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세월의 줄달음 속에 벽면에 무겁게 붙어 있던 달력은
한겹 한겹 허물 벗듯 두껍게 걸쳐 입었던 옷을 벗어던지며 춥고
쓸쓸한 엄동설한을 기다린다.
때를 맞추어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롤송에 젊은 기분이나 반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나 들뜬 기분으로 거리를 방황하겠지?
언제인지 모르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 어귀에는 행여 불쌍한 이웃을
동정코자 등장한 자선 남비의 종소리는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잠시
멈추게 하고 행인의 호주머니를 바라보며 모금을 위한 사랑의 눈길을 보낸다.
한때 기억으로 괜스레 거리의 분위기에 휩쓸려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거리를 방황하기도 했었지만 기억 저~편으로 날려 보낸 후론 한편에 물러앉아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야만 하는 쓸슬한 노년의 길을 향하는 발걸음에 섬 뜻함을 아니라 부정할 수가 없다.
바다 냄새가 그리워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기상도....
대륙아래로부터 제주도 저 멀리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가 된다.
그 동안 발묶여 꼼짝하지 못한 배들이 서둘러 출항 할 텐데......
인천 권에서 심해 침선배가 눈에 보인다.
예약 인원 확인 후 지인과 연결 의중 확인 후 지인 역시 같은 생각 이였는지 콜~~,
한명 더 전화 후 콜과 함께 세명의 만들어진 검투사는 이브날을 디데이로 간만에 출조길로..
잠도 없이 장사에 여념 없는 집앞 김밥 집에서 속내용 없는 김밥을 사들고 가로등 불빛만 반짝이는 어두운 길을 헤치며 연안부두로 향한다.
연안부두 도착 12시10분.
출항선박을 찾아 자리 확인 후 쿨러와 보조가방을 놓고 물씬 풍기는 바다 내음을 취해본다.
몇 시간 후 선실에서 나눈 야기지만 선실에 모여든 조사님들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이다.
오랜 시간 날씨 때문에 기다리다가 나왔다고......
간만에 출항하는 선박도 바다가 그리웠는지 먼 바다를 향하여 힘찬 엔진소리를
허공에 울리며 간밤의 잠자리를 벗어나 선박이 머물렀던 잠자리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선미에서 반짝이는 항구의 불빛을 바라보며 언제나 그러 했듯 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내뿜으며 나름의 미소를 마음속으로 갈무리한다.
대륙성 기후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동안 시원했던 새벽 바다 바람이 이제는 살갓을 에이는 듯한 차가운 기운으로 바뀐다.
홀로 떠나는 선박을 위로함인지 한줄기 불빛을 의지하며 어두움을 뚫고 망망대해로 향하는 부지런한 길동무 어선도 희미하게 보이며 돌아오는 길에 먹이 감 이라도 던져 달라고 멀어져 가는 선박의 후미를 따라 무리를 지어 갈매기군단이 날개 짓 한다.
넘실대는 파도를 뒤로 하고 달려 나가는 수평선 끝자락에서 붉은 태양이 피어오르며 미소로 인사를 한다.
모두가 선실에서 부족한 잠을 청하고 있을즈음에 간만에 찾아온 바다에 취해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나름의 즐거움에 도취 되여 왠지 모를 행복함을 새삼 누리며 서서히 줄어드는 엔진소리에 낚시준비를 서두른다.
계속되는 출항취소....
간만에 찾아온 기상도 속의 검은색으로 도배된 바다상황..
에머랄드빛 물색은 오늘을 기다린 조사님들에게 기다림이 무엇 인지를? 알려준다.
내심 뭔가를 기대하고 출조를 했는데 오늘의 상황은 어떨런지.....
하나, 둘 선실의 토굴에서 빠져나오며 와 날씨 쥑이네....
애타게 기다리고 기도하며 고대하던 그날이 아니던가?
바다에 나온 자체만으로도 그간의 애타던 마음을 보상 밭을 수 있음을 말함인가?
그렇다, 기다리던 출조 자체가 즐거움이 아니던가?
이소리를 마눌이 들었다면 뭐라 말을 할까? 차마 즈그 신랑잉께 미친넘 소리는 못허것지만 아마도 넘이라면 대 놓고 욕지거리 아니 헐런지???
이내 준비 된 조사님의 총알이 바다속을 향하여 선장님의 힘찬 맨트에 일발 사격 개시...
일렬로 세명이 자리를 했는데 가운데 자리한 미친소가 헤딩에 성공한다.
이어 내게도 뒷다리 후리기로 한방....준수한 씨알이다.
이 얼마만의 손맛인가?
여기 저기서 와~우 소리가 나온다.
동행 출조하신 조사님들 모두가 실로 오랜만의 손맛에 즐거운 탄성이 넓은 바다위에 울려 퍼진다.
뜸한 괴기 소식에 포인트 이동...., 드뎌 이슬이를 먹을수 있는 찬스가...
때를 이용하여 잡아올려진 우럭과 삼식이를 ......
육중한 몸매에서 한점의 속살로 변한 횟감을 놓고 주위의 시선을 불러 모아 한잔의 이슬이가 돌아간다.
이슬이와 함께 김밥과 어울려 먹는 맛이란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무슨 말을 지껄이나 하실 테지만....
이동된 포인트!!!!!
세 자리중 가운데 자리한 " 미친소"가 오늘 생일이란다.
우러기에게 미친소 마눌이 삐삐쳤는지 이어지는 히트 히트....
거기에 보너스로 중간 싸이즈 정도의 대구도 올라와 준다...
선수쪽에 자리한 지인도 뒤늦게 달린다. 마구 마구 달린다.
간만에 출조 하여 적당한 포만감을 느낄때 선장의 맨트가 한번만 더 해보고 귀항한단다.
먼 거리를 달려 나왔기에 귀항해도 빠른 시간이 아니란다.
몇 시간의 바다위 활동을 접고 새벽에 달려나온 길을 따라 다시금 뒤돌아가는 선실속의 조사님들 얼굴이 간만의 출조에 손맛 탓인지 부드러운 표정들이다.
오늘의 조황은 큰 대박 표현은 못되지만 마음 만큼은 왕대박 수준인가 보다.
내일부터는 삼일간의 연휴~··
또다시 어데로 떠나 갈까? 고민하면서 오늘하루를 여기서 접어봅니다.
.....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 면서........
아마도 금년 마지막 조행이 아닐런지......,
어부지리 회원님들 새해 복 듬뿍 받으시고 새해 어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브날 연안부두 출조를 마치면서....풍 산 올림.
12월 24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풍 산...
듭니다. 평일 날 출조라... 좋습니다... 우리(셀러리맨)한테는 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