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홍원항을 다시 찾았다.
작년 보구치 --> 우럭 --> 문어로 이어지는 홍원항 조황에 자주 찾았던 전례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오랜만의 출조.
태풍7호의 간접 영향권에 이미 들어가 있어서인지 오락가락 하는 불순한 기상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까짓 비쯤이야 늦더위에 시달리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망설임을 날려버렸다.
바다는 예보처럼 잔잔하고 장판같은 수면을 질주하는 엔진의 굉음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첫 포인트까지는 2시간 30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선실에서의 잠을 포기하고 ‘우럭낚시’에 대한 상념에 젖어들었다.
작년 참 많은 장르의 낚시를 접했고, 바다에서 사는 시간이 많았었지만, 지금도 우럭낚시의 동출 제안이 오면 거의 거절을 하지 못한다.
우럭의 개체가 지천으로 널렸던 과거에는 선상낚시가 참 쉬운 낚시라고 생각을 했었다.
어디든 미끼를 달아 담그기만 하면 고기를 만날 수 있었고 - 물론 그렇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래서 상대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넓은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어초나 침선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패턴으로 바뀐 후로는 낚시인 개개인의 역량이 조과를 좌우하는 장르가 된 느낌이다.
생각해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적당한(?) 흥미가 끊임없이 생겨나게 되고, 이는 어쩌면 치명적인 유혹이다.
부저가 요란하게 울리며 낚시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린다.
상념에서 깨어나 내 자리로 돌아와 주섬주섬 채비를 챙겨나갔다.
입문기에는 다양한 단차의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내 채비는 80㎝, 3단, 기둥줄 22~30호(특별한 의미는 없고 채비를 만들어야 할 때 집에 남아있는 라인 사용), 베어링 도래의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고정되어 있다.
어부매듭법을 배운 이후로는 목줄도 60㎝로 미리 잘라서 채비하는데 소모되는 시간을 줄여 놓았다.
첫 포인트는 8m의 침선이다.
개인마다 침선을 공략하는 패턴이 틀리겠지만 조류의 빠르기를 느끼는 게 우선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채비의 관점으로 본다면 침선을 통과하는 속도의 문제…
조류의 흐름이 빠를 때는 아차하는 순간에 속수무책으로 밑걸림에 당하는 경우가 많을 거고, 조류의 흐름이 너무 늦을 때는 건드리기만 하고 훅킹이 되지않는 간사한 입질을 뛰어 넘어야 한다.
오늘은 생각보다 조류가 가지 않는다.
이럴 땐 바닥부터 차근차근 더듬으면서 침선을 타고 넘으면 된다.
이걸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도우미는 ‘대침선 바늘’
배스낚시에서 폐그물 등을 공략할 때 밑걸림을 줄이려고 만든 위드 가드(with-guard) 바늘이 원형이다. 이 바늘을 처음 배웠을 때는 사용이 꺼려졌다. 개인적으로 감각에 충실한 낚시를 선호해서 였을 거다.
하지만 이 바늘의 효율은 놀라울 정도였다.
타조님, 닥터피쉬님 등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바늘을 더 진화(?) 시켰다.
어초나 침선에 닿았을 때 입질이 없으면 ‘대침선 바늘’은 우선 한 번 퉁~ 튕겨준다.
이 신호는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여 장애물에 닿았음을 알게 해준다.
그 다음부터 침선을 넘어가는 건 별로 어려울 게 없다.
바닥부터 천천히 릴링을 하면서 5m 정도 감아올리자 기다렸던 첫 입질이 들어온다.
지체없이 만세부르기를 하면서 침선에서 빠져나오자 제법 준수한 씨알의 우럭이 분한 듯이 나를 쳐다본다. (미안하다. 네가 너무 맛있는 죄로…ㅋㅋㅋ)
첫 포인트의 개체가 제법 많았는지 배는 빠른 속도로 진입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포인트 접근을 시도한다.
조타실의 레이더에는 많은 양의 비가 바다를 덮고 있다.
요행히 우리가 낚시하는 지역에 아직 빗방울은 보이지 않지만 선장님은 비의 대비를 당부한다. 보조가방에서 외피를 꺼내어 입고 다시 낚시에 몰입.
비가 내린다. 아니 내리는 수준을 넘어 쏟아 붓듯이 강한 빗줄기다.
그런데 어쩐지 육지에서의 비와는 느낌이 다르다. 통쾌하다고나 할까?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내게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어쩌면 이런 느낌 때문에 바다를 찾는지도 모르는 일…
몇 개의 침선을 거치면서 고기가 침선 가까이 붙어있음을 파악했다. 아무래도 조금 피곤한 낚시를 하게 될 모양이다. 동출한 일행이 재미삼아 마릿수 내기를 제안한다.
“콜~~~”
씨알은 몰라도 마릿수는 늘 자신 있는(?) 분야다.
초반부터 깜팽이를 솎아내면서 순식간에 더블 스코어(6:3 ㅋㅋㅋ)로 점수차를 벌려놨다.
선장님까지 가세해서 일행을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히히덕거리면서 살짝살짝 고패질을 해가면서 침선의 느낌에 집중하고 있을 때 일행의 로드에 강렬한 입질이 찾아왔다.
연이어 내게도…
대물임을 직감하며 조심스럽게 릴링을 시도했고 이윽고 고기가 수면에 나타나자 우와~~6짜다. 그런데 고기가 한 마리뿐이다.
쌍걸이를 노리느라 잠시의 텀을 주는 바람에 내 채비와 엉켰던 것.
바늘을 확인하자 역시나 일행의 고기다. 우~~쒸 어쩐지…
58㎝의 개우럭!!!!! 축하 축하~~~^^* (아이고 속 쓰려…ㅋㅋㅋ)
하루 종일 내리는 빗속이었지만 웃고 떠들고…
오후의 열기낚시도 맘껏 즐기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다에 있다.