래 잠자리가 바뀌면 나는 전전불매 노루잠에 뱀새우기 일쑤인데, ㅎㅎ
나이 먹으면 약효(?)도 다른쪽으로 바뀌는 모양이다.
따끈따근한 방에서 푹 잤다.
가쁜한 몸으로 5시경에 일어났다. 희붐하다.
여유로운 맘으로 아침을 먹고 오니 다른 일행분 4분이 오셨다.
등불(이강일님)이라고 소개한 분과 인사를 나누며 어부지리 이야기도 나눴다.
반가웠다. 첨 뵙는 분이지만 어부지리란 온라인 만남의 장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음에 오래된 만남처럼 금세 친숙해진다.
우린 그 일행과 함께 2호배를 탓다. 1시간 남짓 달렸다.
오늘은 물색도 좀 혼탁하고 물때가 물때인지라(간만차 약500) 조류도 내만이라
거칠고 하니 종일 주꾸미나 갑오징어 낚기엔 좀 무리일 것 같아 저 아래 낙서장
이어도님 말씀처럼 모듬낚시(?) 하기로 한단다.
먼저 작은침선, 어초를 타며 열심히 담금질 해보지만 탁랑의 앞가림은 모든
어종이 쉽게 물어줄리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등불님의 일행은 무슨 약속이나 한것처럼 자판기 커피 빼
먹듯 계속 작지만 25cm 전후의 맛깔스런 녀석들을 연신 올리고 있다.
그것도 두 분은 완전바다초짜라고 하는 분들이.... ㅎㅎㅎ
뒤에서 3분의 채비며 미끼며 올라온 우럭의 마무리까지 밝은 얼굴로 친절히
가이드해 주시는 등불님을 보고 아이디를 괜히 지으신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감동을 받았다.
등불이나 양초는 자기 몸을 태워가며 남을 밝혀주는 헌신의 물체가 아닌가...
볼우물이 유난히 아름다운 등불님 사모님도 연신 작은 광어 2수까지..
아마도 우럭 5수 정도 했을 것 같다. 부창부수이다.
현재까지 우리팀 4사람은 거의 꽝 수준이다..
수온이 많이 내려갔다. 급속히 내려가는 계절이다.
내 개인적인 판단으론 문어,주꾸미,갑오징어도 10월 중순에 비해 현저히
조황이 떨어지고 있다..
아마 이 두족류들도 가을 끝자락을 잡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허준님이 갑자기 휨새에 놀라 낚싯대 부여잡고 쩔쩔 수동릴로 허둥대신다..
4짜 좀 못 미치는 싸이즈인 우럭을 쌍걸이 했다..
우리팀 전체 조황은 10수 정도지만 이런 날 이 정도면 대박(?)이다.
바로 요리에 들어갔다.
회는 매직펜크기로 듬성듬성 썰었는데도 큰 도마에 가득하다.
이 배를 탄 다른 일행도 다 불렀다. 등불님 사모님이 준비해 오신 후춧가루와
소금, 참기름 부은 양념은 금방 잡은 몇마리 주꾸미를 비싼 세발낙지 맛으로
둔갑시켜 준다.
선장님은 물때의 악조건에서도 정성을 다해 배를 이리저리 이동시켜 주신다.
주꾸미로 갑오징어로 우럭으로.. 편안한 열정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허준님하고 나하고 잡은 2마리의 갑오징어는 귀항 도중에 썰었다.
맛이 가히 일품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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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사람을 깨끗하고 순수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달력에서 시작하여 들판으로 산으로 바다로 물들이고 무지개 마져 잃어바린
도시의 하늘을 떠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우리들 마음까지
곱게 물들여 줍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승차권 한장 달랑들고 떠나는 가을여행 같은 것인데..
우연처럼 스쳐가는 수많은 좋은 인연들..
고단한 삶의 여정에 서로 등불이 되어주고 소나무 같은 변함없는 인연으로
어깨를 기대며 더불어 가는 그런 삶....
이 늦은 가을,
애인같은 그런 친구할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고맙습니다.
동심바다낚시동호회
주야조사(晝夜釣思)
...................................
http://cafe.daum.net/fishingkr
때를기다리는 밀림의 제왕처럼 써내려가시는 글귀에 다시한번 무게감을 느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