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되게 한번 앓은 후, 얼마 지나지도 않은 과거를 돌아보며 참 허탈해 한 적이 있다.
이미 나이는 불혹을 넘어서려는데, 이루어 놓은 것도 없으면서 일에만 빠져 살았던
내 모습이 후회되지는 않지만 아쉽기 그지 없었었다.
일에 몰두한 ‘나’는 회사라는 조직과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을지라도
나에게 남긴 것은 결국 없었다.
시간을 내어 자기계발을 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나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더라도 좋았지 않았겠는가?
그 이후 몇 가지 취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하나는 패러글라이딩이며,
또 하나는 사진(나보다 나이 많은 골동품으로 아날로그 이미지 만들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낚시다.
패러글라이딩은 선상낚시와는 한참 동떨어진 동적인 취미다.
패러글라이딩은 낚시와는 반대로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그것도 적당한 바람과 방향이 맞아야 한다.
근래 기상이변으로 비행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사진취미는 선상낚시 하는 분들 중에도 더러 가지신 분들이 계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디지털 장비는 아는 게 별로 없어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렇다.
최근 재미를 붙인 낚시는 – 정확하게는 선상낚시다 - 어릴 적 바다에 살았던 관계로,
긴 대나무 장대에 장대보다 조금 긴 낚시줄을 걸고 납추와 바늘을 묶은 후
동내 포구나 갯바위에서 손 감각으로 낚시하던 경험이 전부였었다가,
어찌 선상낚시를 알게 되었고 여기에 빠져든 것이 작금이다.
처음에는 선상낚시는 장비도 단출하고 방법도 간단한 줄 알았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그랬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다.
다니다 보니 분야도 무척 많고 방법도 다양하다.
이제 와서 한가지만 할 테야 하고 서해 어초나 침선으로만 가기에는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지금 나의 모습은 새로운 신천지를 헤매고 다니는 여행 초심자이다.
<< 거문도에 꽂히다 >>
서해 선상을 나가도 물론 열기 낚시는 있었다.
하지만, 채비 준비의 번거로움과 주변과의 엉킴 등의 문제로
한두번 채비를 달았다가는 바로 떼어버렸었다.
그러다 보니 열기채비로 열기를 잡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쩌다 우럭바늘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그저 예쁜 고기일 뿐이었다.
사실 이번 출조도 열기가 탐이 났던 것이 아니라, 거문도라는 이름이 나를 불렀던 탓이었다.
풍경 –넓은 광각이 아닌, 좁은 범위의 자연 구성 – 사진을 좋아하는 또 다른 취미 탓에
많이도 돌아다녔었는데, 거문도는 가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혹 해버렸다.
하지만 결국 카메라를 짐에 포함시키지는 못했다.
요즘 장비에 다 있는 손떨림 방지라든지 아니면 조리개가 무지 밝다든지 하는
기능은 전혀 없는 데다 크기까지 무지 커서,
다른 회원의 차를 얻어 타야 하는 처지에 짐까지 늘릴 수는 없었다.
그래 다음에 가족과 함께 기회가 있을 때 오자.
그렇게 생각하며 사진을 담는 작업은 포기 했다.
사실 흔들리는 선상에서 파도를 피해 사진을 담는 행위 자체가 두렵기도 했으니
좋은 핑계거리인 셈이다.
또 한가지, 겨우내 서해로 출조를 다니면서 수확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마릿수가 보장된다는 말에 혹하기도 했다.
쿨러조황도 어렵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껏 선상출조를 한 이래도 대박을 한 배를 타 본적이 없으므로,
이번이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조황은 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최선을 다한다면
남들만큼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장의 배 운용술에 따라 선상의 앞뒤 좌우의 자리에 따른 조과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잡는 사람은 잡더라는 내 눈으로 본 경험 때문에 나름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 출조를 준비하다 >>
확인해보니 이번 출조에서는 우럭과 열기를 병행한다고 한다.
