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국을 앞두고 있던 동생과 이를 아쉬워하는 동생 여친과 전라도 군산 소재의 신시도 선착장에서 첫 출조를 하여 장대 몇 마리와 소나기성 농어입질만 받고 꽝조황으로 입항했고, 다음날 서천 마량항에서 백조기 출조를 해 만선기를 달고 기세등등 입항하다가 해경에 잡혀서 어려운 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5마력 이상의 동력이 있는 수상레져기구는 조종면허를 취득 해야만 운항 할 수가 있는데... 없으니.. 딱 걸린거죠 ㅋㅋ 곤혹을 치룬 이후로 면허취득까지 날씨좋은 주말을 탓하기만 했죠.
조종면허 역시 자동차 면허처럼 돈이 좀 들고, 자동차 면허와는 다르게 단기간에 취득 가능합니다. 원서접수는 시험일 2일 전까지 접수 가능하고 필기와 실기를 같은 날에 접수가 가능합니다. 고로 필기 합격하면 연이어 실기까지 볼 수 있습니다. 운항연습만 되어있다면 단 하루면 면허증을 취득 할 수 있습니다.
면허를 취득하고 나니 쭈꾸미 씨즌이 되었습니다. 홍원 앞바다에 쭈구미가 낚인다는 어부지리 조황정보에 주말만 손꼽아 기다려 회사 동료와 쭈꾸미 낚시를 갔습니다. 수상레져기구 운항 금지구역 으로 지정되어있는 홍원항에서 출항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여 부사방조제 초입의 수문 옆 계단에서 배를 띄우는데.. 땀을 얼마나 쏟았는지.. 웹 섭을 하다가 안 사실로는.. 홍원에서 출항하는 보트가 많더라 라는 것 입니다. ㅠㅠ 선외기 나르고 보트 나르고 각종 소품들 나르고.. 귀항해서 똑같은 일을 다시 반복했으니.. 젊은 건지.. 멍청한 건지.. 조과는 제가 100여수, 회사동료가 50여수 정도로 그저 그런 조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블루형과 눈이 맞아 오천에서 만나자! 9월26일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착한 오천항 귀퉁이에선 어김없이 블루형이 먼저 도착해 에기를 던졌다 감았다 하고 있더군요. 참 부지런한 분이십니다. 이제껏 약속 시간에 도착해서 블루형을 기다려본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오천항엔 지난해와는 다르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할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차와 사람과 배들로 가득합니다.
보트를 실은 트레일러가 한 대 빠지면 바로 다른 한 대가 와서 보트를 바다에 풍덩 던져넣고 또 다른 트레일러가 오고.. 이런 식으로 보트가 눈에 띄게 많아졌음을 느끼게 합니다. 뭐...나두 보트를 갖고 있으니 할 말 다 한거죠. ㅋ
출항에 앞서 거사를 치뤄야 합니다. 보트에 바람을 넣어야 하는데 전동펌프가 없는 터라 발펌프로 퓨슉퓨슉~헉헉.. 밟다밟다 지친 블루형이 옆집에서 전동펌프를 빌렸건만.. 젠더가 맞질 않으니 무용지물이지요.
다른 보트들 속에 있는 제 보트는 외소해 보이기 짝이 없습니다. 동요에 나오는 가랑잎배 수준이랄까.. 옆에 조립하는 보트는 상대적으로 호텔방처럼 내부 공간이 커 보입니다. 보트 조립, 짐 정리, 주차, 아침식사까지 2시간여를 보내고 8시가 거의 되어서 출항. 일등 항해사 블루형의 네비에 의존해 이곳저곳을 탐색.. 탐색하는 곳곳이 다 포인트더군요. 채비를 내리기 무섭게 잡아올리는 블루형을 보면 갑오징어 에깅 토너먼트가 없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참~ 많이 돌아 다녔네요. 잡기도 참~ 많이 잡은 듯 합니다. 쿨러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잡았으니.. 제가 1/4정도 채웠고 나머지는 블루형이 채웠습니다. 삼치는 제가 잡았구요. 삼치다! 우럭도 잡아볼까? 농어도 있을 텐데.... 검은여 쪽 갑오징어가 좀 더 크지 않을까? 이런 생각과 엉뚱한 행동들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고무보트가 가라 앉았을 지도 모릅니다.... 갑오징어에 묻혀 뽀고로록..
