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분의 열화와 같은 동출요구에 못이겨
고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올해 문어낚시는 마지막이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출조를 했었습니다.
초보 둘을 옆에 끼고
그간 잡아왔던 스킬을 몸으로 느끼고 있던터라
첫 입수를 하는 그 황금같은 시간에~
잠시 몸을 녹인다고 하며 저는 배 밑에서 한시간 정도 잠시 여유를 만끽하며
이제 슬슬 나가서 나가서 뭔가 보여줘야지~,,
역시나 나가봤더니 모두들 잠잠 하시고~
슬슬 이번에 새로 산 귀하고 입가리는거(복면,,,제품 이름을 까먹어서 ㅡ,.ㅡ)
FM 복장을 다 갖추고 난 후 무언의 힘을 보여주며
메탈지그를 휙~,,던졌지요 역시나 일분도 안되어 문어가 올라오더군요.
비록 500그램도 안되는 문어를 보여주며
이 정도는 그냥 catch & release 해야하는데
내가 잡아줘야하는 입장이니 그냥 담아놓는다고 했었지요.
모두들 감동의 눈빛. 역시~ 저또한 저의 낚시 스킬에 또다시 놀라며 ㅡ,.ㅡ
일행분들 한가한 틈을 타 잠시 맥주한잔 하면서도
나만 믿겠다~라는 듯한 그 눈빛~
한손엔 캔맥주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 문어의 입질을 느끼며~
역시나 또다시 힛트~
그런데 이넘의 문어가 다 올라오다가 떨어지더군요.
상당히 무거웠는데~,,,
아쉬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애기를 보여주며
워낙에 큰넘이라서 지 무게를 지 스스로 못 이겨 떨어져 나갔다고.
족히 4-5킬로는 된거 같다는 구라도 치고...
빨판 두어개가 묻어있는 흔적을 보여주며
한마디로 낚시란 이런거다~,,, 몸소 느끼게 해주었습죠.
첫끝발이 머시기~,,,라고 하더니
그 이후 다섯시간 동안 제가 끌어올린 조과입니다.
통발 3개.
동아줄 두꺼운 넘... 2개
목도리 1개.
찢어진 바지 1벌.
발목 묶는 밴드 + 양말 한쪽~
주먹보다 더 큰 빈조개 1세트... 동시에 끌어올림
끝으로 막판 대미를 장식한
가로 30 cm * 새로 3 m 짜리 대형 목판~
(저는 나무가 물에 가라앉는다는거 그날이후 믿기로 했습니다 ㅡ,.ㅡ)
선장님이 대왕 문어인줄 알고 갈퀴를 들고
미리 찍는 연습을 하셨다는~ ㅡ,.ㅡ
낚시를 하러간건지 생활용품을 수거하러 간건지....
그 사이 배 처음타고 문어낚시 처음왔던 회사 동료~
문어를 5마리나 낚고~,, 또 옆에 분은 간재미도 한마리 걸고~
저에게는 변명만이 필요한 상황의 연속~
수온이 차서 그렇다... 사실 그날 해가 한번도 안났습니다.
물이 탁해서 그렇다라고 최면을 걸어놨는데
연신 잡아내니까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끙~
이를 어쩔까나~
집에 최소 한마리는 가져가야 할텐데~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할수없이 비굴모드로~
옆에 동료에게~ ..잡은거 한마리만 달라하는 처지가 되버렸네요.
중요한건~
그나마 제일 처음 잡았던 주먹만한 문어 그넘이~
잠시 채비때문에 쿨러를 열고 닫고 한사이 그새 도망을 가버려서.... ㅡ,.ㅡ
완전 꽝을 쳐버렸습니다.
역시 낚시라는 장르는 어려운가 봅니다.
겸손이 미덕이고,, 알면 알수록 고개를 숙여야했는데
배를 그렇게 타도 그날그날 운이 이렇게 갈리다니~
결국..회사에와서 한 이틀간 죽어살았습니다. ㅡ,.ㅡ
그래도 바다는 저에게 세상사를 잊게 해주는 곳이라 여기기에~``
담주 하루 연차를 내서
요사이 근해에 우럭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
그 넘 잡아다가 살짝 얼려,,, 김 말아 기름장 찍어먹는 상상을 해봅니다.
끝으로 문어배에 관계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부탁하나 드리겠습니다.
작은배를 탈때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큰배를 타도 점심 식사때 나온 밥이 얼음짱 같이 차면
라면에 밥 말아먹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배는 직접 밥을 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무장분들이 남자분이시라~ 그러기 힘드실꺼라는거 이해는 합니다.
기온이 찬 겨울철 만이라도 엔진열이 있는 곳에 도시락을 보관해주신다면
추운 날씨에 노출된 분들이 얼음장 같은 점심을 먹는일이 없을듯 싶습니다.
젓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밥을 먹는거,,
고기 안 잡히는거보다 더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작은 부분일수도 있지만,,,
또 다시 찾고 싶어하는 그런 배로 생각되게끔
낚시인들이 느끼는 이런 부분들도 신경을 써주신다면
서로간에 더욱더 즐거운 낚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해가 가는 마지막 달이네요.
어부지리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어복 충만한 한 해로 마무리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바다에 왜 그렇게 가라앉은게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원인이 없는 결과란 없는 법인데. 이 모두가 인간이 저지른 만행(?)이 겠죠?
유우머스럽게 전개되는 글에 킥킥대고 웃다가 마지막에 와서는 저도 모르게 경직(?) 되네요.
대부분의 배에서 쿨러에 밥을 보관했다가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게 해주시길래 모두들 그렇게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은 배도 있네요. 압력밥솥이나 배에서 직접 뜨거운 밥을 해 주시는 배도 있던데요.
올해 마지막 문어 출조에서 넉넉한 손맛과 따뜻한 입맛을 보시고 오셨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은 잠깐 묻어두시고 우럭의 당찬 손맛 만끽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