우럭채비는 만들어 둔 것에 여유가 있으니 되었고, 열기채비를 고민해 보았다.
서해에서 몇 번 열기채비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 점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보았다.
우선 문제점으로는 채비가 엉켰을 때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첫째이고,
바닥에 걸면 추까지 채비 몽땅 날린다는 것이 둘째이며,
가지줄 꼬임이나 끊김이 발생하면 교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셋째이다.
또 다른 나만의 문제점은 채비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분들은 열기대를 사용하시니 그렇지 않지만,
우럭대를 사용하는 나에게는 무척 번잡스러웠다.
그렇다고 3m 넘는 열기대를 사용하자니 대와 채비 간수가 장난이 아니다.
자 그럼 만들어 보자.
목줄은 14호 모노필라멘트로 정하고, 단차는 25cm 7단,
최대한 화려하지 않게 흰색의 구슬에 제일 작은 베어링도래를 달았다.
그리고, 원줄과 봉돌 연결 부분에 베어링 도래를 달았다.
바늘은 일반 13~14호 바늘 열기채비를 사서 바늘만 잘라두고 일부는 핀도래를 달아 두었다.
이 정도면 채비 꼬임도 없을 것이고, 바닥에 걸리면 바늘만 떨어질 것이다.
간간히 여기저기 열기낚시에 관한 글을 읽어본다.
별다른 내용은 없다.
그냥 바닥에 닿으면 조금 들고 기다린다는 것,
유영층을 확인하면 채비가 그 층을 통과하는 동안 고기가 물 때마다 조금씩 올려 준다는 것 등이다.
우럭만큼 다양한 조술이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오징어 준비.
출조 출발하는 날 오징어를 사서 우럭용과 열기용으로 나누어 썰어서 준비.
이제 준비는 다 되었다.
<< 머나먼 여행 같은 길 떠나기 >>
출조 동행할 다섯 분이 비봉에서야 모두 모였다.
오늘도 차량은 키큰분이 맡으셨다. 매번 미안한 노릇이지만
내 차가 작다는 핑계로 얻어 타기만 한다.
그럼에도 항상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반기신다.
가는 길에 거문도 열기에 대해 여러가지를 들었다.
이번에는 일기와 물때가 모두 적당한 수준이라 기대가 크다고 한다.
그럼에도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바다 사정이야 누가 알겠는가?
더구나 나에게 대박의 행운이라니…
동행하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그랬다.
여수에 닿으니 3시경, 바로 – 몇 년 만에 와본 곳인지 추억을 더듬을 기회도 없이 -
배에 타서는 쿨러를 자리에 둔 후 선실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5시40분 거문도 도착.
새벽의 항구는 정겹다.
차가운 빛이 바다와 배와 어촌의 지붕에 앉아있어 더욱 그렇다.
이럴 때 내 손에 카메라가 없음이 아쉬워진다.
물론 있다 해도 싸돌아 다닐 시간도 없겠지만…
머나먼 여행인데, 어둠을 뚫고 잠과 함께 와서인지 만들어진 기억이 없다.
다음을 기약하자.
가족이 떠나는 여름휴가는 늘 섬이었으니 이번 여름에는 거문도로 와야겠다.
<< 자작채비로 괴기 잡기 >>
배에 올라 채비를 준비한다.
우럭부터 시작한단다.
익숙한 채비를 꺼내어 달고 바늘을 묶는다. 그렇게 준비하다 보니 배가 멈춘다.
채비 입수 40~60m 내외의 수심이다.
입질이 없다.
그렇게 몇 차례 더 하고는 열기로 가잔다.
급히 채비 교체.
드디어 내가 만든 열기채비의 효과를 확인할 차례다.