루어낚시조행-[09년 갑오징어 첫 출조]<- 이날 ^^;
그리고 한 달이 지난 10월24일 우리는 다시 뭉쳤습니다. 비좁던 공간과 동승자를 힘들게 하던 부상(보트가 수면위로 살짝 뜨는,,)까지의 시간이 기~일던 속아 산 보트를 살짝 속여 처분하고.. ` `;;; 지난 출조 때 보았던 호텔방같은 넓은 실내 공간의 보트와 찰떡궁합인 18마력 선외기(숏바디)의 첫 진수식을 송도 선착장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어김없이 블루형이 먼저 도착해 에기를 던졌다 감았다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조과물은 없습니다...
슬로프가 엉망이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보트를 펼칠 수 있는 자리가 넉넉합니다. 하지만.. 처음 해 보는 보트의 바닥판 조립이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동이 트고 한참 늦게 도착한 베테랑 보터의 조언으로, 열심히 맞췄던 보트의 바람을 빼고 다시 바닥판을 조립, 그 사이 반가운 분이 도착했습니다. 어떤 카메라든 이 분의 손끝이 셔터에 올려지는 것만으로 명품카메라가 되버리는(결과물기준).. 사달 어부지리님. 차를 바꾸셨더군요. ㅋㅋ
여차저차 보트를 조립하고 배를 띄웠는데 태어나 처음 걸음마를 하는 새 엔진은 좀처럼 깨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블루형과 번갈아가며 20여분을 실랑이 한 끝에 시동을 걸고, 제작사에서 요구하는 길들이기 절차에 따라 통통배 수준의 속력으로 송도항 좌측의 낚싯배가 두어 척 모여있는 곳으로 진입해 채비를 담가보지만 조금물때답지 않은 사릿물에 버금가는 조류로 인해 채비는 연날리기만 될 뿐 입질이 없습니다.
조류의 탓인지.. 어떤 알지 못할 바다속 사정인지..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살림망은 가볍기만 합니다. 얼마되지 않는 조과물과 함께 어부지리님을 송도항에 내려드리고, 허육도 육도, 월도, 검은여 등등의 포인트를 돌아보지만 지난번처럼의 조과는 도무지 기대할 수 조차 없습니다. 한낮의 햇살은 따갑습니다. 새벽부터 두시럭을 떨고 오징어는 안잡히고 블루형이 준비해온 김밥만 축냈더니 졸음이 쏟아져 한동안 잠들어버렸습니다.
그 동안 블루형은 에너자이저의 출력으로 낚시를 해.... 30여분 간 잠든 사이 꼴랑 한 마리 잡았다 하니..... 안 잡히긴 안 잡히는 날이죠. "오늘같은 날은 어디가도 못 잡으니 여기서 하겠습니다"(이날 현명한 선장이라면 이랬을 것이다 라는) 블루형의 말이 정답인 듯...
시간은 점점 흘러 오후 4시가 넘었건만 조과는 영 시원치 않고.. 입항 도중 너무 서운한 마음에 발전소 근처의 암초지대에 배를 흘리는데.. 어느 특정 포인트만 지나가면 두세 마리씩 나오는 겁니다. 블루형의 네비와 반복학습된 제 두뇌가 그 자리에 배를 다시 흘리면 어김없이 두세 마리~ 이렇게 해가 떨어질 때까지 시간반 정도 한 곳에서 낚은 갑오징어가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잡은 갑오징어 숫자보다 훨씬 많으니.. 모르죠. 그 시간때부터 잘 낚인건지..
그때는 이미 낚시배들은 입항 했을 시간이고.. 다른 곳에 가서 확인할 시간은 못 되었으니.. 여하튼 마무리가 좋은 날이었습니다. 보트를 접고 싣고 하고 나니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지나다 들른 가든에서 먹은 저녁은 오천항의 식당들과는 아주 다르게 푸짐하고 맛도 좋아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그런 하루를 마감하였습니다.
아쉬움은 살짝 남겨놔야죠 ^^ 그래야 내일의 낚시를 기다리게 될 터이니..
보트 펴고, 접고, 올리고, 묶고, 정리까지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__)
내년 봄엔 12동파 농어낚시에 도전해 보려합니다. 블루형은 강제로 모셔갈거구...
씽씽보트타고 즐거운 바다여행하시는 모습들을 잘 그려 주셨네요.
글 솜씨도 훌룡하시구요.. 나도 낑가주면 안될까??? ㅎㅎ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