남들처럼 10단이나 15단 넘는 채비는 아니지만,
내 낚시대 길이에 맞추어 만들었으니 운용이 편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모든 바늘에 열기가 달리지 못할 바에야 – 요즘 조황이 그랬다 -
유영층 확인을 위해 남들보다 상하 운용폭을 두 배로 늘리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가능한 채비에서 미끼 외에 눈에 뜨이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핀도래를 쓰지 않은 바늘을 목줄 도래에 직접 묶었다.
입수, 입질이 온다.
분명히 입질인데 바늘털이가 없다.
건드리기만 한 건가?
선미의 회원 두 분의 긴 낚시대가 크게 휘고 잇다.
올라온 채비에는 열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게 뭐야,
나만 꽝인 거야?
채비를 올려 살펴보니 채비에는 아무 흔적이 없는 듯하다.
내가 입질을 잘못 느낀 건가?
몇 번의 입수에도 결과는 같다.
역시 입질이 맞다. 근데 기껏 올리면 없다.
옆자리의 회원도 자작채비인데 마찬가지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채비 문제다.
선장이 말을 거든다.
열기가 바늘의 미끼보다도 목줄에 달린 도래 같은 이물질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단다.
그렇다면 미끼가 아니라 도래를 건드려보고는 모두 도망친 건가?
예측컨데 경계하여 접근을 못하거나, 접근을 하더라도 도래부분을 적으로 판단한 것을 아닐까?
결정을 빠를수록 좋다.
채비를 떼어내고 예비로 준비해간 카드채비를 연결했다.
입감은 오징어와 미꾸라지 자른 것을 바늘마다 달리하여 사용했다.
다시 입수. 입질과 함께 바늘털이 느낌.
이제야 통하는구나.
그렇다면, 자작채비는 아니라는 결론인가?
기껏 준비한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 새로운 고민 >>
열기가 처음이다 보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투둑거릴 때마다, 새로 한 놈이 문건지, 기존에 매달린 놈이 흔드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흔들던 느낌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자 싶었다.
하나, 둘을 구분하여 셀 수 없으니 흔들 때까지는 기다려 보고
더 이상 흔드는 놈이 없으면 올리자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매달리는 마릿수가 조금 늘어났다.
또 다른 문제는 열기의 흔드는 진동 때문에 추가 바닥에 닿은 느낌을 자꾸 놓친다는 거다.
바닥에서 1m쯤 띄워놓았는데도 점차 높아지는 바닥에 채비가 놓여있곤 했다.
이거야 뭐 경험을 쌓으면서 감지해내는 수밖에 없는 건가 보다.
장소 이동. 선장은 암초 높이가 12m가 넘으니 물면 계속 감아 올리라고 한다.
근데, 그게 무슨 소리인 줄 그때는 몰랐다.
새로 입수 잠시 후 투두둑 흔드는 느낌, 릴을 한바퀴 감았다.
또 투두둑하는 느낌.
잠시 후 다시 릴을 감으려는 순간, 걸렸다.
줄을 손에 감고 당기는 순간, 툭툭 바늘이 뜯기는 느낌.
또 감으려는 데 다시금 걸린 느낌.
다시 줄을 당겨 뜯어내고 줄을 감는다. 한숨이 난다.
채비를 올려보니 밑쪽 바늘 4개가 없다.
이제야 선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장소였는데, 채비에 걸려있던 고기들은 암초 틈으로 숨으려 했을 것이고,
당연히 채비는 암초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렇구만, 그렇다고 무조건 빨리 감으면 열기가 매달릴 수 있는 수가 줄어들 것이고,
느리게 감으면 암초에 걸릴 것이다.
문제는 감는 속도인데… 정답은 없다. 해보는 수밖에.
다시 입수.
하나, 둘, 물었다. 일초에 한바퀴라는 느낌으로 감기 시작한다.
바닥에서 5m 즈음에서 다시 후두둑하는 느낌.
이번에는 좀 더 빨리 감는다.
13m까지 감은 후 기다려 본다.
후두둑거리는 느낌보다는 당기는 듯한 느낌만 있다.
흡사 다 도망가버린 것처럼.
릴을 감아 올렸다.
크다 꼭 우럭만한 열기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물이 맑은 탓인지 밑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 이거야. 이제 암벽타기는 이번 방법대로 하는 거야.
다시 채비 입수.
잠시 후 투두둑이 아니라 수심 30m 근해에서 오짜 우럭이 흔드는 느낌.
이게 뭐지?
갑자기 당황스러워진다.
올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중에도 계속되는 흔들림.
이러다 채비 터지겠다 싶어 릴을 감는다.
옆 회원도 느낌이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놀라는 표정으로 릴을 감고 있다.
뭐가 이상한 놈이 물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몽땅걸이다.
아니 바늘 열개 중 맨 위의 하나만 빼고다 물었다.
그것도 잘은 씨알은 두엇, 나머지는 모두 크다.
이것들이 한번에 달겨들어 물고 흔드니… 속았다는 느낌보다는 기분이 좋다.
이렇게 속는 거라면 얼마든지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한차례 더 요란을 벌이더니 잠잠해진다.
장소 이동.
이동이라 해도 느린 배로 천천히 멀리 가도 20분이다.
서해에서 이동이라 하면 요란스런 굉음을 내며 최소 30분을 가곤 했는데…
이제 카드채비에도 조금 익숙해졌다.
다른 분들이 쓰는 카드채비를 보며 어떤 것이 유리한지도 이제는 알겠다.
<< 손님 고기 >>
중간에 회원 한 분이 농어를 올린다. 제법 큼직하다.
궁금한 것은 농어는 중층이나 수심이 낮은 곳에 에 사는 놈으로 알고 있었는데,
수심 50m에서 올라오다니…
서해에서 광어가 손님이라면 남해에서는 농어와 돔이 손님인가보다.
흠, 바다가 다르니 손님도 격이 다르구나 싶다.
그리고 열기터에서 우럭도 손님인가 보다.
우리 회원들이 앉은 반대편은 우럭도 큰 놈들을 가끔 올리고 있는데,
여기는 잠잠하다.
그러고 보니 이 배는 좌측면으로 밀고 들어가는 배운용을 주로 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이것도 좌측에 앉은 분들의 복이다.
하지만, 열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우럭이 물어주지 않는 것이 열기를 더 태우는데 도움이 되니 복이 아닐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나는 끝까지 손님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열기는 잡았다.
<< 철수 >>
오늘은 조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란다.
보통 웬만한 쿨러는 가득 채워야 대박이란다.
쿨러를 반 채우면 그냥 체면치레만 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보통 때보다 1시간 이상을 더 바다에 머물렀다고 한다.
나로서야 고마운 일이다.
막판에야 채비 운용이 좀 익숙해져서 올리는 마릿수가 늘었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매번 담글 때마다 서너마리 이상을 계속 올려야 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하다면, 생각만 해도 정신이 없을 것 같다.
몽땅걸이를 하면 채비에서 고기를 떼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통째로 쿨러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될 듯도 싶다.
채비를 정리하다 보니 부두에 닿았다.
다른 분들은 벌써 정리를 마치고 선실로 들어가 계신다.
그렇지. 잠을 자둬야 나중에 편하지 싶다.
좁지만 서로 끼어서 잠이 든다.
여수, 밤에 와서 밤에 떠나다니 아쉽기 그지 없다.
그래도 회원분 소개로 맛있는 게장을 먹었으니 남은 것은 있다.
다시 차로 이동. 미안스럽게도 운전대를 한번도 잡지 못했다.
내가 교대를 해드려야 할 타이밍 즈음에 그만 자고 말았다.
이 글을 빌어 동행한 회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 뒷처리 >>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반이다.
열기를 보더니 집사람이 기겁을 한다. 언제 다 정리할거냐고.
작은 것들은 가져오지 말지 왜 가져왔느냔다.
하긴 열기는 처음 봤으니…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하고 빨리 끝내겠다는 말만 한다.
아내 눈치를 보니 맘이 편치 않다.
혹시나 해서 여수에서 꽃게장 한병을 사오긴 했지만,
그것으로 얼굴을 펴게 하는 데는 실패했으니 더욱 그렇다.
왜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보통 낚시 갔다 오면 회 뜨고, 구이용 포 뜨는 것은 내 몫이지만,
싸서 냉장고 넣고, 염장하고, 뒷 청소하는 것은 아내 몫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처리하는데 세시간이 걸린다면,
출근도 해야 하는데, 오늘 제대로 잠자기는 틀린 것이다.
그러니 어찌 대꾸를 할 수 있겠는가?
서둘러 고기 정리를 시작한다. 보기에 답답했는지 지느러미 자르는 것을 도와준다.
미안하지만 빨리 끝내려면 서비스를 받아야지…
40여 마리까지 세다가 더는 마릿수를 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헷갈리기도 했거니와 아내 얼굴을 보니 더 이상 셀 엄두를 낼 수가 없었던 거다.
우찌되었건 빨리 끝내야 하니까.
고기가 정리되자 장비를 모두 욕실로 옮겼다.
낚시가방이 파도를 엄청 뒤집어써서 속으로 바닷물이 잔뜩 들어가 있었던 탓에
모조리 씻어내야 했다.
무지 서둘렀음에도 3시반이 넘어서야 정리가 마무리되었다.
열기 낚시는 낚는 것도 문제지만,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고기를 정리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피빼기를 하지 않은 데 대한 것이다.
낚시할 때는 시간이 조금 남을 때에만 피를 빼두곤 했는데,
집에서 고기를 정리하다 보니 피를 뺀 것과 않은 것의 살색이 달랐다.
다음에는 몇마리 못 잡더라도 선처치는 좀 해두어야 할 것 같다.
<< 열기 장비에 대하여 >>
열기 채비는 가지줄이 목줄에 직접 묶은 것 보다는
목줄에서 돌 수 있도록 연결부위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늘이 목줄에 감기는 현상을 그래도 억제하고,
또한 바늘을 목줄에서 그래도 멀리가게 하니 낳을 듯싶다.
그리고, 물이 조금 흐르는 상태가 열기낚시에 유리하다 하니
가지줄 방향이 수평을 향하도록 연결부위가 만들어진 것이
위로 향하도록 만들어 진 것보다 낫지 않겠나 싶다.
단수는 단차가 20cm 정도인 채비는 10단짜리여도 2.2m짜리 우럭대로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단차가 조금 긴 것은 7단으로 자르면 우럭대로도 채비운용에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한창일 때는 15단짜리 2개를 연결해서 한다고도 하니,
많이 잡을 요량이면 불편도 감수해야 되겠지.
낚시대는 출조 전 여러 번 고민을 하다,
미리 준비하는 것보다는 그날 다른 사람들이 운용하는 것을 본 후 장단점을 판단하기로 마음먹었었는데,
결론은 다음에 열기를 가더라도 그냥 우럭대로 쓰기로 했다.
그 이유는 4m가 넘어가는 열기대는 채비 간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채비가 무겁고, 걸림이 있을 때 채비 떼기가 불편하다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 외 채비가 물속에 있을 때는 짧은 장비가 컨트롤하기 편할 것 같다.
혹자는 긴 대가 목표지점에 먼저 닿을 수 있어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반대로 뒤로 접근한다면 짧은 대가 유리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가만, 이 부분은 반대편 라인의 조사들이 먼저 싹쓸이 할 테니 길든 짧든 같은 건가?
어쨌든 인터라인대가 채비운용에 편리한 건 사실이니,
만일 열기대를 준비한다면, 3~3.5m 정도가 그래도 사용하기 편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자 이제 열기철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이다.
머지않아 갈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아직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장르인데, 우찌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